[PEDIEN] 토지거래허가 실거주 의무가 서울 부동산 시장의 문법을 바꿔놓고 있다. 본지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 신고, 한국부동산원 전세가율, 주택산업연구원 전망치,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공고를 교차 분석한 결과, 허가구역 매수자에게 부과되는 2년 실거주 의무가 전세를 낀 이른바 '갭투자'를 물리적으로 봉쇄하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서로 다른 동력으로 갈라지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종전에는 매매가가 오르면 전세가가 뒤따르고, 전세가가 매매가를 떠받치는 연동 구조가 상식이었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가 그 연결고리를 끊어내면서, 매수 수요와 임대 공급이 한 몸이던 시장이 두 개의 별도 궤도로 분리되고 있다는 것이 본지 분석의 핵심이다.
토지거래허가 실거주 의무란 무엇이고, 무엇이 바뀌었나
토지거래허가제 자체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서울시는 2020년 6월 강남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잠실·삼성·대치·청담)를 처음 허가구역으로 묶으며 이 제도를 주택 시장 관리 수단으로 끌어들였다.
허가구역에서 일정 면적을 넘는 토지를 거래하려면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거용의 경우 허가 조건으로 실거주가 붙는다.
즉 집을 사면 세를 놓지 못하고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한다.
여기까지는 오래된 규제다.
판을 바꾼 것은 최근 1~2년의 잇단 확대 조치다.
흐름을 되짚어 보면 이렇다.
서울시는 2025년 2월 잠실 등 일부 지역의 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가, 집값이 다시 들썩이자 채 한 달여 만인 그해 3월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전역을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어 정부는 6·27 대책으로 대출의 문을 좁혔다.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낮추고, 그동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에서 빠져 있던 전세대출에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갭투자의 자금줄인 전세대출과 주담대를 동시에 조인 셈이다.
결정타는 2025년 10·15 대책이었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동시에 같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종전에는 강남 3구·용산 등 일부에 국한됐던 실거주 의무가, 이제 서울 25개 자치구 아파트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적용 대상은 아파트와 아파트를 한 동 이상 포함한 연립·다세대이며, 그해 10월 20일 이후 계약분부터 매수 시 2년 실거주 의무가 발생한다.
전세를 끼고 사서 세입자를 들이는 매입 방식은 원천적으로 막혔다.
'변경 전'에는 규제지역이라도 전세를 끼면 자기자본 부담을 크게 줄여 서울 아파트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변경 후'에는 매매대금 상당 부분을 자기 돈으로 치르고 직접 입주할 수 있는 실수요자만 매수 무대에 남게 됐다.
다만 2026년 들어 미세한 숨통도 트였다.
무주택자에 한해 2026년 말까지 계약하는 경우, 이미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매수하면 기존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시점까지 최장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주는 완화책이 발표됐다.
단, 발표 시점부터 허가 신청일까지 무주택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 유예가 다시 갭투자의 우회로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했다.
규제의 골격은 유지하되 실수요 무주택자의 진입 부담만 덜어준 셈이다.

매매가와 전세가는 왜 따로 움직이나
본지가 확인한 지표들은 시장이 실제로 갈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10·15 대책 직전인 2025년 10월 1만1041건에서 직후인 11월 4395건으로 60.2% 급감했다.
매물도 잠겼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2025년 9월 말 7만8000여 건에서 2026년 1월 말 5만7000여 건으로 27%가량 줄었다.
실거주 의무 탓에 전세를 놓지 못하니 다주택자와 투자자는 굳이 팔거나 내놓을 유인이 약해졌고, 거래 자체가 실입주 실수요 위주로 재편됐다.
외지인의 '원정 매수'도 꺾였다.
서울에 살지 않는 매수자의 비중은 2025년 9월 24.8%에서 12월 19.9%로 내려앉았다.
실거주 의무와 다주택자 대출 차단이 겹치면서,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서울 아파트를 사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남 3구를 비롯한 상급지에서는 거래 절벽 속에서도 신고가가 이어졌다.
매물이 잠기고 자기자본이 두둑한 실수요만 남으면서 '거래는 없는데 값은 오르는'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전세 쪽은 다른 압력을 받는다.
갭투자가 봉쇄되면 매수자가 곧 실입주자이므로, 시장에 풀리던 전세 물량이 줄어든다.
종전 구조에서는 투자자가 집을 사서 전세를 놓아주는 방식으로 임대 공급이 자연스럽게 창출됐지만, 실거주 의무는 그 공급 파이프라인을 끊는다.
여기에 상급지에서는 순수 전세가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전환되는 흐름까지 겹쳐 순수 전세 물건은 더 귀해졌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은 2026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4.7% 오르며, 매매가격 상승 전망치(4.2%)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매매를 억누른 규제가 역설적으로 전세를 밀어 올리는, 두 지표가 반대 방향의 힘을 받는 국면이다.
전세가율의 궤적도 이 구조 변화를 뒷받침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6년 1월 75.1%를 정점으로 2020년 8월 53.3%까지 내렸다가, 임대차 3법 시행 여파로 2021년 초 반등한 뒤 2023년 4월 50.8%까지 다시 급락했고 이후 완만히 회복해 2024년 8월 54% 안팎을 오갔다.
전세가율이 낮다는 것은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훨씬 빠르게 뛰었다는 뜻이고, 곧 갭투자에 필요한 자기자본이 커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가 더해지면 갭의 크기와 무관하게 아예 전세를 낄 수 없으니, 전세가율은 더 이상 매수 진입의 지렛대 지표로 기능하지 못한다.
매매와 전세를 잇던 이 비율의 의미 자체가 옅어지는 것이다.
참여자별로 셈법이 갈린다 — 다섯 갈래의 전략 분기
규제가 만든 새 지형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은 뚜렷하게 갈린다. 본지가 유형별로 매핑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무주택 실수요자는 상대적 수혜자다. 갭투자 경쟁자가 사라지고 외지인·다주택자가 물러난 무대에서, 자기자본을 갖춘 이들은 실입주 조건을 스스로 충족할 수 있어 유예책의 혜택까지 받는다. 다만 대출이 조여 자기자본 문턱은 오히려 높아졌다.
둘째, 상급지 갈아타기 1주택자는 기존 집을 팔고 상위 입지로 이동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나, 매물 잠김으로 갈아탈 물건 자체가 부���해지고 대출 한도가 줄어 실행 난도가 올랐다. 셋째, 갭투자자·외지인은 사실상 시장에서 배제됐다. 전세를 낀 매입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들의 레버리지 전략은 통째로 봉쇄됐다. 넷째, 다주택 임대인은 신규 매입 유인이 사라진 대신 보유 매물을 거둬들이며 임대료 협상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다섯째, 전세 임차인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였다. 갭투자가 만들어내던 전세 공급이 줄고 반전세 전환이 늘면서, 순수 전세를 찾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공산이 크다. 규제의 의도는 실수요 보호였지만, 그 파장이 임차 시장의 약한 고리부터 파고드는 역설을 경계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 세금·허가·금지의 세 갈래
주요국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되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
한국의 실거주 의무형 허가제는 '직접 살아야 산다'는 행위 규제인데, 이는 국제적으로도 드문 강도의 개입에 속한다.
싱가포르는 세금으로 접근한다.
전 국민의 약 80%가 공공주택(HDB)에 사는 이 나라는 HDB를 내국인에게만 분양하고 최소거주기간(MOP) 5년을 두며, 외국인이 민간주택을 사면 기본 인지세에 더해 60%에 달하는 추가구매인지세(ABSD)를 물린다.
가격 신호로 수요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금지'라는 더 직접적인 카드를 꺼냈다.
호주는 2025년 4월 1일부터 2027년 3월 31일까지 2년간 외국인·임시 거주자의 기존 주택 매입을 전면 금지했다.
신규 분양(off-the-plan)이나 상업용은 예외지만, 이미 지어진 집을 외국인이 사들여 자국민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는 흐름을 겨냥한 조치다.
뉴질랜드는 이미 2018년부터 신축을 제외한 기존 주택의 외국인 매입을 금지해 왔다.
이들과 견주면 한국의 실거주 의무제는 대상을 국적이 아니라 '실거주 여부'로 삼는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직접 살지 않으면 매수할 수 없게 한, 거주 실수요 중심의 필터인 셈이다.

본지의 결론과 정책 함의
본지 분석의 결론은 세 가지다.
하나, 실거주 의무는 갭투자를 억제하는 데는 단기적으로 강력하게 작동했다.
거래량과 외지인 비중의 동반 급감이 그 증거다.
둘, 그러나 매매를 누른 규제가 전세를 밀어 올리는 디커플링을 심화시켜, 매매가와 전세가가 반대 방향의 힘을 받는 국면을 만들었다.
갭투자 봉쇄가 곧 임대 공급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 매물 잠김으로 인한 상급지의 신고가 행진은 '거래 없는 상승'이라는 왜곡을 낳고 있어, 규제가 가격 안정이라는 본래 목표를 온전히 달성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정책적으로는 실거주 의무의 강도를 유지하되, 그로 인해 줄어드는 전세 공급을 메울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유예 확대, 임대 공급을 유지할 신축·공공임대 물량 확충, 그리고 반전세 전환에 따른 임차인 부담을 완화할 안전판이 함께 가야 규제의 순기능이 지속된다.
실거주 의무는 시장의 문법을 바꾼 강수임이 분명하나, 그 부작용의 청구서가 임차 시장의 약한 고리로 향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할 시점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9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연장 공고, 정부 6·27 및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자료,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 신고 통계, 한국부동산원 전세가율 시계열, 주택산업연구원 2026년 시장 전망, 호주·싱가포르·뉴질랜드 외국인 부동산 규제 관련 공개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거래량·외지인 비중·매물·전세가율 수치는 각 발표 시점 기준이며, 2026년 상승률은 전망치(추정)다.
정책은 추가 개정 가능성이 있어 계약 전 관할 구청 최신 고시를 확인해야 한다.
기사 verdict는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