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행정예고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은 겉으로는 스무 날짜리 짧은 절차였지만, 그 안에 담긴 '사용자' 확대 해석은 원청과 하청이 맺어온 도급 질서 전체를 흔드는 뇌관이었다. 본지가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안)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그리고 노동계·경영계가 각각 내놓은 규모 추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정작 이 지침이 직접 겨냥하는 '간접고용 근로자'의 숫자부터가 출처마다 서너 배씩 벌어져 있었다. 같은 현장을 세는데 90만 명이 되기도 하고 300만 명이 되기도 한다. 컴플라이언스 리스크의 출발점은 바로 이 숫자의 격차다.

확정된 개정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제3조를 손질한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2026년 3월 10일 전면 시행된다.

핵심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은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는 것이다.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길이 법적으로 열린 셈이다.

문제는 '실질적 지배'라는 말이 얼마나 넓게 읽히느냐인데, 해석지침(안)은 그 잣대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라는 개념을 새로 세웠다.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 행정예고란 무엇인가

행정예고는 정부가 지침을 확정하기 전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는 절차다.

이번 지침(안)은 3월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침(안)에 따르면 '구조적 통제'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결정을 구조적으로 제약해 하청 사용자의 재량을 '본질적·지속적으로' 제한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구체적으로는 원청이 작업 공정과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사실상 지배하거나, 하청의 생산계획·작업일정·근로시간에 실질적 결정권을 갖거나, 인건비를 사실상 정하고 임금 인상률을 직접 제시하는 경우가 예시로 들어갔다.

반대로 일반적인 물량도급, 즉 정해진 물량을 납품받는 통상의 거래관계에서는 구조적 통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고 못 박았다.

도급계약의 관리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통상적 지시는 사용자성 표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확정 과정에서 경영계가 '구조적 통제가 불법파견처럼 엄격하게 인정되면 오히려 리스크가 커진다'고 반발하자, 정부는 구조적 통제와 불법파견의 차이를 구분하는 설명 문구를 추가했다.

여기서 첫 번째 데이터 격차가 드러난다.

같은 '원청의 개입'을 두고 불법파견 판단 기준과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갈라지는데, 두 기준이 겹치는 회색지대가 넓을수록 기업이 부담할 소송 리스크는 커진다.

같은 지표, 왜 출처마다 다른가 — 간접고용 규모의 세 가지 숫자

이 지침이 실제로 몇 명, 몇 개 사업장에 영향을 주느냐를 따지려면 '간접고용 근로자 규모'라는 지표를 봐야 한다.

그런데 이 숫자가 출처마다 다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보면 비정규직은 856만8천 명으로 임금근로자의 38.2%였고, 이 가운데 파견·용역 등을 포함한 비전형 근로자는 183만4천 명(21.4%)이었다.

파견과 용역만 좁혀 보면 대체로 90만 명 안팎으로 잡힌다.

반면 노동계는 사내하도급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간접고용을 30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해 왔다.

정부의 과거 사내하도급 실태조사는 300인 이상 사업장 기준으로 40만 명대를 제시한 바 있다.

왜 이렇게 벌어질까.

본지 분석에 따르면 세 숫자는 세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통계청 부가조사는 '근로자 본인이 응답한 고용형태'를 기준으로 삼는다.

자신을 정규직이라 여기는 하청 정규직은 파견·용역으로 잡히지 않는다.

노동계 추정치는 원청 사업장 안에서 일하는 모든 외주 인력을 포괄하는 '장소 기준'에 가깝고, 정부 실태조사는 사업체가 스스로 신고한 도급 인원을 집계하는 '사업체 기준'이다.

응답 주체가 근로자냐 사업체냐, 측정 단위가 고용계약이냐 작업장소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 세 번 다르게 분류된다.

개정법의 사용자성 판단이 '근로조건 지배'라는 실질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어느 통계로도 정확히 커버되지 않는 인구가 교섭 테이블의 잠재적 당사자가 된다.

본지의 결론 — 리스크는 숫자가 아니라 '숫자의 불확실성'에 있다

본지가 지침(안)과 확정 시행령, 통계를 겹쳐 읽고 도출한 명제는 세 가지다.

첫째, 이번 개정의 실질적 파급력은 '얼마나 많은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느냐'보다 '어떤 원청이 인정될지 사전에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에 있다.

구조적 통제라는 기준은 사후에 개별 사안을 뜯어봐야 판가름 나는 사실판단이어서, 기업은 교섭 요구를 받기 전까지 자신이 사용자인지 확정할 수 없다.

둘째, 리스크의 밀도는 업종별로 크게 다르다.

하나의 원청이 수십 개 하청과 얽힌 조선·자동차·건설 현장은 동시다발 교섭 요구에 노출될 여지가 크고, 단순 물량도급 중심의 거래는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가깝다.

셋째, 노동쟁의 대상 확대가 교섭 리스크를 한층 넓힌다.

확정 지침은 합병·분할·매각에 따른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성 배치전환, 고용형태 변경,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등을 쟁의 대상으로 명시했다.

일상적 배치전환은 제외하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은 포함된다고 적시해 혼선을 줄이려 했지만,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 사이의 경계는 여전히 사안마다 다투어질 소지가 남는다.

경영계가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기준의 모호성으로 법적 분쟁이 급증할 것'이라 경고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해외는 어떻게 다루나 — 3개국 비교

원청의 사용자성 문제는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미국은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가 2023년 '공동사용자(joint employer)' 기준을 '간접적·잠재적 통제'까지 넓혔다가 법원과 의회의 제동으로 다시 흔들린 전례가 있다.

통제의 '실제 행사'를 요구하느냐 '보유'만으로 충분하냐를 놓고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요동쳤다.

기준의 진폭이 곧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한국이 참고할 반면교사다.

영국은 파업 손해배상 면책의 전통이 강하지만 최근 최소서비스 유지 의무를 도입해 쟁의권과 사업 연속성 사이의 균형을 조정해 왔다.

독일은 산별교섭 구조가 견고해 개별 원·하청 단위의 사용자성 다툼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파견·도급의 남용을 파견법과 판례로 촘촘히 규율한다.

세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인다.

'누가 사용자인가'라는 질문은 어디서든 정치적 진자운동을 겪었고, 그 진폭이 클수록 현장의 컴플라이언스 비용이 커졌다.

한국의 이번 지침(안)이 구조적 통제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표지를 제시한 것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지만, 판단이 결국 개별 사실관계에 달려 있다는 근본 한계는 세 나라와 다르지 않다.

기업이 지금 점검할 것

함의는 분명하다.

원청은 자사가 하청 근로조건에 얼마나 깊이 개입하는지부터 실사해야 한다.

안전보건 관리, 작업일정 지시, 인건비·임금 인상률 관여 정도가 구조적 통제의 판단 재료가 되는 만큼, 계약서상 문구가 아니라 실제 운영 관행을 기준으로 자기점검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만 과잉 대응도 경계할 대목이다.

안전 관련 개입을 무작정 줄이면 중대재해 리스크가 되레 커진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사용자성 회피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이번 국면의 진짜 숙제다.

하청 근로자 입장에서는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통로가 열린 것이지만,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다투는 초기 소송의 부담과 시간은 결국 가장 취약한 저임금 하청 노동자가 먼저 떠안게 될 공산이 크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6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고용노동부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 행정예고 자료(2025년 12월 26일~2026년 1월 15일)와 확정 시행령·해석지침, 통계청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복수 법무법인 뉴스레터 및 언론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간접고용 규모의 노동계 추정치와 정부 실태조사 수치는 조사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점을 본문에 명시했으며, 파견·용역 규모는 부가조사 기준 '추정' 값임을 밝힌다. 시행 이후 개별 사안의 사용자성 판단은 노동위원회 결정과 법원 판례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