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스트레스 DSR 3단계와 서울 집값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출한도를 조이는 규제가 1년 전 전면 시행됐는데도 서울 아파트값은 식지 않았다. 본지가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과 금융위원회의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방안, 그리고 싱가포르·캐나다·홍콩 등 3개국의 대출 규제 사례를 교차 분석한 결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지금 '규제와 가격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위험한 국면에 들어서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6월 넷째 주 0.30% 올라 다섯 주 연속 0.2%를 웃돌았다. 대출을 줄였는데 값은 오른다. 이 어긋남은 단순한 통계의 착시가 아니라, 규제가 시장의 어느 층을 걸러내고 어느 층을 남기는가라는 구조의 문제로 읽어야 한다.
먼저 규제의 강도를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DSR은 실제 대출금리에 미래 금리 상승 위험을 얹은 '가상의 금리'로 상환능력을 심사해 한도를 깎는 제도다.
금리가 낮을 때 최대한 빌려 집을 산 뒤 금리가 오르면 상환에 짓눌리는 이른바 '영끌'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 도입 취지였다. 2024년 2월 1단계(스트레스 금리 0.38%)로 출발해 2단계를 거쳐 2025년 7월 3단계로 넘어왔고,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금리는 1.5%포인트로 올라 전 금융권 가계대출에 100% 적용됐다.
단계를 나눠 강도를 서서히 높인 것은 시장에 주는 충격을 분산하려는 연착륙 설계였다.
금융위 자료를 보면 지방 주택담보대출에는 2단계 수준(0.75%포인트)을 한시 적용하는 완충 장치를 뒀지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는 곧바로 1.5%포인트가 물렸다.
규제의 무게를 수도권에 집중한 셈이다.
그 결과 연소득 1억 원 차주 기준 대출한도는 규제 이전 6억 원대 중반에서 5억 원대 중반으로, 1억 원 넘게 줄었다는 계산이 은행권에서 나온다.
여기에 2025년 6·27 대출 규제가 겹쳤다.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6억 원으로 묶은 이 조치는 스트레스 DSR과 함께 '실탄'을 이중으로 조였다.
상환능력에 따라 한도를 깎는 스트레스 DSR 위에, 소득과 무관하게 절대 상한선을 씌운 6억 원 규제가 포개진 것이다.
산술적으로 보면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의 대출 여력은 1년 새 크게 쪼그라들었다.
연소득 8000만 원 직장인이 규제 이전 6억 원 중반까지 빌릴 수 있었다면, 3단계와 수도권 가산금리 적용 뒤에는 4억 원 후반대로 내려앉았다는 시뮬레이션도 있다.
실수요자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2억 원 가까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상식대로라면 값이 눌려야 한다.
그런데 시장은 반대로 갔다.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본지 분석의 첫 번째 명제는 이렇다.
지금의 상승은 '전체가 오르는 장'이 아니라 '살 수 있는 사람만 남은 장'이다.
대출 규제는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를 걸러낸다.
반대로 현금 동원력이 큰 자산가,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는 6억 원 한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이미 보유한 집을 판 자금과 여유 현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사람에게 대출한도는 결정적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가 60억 원을 넘겨 이른바 '국민 평형 60억 시대'를 연 거래가 상징적이다. 60억 원짜리 매매에서 6억 원 대출한도는 변수가 아니다.
매매가의 10분의 1에 불과한 한도로는 애초에 이 시장에 접근할 수 없고, 접근하는 사람은 한도에 아쉬울 게 없다.
규제가 촘촘할수록 시장은 대출 의존도가 낮은 초고가·상급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 좁아진 무대에서 신고가가 이어진다.
두 번째 명제는 지역별로 뜯어보면 더 선명하다.
본지가 6월 넷째 주 자치구별 변동률을 재구성한 결과, 상승을 주도한 곳은 뜻밖에도 강북이었다.
도봉구가 0.46%로 서울에서 가장 크게 올랐고 성북·구로구가 각 0.41%, 동대문구 0.38%, 중구 0.37%, 은평구 0.36%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강북 14개구는 0.33%, 강남 11개구는 0.28% 상승해 강북의 오름폭이 오히려 강남을 앞질렀다.
통상 서울 집값은 강남권이 먼저 오르고 강북이 뒤따르는 순서로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그 순서가 뒤집힌 셈이다.
강남권 초고가가 상한선을 뚫는 사이, 6억 원 안팎에서 대출로 승부를 봐야 하는 중저가 실수요는 한도가 통하는 노원·도봉·강북 등 이른바 '노도강'과 성북·은평으로 밀려 내려갔다.
자기 예산 안에서 살 수 있는 집을 찾아 수요가 아래로 흐른 것이다.
규제가 수요의 물길을 바꾼 셈이다.

세 번째 명제.
대출 규제 하나로 집값을 잡으려는 접근은 이번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스트레스 DSR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린다'는 상환능력 심사의 정공법이자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데는 유효한 장치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로 불어난 한국의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상환능력 심사 자체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규제 이후 거래량은 눌렸고, 무리한 '영끌' 차주의 진입은 걸러졌다.
그러나 공급 부족 신호와 전세 불안,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면서 가격의 기대심리 자체를 꺾지는 못했다.
빌릴 수 있는 돈은 줄었지만, 앞으로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은 오히려 단단해진 것이다.
수요를 억누른 자리에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조바심이 채워지는 역설이다.
스트레스 DSR,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디쯤인가
한국의 위치를 가늠하려면 같은 축으로 해외를 봐야 한다.
상환능력 규제를 먼저 제도화한 세 나라의 경험은 한국에 거울이 된다.
세 나라 모두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 팽창이라는 비슷한 고민 끝에 대출의 문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출발선이 닮아 있다.
싱가포르는 총부채상환비율(TDSR)을 소득의 60%로 묶었다가 2021년 12월 55%로 더 조였다.
다만 싱가포르가 집값을 실제로 눌러온 핵심은 대출 규제 단독이 아니라 외국인·다주택자에게 매입가의 상당분을 물리는 추가 인지세(ABSD)를 병행한 '수요세 폭탄'이었다.
사려는 사람의 지갑에서 직접 세금을 걷어 투기 수요의 유인을 꺾는 방식이다.
한국이 대출 한 축에 무게를 실은 것과 대조적이다.
캐나다는 2018년 은행 감독지침 'B-20'으로 모기지 스트레스 테스트를 도입해, 계약금리에 2%포인트를 얹거나 정책 하한선 가운데 높은 금리로 상환능력을 심사한다.
스트레스 DSR과 사실상 같은 발상이다.
시행 초기 거래가 위축되며 시장이 식는 듯했지만, 저금리와 이민 유입이 겹치자 대도시 집값은 이내 다시 올랐다.
규제로 수요를 눌러도 밑바닥의 실거주 수요가 계속 유입되면 가격은 되살아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규제가 '속도'는 늦춰도 '방향'을 되돌리진 못한다는 교훈이다.
홍콩은 오래전부터 부채상환비율(DSR)로 한도를 직접 통제하고 담보인정비율(LTV)을 자산 규모에 따라 차등해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대출 규제를 운용해 왔지만, 만성적 공급 부족과 저금리 속에 세계 최고 수준의 집값을 오래 유지했다.
규제의 강도만으로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홍콩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증명해 온 셈이다.
본지가 세 사례에서 끌어낸 결론은 분명하다.
대출 규제는 어느 나라에서도 가격의 '충격 완화 장치'였을 뿐 '방향 전환 장치'는 아니었다.
싱가포르는 세제를 함께 썼고, 캐나다·홍콩은 규제에도 공급과 금리라는 더 큰 힘에 값이 되밀렸다.
결국 대출을 조이는 손과 별개로, 집을 더 짓거나 수요 자체에 세금을 물리는 손이 함께 움직여야 가격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스트레스 DSR 3단계 역시 이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규제 강도만 보면 한국은 이미 캐나다·싱가포르에 준하는 상위권에 올라섰지만, 서울 특정 지역의 가격은 규제와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반론과 한계도 짚어야 한다.
다섯 주 연속 0.2%대라는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강북 상당수 지역에서 실질적으로는 제자리걸음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다.
노원·강북·도봉의 명목 상승은 '플러스'이되 체감 자산 증가로 이어지진 못한다는 것이다.
명목 숫자는 올랐어도 화폐 가치 하락을 빼고 나면 실제로 손에 남는 것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또 지금의 상승세가 규제의 무력함을 증명한다기보다, 규제가 없었다면 훨씬 가팔랐을 상승을 눌러 '완만하게' 만든 결과라는 해석도 성립한다.
규제의 성패는 '올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덜 올랐느냐'로 봐야 한다는 반론이다.
실제로 규제 이전의 급등장과 견주면 지금의 상승 속도는 확연히 완만해진 측면이 있다.
본지도 이 지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정책 목표가 '안정'이었다면, 상급지 신고가와 강북 실수요의 동반 상승이라는 지금의 그림은 목표 달성으로 보기 어렵다.
가장 아픈 대목은 취약 차주다.
스트레스 DSR은 소득 대비 상환능력을 심사하기에, 같은 규제라도 소득이 낮고 담보가 작은 사람일수록 한도가 더 크게 깎인다.
소득이 높은 사람은 줄어든 한도만큼을 다른 자산으로 메울 수 있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은 줄어든 한도가 곧 내 집 마련의 좌절로 직결된다.
현금 부자에게는 무해하고 청년·서민 실수요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동하는 비대칭이 여기서 생긴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살 수 있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선이 굵어지고, 그 선은 대체로 자산의 선과 겹친다.
무주택 청년이 대출로 첫 집을 마련하려는 순간, 규제는 가장 먼저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대출을 조여 시장을 식히려던 정책이 자산 격차를 되레 또렷하게 만드는 역설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정책 함의는 세 갈래다.
첫째,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게 유지하되, 집값 안정을 이 한 장치에만 기대는 접근은 국제 사례가 일관되게 보여주듯 성공하기 어렵다.
규제는 시장의 과열 속도를 늦추는 브레이크일 뿐, 방향을 트는 핸들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싱가포르처럼 수요 측 세제와 공급 확대를 병행하지 않으면 규제는 상급지 신고가를 막지 못한 채 중저가 실수요만 옥죄는 부작용을 낳는다.
대출의 문을 좁히는 만큼, 집을 더 공급하고 투기 수요에 비용을 물리는 다른 문을 함께 열어야 한다.
셋째, 상환능력 심사가 청년·서민에게 지나친 문턱이 되지 않도록 생애최초·실수요층에 대한 정교한 예외 설계가 필요하다.
규제의 칼끝이 정작 보호해야 할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스트레스 DSR 3단계 이후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1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2026년 6월 4주, 서울 0.30%·도봉 0.46%·강남 11개구 0.28% 등), 금융위원회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방안'(2025년 7월 1일 시행, 스트레스 금리 1.5%포인트 전면 적용, 지방 주담대 0.75%포인트 한시 적용), 2025년 6·27 대출 규제(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6억 원 한도)를 1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국제 비교는 싱가포르 TDSR(60%→55%, 2021년 12월)과 ABSD, 캐나다 은행감독지침 B-20 모기지 스트레스 테스트, 홍콩 DSR·LTV 규제의 공개 자료를 대조했다.
서울 국평 60억 원 거래(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2026년 서울 집값 전망(주택산업연구원 4.2% 등)은 발표 시점을 명시했다.
대출한도 축소 폭 등 일부 수치는 소득·금리 가정에 따른 은행권 시뮬레이션 추정치로, 개별 차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Faxtr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