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수도권 데이터센터 가수요·중복신청이 전력수요 전망을 어디까지 부풀렸는지, 본지가 한국전력공사·산업통상자원부·국회 제출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신청은 넘치지만 실제로 지어지는 건 극소수'라는 구조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2026년 3월 누적 기준 수도권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를 신청한 데이터센터 규모는 522건, 3만3,592메가와트(약 33.6기가와트)에 이르지만, 최종적으로 공급가능 판정을 받은 사업은 10건, 1,010메가와트에 그쳤다.
건수로는 1.9%, 용량으로는 3% 안팎이다.
본지 분석의 결론부터 말하면, 수도권에 쌓인 33.6기가와트라는 숫자는 대부분 '수요'가 아니라 '신청서'에 가깝다.
이 괴리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앞으로 지어야 할 발전소와 송·변전망의 규모, 나아가 국민이 부담할 전기요금의 방향까지 달라진다.
그래서 숫자를 걷어내는 작업이 먼저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가수요·중복신청, 숫자로 보면
먼저 신청과 승인의 간극이다.
한국전력에 접수된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는 해마다 불어났지만 통과 문턱은 거의 열리지 않았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접수된 수도권 평가 신청만 195건, 약 20기가와트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공급가능 판정을 받은 것은 4건, 승인율은 2%대에 불과했다.
검토 자체도 더디다.
신청에서 답변까지 6개월 이상 걸린 사례가 전체의 37%였고, 2년을 넘긴 건도 있었다.
신청은 폭주하는데 계통은 포화 상태라 '줄을 서도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해외와 견주면 이 적체의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송전망 접속 대기열이 긴 것으로 악명 높은 미국조차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에 평균 3년, 세계 최대 집적지인 버지니아주라도 길게는 7년이면 가닥이 잡힌다.
유럽 주요 거점은 7~10년으로 더 길지만, 그래도 '대기열의 끝'은 존재한다.
반면 한국 수도권은 평가 자체는 상대적으로 빨리 끝나면서도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1~2%에 머문다.
대기 시간이 짧은 게 아니라, 애초에 통과 가능성이 희박한 신청이 대거 섞여 있다는 뜻이다.
그 섞임의 실체를 수치로 드러낸 것이 한국전력의 자체 특별감사다.
한전이 2020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예정통지 1,001건을 전수 점검한 결과, 실수요 목적이 아닌 신청이 678건, 전체의 67.7%로 집계됐다.
한 명의 신청인이 28곳 주소에 사용 신청을 넣거나, 한 부지에 사업자 6명이 동시에 신청서를 올린 사례까지 확인됐다.
전형적인 중복신청·선점 행태다.
한전은 이렇게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반영돼 있던 허수 수요가 약 26기가와트 이상이며, 이를 설비로 환산하면 원자력발전소 18기 이상에 더해 전력 인프라까지 포함해 약 117조원 규모의 과잉투자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수요가 아니라 숫자였던 것들을 걷어낸 결과다.

신청 33.6GW는 왜 '허수'가 되나
가수요가 생기는 메커니즘은 의외로 단순하다.
전력 공급 가능 판정은 그 자체로 부지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전기를 끌어올 수 있다는 확인서가 붙은 땅은 그렇지 않은 땅과 값이 다르다.
그래서 실제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의사가 없는 일부 개발업자가 먼저 전기사용 신청을 걸어 공급 용량을 선점한 뒤, 부지를 되팔아 차익을 노리는 일이 반복됐다.
한전이 적발한 상당수 허수 신청이 부동산 개발이익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같은 자리에 여러 사업자가 중복으로 올려두고 먼저 승인이 떨어지는 쪽을 취하는 '보험성 신청'도 용량을 부풀리는 요인이다.
문제는 이 허수가 단순히 한전의 민원 업무만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청 계약전력은 장기 전력설비계획의 입력값으로 흘러들어간다.
수요가 많다고 집계되면 그만큼 발전소와 송전망을 더 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고, 그 비용은 결국 요금으로 전가된다.
가수요를 거르지 못한 전망은 '지어야 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기실현적 숫자가 된다.
본지가 이 사안을 전력수요 전망의 신뢰성 문제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이를 보면 거품은 최근 2년 사이 더 커졌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2036년 데이터센터 수요를 1.4기가와트로 잡았던 것과 달리, 2025년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은 데이터센터 수요를 처음으로 별도 항목으로 떼어내 2038년 6.2기가와트로 대폭 상향했다.
이 가운데 과거 흐름에 기반한 추세수요가 1.8기가와트, 인공지능 확산을 반영한 추가수요가 4.4기가와트다.
신청 자체도 폭증했다. 2026년 1~8월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기사용 신청은 88건, 약 3,112메가와트로 역대 최대치였는데, 이는 2025년 한 해 신청치(1,211메가와트)의 약 2.6배에 해당한다.
신청은 사상 최대, 승인은 1%대.
이 두 숫자의 거리가 곧 가수요의 두께다.
흥미로운 건 집중의 양상이 '이원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1~8월 신청 88건 가운데 건수로는 79.5%가 수도권에 몰렸지만, 용량으로 따지면 수도권은 33.1%(약 1,029메가와트)에 그치고 비수도권이 66.9%(약 2,084메가와트)를 차지했다.
수도권에는 중소형 신청이 빼곡히 쌓이는 반면, 대용량 사업은 이미 전력이 여유로운 지방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순수요로 걷어내면 전력수요 전망은 얼마나 줄까
여기서 본지의 분석 명제를 정리한다.
첫째, 수도권 신청 33.6기가와트는 전력 '수요'가 아니라 '선점 신청의 총합'으로 봐야 한다.
승인률 1.9%, 용량 기준 3%, 그리고 한전 감사가 확인한 허수 비율 67.7%를 함께 놓고 보면, 명목 신청치를 그대로 수요로 환산하는 것은 과대계상에 가깝다.
본지가 공개 지표를 교차 적용해 추정하면, 수도권 신청 용량에서 실제 '순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몫은 한 자릿수 기가와트 수준, 넉넉히 잡아도 명목치의 10% 안팎으로 수렴한다고 본다.
이는 추정 범위이며, 평가 통과분과 착공·준공 전환율이 추가로 확인되면 조정될 수 있는 값이다.
둘째, 전력수요 전망의 위험은 '과소'가 아니라 '과대' 쪽에 더 크다.
통상 전력계획은 공급 부족을 피하려 수요를 넉넉히 잡는데, 가수요가 입력값에 섞이면 이 보수성이 중복으로 작동해 과잉투자를 부른다.
한전이 걸러낸 26기가와트·117조원의 함의가 바로 그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수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건너뛰어선 안 된다.
인공지능 연산 수요 자체는 실재하며, 문제는 총량이 아니라 '수도권 특정 지역 쏠림'이다.
순수요를 제대로 추려야 어디에, 얼마나, 언제 투자할지가 비로소 보인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분산, 누구에게 무엇이 맞나
같은 숫자라도 어느 자리에 서 있느냐에 따라 해석과 처방이 갈린다.
전력계획 당국에게 33.6기가와트는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될 입력값이고, 가수요를 거른 순수요 기준으로 설비계획을 다시 쓰는 일이 급선무다.
계통을 직접 운영하는 한전은 신청 단계에서 토지·건축물 소유자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실수요가 아닌 신청을 반려하는 쪽으로 제도를 조였다.
선점만 해둔 기존 계약의 해지도 추진한다.
중복·가수요를 막는 '입구 관리'가 핵심이다.
실수요 사업자, 특히 대규모 연산을 돌려야 하는 글로벌 사업자에게는 승인률 1.9%라는 예측 불가능성이 가장 큰 리스크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 자체보다 '통과 가능성에 대한 신뢰'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입장은 또 다르다.
신청 용량의 66.9%가 이미 비수도권으로 향한 만큼, 전력이 여유로운 지역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상의 특례—인허가 일괄 처리, 전력계통영향평가 특례, 재생에너지 직접 공급, 특구 지정—를 활용할 기회가 열려 있다.
반대로 부동산 차익을 노린 가수요 신청자에게는 이번 제도 강화가 분명한 제동이다.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가정과 산업계는, 허수에 기반한 과잉투자가 요금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전망의 정확성을 요구할 이유가 가장 크다.

함의는 비교적 또렷하다.
수요 숫자를 둘러싼 논쟁의 출발점은 '얼마나 필요한가'가 아니라 '지금 집계가 진짜인가'여야 한다.
가수요 필터링을 상시화하고, 신청·평가·착공·준공으로 이어지는 전환율을 단계별로 공개해 순수요 지표를 따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계통 포화가 구조적인 이상, 대용량은 전력·용지가 여유로운 지방과 재생에너지 연계로 유도하되, 지방 분산이 또 다른 선점 신청의 무대가 되지 않도록 입지 신호와 입구 관리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물론 한계도 있다.
허수 비율 67.7%는 2020~2023년 표본에 기반한 값이어서 최근 신청 구성에 그대로 대입하기 어렵고, 승인률 1.9% 역시 특정 시점 누적치다.
순수요 추정폭이 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청 총량을 수요로 등치해선 안 된다'는 방향성만큼은 공개 자료들이 일관되게 가리키고 있다.
숫자를 부풀린 채 세운 계획은, 결국 부풀린 만큼의 청구서로 돌아온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1월 4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 522건·3만3,592메가와트와 승인 10건·1,010메가와트(건수 1.9%), 2024년 8월~2025년 6월 신청 195건 중 4건 통과, 검토 6개월 이상 37% 등은 한국전력·산업통상자원부 제출자료 및 국회 공개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전기사용예정통지 1,001건 중 허수 67.7%(678건), 허수 수요 약 26기가와트·과잉투자 약 117조원·원전 18기 상당은 한국전력 데이터센터 전기공급실태 특별감사 결과를 근거로 했다. 2038년 데이터센터 수요 6.2기가와트(추세 1.8+추가 4.4)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26년 1~8월 신청 88건·3,112메가와트와 수도권·비수도권 이원화 수치는 관련 보도와 당국 집계를, 미국 3년·버지니아 7년·유럽 7~10년 비교는 해외 승인 현황 보도를 참고했다.
순수요 추정치는 공개 지표를 적용한 본지 추정으로 범위값이며, 전환율 확정 시 조정될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