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데이터센터 자가발전·온사이트(behind-the-meter·BTM)가 전력망 접속 5년 대기를 우회하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느냐를 두고 전력·원자력·가스 업계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본지가 2026년 국정감사 발언록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 국내외 발전·계통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현행 규제 아래에서 온사이트 발전이 1GW급 'AI 팩토리' 한 곳의 계통 신규 수요에서 실제로 덜어낼 수 있는 몫은 많아야 절반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접속만 기다리면 3년에서 5년이 걸리는 상황을 피하려 발전기를 부지 안으로 끌어들였지만, 정작 그 발전기의 크기가 법으로 묶여 있다는 것이 역설의 핵심이다.

논쟁의 불씨는 10월 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살아났다.

한 여당 의원은 "분산에너지 특별법상 500MW급 소형모듈원전(SMR) 전력구매계약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40MW 수준으로 제한돼 있고, 액화천연가스(LNG) 역시 열병합 500MW 규제에 묶여 있다"며 첨단산업용 온사이트 실증의 현실화를 요구했다.

주무 부처 수장은 SMR·LNG 기반 온사이트 발전 실증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부처 간 긴밀히 논의해 최적의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공감은 했으나, 상한은 그대로 남아 있다.

데이터센터 자가발전·온사이트(behind-the-meter)란 — 접속 5년 대기의 우회로

온사이트 발전은 전력망 계량기 안쪽(behind-the-meter)에서 전기를 만들어 미터를 거치지 않고 부하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가스터빈·왕복엔진·연료전지·열병합(CHP), 또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부지에 두고 계통 접속이 완성되기 전까지 부하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자체 조달한다.

발전소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를 지어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으로 끌어오는 '온사이트 조달'도 넓게는 같은 범주에 묶인다.

공통된 동기는 단순하다.

공용 전력망 접속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해외 수치는 이 흐름의 속도를 보여준다.

글로벌 리서치·금융기관 집계를 종합하면 미국에서 2026년까지 발표된 데이터센터용 계량기 뒤 가스발전 용량은 약 100GW 안팎에 이르고, 이 가운데 설비 발주가 공개된 물량이 50GW를 넘어서며 건설에 들어간 규모도 수GW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텍사스(ERCOT) 계통에는 30GW대 물량이 몰렸는데, 값싼 셰일가스와 북미에서 가장 체증이 심한 접속 대기열, 그리고 온사이트 발전을 사실상 장려해 온 규제 환경이 맞물린 결과다.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6월 대형 전력수요의 계통 접속 규칙을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명령을 지역 계통운영기관들에 내리며 제도 정비에 나섰다.

'망을 기다릴 수 없다'는 압력이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국내 사정은 다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2024년 6월 시행된 뒤 시행령이 올해 6월 개정돼, 10MW 이상 전기를 쓰려는 대규모 수요시설은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자가발전 설비 확보 여부가 평가의 핵심 변수가 됐다.

여기에 지난 5월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의 LNG 직접거래 조항이 삭제됐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형 수요시설의 계통 접속 규칙을 담은 그리드코드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접속은 평가로, 직거래는 삭제로, 자가발전은 상한으로 둘러싸인 구조다.

우회로를 열어준 듯 보이지만, 그 우회로의 폭이 좁다.

본지가 사업자별 전략을 매핑한 결과, 선택은 네 갈래로 갈린다.

첫째, LNG 열병합을 부지에 두는 '가스 온사이트'다.

상업화 속도가 가장 빠르지만 열병합 500MW 상한에 걸린다.

둘째, 발전소 인근 입지를 노리는 'LNG 냉열 결합형'이다.

가스공사 계열은 2025년 4월 항만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데이터센터를 항만지원시설에 포함시키며 냉열을 냉각에 재활용하는 모델을 상업화했는데, 입지가 항만 인근으로 제약된다는 한계가 있다.

셋째, 원자력 계열이 추진하는 'SMR 온사이트'다. 2030년대 실증을 바라보지만 당장은 40MW 수준의 용량 제한이 발목을 잡는다.

넷째, 재생에너지와 ESS를 묶는 'BTM 마이크로그리드'다.

탄소 측면은 유리하나 기저부하를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

같은 '자가발전'이라는 말 아래, 사업자마다 전제와 한계가 전혀 다른 전략이 돌아가고 있다.

LNG 열병합 500MW·SMR 40MW 상한, 계통 수요를 얼마나 덜어내나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자.

이 온사이트들이 계통의 신규 수요를 실제로 얼마나 덜어내는가.

본지의 결론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업계가 목표로 내건 1GW급 AI 팩토리를 한 사이트에 짓는다고 가정하면, LNG 열병합 온사이트로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상한은 규제상 한 설비당 500MW 수준이다.

나머지 500MW 안팎은 결국 계통에 손을 벌려야 한다.

자가발전이 접속 대기의 절반을 덜어줄 수는 있어도, 계통 증설 압력 자체를 지워주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SMR은 더 극명하다.

법 문언만 보면 500MW급 원자력 PPA가 가능한 듯하지만, 실제 운용 기준은 40MW 안팎으로 묶여 있다는 것이 국감에서 지적된 쟁점이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 상한을 그대로 둘 경우 SMR 온사이트가 1GW 사이트의 신규 수요에서 덜어내는 몫은 사실상 한 자릿수 퍼센트, 반올림하면 '거의 0'에 가깝다.

상용 SMR의 국내 실증이 2030년대에나 가시화된다는 점을 겹쳐 보면, SMR은 지금 당장의 접속 대기를 푸는 카드가 아니라 2030년대 중반 이후를 보는 장기 포석에 가깝다.

두 숫자 500과 40은, 같은 '온사이트'라는 간판 아래 시간 지평이 전혀 다른 두 전략이 섞여 있음을 드러낸다.

본지의 두 번째 명제는 규제의 '단위'가 수요의 '단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AI 연산은 순간적으로 전력 사용이 폭증하는 특성이 있어, 1GW 설비에서 수용 용량이 1%만 줄어도 10MW가 날아간다는 업계 계산이 통용된다.

분산형 전원을 '일정 규모 이하'로 묶어온 틀은 원래 소규모 분산을 장려하려는 설계였지만, GW 단위 단일 수요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비수도권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한해 설비용량 기준을 떼고 대용량 직접 PPA를 허용하자는 개정 논의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세 번째 명제는 제도의 방향이 두 갈래로 엇갈린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2027년 3월 시행 예정인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이 비수도권 데이터센터를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며 문턱을 낮춘다.

다른 한��에서는 그리드코드와 직거래 삭제가 문턱을 높인다.

완화와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적용 대상과 시기가 불투명해 투자 결정을 미루게 된다.

실제로 울산·동해 등에서 추진되던 기가와트급 프로젝트들이 일정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도의 불확실성 자체가 또 하나의 '접속 대기'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미국·일본·아일랜드와 비교하면 — 온사이트는 '만능 우회로'가 아니다

국제 비교는 온사이트 전략의 효능과 한계를 동시에 비춘다.

미국은 셰일가스라는 값싼 연료와 느슨한 자가발전 규제, 체증이 극심한 접속 대기열이 겹쳐 계량기 뒤 가스발전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다만 현지에서도 '온사이트가 계통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자가발전이 결국 같은 가스망·배출 규제·지역 수용성의 벽에 부딪히고, 장기적으로는 계통 연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속도는 샀지만 근본 문제를 치운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아일랜드는 반대 방향의 교훈을 준다.

더블린 일대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며 계통 부담이 커지자, 계통운영기관이 신규 접속을 사실상 제한하고 자가발전·저장설비 확보를 조건으로 내거는 쪽으로 돌아섰다.

수요가 한 지역에 쏠리면 자가발전 의무화가 '선택'이 아니라 '입장료'가 된다는 사례다.

일본은 또 다른 길이다.

전력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에서 정부가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재생에너지와 계통 보강을 병행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온사이트 가스에 전면적으로 기대기보다 입지 분산과 망 투자를 섞는 접근이다.

세 나라를 겹쳐 보면, 온사이트는 어디서나 통하는 만능 우회로가 아니라 연료·규제·입지라는 지역 조건의 함수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한국의 좌표는 어디쯤인가.

값싼 자체 가스가 없어 LNG는 수입에 의존하고, 열병합 500MW 상한과 직거래 삭제로 가스 온사이트의 폭이 제한된다.

SMR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제도를 수요의 단위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본지의 권고는 세 가지다.

첫째, 온사이트 상한을 '설비 하나'가 아니라 '사이트 총량'과 계통 기여도 기준으로 재정의해, 같은 500MW라도 계통 안정에 기여하는 설비는 상한을 풀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둘째, SMR 40MW 제한은 안전성 실증과 연동한 단계적 상향 로드맵으로 바꿔 장기 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줘야 한다.

셋째, 완화(특별법 면제)와 강화(그리드코드)가 충돌하지 않도록 적용 대상·시점을 한 번에 공표해 시장의 '규제 대기'를 끝내야 한다.

취약한 쪽은 결국 중소·후발 사업자다.

대형 하이퍼스케일은 자체 가스발전과 장기 PPA, 비수도권 입지를 조합해 상한을 우회할 체력이 있지만, 자금력이 얕은 후발 주자는 접속 대기와 평가, 상한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렵다.

규제가 '큰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우회로'로 굳어질 위험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자가발전은 분명 접속 대기를 덜어주는 유효한 카드지만, 지금의 상한 구조로는 '절반의 해법'에 머문다.

숫자 500과 40을 어떻게 다시 쓰느냐가, 향후 몇 년 한국 데이터센터 전력 지도의 밑그림을 결정할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10-21 기준으로 작성됐다. 2026년 국정감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발언(SMR·LNG 온사이트 실증 검토, SMR 실제 용량 40MW·LNG 열병합 500MW 상한 지적),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및 시행령(2024년 6월 시행, 2026년 6월 시행령 개정, 10MW 이상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 데이터센터 LNG 직접거래 조항 삭제와 그리드코드 연내 도입 방침, 2025년 4월 항만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LNG 냉열 데이터센터 상업화, 미국의 계량기 뒤 가스발전 100GW 안팎 발표·텍사스 집중·FERC의 접속규칙 재검토 명령 등을 1차·2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1GW 사이트에서 온사이트가 덜어내는 몫(LNG 약 절반, SMR 거의 0)은 공개 상한치를 근거로 한 본지 추정이며 사업자별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치가 오래됐거나 불확실한 대목은 '추정'·'안팎'으로 명시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