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해외진출기업 국내복귀(리쇼어링) 지원고시 요건 완화와 뿌리산업 외국인 활용지침 행정예고가 같은 달에 맞물리면서, 제조업 유턴 전략의 셈법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본지가 산업통상부의 유턴기업 지원 재정립 방안과 뿌리산업 외국인 활용 운영지침 개정고시안, 여기에 KOTRA의 연도별 유턴기업 선정 통계와 미국·일본·독일의 리쇼어링 지표를 한 축에 놓고 교차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국내복귀 정책은 '인정 문턱을 낮추는 가속 페달'과 '현장 인력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라는 제동장치'를 동시에 밟는 국면에 들어섰다.

완화된 요건은 첨단·공급망 업종에 유리하게 짜였고, 정작 복귀 뒤 사람을 구하지 못해 멈춰 선 뿌리산업에는 외국인력이라는 또 다른 열쇠가 쥐어졌다.

먼저 숫자부터 보자.

유턴기업 제도는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출발했다.

KOTRA 집계를 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146개사가 국내로 돌아왔고, 2024년까지 선정 기업은 157개사로 늘었다.

그러나 연도별 흐름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모양새다. 2021년 25개사로 최다를 기록한 뒤 2022년 23개사, 2023년 22개사, 2024년 20개사로 완만히 줄더니, 2025년에는 14개사로 뚝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화장품 제조사 한 곳이 사실상 유일한 선정 사례로 거론된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이행률이다.

본지가 확인한 바로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선정된 200여 개사 가운데 실제 국내에서 가동 중인 곳은 70여 개사, 투자 이행률은 35% 안팎에 그친다.

선정은 받았지만 기한을 넘기거나 계획을 접은 기업이 40곳을 웃돈다.

바깥 사정과 견주면 격차가 더 선명해진다.

미국은 리쇼어링 전문기관 집계 기준으로 2024년 한 해 리쇼어링과 외국인직접투자를 합쳐 24만여 개의 제조 일자리 복귀를 공표했고, 2025년에도 17만 개 안팎의 신규 일자리가 예고된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이 국내 복귀 사유로 관세를 든 사례는 2024년 대비 2025년에 네 배 넘게 늘었다.

반면 한국은 10여 년 누적 선정 기업이 세 자릿수 초반에 머문다.

숫자의 단위부터 다르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유턴기업 인정요건,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정부가 2026년 5월 말 내놓은 국내복귀 재정립·촉진 방안의 핵심은 '동일성 요건'의 해체에 가깝다.

과거에는 해외에서 하던 것과 같은 소재·부품을, 같은 생산공정으로 만들어야 유턴으로 인정했다.

이 벽 때문에 해외 거점을 완전히 접지 않으면 복귀로 보지 않는 '전부 아니면 전무' 식 판정이 많았다.

변경 전에는 해외사업장 축소·철수가 사실상 전제였다면, 변경 후에는 기능·용도, 핵심기술, 공급망 구조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같은 사업인지 판단한다.

특히 첨단산업과 공급망 분야에서 제조공법 개발·시제품 생산·품질관리를 맡는 이른바 마더팩토리를 국내에 세우면, 해외 공장을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늘려도 유턴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글로벌 분업 구조를 유지한 채 핵심 기능만 들여오는 '부분 복귀'에 문을 열어준 셈이다.

보조금 설계도 손봤다.

기존에는 지방자치단체를 거치는 매칭 방식이 많아 속도와 규모가 들쭉날쭉했다.

앞으로는 중앙정부가 직접 지급하되 비수도권 투자, 청년 중심 고용 창출, 첨단전략기술·마더팩토리 해당 여부를 반영해 차등 지원한다.

전략 분야이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에는 정부와 기업이 지원 규모를 테이블에서 조율하는 '협상 트랙'을 새로 뒀다.

비수도권에 들어오면 투자금의 상당 부분, 최대 절반 수준까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선에 올랐다.

선정과 보조금 심의가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문제를 풀기 위해 국내복귀실무위원회를 신설해 창구를 일원화한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번 개편은 '누가 와도 보조금을 조금씩'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유리한 곳에 집중'하는 선별 지원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리쇼어링, 미국·일본·독일과 비교하면 한국은 어디쯤인가

같은 리쇼어링이라도 나라마다 동력이 다르다.

미국은 관세와 보조금이라는 두 개의 지렛대를 한꺼번에 쓴다. 2018년 도입된 대중국 고율 관세가 2025년에도 대체로 유지되면서 역외 생산의 비용을 끌어올렸고, 반도체·청정에너지 분야의 세액공제와 보조금이 복귀를 당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밖에 있으면 비싸지고 안에 들어오면 깎아준다'는 신호가 분명하다.

본지가 미국 사례에서 주목한 지점은 복귀의 규모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성이 일관되게 읽힌다는 점이다.

일본은 결이 다르다.

엔저가 장기화하면서 수입 원가가 뛰자 해외에서 만들던 것을 국내로 되돌리는 움직임이 제조업 전반에서 나타났다.

미국 통계에서 신규 외국인직접투자의 최대 출처국으로 일본이 꼽힐 만큼 자본의 바깥 이동도 여전하지만, 동시에 자국 내로 생산을 끌어들이는 보조금과 설비투자 지원이 맞물려 복귀의 유인을 만든다.

환율이라는 거시 변수가 사실상 리쇼어링 보조금 역할을 대신하는 구조다.

독일은 오히려 반대 흐름의 경고등이다. 2024년 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산업체 네 곳 중 한 곳, 대기업은 두 곳 중 한 곳이 생산의 해외 이전을 검토한다고 답했고, 2025년 조사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에 투자하겠다는 기업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높은 에너지 비용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독일은 복귀를 당기기보다 유출을 막기 위해 에너지 효율과 전략적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 산업정책을 펴고 있다.

본지가 세 나라를 같은 축에서 비교한 결과, 리쇼어링의 성패는 보조금 액수보다 '역외 생산을 비싸게 만드는 구조적 압력(관세·환율·에너지)'이 얼마나 지속적인가에 달려 있다는 공통점이 드러난다.

한국은 이 구조적 압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신, 요건 완화와 선별 보조금이라는 제도 설계로 공백을 메우려 한다는 것이 본지의 결론이다.

뿌리산업 외국인 활용지침 행정예고란 무엇인가

유턴의 또 다른 축은 '돌아와서 누가 일할 것인가'다.

산업통상부는 2026년 10월 16일 뿌리산업 외국인 활용 지원제도 운영지침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하고 11월 2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핵심은 외국 기능인력 체류자격인 E-7-3으로 금형원을 들여올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금형은 주조·소성가공·용접 등과 함께 뿌리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공정인데, 숙련 인력��� 고령화와 기피로 현장 공백이 컸다.

개정안은 국외 양성대학을 지정하는 근거를 새로 세우고, 교육생의 기량을 검증하는 절차와 취업지원 체계, 산업통상부의 고용추천을 연계하는 틀을 담았다. 2023년 도입된 E-9에서 E-7-3으로의 체류자격 변경 제도도 운영지침에 정식으로 반영해 조항과 서식을 정비했다.

비전문 인력 쪽 문도 넓어졌다. 2026년 고용허가제(E-9) 쿼터는 8만 명으로 책정됐고, 비전문 외국인력 전체 도입 규모는 19만여 명으로 잡혔다.

올해 1회차 접수는 1월 하순부터 2월 초까지 진행됐다.

요컨대 단순 기능은 E-9로 머릿수를 채우고, 금형처럼 숙련이 필요한 공정은 E-7-3으로 기량을 검증해 끌어올리는 이원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본지가 유턴 고시와 외국인력 지침을 겹쳐 읽은 결과, 두 정책은 별개가 아니라 '복귀한 공장을 실제로 돌리기 위한 한 쌍의 장치'로 설계됐다는 점이 또렷하다.

어느 업종이 웃고, 어느 업종이 숙제를 안나

완화된 인정요건의 수혜는 업종별로 갈린다.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같은 첨단·공급망 업종은 마더팩토리 조항 덕분에 해외 양산 거점을 유지한 채 연구·시제품·핵심공정만 국내로 들여와도 유턴으로 인정받아 보조금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사실상 이들을 겨냥한 설계에 가깝다.

반면 주조·금형·열처리·표면처리로 대표되는 뿌리산업은 요건 완화만으로는 복귀 동력이 약하다.

이들은 애초에 임금과 인력난 때문에 밖으로 나갔거나 국내 잔류를 고민해 온 업종이고, 돌아오더라도 현장을 채울 사람이 없으면 가동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외국인 활용지침 개정이 뿌리산업에는 보조금보다 더 실질적인 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다만 한계와 반론도 분명하다.

첫째, 요건 완화가 '해외 공장을 그대로 두고 보조금만 받아가는' 무늬만 유턴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투자 이행률이 35% 안팎에 그친 전례를 감안하면, 선정 숫자보다 가동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실적 관리가 관건이다.

둘째, 외국인력 확대가 내국인 숙련공의 임금과 처우 개선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노동계의 반론이 있다.

금형원 E-7-3 도입이 양성대학·기량검증이라는 품질 장치를 달고 있지만, 현장 정착률과 이탈 관리는 별도의 과제다.

셋째, 미국·일본식의 구조적 압력(관세·환율)이 약한 상태에서 제도 설계만으로 복귀 추세를 되돌릴 수 있느냐는 근본적 물음이 남는다.

그럼에도 방향은 읽힌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정부는 '많이 데려오기'에서 '전략적으로 들여오고 제대로 돌리기'로 정책 목표를 재정의했고, 기업은 이제 복귀 여부를 단순한 보조금 크기가 아니라 '어떤 기능을 국내로 가져와 어떤 인력으로 채울 것인가'라는 조합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

첨단 업종은 마더팩토리와 협상 트랙을, 뿌리산업은 E-7-3과 E-9의 인력 포트폴리오를 각각 지렛대로 삼는 맞춤 전략이 요구된다.

정책 당국에는 선정 이후의 이행 점검과 외국인력의 정착 지원을 한 묶음으로 설계할 것을, 기업에는 행정예고 의견수렴 기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현장의 기준을 반영시킬 것을 권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0월 21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산업통상부의 유턴기업 지원 재정립·촉진 방안(2026년 5월 발표)과 뿌리산업 외국인 활용 지원제도 운영지침 일부개정고시안 행정예고(2026년 10월 16일 공고, 11월 2일 의견수렴 마감), 2026년 외국인력(E-9) 도입·운용 계획, KOTRA의 유턴기업 선정·이행 통계, 그리고 미국 리쇼어링 전문기관의 연례 집계와 독일 상공회의소 조사 등 1차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유턴기업 누적 선정 및 이행률, 2026년 E-9 쿼터(8만 명), 금형원 E-7-3 도입 근거는 복수의 공개 자료로 대조했으며, 미국·독일의 수치는 발표 기관과 연도를 함께 명시했다.

일부 2025~2026년 추계치는 '추정' 또는 '안팎'으로 범위를 표기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