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산업안전보건법 과징금 신설과 시행령 일부개정 입법예고가 올가을 산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본지가 지난 10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날 입법예고된 시행령 일부개정령안(고용노동부 공고·의견제출 기한 11월 10일),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개정의 본질은 '형사처벌의 강화'가 아니라 '행정·경제 제재의 신설'에 있다. 징역형이라는 형사 트랙과 별개로, 반복 사망재해를 낸 기업의 영업이익에 직접 손을 대는 과징금, 현장을 통째로 멈추는 작업중지 명령의 확대, 사업 자체를 끊어내는 등록 말소 요청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제조·건설 사업주가 그동안 '벌금은 비용으로 감당 가능하다'고 계산해 온 리스크 방정식이, 이 세 갈래 제재로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숫자부터 보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589명(553건)으로, 전년 598명(584건)보다 9명 줄었다.
완만한 감소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안심할 수 없다.
건설업이 276명으로 전체의 46.9%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유지했고, 전년 대비 27명 줄어든 반면 제조업은 오히려 175명으로 5명 늘었다. 50인(건설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339명, 50인 이상이 250명이었는데, 소규모는 줄고 중대형은 되레 6명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시행되며 '대표이사 처벌'이라는 강력한 경고가 울렸는데도, 제조·중대형 현장의 사망이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입법자들이 형사처벌 한 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배경이 여기에 있다.
영업이익 5% 과징금 신설,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개정법의 핵심은 과징금 조항이다.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어겨 최근 1년 사이 근로자 3명 이상이 숨지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그 기업 영업이익의 5%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영업이익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하면 30억원 이내에서 부과한다.
구체적인 부과 기준—위반 횟수, 기업 규모, 사망자 수를 어떻게 가중할지—은 대통령령에 위임됐고, 바로 그 세부 설계가 이번 시행령 일부개정 입법예고의 몫이다.
과징금 조항은 법 공포 6개월 뒤 시행된다.
'변경 전'과 '변경 후'를 나눠 보면 전환의 폭이 뚜렷하다.
과거 산안법 제재의 끝은 사실상 벌금과 영업정지였다.
안전조치 위반으로 근로자가 숨져도 법인에 부과되는 벌금은 통상 수천만 원대에 그쳐, 대기업으로선 공사비·매출에 견줘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처리할 여지가 컸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들어오며 경영책임자 개인의 징역 리스크가 커졌지만, 그조차 입증 부담과 양형상의 집행유예 경향 탓에 '확률 낮은 꼬리 위험'으로 치부되곤 했다.
이번 과징금은 이 계산을 정면으로 깬다.
처벌의 유무죄를 다투는 형사 절차와 무관하게, 행정청이 재무제표상의 이익에서 일정 비율을 떼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벌금이 '정액'이라면 과징금은 '정률'이다.
기업이 클수록, 돈을 많이 벌수록 제재액이 비례해 커진다.

제조·건설 사업주별 전략은 어떻게 갈리나
본지가 업종·규모별로 사업주의 대응을 짚어 본 결과, 전략은 크게 네 갈래로 갈린다.
같은 법 하나를 두고 각자의 재무 구조와 사고 이력에 따라 셈법이 전혀 다르게 나온다는 점이 이번 개정의 특징이다.
첫째, 대형 건설 원청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큰 만큼 '영업이익 5%'의 절대 금액이 수백억 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상 사망재해의 물리적 현장은 협력사지만, 작업중지 명령과 평판 리스크는 원청 브랜드로 쏠린다. 이들은 전사 안전관리 조직을 격상하고, 협력사 안전 수준을 입찰 단계에서부터 검증하는 '공급망 안전 실사'로 방향을 틀 공산이 크다. 둘째, 중견 제조업체다. 제조업 사망자가 늘고 있는 데다 설비·공정 개조에 목돈이 들어, 과징금 리스크와 투자 여력 사이에서 가장 첨예하게 저울질하는 집단이다. 노후 설비 교체를 미뤄 온 곳일수록 셈이 복잡해진다.
셋째, 50인 미만 소규모·하도급 사업장이다. 영업이익 자체가 얇아 5% 정률보다 '30억원 이내'라는 정액 상한이 사실상의 천장으로 작동한다. 한 번의 과징금이 곧 폐업으로 직결될 수 있어, 역설적으로 원청이 대신 안전관리비를 대는 '상생' 모델이나 공동 안전점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넷째, 중대재해 반복 사업장과 안전관리전문기관이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2회 이상 처분을 받고도 다시 위반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관계 행정기관에 등록 말소·취소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사업 면허가 곧 생명인 전문기관·시공사에게 등록 말소는 과징금보다 훨씬 치명적인 '사형선고'에 가깝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첫째, 이번 개정으로 안전은 '준법 비용'에서 '재무 변수'로 격상됐다.
영업이익에 연동되는 순간, 안전 투자는 더 이상 공장장의 재량 항목이 아니라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사회가 들여다봐야 할 손익 항목이 된다.
둘째, 제재의 무게중심이 '사후 처벌'에서 '사전 차단'으로 이동했다.
작업중지 명령 확대는 사고가 터지기 전 현장을 멈출 권한을 넓힌 것이고, 이는 가동률을 중시해 온 생산 현장의 의사결정 문법을 바꾼다.
셋째, 리스크의 분포가 기업 규모에 따라 비대칭적으로 재편된다.
대형사는 금액 리스크를, 소규모·전문기관은 존속 리스크를 더 크게 떠안는 구조다.
넷째, 시행령이 과징금 가중·감경 기준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체감 강도가 전혀 달라진다.
입법예고 의견수렴 국면이 사실상 '2차 입법 전쟁'인 이유다.
작업중지 명령 확대·등록 말소가 던지는 숙제
과징금에 가려 덜 주목받지만, 현장의 일상을 더 자주 흔들 조항은 작업중지다.
개정법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서 그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까지로 넓혔다.
근로자 본인뿐 아니라 근로자대표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도 사업주에게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 범위도 커져, 재해자가 의식불명이거나 생사가 불분명한 경우, 중대한 부상이 우려되는 경우���지 포함된다.
작업중지에 따른 불이익 조치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걸렸다.
문제는 '우려'라는 요건의 모호함이다.
경영계는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현장이 불필요하게 자주 멈추고, 생산 차질이 비용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반발한다.
반면 노동계는 '멈출 권리'가 있어야 죽지 않고 일한다고 맞선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으나, 본지는 결국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이 '우려'의 객관적 판단 지표를 얼마나 촘촘히 제시하느냐가 갈등의 수위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등록 말소 역시 '요청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어서, 어떤 위반 이력에 실제 발동되는지가 운영 단계에서 판가름 난다.
법문은 강해졌지만 현장에 닿는 실효성은 하위 법령과 집행 의지에 달린 셈이다.

국제 비교는 한국의 좌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영국은 2016년 양형기준 개정 이후 기업의 안전보건 범죄·법인과실치사 벌금을 사실상 '매출 연동'으로 설계했다.
매출 5천만 파운드가 넘는 대기업이 중대한 과실로 사망사고를 내면 양형 출발점이 수백만 파운드, 범위는 최대 2천만 파운드까지 올라간다.
경영진과 주주에게 실질적 경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 명문화돼 있다.
호주는 2024년 들어 거의 모든 주·준주가 '산업과실치사(industrial manslaughter)'를 범죄로 규정했고, 법인 벌금 상한이 주에 따라 1천만~2천만 호주달러, 개인은 최대 20년 이상 징역에 이른다.
다만 벌금·형량이 주마다 제각각이어서 전국 단일 기준은 없다.
일본은 노동안전위생법 중심의 상대적으로 낮은 벌금과 행정지도를 유지하되 기업 자율 안전관리를 강조해 사고사망률을 낮게 관리해 왔다.
세 나라를 겹쳐 보면, 한국의 '영업이익 5% 과징금'은 영국식 매출·이익 연동 제재와 호주식 중벌주의 사이에 놓인 절충형에 가깝다.
그러나 차이도 분명하다.
영국·호주의 제재가 법원 양형 절차를 거치는 반면, 한국의 과징금은 행정청이 부과하는 구조여서 집행 속도가 빠른 대신 재량 통제와 불복 절차 설계가 관건이 된다.
또한 세 나라 모두 중대재해가 줄기까지는 통계 축적과 집행 사례가 쌓이는 수년의 시차가 있었다.
본지는 한국의 이번 개정도 공포 6개월 뒤 시행과 더불어 '첫 부과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억지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제재의 존재만으로 사고가 즉시 줄지는 않으며, 예측 가능성 있는 집행이 뒤따라야 투자 유인으로 전환된다.
함의는 세 층위다.
기업에는, 안전 투자를 '벌금 회피'가 아니라 '과징금·작업중지·등록 말소'라는 세 리스크의 기대손실을 함께 깔고 재계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노후 설비 교체와 하도급 안전 실사는 더 이상 미룰수록 손해가 커지는 항목이 됐다.
정부에는, 시행령의 과징금 기준이 '규모가 작아 영업이익이 얇은 곳은 봐주고, 반복·고의 위반은 무겁게' 누진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는다.
취약한 소규모 하청에까지 정률의 칼날이 똑같이 떨어지면 상생은커녕 폐업과 음성화를 부를 수 있다.
노동자에게는, 확대된 작업중지권이 실제로 '멈출 수 있는 권리'로 작동하려면 불이익 금지의 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이번 개정의 성패는 법문의 세기가 아니라, 시행령과 현장 집행이 그 세기를 얼마나 정교하게 받아내느냐에 달렸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10-19 기준으로 작성됐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2026년 10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재석 219인 중 찬성 161·반대 52·기권 6)했으며, 같은 시기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의견제출 기한 11월 10일)한 사실을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공고와 고용노동부 공고로 교차 확인했다.
과징금(영업이익 5% 이내, 영업이익 없을 시 30억원 이내), 작업중지 명령·근로자 작업중지권 확대, 등록 말소 요청, 공포 6개월 후 시행 등 핵심 내용은 복수 로펌의 개정법 해설과 국회·부처 발표를 대조했다. 2024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589명 등 통계는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잠정결과에 근거했다.
영국 양형기준상 매출 연동 벌금, 호주 산업과실치사 벌금 상한은 각국 양형위원회·법률 해설 자료를 참고했으며, 일부 국제 수치는 발표 시점에 따라 변동될 수 있어 '기준·추정'으로 명시했다.
시행령 세부 부과기준은 입법예고 단계로, 최종 확정 시 달라질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