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숫자 하나가 시장을 흔든다. ‘서울 아파트값 88주 연속 상승’.
한국부동산원이 10월 2주(12일 기준) 내놓은 주간 아파트값 통계가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또 한 주 늘리자, 2026년 국정감사장에서는 이 숫자 자체를 믿어도 되느냐는 공방이 터져 나왔다.
주간 아파트값 통계 개편 논란의 핵심은 간단하다.
거래가 거의 없는 한 주 동안 어떻게 전국 집값의 등락을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매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본지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발언,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의 공식 입장, 감사원 감사 결과, 그리고 미국·영국·프랑스의 주택가격 통계 운영 방식을 교차 분석했다.
그 결과 지금 쏟아지는 다섯 가지 핵심 주장은 ‘전부 맞다’도 ‘전부 틀렸다’도 아니었다.
어떤 숫자를 믿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주간 아파트값 통계 개편 논란, 무엇이 쟁점인가
논란의 불씨는 공표 주기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는 주간과 월간 두 갈래로 나뉜다.
주간 조사는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 가격 변동률을 산출해 발표하고, 월간 조사는 단독·연립을 포함해 매달 중순 공표된다.
문제는 주간이다.
한 주 사이에 특정 단지에서 실제 매매가 체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도 통계는 매주 숫자를 내놓아야 한다.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은 10월 15일 국정감사에서 “주간에 충분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데도 가격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자의 전문적 역량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인정했다.
통계를 만드는 당사자가 조사자의 주관이 끼어든다는 점을 공개 석상에서 시인한 셈이다.
그렇다고 부동산원이 통계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이 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장기 추세로 보면 실거래가격지수와 비교해도 타당한 범위 안에 있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며 지표의 효용을 강조했다.
국토부는 한발 물러서 있다.
김영국 주택토지실장은 시세 통계 조사 방식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주간 조사는 유지하되 공표만 중단하는 방안, 격주 단위 조사로 전환하는 방안, 아예 대체 지표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놓고 추가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집단은 조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일반 국민과 공인중개사는 지금처럼 계속 공표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선명하게 갈렸다.
왜 하필 지금일까.
배경에는 2025년 4월 감사원이 발표한 통계 조작 의혹 감사 결과가 깔려 있다.
감사원은 이전 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동산원에 압력을 행사해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100회 넘게 관여한 정황을 지적했다.
매주 발표되는 숫자가 정책의 성적표로 쓰이다 보니 숫자를 손보려는 유혹이 구조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집값이 88주째 오르는 지금은 반대 방향의 의심이 제기된다.
거래도 없는데 매주 상승을 기록하는 통계가 오히려 매수 심리를 자극한다는 비판이다.
통계가 시장을 비추는 거울인지, 시장을 밀어 올리는 손인지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표본과 실거래, 숫자는 얼마나 벌어져 있나
통계의 신뢰성을 가르는 두 번째 축은 표본이다.
과거 부동산원 주간 조사는 국가승인통계이면서도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보다 표본이 적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지적은 2021년 7월 대대적인 표본 확대로 상당 부분 사정이 달라졌다.
당시 부동산원은 주간 조사 표본을 기존 9400가구에서 3만2000가구로 약 3.4배 늘렸다.
아파트 모집단 단지 가운데 표본에 포함되는 단지 비율도 10.7%에서 42.4%로 뛰었다.
KB와 비슷한 수준에 올라선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원 표본이 KB보다 적다”는 주장은 2021년 이전을 기준으로 하면 맞지만, 현재 약 3만3000가구 안팎인 표본 규모를 놓고 보면 더 이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변경 전과 후를 구분하지 않으면 틀린 결론에 이른다.
표본 수가 늘었다고 주간 통계의 근본 한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표본으로 뽑힌 아파트에서 해당 주에 실거래가 없으면, 조사자는 인근 유사 단지의 거래 사례와 시장에 나온 매물의 호가를 참고해 가격 변동을 추정한다.
바로 이 추정 과정이 ‘조사자 판단’ 논란의 진원지다.
호가는 매도자가 부르는 값이어서 실제 체결가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고, 거래 절벽 국면에서는 그 괴리가 더 커진다.
본지가 부동산원의 주간 조사 설계와 실거래가격지수의 산출 방식을 비교한 결과, 주간 지표는 속보성을 위해 호가와 전문가 판단을 허용하는 대신 정밀도를 일부 포기하는 구조였고, 실거래가격지수는 실제 신고가만을 집계하는 대신 두 달가량 시차를 두고 뒤늦게 확정되는 구조였다.
두 숫자가 단기적으로 어긋나는 것은 설계상 당연한 일이지 그 자체가 조작의 증거는 아니다.

주간 집값 통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렇다면 해외는 어떻게 할까.
본지가 주요국의 공공 주택가격 통계 운영 방식을 확인한 결과, 매주 가격을 공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려웠다.
미국은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월간·분기·연간 지수로 나눠 발표하고, 민간의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도 매달 20개 대도시 지수를 내놓는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주간 단위는 아니다.
영국은 토지등록청과 통계청 등 4개 공공기관이 합작한 국가승인통계 UK HPI를 매달 한 차례 실거래 기반으로 공표한다.
프랑스는 공증인 연합회와 경제통계연구소(INSEE)가 분기 단위로 통계를 낸다.
집값 등락이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선진국은 월간이나 분기 단위로 장기 흐름을 보여주는 데 무게를 둔다는 공통점이 뚜렷했다.
이 대목에서 한국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매주 아파트값을 공공기관이 발표하는 체계는 국제적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다만 이를 두고 ‘한국만 틀렸다’고 단정하기는 조심스럽다.
한국은 아파트 비중이 유독 높고 단지별 거래가 밀집해 있어, 주간 단위 속보 수요가 다른 나라보다 크다는 반론도 성립한다.
국민과 공인중개사가 주간 통계 공표를 원한다는 국정감사 발언은 이 수요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속보성과 정확성이 상충할 때 무엇을 앞세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거래가 없는 주의 숫자를 어떻게 채울지, 그 숫자가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질지에 대한 규칙이 모호한 채로 매주 발표만 반복돼 온 것이 논란의 본질이다.
어떤 숫자를 믿을 것인가 — 본지의 결론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주간 아파트값 통계는 ‘가짜’가 아니라 ‘속보치’로 읽어야 한다.
주가지수에 비유하면 장중 시세에 가깝다.
매주 등락은 방향성을 가늠하는 참고치일 뿐, 두 달 뒤 확정되는 실거래가격지수가 사실상 정산 결과다.
속보치와 확정치를 같은 무게로 놓고 괴리를 조작으로 단정하는 것은 통계의 성격을 오해한 것이다.
두 번째, 그럼에도 현행 주간 통계는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거래가 없는 주에 조사자 판단이 개입한다는 사실을 발표 주체가 인정한 이상, 그 판단의 근거와 범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격주 전환이든 공표 중단이든, 핵심은 ‘거래 없는 주의 숫자’를 줄이고 그 산출 과정을 외부가 검증할 수 있게 여는 데 있다.
세 번째, 인공지능 기반 검증이 신뢰 문제를 이미 해소했다는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
부동산원은 외부 검증을 강화하고 자동화된 시세 비교 도구로 통계를 교차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보조 수단이지 주간 통계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없앤 완결된 해법은 아니다.
검증 도구의 산출 근거와 오차 범위가 공개되지 않는 한, ‘검증했으니 믿어라’는 말만으로 의심은 가라앉지 않는다.

네 번째, 숫자를 읽는 쪽의 책임도 있다. 88주 연속 상승이라는 헤드라인은 강렬하지만, 같은 기간 강남 3구는 하락하고 강북 외곽이 상승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시장은 쪼개져 움직였다.
전국 또는 서울 평균 한 줄로 집값을 판단하면 내 지역의 현실과 어긋나기 쉽다.
통계는 평균이고, 평균은 종종 아무의 현실도 아니다.
함의와 권고
결국 개편의 방향은 ‘폐지냐 유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무엇을 투명하게 열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본지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주간 통계를 유지하더라도 거래가 없어 추정으로 채운 표본의 비율을 매주 함께 공개해야 한다.
속보치의 불확실성을 이용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속보치인 주간 지표와 확정치인 실거래가격지수를 나란히 보여주는 체계를 제도화해, 둘의 괴리가 좁혀지는 과정을 상시 추적하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계 작성의 독립성을 법적으로 못 박아야 한다.
감사원이 지적한 과거의 관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정책 책임자가 숫자에 손댈 수 없는 차단벽이 제도로 존재해야 한다.
취약한 실수요자일수록 잘못된 신호에 휘둘려 뒤늦게 고점에 올라타는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통계의 정확성은 단순한 행정 과제가 아니라 가계 재산을 지키는 안전장치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10-18 기준으로 작성됐다. 2026년 국정감사(10월 15일) 국토교통위 발언,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의 공식 입장, 2025년 4월 감사원 통계 조작 의혹 감사 결과, 2021년 7월 표본 확대 발표, 미국·영국·프랑스 공공 주택가격 통계 운영 방식을 1차 근거로 삼아 교차 검증했다. 다섯 가지 핵심 주장에 대한 본지의 팩트체크 판정은 다음과 같다. ①‘주간 통계는 실거래가 아닌 호가·조사자 주관으로 산출된다’ — 거래 없는 주에 호가와 유사 단지 사례를 참고한다는 점은 발표 주체도 인정했으나 모든 표본이 그런 것은 아니므로 HALF-TRUE(절반의 사실). ②‘공공기관이 집값을 매주 발표하는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국은 월간 또는 분기 단위여서 TRUE(사실). ③‘부동산원 표본이 KB보다 적어 신뢰도가 낮다’ — 2021년 9400가구에서 3만2000가구로 확대돼 현재는 유사 수준이므로 옛 정보를 현재로 쓰면 MISLEADING(오해 소지). ④‘주간 통계는 조작됐다’ — 감사원은 과거 관여 정황을 지적했고 부동산원은 장기 유의성을 들어 반박하는 등 법적·학술적 다툼이 진행 중이어서 DISPUTED(논쟁 중). ⑤‘AI 검증으로 신뢰성 문제가 해소됐다’ — 보조 검증 도구의 오차 범위가 공개되지 않아 효과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UNVERIFIABLE(검증 불가). 수치 가운데 표본 규모와 상승 주수는 발표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기준’으로 명시했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