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스물여덟 살 김모씨를 떠올려 보자.
군 복무를 마치고 2년 가까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올여름 공부를 접었다.
가을 채용을 노리며 몇 달째 이력서만 손보고 있다.
뚜렷한 구직활동으로 잡히지 않는 이 몇 달 동안, 그는 통계표의 한 칸에 담긴다.
'쉬었음'이다.
재정경제부와 고용노동부가 10월 16일 내놓은 9월 고용동향에서 정부가 공들여 설명한 대목이 바로 이 '쉬었음'이었다.
청년(15~29세) 쉬었음 인구는 36만4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4만4000명 줄어,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은 44.0%로 1.1%포인트 떨어졌는데도, 정부는 쉬었음이 줄었다는 점을 호전의 신호로 앞세웠다.
그런데 '쉬었음'은 한국 통계에만 있는 칸이다.
해외 선진국이 청년 노동시장을 재는 잣대는 다른 이름을 쓴다.
니트(NEET)다.
두 숫자는 비슷해 보이지만, 서 있는 토대가 다르다.

한국은 '쉬었음'이라는 칸으로 청년을 센다
쉬었음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통학·육아가사·취업준비 같은 뚜렷한 이유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을 모두 담는 칸이다.
통계청 설명이 그렇다.
중대한 질병은 없지만 당장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상태다. 2023년 9월 기준으로 청년 비경제활동인구의 71.5%는 통학, 10.5%는 취업준비였고 쉬었음은 8.8%였다.
이 칸이 이질적이라는 건 정부도 안다.
보도자료에 붙은 비경제활동부가조사를 보면 20~30대가 쉬는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31.0%)가 가장 많지만, '건강'(20.7%)과 '다음 일 준비'(19.1%), '일자리가 없어서'(9.3%)가 뒤섞여 있다. 2023년 10월 기획재정부는 "청년 2명 중 1명이 일자리가 없어 쉰다"는 식의 해석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쉬었음과 '일자리가 없어 쉬는 청년'은 다른 개념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 잣대는 '니트'…유럽은 9%라는 목표까지 걸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쓰는 니트는 정의가 더 단순하고 넓다. 15~29세 가운데 일자리도, 학교도, 직업훈련도 없는 청년의 비율이다.
쉬고 싶어서든 일자리를 못 구해서든, 상태만 맞으면 들어간다.
OECD 평균은 최근 13% 안팎이다.
OECD 집계로 보면 한국 청년(15~29세)의 니트 비율은 2022년 18.3%로 OECD 평균을 웃돈다.
지난 10년 사이 주요국 가운데 드물게 이 비율이 오른 나라이기도 하다.
쉬었음이 줄었다는 월간 지표와, 국제 기준으로 본 니트가 높다는 연간 지표가 한 나라 안에 함께 있다.

유럽연합은 이 지표를 정책의 중심에 놓았다.
유럽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2025년 EU의 15~29세 니트 비율은 11.0%로, 2024년(11.1%)보다 소폭 낮아졌다.
유럽연합은 이 비율을 2030년까지 9.0%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유럽 사회권 기둥'이라는 틀에 못 박았다.
네덜란드·스웨덴·체코 등은 이미 9% 밑으로 내려갔다.
숫자 하나에 회원국이 함께 묶여 움직이는 구조다.

일본의 '무업자'는 왜 34세까지인가
일본도 비슷한 숫자를 따로 센다.
총무성 노동력조사의 '젊은 무업자(若年無業者·니트)'다. 15~34세 비노동력인구 가운데 가사도 통학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2023년 평균 59만 명이었다.
눈에 띄는 건 나이의 위쪽 끝이다.
유럽과 OECD가 29세에서 끊는 청년을, 일본은 34세까지 본다.
그 뒤에는 일본식 고용의 토대가 있다.
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을 봄에 한꺼번에 뽑는 신졸일괄채용과, 한 직장에 오래 머무는 관행이 오래 작동해 왔다.
이 관문을 한 번 놓친 청년이 30대 초반까지 노동시장 밖에 남는 문제가 커지면서, 일본은 지원 대상 청년을 30대 중반까지 넓게 잡아 왔다.
같은 '청년'이 아니다…군대와 대학이 만든 한국의 넓은 띠
한국의 청년 기준도 좁지 않다.
법으로는 15~29세지만,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시행령을 통해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 34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
보도자료도 15~34세 고용률(56.1%)을 따로 적어 뒀다.
이 넓은 띠에는 한국만의 사정이 깔려 있다.
남성의 병역은 노동시장 진입을 1~2년 늦춘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 사회에 처음 나오는 나이 자체가 뒤로 밀린다. 29세에 청년을 끊는 유럽 기준을 그대로 들여오면, 한국에서는 아직 '첫 직장 전'인 많은 사람을 청년 바깥으로 밀어내게 된다.
일본이 34세까지 넓힌 사정과 한국이 34세까지 넓힌 사정은 닮았지만, 같지는 않다.
'쉬었음 감소'는 '니트 감소'와 같은 말이 아니다
여기서 조심할 대목이 나온다.
정부가 호전의 근거로 든 '쉬었음 8개월 연속 감소'는, 국제 기준의 니트가 줄었다는 뜻과 바로 포개지지 않는다.
쉬었음은 비경제활동인구의 한 조각이고, 니트는 실업자와 비경활 가운데 교육·훈련까지 뺀 더 큰 덩어리다.
쉬었음이 줄어도 그 사람이 취업준비나 구직 상태로 옮겨 갔다면 니트는 그대로일 수 있다.
한국 지표가 해외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보도자료가 함께 제시한 '실업자+취업준비+쉬었음' 묶음(9월 12.0%, 93만3000명)은 단일 니트율 하나보다 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여러 갈래로 보여 준다.
구직을 단념한 사람까지 '쉬었음'으로 따로 잡아내는 건, 한 줄짜리 니트율이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풍부한 칸들이 국제 비교의 문법과 다르다는 데 있다.
15세 이상이냐, 15~64세냐…고령화가 숫자를 흔든다
토대의 차이는 전체 고용률에서도 드러난다. 9월 한국의 15세 이상 고용률은 63.5%로 0.2%포인트 내렸지만, 15~64세 고용률은 70.6%로 0.2%포인트 올라 9월 기준 역대 최고였다.
같은 달, 두 숫자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OECD가 나라 간 비교에 쓰는 대표 고용률은 15~64세다.
한국이 머리기사로 자주 올리는 15세 이상 고용률에는 빠르게 늘어나는 60세 이상 인구가 통째로 들어온다.
보도자료도 60세 이상 고용률이 0.4%포인트 떨어진 이유를 "고령화로 인구가 큰 폭 증가"한 탓으로 설명했다.
분모가 늙어 가는 나라에서 15세 이상 고용률 하나만 보면, 노동시장이 실제보다 나빠 보일 수 있다.
성공과 실패를 무엇으로 판정할 것인가
정부는 성장의 과실이 일자리로 퍼지도록 '국민일자리 프로젝트'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지난 8월 28일 내놓은 '청년일자리 회복방안'을 내년 본격 집행한다고 밝혔다.
아직 하나로 묶인 목표 수치는 보이지 않는다.
유럽이 '2030년 9%'라는 숫자에 회원국을 묶어 둔 것과 대비된다.
그래서 남는 질문은 이렇다.
한국은 어떤 잣대로 청년 고용의 성공과 실패를 판정할 것인가.
월간 '쉬었음'의 등락인가, 국제 기준의 니트인가, 아니면 둘 다 보되 각각의 한계를 함께 밝히는 방식인가.
다음 고용동향은 11월 중순에 나온다.
취재에 참고한 자료
이 기사는 재정경제부·고용노동부의 '2026년 9월 고용동향'(2026년 10월 16일 배포) 원문에서 한국 수치를 옮겼다.
해외 제도는 OECD의 니트 지표 정의와 가족 데이터베이스, 유럽통계청(Eurostat)의 니트 통계 기사(2026년 5월 28일), 일본 총무성 노동력조사의 젊은 무업자 집계, 한국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설명과 기획재정부 설명자료(2023년 10월 26일)를 확인해 정리했다.
나라마다 '청년'의 나이(한국 15~29세·법상 34세까지, 일본 15~34세, EU·OECD 15~29세)와 '일하지 않는 청년'을 세는 방식(쉬었음, 무업자, 니트)이 달라, 표와 그래프의 수치를 같은 잣대로 곧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특히 일본의 무업자(15~34세) 비율과 OECD 기준 니트 비율은 정의가 달라 같은 선에 두지 않았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