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가상자산 2단계 디지털자산기본법·스테이블코인 당정 통합안의 국회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묶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이 과반을 쥔 컨소시엄에 맡기는 두 개의 조문이 거래소·은행·핀테크의 사업 지형을 통째로 다시 그릴 전망이다.
본지가 금융위원회 실태조사와 국회 정무위 논의 기록, 발의 예고된 통합안의 골격을 교차 분석한 결과, 이 법은 단순한 투자자 보호 입법을 넘어 "누가 디지털 화폐를 찍고 누가 거래 인프라를 소유하는가"를 국가가 선분배하는 산업재편법에 가깝다.
출발점을 되짚어야 흐름이 보인다. 1단계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2024년 7월 시행됐다.
불공정거래 처벌과 예치금 보호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초점이 맞춰진 법이었다.
발행·공시·유통 전반을 규율하는 틀은 2단계로 미뤄졌고, 그 2단계가 2025년 하반기부터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규율법(통칭 지니어스법)을 통과시키고 2027년 1월 본격 시행을 예고하면서, 원화 기반 디지털 화폐의 법적 근거를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방 결제·송금 시장을 달러 코인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정을 움직였다.
가상자산 2단계 디지털자산기본법이란 무엇인가
2단계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가상자산의 발행·상장·공시와 거래소의 지배구조를 규율하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자격과 준비자산을 정하는 부분이다.
당정은 올해 들어 금융위 정부안을 기본 골격으로 삼아 의원 발의안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안을 추진해 왔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8월 "다음 달에 발의하겠다"고 밝혔고, 9월 들어서는 '유동수 통합안'으로 가닥이 잡히며 추석 전후 발의가 거론됐다.
발의 주체가 위원장 본인이 될지 여당 간사가 될지는 유동적이지만, 금융위 안이 통합안의 중심에 선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법안의 세부 수치는 그간 논쟁의 핵이었다.
본지가 확인한 논의 경과를 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최소 자본금은 50억원 이상으로 가닥이 잡혔다.
준비자산은 발행액의 100% 이상을 예금·국채 등 유동성 높은 안전자산으로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발행사 고유자산과 분리 보관하며 파산 격리 구조를 갖추도록 하는 방향이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은 당국이 15~20% 선 제한을 고수해 왔는데, 올해 상반기 국회에서는 원칙 20%에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절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숫자 하나하나가 특정 사업자의 생사를 가르는 만큼, 조문 확정까지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15~20% 제한, 사업모델을 어떻게 바꾸나
가장 파급력이 큰 조항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다.
지금 국내 거래소 시장은 사실상 과점이다.
특정 거래소가 원화 거래 점유율의 절대다수를 쥐고 있고, 그 지분은 창업자 개인과 소수 법인에 집중돼 있다.
대주주 지분을 15~20%로 묶으면 창업자가 단독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지배주주가 사라진 자리에는 기관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가 들어오고, 의사결정은 이사회 중심으로 분산된다.
은행·증권사에 적용되는 금산분리형 소유규제를 거래소에 이식하는 셈이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 조항의 진짜 의도는 '거래소의 금융기관화'다.
그동안 거래소는 상장 심사, 자체 코인 보유, 시장조성까지 겸하며 이해충돌 논란을 자초해 왔다.
소유를 분산시키면 한 사람의 판단으로 상장과 거래를 좌우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부작용도 또렷하다.
지분 희석을 강제당한 기존 대주주가 경영 유인을 잃거나, 반대로 차명·우회 지분으로 규제를 회피할 소지가 있다.
예외적 34% 허용 조항이 들어간다면 '원칙과 예외'의 경계가 또 다른 특혜 시비를 부를 수 있다.
제도의 성패는 숫자보다 집행의 촘촘함에 달렸다.
은행 주도 발행 컨소시엄, 핀테크의 진입장벽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이 50%+1주를 출자한 컨소시엄'으로 묶는 구상은 더 근본적인 질서 재편이다.
이 구조에서 은행은 사실상 원화 디지털 화폐의 발권 기능을 쥔다.
준비자산 100% 보유, 분리 보관, 파산 격리 요건은 모두 은행이 가장 잘 갖춘 능력이다.
당국으로서는 예금 이탈과 통화정책 교란을 최소화하면서 디지털 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안전한 경로로 본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이미 공동 법인 설립을 검토하며 발권 주도권을 노려 왔다.
문제는 핀테크다.
토큰 기술과 지갑·결제 사용자경험은 핀테크가 앞서 있는데, 과반 지분을 은행에 내주는 구조에서는 혁신의 과실 대부분이 은행으로 귀속된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발행 주체를 따지다 생태계 자체를 놓친다"는 반발이 꾸준히 나온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은행 과반 컨소시엄은 안정성을 사는 대신 속도와 다양성을 지불하는 설계다.
발행사는 소수의 대형 컨소시엄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고, 중소 핀테크는 지갑·가맹점·부가서비스 같은 주변부 사업자로 재배치될 공산이 크다.
해외 사례와 견주면 한국 설계의 특이성이 드러난다.
미국 지니어스법은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못박기보다 연방·주 단위 '라이선스'를 받은 적격 발행사에 길을 열어 비은행 사업자의 진입을 상대적으로 넓게 허용한다.
유럽연합의 미카(MiCA) 규제는 전자화폐기관 인가를 받으면 비은행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되 준비자산과 상환권을 엄격히 규율한다.
반면 싱가포르는 통화청(MAS) 인가 아래 발행사의 자본·준비자산 요건을 깐깐히 두면서도 은행 전속은 아니다.
한국의 '은행 과반 컨소시엄'은 세 지역 중 가장 보수적인 진입 설계에 가깝다.
안정성을 최우선에 둔 선택이지만, 그만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경쟁에서 속도가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따라붙는다.

시장은 지금 어디쯤 와 있나
법이 겨냥하는 시장은 축소 국면이다.
금융위 실태조사를 보면, 2026년 6월 말 국내 가상자산 평가총액은 5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8조3000억원(33%) 줄었다.
거래소 일평균 거래금액은 3조1000억원으로 직전 반기 5조4000억원에서 44% 급감했고, 거래소 영업이익은 816억원으로 78% 쪼그라들었다.
다만 거래 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7만5000개로 소폭 늘어, 참여자는 유지되는데 거래 열기는 식은 '계좌는 북적, 지갑은 홀쭉'한 국면이 뚜렷하다.
역설적이게도 시장이 가라앉은 이 시점이 제도 설계에는 유리하다.
가격 광풍이 가신 지금이 규율의 틀을 까는 데 정치적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본지 분석으로는, 당정이 연내 처리에 속도를 내는 데는 지니어스법 시행이라는 외부 시계와 더불어 '지금이 과열 없이 판을 짤 적기'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국내 인가 사례가 전무하다.
아시아 주요국 중 전용 법률이 없는 거의 유일한 관할권이라는 점은, 늦었다는 질책인 동시에 뒤늦게나마 표준을 세울 여지를 남긴다.
함의와 과제
정리하면 이 법은 세 집단에 서로 다른 청구서를 내민다.
거래소에는 '소유 분산과 금융기관 수준의 규율'을, 은행에는 '발권 주도권과 그에 따른 건전성 책임'을, 핀테크에는 '혁신 기여와 제한된 지분'을 요구한다.
본지의 결론은, 통합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단기적으로 은행권이 최대 수혜자가 되고 거래소는 지배구조 수술을, 핀테크는 역할 재정의를 강요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문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거래소 지분 예외 한도를 어디까지 둘지, 핀테크의 컨소시엄 참여 지분 하한을 보장할지, 준비자산의 국채 편중이 단기 자금시장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흡수할지가 법의 실제 효과를 가른다.
소유 규제만 강하고 집행이 허술하면 차명·우회라는 구멍이 생기고, 발행 자격만 좁히고 유통·결제 연계를 방치하면 제도권 코인이 외면받을 수 있다.
입법의 다음 과제는 숫자를 확정하는 일이 아니라, 그 숫자가 작동하도록 감독의 그물을 촘촘히 짜는 일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0월 10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금융위원회 가상자산 실태조사(2026년 상반기 기준) 발표 수치, 국회 정무위원회의 당정 통합안 논의 경과 보도, 금융당국의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행 과반 컨소시엄·준비자산 100% 보유 방침 발표를 1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자본금 50억원·지분 15~20%·예외 34% 등은 발의 전 논의 단계의 수치로, 최종 조문에서 달라질 수 있어 '검토·추정' 성격임을 명시한다.
미국 지니어스법 시행 시점(2027년 1월 예정)과 해외 규제 비교는 공개 보도·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