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단통법 폐지 후속 전기통신사업법 하위법령 개정으로 유통점이 얹어 주는 추가지원금까지 표준양식에 맞춰 공개하도록 하는 '공시 의무화'가 눈앞에 왔다. 2025년 7월 22일 단말기유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10년 만에 폐지되고, 상한 규제가 풀리면 지원금 경쟁이 불붙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본지가 폐지 이후 1년치 번호이동·지원금 지표를 교차 분석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경쟁은 거의 달아오르지 않았고, 늘어난 지원금은 대부분 고가요금제 가입자에게 몰렸다.
규제를 걷어낸 자리에 '깜깜이 지원금'이 들어선 셈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다시 공시·관리 의무를 되살리기로 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방미통위는 2026년 9월 16일 제35차 전체회의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등의 건전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시책'과 세부 시행계획을 원안 의결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이동통신사가 올리는 공통지원금뿐 아니라 유통점이 자체로 붙이는 추가지원금도 표준양식에 따라 게시하도록 해 사실상 공시 의무를 부활시킨다.
둘째, '정상적인 지원금 경쟁'과 '부당한 차별'을 가르는 세부 기준을 정책연구를 거쳐 별도 해석지침으로 제시한다.
셋째, 고가요금제·부가서비스 가입 유도 같은 불공정행위를 집중 점검한다.
추가지원금 게시는 내년 1분기, 즉 2027년 초 시행이 목표다.
상한을 다시 묶는 방식이 아니라 '정보는 투명하게, 금액은 자유롭게'라는 설계라는 점에서 단통법의 단순 복원은 아니다.
단통법 폐지 후속 전기통신사업법 하위법령,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먼저 무엇이 사라졌는지부터 짚어야 한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이통사에 지원금 공시 의무를 지우고, 유통점이 추가로 줄 수 있는 돈을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묶었다.
가입 유형·요금제에 따른 지원금 차별도 금지했다. 2025년 7월 폐지로 이 공시 의무와 추가지원금 상한이 통째로 없어졌고, 이용자 보호·유통질서 관련 최소 조항만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말하자면 '규제의 뼈대'는 사라지고 얇은 보호막만 남은 상태였다.
이번 시책은 그 빈자리를 하위법령과 행정규칙으로 다시 메우는 작업이다.
방미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 절차에 착수했고, 유통환경개선협의체(전문가·통신사·제조사 참여)를 꾸려 표준양식과 세부 기준을 다듬는다.
판매점 직원을 등록·관리하는 판매책임제를 넓히고, 계약서에 지원금 조건을 명시하도록 하며, 이용자 신고제도 활성화한다.
가입 때 '6개월 요금제 유지' 같은 조건이 걸렸다면 그 기간이 지난 뒤 이통사가 자동으로 알림 문자를 보내도록 하는 조항도 들어갔다.
소비자가 불리한 약정에 묶여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내는 관행을 겨냥한 장치다.
달라지는 것의 무게중심은 '총량'에서 '차별'로 옮겨간다는 데 있다.
과거 규제가 지원금 규모 자체를 억눌렀다면, 이번에는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같은 조건의 이용자가 다른 대접을 받는가'를 본다.
방미통위가 반복해 강조한 표현이 '부당한 지원금 차별'이다.
문제는 무엇이 정상 경쟁이고 무엇이 부당한 차별인지 현행 법령만으로는 가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석지침이 나오기 전까지 유통 현장의 혼선은 불가피하다.
같은 번호이동인데 왜 수치가 제각각일까
재규제의 명분은 결국 '폐지해도 경쟁은 살아나지 않았다'는 데이터에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서 같은 지표가 출처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린다.
본지가 번호이동 통계를 들여다본 이유다.
폐지 이후 1년간 통신3사 번호이동은 787만 건으로 전년 대비 25.1% 늘었다는 집계가 있다.
숫자만 보면 시장이 크게 들썩인 듯하다.
하지만 이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2026년 1월 한 통신사의 위약금 면제 조치로 월 54만여 건의 번호이동이 한꺼번에 터진 '일회성 이벤트'가 끌어올린 결과였다.

그 일회성 요인을 걷어내면 그림이 바뀐다.
위약금 면제 효과를 제외한 월평균 번호이동은 23만여 건으로 내려앉는다.
또 다른 집계 기준으로는 폐지 전후를 비교해 월평균 번호이동이 25만여 건에서 26만여 건으로 3.6%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번호이동'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총계로 보면 +25.1%, 이벤트를 보정하면 사실상 제자리라는 정반대 해석이 공존한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 격차는 측정의 오류가 아니라 '무엇을 포함해 세느냐'의 차이에서 나온다.
집계 기간, 위약금 면제 같은 특수 이벤트 포함 여부, 알뜰폰을 끼워 넣는지에 따라 같은 시장이 '활황'도 '냉각'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지원금 수치에서도 같은 함정이 있다.
지난해 지원금을 택한 가입자 1인당 평균 공통지원금은 39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14.5% 늘었다.
이 숫자만 보면 "폐지 덕에 지원금이 두둑해졌다"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이 평균은 '공시된 공통지원금'만 센 값이다.
유통점이 현장에서 얹어 주는 추가지원금, 이른바 '성지' 가격은 애초에 집계되지 않는 깜깜이 영역이다.
공식 통계가 밝게 비추는 부분과 통계의 사각지대가 갈라져 있으니, 평균 39만9000원은 체감 지원금의 전부가 아니라 '보이는 절반'에 가깝다.
추가지원금 공시 의무화가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이 사각지대다.
쏠림도 평균이 가리는 진실이다.
늘어난 지원금은 고가요금제 가입자에게 집중됐고,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평균값 39만9000원 뒤에는 고가요금제엔 수십만 원이 몰리고 저가요금제엔 쥐꼬리만 한 지원금이 붙는 분포가 숨어 있다.
여기에 알뜰폰이 받은 충격도 겹친다. 2025년 7월과 2026년 5월을 비교하면 알뜰폰 신규가입은 8만여 건, 번호이동은 4만여 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통3사가 고가요금제 중심으로 지원금을 쏟자, 가격 경쟁력으로 버티던 알뜰폰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추가지원금 공시 의무화, 영업 실무는 어떻게 바뀌나
그렇다면 이통3사와 유통점의 실제 영업은 어떻게 달라지나.
가장 큰 변화는 '현장 재량'의 성격이다.
폐지 이후 유통점은 상한 없이 추가지원금을 붙여 손님을 끌 수 있었지만, 그 금액은 매장마다·시간대마다 요동치는 비공개 정보였다.
표준양식 게시가 시행되면 유통점은 자신이 주는 추가지원금을 정해진 틀에 맞춰 드러내야 한다.
금���을 못 주게 막는 것이 아니라, 준 금액을 숨기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가격을 공개 경쟁의 장으로 끌어내 '정보 비대칭'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영업 일선에서는 부담과 기회가 엇갈린다.
공시가 되면 매장 간 가격이 비교 가능해져 출혈 경쟁이 더 격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대로 '옆 매장은 얼마 주는지'가 투명해지면, 소수 성지에만 손님이 쏠리던 왜곡이 완화돼 일반 대리점의 협상력이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판매책임제 확대와 계약서 조건 명시 의무는 판매 과정의 기록을 남기게 해, 구두로 이뤄지던 '페이백'식 거래의 위험을 키운다.
요금제 유지기간 알림 문자는 고가요금제를 미끼로 걸어 두고 소비자가 잊기를 기다리던 수익 모델에 직접 제동을 건다.
본지의 결론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이번 재규제는 '지원금을 줄이는' 규제가 아니라 '지원금을 보이게 하는' 규제다.
금액 상한 부활이 아니라 정보 공개 의무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단통법과 결이 다르다.
둘째, 폐지 1년의 핵심 교훈은 '규제를 없앤다고 경쟁이 자동으로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번호이동 지표가 보정 후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재규제의 성패는 '부당한 차별'의 세부 기준을 얼마나 명료하게 긋느냐에 달렸다.
기준이 모호하면 공시 의무는 서류 작업만 늘리고 현장 혼선만 키우는 규제로 전락할 수 있다.
일본·미국·유럽과 비교하면 한국의 선택은
해외 사례는 한국의 선택을 가늠하는 거울이다.
일본은 2019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단말기 지원금에 약 2만엔 상한을 두는 '일본판 단통법'을 도입했다.
통신요금과 단말기값을 분리(완전분리요금제)해 요금 인하를 유도하려는 취지였는데, 상한이 지나치게 빡빡해 중고·자급제로 수요가 몰린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이후 조건부로 완화됐다.
금액을 직접 묶는 방식의 한계를 보여 준 사례다.
한국이 '상한 부활' 대신 '공시 의무 부활'을 택한 데에는 이런 학습 효과가 읽힌다.
미국과 유럽은 결이 다르다.
미국은 단말기 지원금에 법정 상한이 없고, 통신사들은 24~36개월 할부와 요금제 결합 할인으로 사실상의 보조금을 운용한다.
대신 약정 해지 위약금과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는 소비자 보호에 무게를 둔다.
유럽연합은 로밍 규제처럼 요금 투명성과 소비자 전환권(약정 해지·번호이동 간소화)을 강조하는 쪽이다.
세 지역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금액을 억누르기보다 정보와 전환을 보장한다'는 방향이다.
한국의 추가지원금 공시 의무화는 뒤늦게 이 국제적 흐름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다만 한계와 반론도 분명하다.
공시 의무가 거래의 투명성을 높인다 해도, 성지의 본질이 '공시 밖 현금 거래'라면 표준양식은 형식에 그칠 위험이 있다.
유통 현장에서는 "결국 음성적 페이백은 음지로 더 숨어들 뿐"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또 고가요금제 쏠림을 점검하겠다지만, 가입 유도와 정상적 상품 안내의 경계는 흐릿하다.
취약 소비자, 특히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은 표준양식이 생겨도 이를 비교·활용할 역량이 부족해 정보 공개의 혜택에서 소외될 수 있다.
공시의 실효성은 '얼마나 쉽게 비교되도록 설계하느냐'에 좌우된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2027년 1분기로 예정된 시행이 '보이는 지원금'의 범위를 얼마나 넓히느냐, 그리고 해석지침이 '부당한 차별'의 선을 얼마나 또렷하게 긋느냐다.
폐지 1년이 남긴 데이터는 분명하다.
규제를 걷어낸 자리에서 경쟁은 미지근했고 혜택은 한쪽으로 쏠렸다.
재규제가 그 격차를 좁히는 장치가 될지, 또 하나의 서류 의무로 끝날지는 앞으로 1년이 말해 줄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0월 8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6년 9월 16일 제35차 전체회의 의결 내용('이동통신단말장치 등의 건전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시책' 및 세부 시행계획),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 절차 착수 관련 방미통위 보도자료, 단말기유통법 폐지(2025년 7월 22일) 전후 번호이동·공통지원금 통계, 복수 언론의 폐지 1년 결산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번호이동 787만 건(+25.1%)과 보정 후 월평균 23만여 건, 또 다른 집계의 월평균 26만여 건(+3.6%)은 산출 기준이 달라 생기는 '측정 격차'로, 본문에서 그 차이를 분리해 제시했다. 1인당 평균 공통지원금 39만9000원(+14.5%)은 공시 지원금만을 집계한 값이며 유통점 추가지원금은 미집계 영역임을 명시했다.
일본의 지원금 상한(약 2만엔, 2019년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기준)은 이후 조건부 완화된 것으로 보도된 수치를 '기준'으로 인용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