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청약 1순위 경쟁률이 1년 사이 사실상 반토막 났다.
본지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집계, 그리고 복수 매체의 분석을 교차 확인한 결과, 올해 1월부터 9월 중순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전국 아파트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5.6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2대 1에서 거의 절반으로 주저앉았다.
그런데 같은 기간 서울 서초구의 한 분양가상한제 단지는 일반공급 30가구에 3만3000건 가까운 통장이 몰려 1099대 1을 찍었다.
전국 평균이 식는 와중에 특정 입지만 네자릿수로 끓는, 전형적인 '로또 쏠림' 양극화다.
본지는 이 균열을 경쟁률과 미달 데이터로 해부하고, 그 안에서 건설사와 시행사가 어떻게 서로 다른 길로 갈라서는지를 따라가 봤다.
청약 1순위 경쟁률 반토막, 숫자로 보면 얼마나 빠졌나
먼저 전체 그림이다.
올해 1월부터 9월 18일까지 전국에서 풀린 일반공급 물량은 8만5000여 세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다.
공급은 분명히 불어났다.
그런데 1순위 청약 접수 건수는 47만5000여 건에 그쳐 1년 전보다 26.6% 줄었다.
물량은 3분의 1 넘게 늘었는데 사람은 4분의 1 넘게 빠졌으니, 경쟁률이 반토막 나는 건 산수의 결과였다.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는 게 아니라, 수요 자체가 발을 뺀 것이다.
빠진 자리에서도 온도차는 극명하다.
서울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63.1대 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2.9대 1에서 절반 넘게 식은 수치다.
서울조차 뜨겁던 열기가 가라앉은 셈이다.
반면 지방은 숫자를 입에 올리기 민망할 정도다.
제주 0.2대 1, 강원 0.5대 1, 부산 0.6대 1, 울산 0.8대 1. 1대 1에 못 미친다는 건 1순위 마감은커녕 미달이 일상이라는 뜻이다.
같은 나라, 같은 해에 분양한 아파트인데 어디는 통장 수만 장이 몰리고 어디는 모집 가구를 못 채운다.
공급 주체별로 쪼개 보면 이탈의 결이 더 또렷하다.
공공분양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대 1로 민간분양(4.4대 1)의 4배를 넘었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눌려 있고 시세차익 기대가 큰 공공 물량에는 그나마 통장이 붙지만, 분양가가 시세에 바짝 붙은 민간 물량은 외면받는다.
결국 사람들이 떠난 게 아니라, '쌀 때만' 나타나는 선별적 수요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강남만 네자릿수, 청약 로또 쏠림은 왜 심해졌나
양극화의 진원은 분양가상한제다.
본지가 상·하반기 통계를 이어 붙여 보니, 올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0.8대 1인 반면 미적용 단지는 3.7대 1에 그쳤다. 3배 가까운 차이다.
지역으로 좁히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상반기 기준 강남 3구와 용산구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490대 1 안팎으로, 비강남권(36.7대 1)의 13배를 웃돌았다.
서초구 아크로서초가 찍은 1099대 1은 그 정점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분양가상한제 단지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에 분양되는 경우가 많다.
당첨만 되면 입주 시점에 수억 원의 평가차익이 확정되는 구조다.
대출이 조여도, 금리가 높아도, '한 번 되면 인생이 바뀌는' 기댓값 앞에서는 통장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반대로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거의 없는 지방·외곽 단지는 당첨돼도 손에 쥘 게 없으니 굳이 청약할 유인이 사라진다.
가격 통제가 특정 입지에서만 '당첨=로또'라는 비대칭 보상을 만들어내고, 그 보상이 통장을 한 곳으로 빨아들인다.
분양가상한제가 집값을 누르려는 제도인데, 역설적으로 가장 뜨거운 투기 수요를 소수 입지에 집중시키는 '로또 청약의 역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방이 전부 얼어붙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야 한다.
대구의 한 역세권 단지는 100대 1을 넘겼고, 광역시 핵심 입지의 일부 단지는 여전히 두 자릿수 경쟁률을 유지했다.
쏠림은 '서울 대 지방'이라는 단순 구도가 아니라, '시세차익이 확실한 입지 대 그렇지 않은 입지'라는 더 미세한 선을 따라 일어난다.
같은 부산 안에서도, 같은 대구 안에서도 희비가 갈린다는 사실은 이 시장이 지역이 아니라 '차익'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요는 왜 빠졌나 — 대출규제와 분양가가 만든 이중 압박
수요 이탈의 방아쇠는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뒤이은 스트레스 DSR 3단계였다. 6·27 대책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묶고,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제한했으며, 대출을 받으면 6개월 안에 전입하도록 의무화하고,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담대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여기에 실제 금리보다 높은 가산금리를 얹어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겹치면서, 수도권 수요자의 대출 한도는 종전보다 수천만 원씩 깎였다.
자금 여력이 되는 사람만 청약장에 남고, 중저소득 실수요자는 애초에 자금 계획을 못 세우는 구조가 된 것이다.
분양가는 반대 방향에서 수요를 밀어냈다.
공사비와 땅값이 오르면서 민간 분양가가 뛰었고,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가 좁혀지자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대출로 자금을 메우기도 빡빡한데 기대 차익마저 얇아지니, 실수요자든 투자수요든 민간 분양을 건너뛸 이유가 쌓인다.
대출은 조이고 분양가는 높은 이중 압박.
이 사이에서 통장은 '확실히 남는 소수 단지'로만 집중됐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올해의 반토막은 경기 침체형 수요 실종이 아니라, 규제와 가격이 함께 빚어낸 '선별 수요'로의 구조 전환에 가깝다.
미달의 반대편 증거는 미분양 통계에 그대로 찍힌다.
국토교통부 집계로 8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00여 가구였고, 이 가운데 비수도권이 5만 가구에 육박했다.
특히 다 짓고도 안 팔리는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은 3만 가구에 바짝 다가섰고 그 85%가량이 지방에 몰려 있다.
한쪽에선 30가구에 3만 통장이 몰리고, 다른 쪽에선 완공된 집이 주인을 못 찾는다.
같은 시장의 두 얼굴이다.
건설사·시행사는 어디로 갈라섰나
이 비대칭은 집을 공급하는 쪽의 전략을 뚜렷하게 갈라놓았다.
크게 네 갈래다.
본지가 주요 건설사의 내년 공급 계획과 수주 방침을 모아 보니, 선택의 축은 결국 '어디에, 얼마나, 언제 내놓느냐'로 수렴했다.
첫째는 강남·핵심지 정비사업에 화력을 집중하는 대형사들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완판이 거의 보장되는 데다 브랜드 가치까지 끌어올린다.
그래서 70조 원에 육박한다는 도시정비 시장을 앞에 두고도 대형사들은 '���별 수주'를 내걸었다.
아무 데나 깃발을 꽂지 않고, 사업성이 담보되는 서울 알짜 구역에만 조 단위 수주전을 벌인다.
완주할 수 있는 곳만 고른다는 전략이다.
둘째는 공격적으로 물량을 회복시키는 전열 재정비형이다.
한 대형사는 올해 4000여 가구였던 분양 목표를 내년 1만8000가구 이상으로 네 배 넘게 올려 잡았고, 또 다른 대형사도 8000여 가구에서 1만4000가구 수준으로 회복을 예고했다.
시장이 식었다고 몸을 사리기보다, 규제가 걷히거나 금리가 돌 때를 노려 쌓아둔 사업지를 터뜨리겠다는 베팅이다.
셋째는 지방·틈새로 눈을 돌리는 분산형이다.
한 건설사는 내년 공급의 상당 부분을 광주·천안·전주 등 지방에 배치하며 물량을 오히려 18%가량 늘렸다.
수도권 핵심지의 수주 경쟁이 과열된 만큼, 경쟁이 덜한 지역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 길은 지방 미분양이라는 지뢰밭을 함께 끌어안는다.
분양 시점과 입지를 잘못 고르면 그대로 악성 재고가 된다.
넷째는 속도를 늦추고 버티는 관망형이다.
중견 건설사 상당수는 분양을 서두르지 않는다.
후분양으로 돌리거나 공급 시점을 뒤로 미뤄, 시장이 풀릴 때까지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공격적 분양 확대 대신 사업 속도 조절에 무게를 싣는 흐름이다.
자금력이 약한 시행사일수록 이 선택지로 몰리지만, 금융비용이 길어질수록 버티기 자체가 비용이 된다는 딜레마를 안는다.
네 갈래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선별'이다.
물량을 늘리든 줄이든, 지방으로 가든 강남에 남든, 공급자들은 더 이상 분양을 '내놓으면 팔리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
입지와 가격, 시점을 저울질해 당첨 수요가 확실히 붙을 곳에만 승부를 건다.
수요가 선별적으로 바뀌자 공급도 선별적으로 응답한 셈이다.

해외는 '로또 주택'을 어떻게 다루나
싼값에 공급되는 주택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는 공공주택(HDB)을 '선건축 주문(BTO)' 방식으로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데, 인기 입지는 추첨 경쟁이 치열해 '국민 로또'라는 말까지 나온다.
자가보유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싱가포르에서도 최근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번지며 핵심지 쏠림을 완전히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다만 싱가포르는 전매제한을 길게 걸고 재판매 이익을 환수하는 장치로 투기성 당첨을 눌러왔다.
홍콩은 공공 주택을 시세보다 크게 할인해 파는 제도를 운영하며, 할인 폭이 큰 만큼 추첨 경쟁이 과열되고 되팔 때 할인분을 정부에 돌려주도록 묶어 둔다.
중국 주요 도시는 가격이 통제된 신규 분양에 신청자가 몰리면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가리는데, 통제가격과 시세의 차이가 벌어질수록 추첨 열기가 뜨거워지는 구조가 한국의 분양가상한제 역설과 꼭 닮았다.
세 사례의 공통된 교훈은 분명하다.
가격을 누르는 것만으로는 쏠림이 사라지지 않으며, 할인의 열매가 당첨자 개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순간 '로또'는 제도로 굳는다는 점이다.
전매제한과 이익 환수 같은 사후 장치가 없으면 가격 통제는 투기 유인을 오히려 키운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정부도 이 역설을 모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의 산정 체계가 공사비 현실을 못 따라간다는 지적 속에 제도 개편을 검토해 왔고, 미분양 물량의 공공 매입 방안도 논의 선상에 올려 두었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반토막 난 평균 경쟁률은 '청약 시장이 죽었다'는 신호가 아니라 '시장이 둘로 쪼개졌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평균값 하나로 시장을 진단하면 강남의 과열과 지방의 적체를 동시에 놓친다.
실수요자라면 평균 경쟁률의 하락을 기회로만 볼 일이 아니다.
분양가상한제 로또 단지는 여전히 바늘구멍이고, 반대로 경쟁률이 낮아진 단지는 대개 시세차익이 얇거나 입지·분양가에 약점이 있어 수요가 빠진 곳일 가능성이 크다.
커트라인이 내려갔다는 소식에 덥석 뛰어들기 전에, 그 단지가 '쌀 때만 오는 수요'의 눈에 왜 걸리지 않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정책 당국은 분양가 통제의 수위를 조절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전매제한·실거주의무·이익 환수 같은 사후 장치를 정교하게 묶어 '당첨=즉시 차익'의 고리를 느슨하게 만들어야 쏠림이 완화된다.
지방 악성 미분양에는 수요 진작과 공공 매입을 지역 적체 실태에 맞춰 선별 투입하는 세밀함이 필요하다.
평균이 반토막 나는 동안 시장의 격차는 되레 벌어졌다.
지금 필요한 건 평균을 끌어올리는 처방이 아니라, 벌어진 틈을 겨냥한 처방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0월 7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전국·서울·지방 1순위 경쟁률(5.6대 1, 63.1대 1, 지역별 0.2~0.8대 1 등)과 공급·접수 건수, 공공·민간 및 분양가상한제 적용·미적용 단지 경쟁률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집계를 인용한 복수 매체(한국경제·아시아경제·헤럴드경제 등)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강남 3구·용산 490대 1 등 지역 격차는 상반기 분석치로, 집계 기간이 전국 수치(1~9월)와 달라 '상반기 기준'으로 명시했다. 6·27 대출규제와 스트레스 DSR 3단계의 내용은 금융당국 발표를,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수치는 국토교통부 통계를 근거로 했다.
분양가상한제 개편·공공 매입 논의는 정부 정책 브리핑과 연구용역 착수 보도를 바탕으로 '검토·논의 단계'임을 명확히 했다.
해외 사례는 각국 공공주택 제도의 일반적 설계를 기술한 것으로 세부 수치는 포함하지 않았다.
건설사 공급 계획은 각 사 발표 및 업계 보도를 종합한 추정 전략으로, 개별 수치는 변동될 수 있다.
본 기사 verdict는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