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정책모기지 총량 25% 감축과 디딤돌 한도 축소가 시작된 지 1년여, 서민의 내집마련 자금줄이 실제로 얼마나 말랐는지 본지가 정부·주택금융공사·국회 제출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그 규모가 숫자로 확인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금자리론을 기초로 발행·보증하는 주택저당증권(MBS) 지급보증 잔액은 최근 1년 새 17조원 넘게 줄었다. 146조원대에서 129조원대로 11.7% 감소한 것이다. 정책대출 공급을 연간 계획 대비 25% 깎고 디딤돌 한도를 품목별로 20%씩 낮춘 조치가, 통계로 드러난 '자금 증발'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이 흐름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2023년 특례보금자리론이 43조9000억원까지 풀리며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공급액은 약 19조원으로 반토막 났고, 2025년 들어선 1~5월 누적이 11조원 안팎에 그쳤다.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하강 곡선 위에 2025년 6월의 규제가 얹히면서 기울기가 급격히 가팔라졌다.

본지는 이 3년의 시간축을 따라가며, 총량과 한도라는 두 개의 밸브가 어떤 순서로 잠겼는지, 그리고 그 부담이 결국 누구에게 쏠렸는지를 짚는다.

정책모기지 총량 25% 감축이란 무엇인가

전환점은 2025년 6월 27일이었다.

정부는 수도권 집값 과열을 잡겠다며 이른바 6·27 대책을 내놨고, 여기에 정책모기지에 대한 두 개의 칼이 담겼다.

하나는 총량.

디딤돌·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을 그해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 감축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도.

주택구입용 디딤돌대출의 최대한도를 품목별로 약 20%씩 낮췄다.

일반 가구는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생애최초·청년 특례는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신혼 특례는 4억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신생아 특례는 5억원에서 4억원으로 각각 내려앉았다.

여기에 담보인정비율(LTV)까지 손댔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원칙적으로 LTV 80%를 적용받지만, 수도권·규제지역 주택을 살 때는 70%로 10%포인트 깎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생애최초 보증을 사실상 중단한 데 따른 연쇄 효과였다.

은행 창구에서는 국민은행이 먼저 반영했고 신한·하나 등이 뒤따랐다.

규제는 발표 다음 날인 6월 28일부터 곧바로 시행됐다.

대출을 알아보던 실수요자 입장에선 하루 사이에 빌릴 수 있는 돈의 상한선이 바뀐 셈이다.

총량과 한도, 두 밸브가 동시에 잠기자 시장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본지가 대출 실행 흐름을 살펴본 결과, DSR 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보금자리론으로 수요가 쏠리는 대신, 한도가 깎인 디딤돌대출은 눈에 띄게 위축됐다.

디딤돌은 줄어든 한도에서 다시 '방 공제'(소액임차보증금 공제) 명목으로 최대 5500만원가량이 추가로 차감되기 때문에, 서류상 한도와 실제 손에 쥐는 돈의 간극이 더 벌어졌다.

신혼부부처럼 조건을 여러 개 걸어야 하는 차주일수록 '두 번 짜내는' 구조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2026년 초부터 잇따랐다.

보금자리론 MBS 17조 감소, 자금줄은 어디서 마르나

총량 감축의 결과는 뒤늦게 재정·자본시장 지표로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보금자리론 공급 위축과 맞물려 MBS 지급보증 잔액이 146조6392억원에서 129조4101억원으로 17조2291억원(11.7%) 줄었다.

MBS는 공사가 서민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모아 발행하는 증권으로, 이 잔액이 준다는 건 곧 정책대출로 흘러가던 자금의 원천이 얇아졌다는 신호다.

같은 기간 전세대출 연계 개인보증 잔액도 2조3000억원 넘게, 사업자보증 잔액도 1조3000억원가량 함께 감소했다.

공사의 자금조달 여건도 나빠졌다. 2026년 1월 보금자리론 기본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며 조달 비용 상승이 상품 금리로 전가됐고, 고금리 국면에서 채권 발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사는 2026년 보금자리론 목표를 20조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전년 목표(약 17조2500억원)보다 늘어난 수치이긴 하나 2023년 43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목표치를 올려도 공급의 절대 규모가 이미 크게 쪼그라든 자리에서 출발한다는 뜻이다.

본지의 결론은 세 갈래다.

첫째, 이번 조치의 본질은 '가격 규제'가 아니라 '수량 규제'다.

금리를 흔드는 대신 빌려줄 수 있는 총량과 1인당 한도를 직접 눌렀기 때문에, 집값 상승기에는 실수요자의 진입 사다리부터 걷어차는 부작용이 크다.

둘째, 총량·한도·LTV·보증 중단이라는 네 겹의 조임이 동시에 겹치면서 규제 강도가 산술적 합보다 크게 체감된다.

셋째, 자금은 사라진 게 아니라 이동했다.

DSR 밖의 보금자리론과 2금융권·전세대출로 수요가 새는 '풍선효과'가 데이터에서 이미 관측된다.

다른 나라는 정책모기지를 어떻게 다루나

국제 비교는 한국의 선택이 어디쯤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은 정반대에 가깝다.

패니메이·프레디맥 같은 정부지원기업(GSE)이 시중은행의 모기지를 사들여 보증하고 MBS로 유동화하는 구조를 정부가 장기간 유지해 왔다.

위기 때 공급을 조이기보다 시장 안정과 유동성 공급을 우선하는 쪽이다.

총량을 인위적으로 25% 깎는 식의 개입과는 결이 다르다.

일본은 만기의 나라다.

주택금융지원기구(JHF)의 대표 상품 '플랫35'는 최대 35년 고정금리 대출을 유동화 증권으로 조달해 공급한다.

금리 변동 위험을 차주에게 떠넘기지 않고 초장기 고정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둔다.

저성장·고령화 국면에서 '상환 부담의 평탄화'를 정책 목표로 삼은 사례로, 한도 축소보다 기간 연장으로 접근한 대조적 모델이다.

영국은 다른 길을 걸었다.

주택 진입을 돕던 '헬프투바이(Help to Buy)' 지분대출을 2023년 종료하고 시장 자율로 무게추를 옮겼다.

다만 영국식 후퇴는 집값 급등기의 출구전략 성격이 짙었던 반면, 한국은 오히려 과열 억제 수단으로 정책대출을 조였다는 점에서 방향이 다르다.

세 나라를 겹쳐 보면, 한국의 '총량 25% + 한도 20%'식 동시 압박은 주요국 가운데서도 실수요 축소 효과가 두드러지는 강수에 속한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로선 수도권 집값 과열과 가계부채 총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고, 정책대출이 갭투자·과다차입의 통로가 됐다는 지적도 근거가 있다.

실제로 정부는 2026년 4월 정책대출 비중을 30% 수준에서 2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시장 전체의 레버리지를 낮춘다는 큰 그림에선 ���관성이 있다.

문제는 속도와 대상이다.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촘촘히 갈라내지 못한 채 총량부터 누르면, 현금 여력이 없는 무주택·청년·신혼 가구가 먼저 밀려난다.

취약 차주는 어디로 밀려나나

가장 아픈 지점은 미시에 있다.

디딤돌 한도가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깎이고 방 공제까지 겹치면, 수도권에서 생애최초로 집을 사려던 청년·신혼 가구는 부족분을 신용대출이나 2금융권, 가족 자금으로 메워야 한다.

LTV가 80%에서 70%로 내려가면 같은 집을 사는 데 자기자본이 수천만원 더 필요하다.

자산이 없는 실수요자에게 이 격차는 곧 '내집마련 시점의 지연' 또는 '포기'로 직결된다.

결혼 여부에 따라 한도가 갈리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 문제도 이 국면에서 부각됐다.

정부도 이런 역진성을 의식한 듯 방향을 일부 틀었다. 2026년 8월 13일 대책에서는 청년·신혼부부의 문턱을 낮추는 조치가 나왔다.

부부 중 한 명만 소득 기준을 충족해도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게 해 '결혼 페널티'를 완화했고, 청년층을 겨냥한 청년미래보금자리론 신설도 함께 제시됐다.

총량을 조이는 큰 기조는 유지하되, 취약 계층에는 좁은 우회로를 열어준 셈이다.

다만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이 비아파트로 대상이 한정되면서 '사다리인가 징검다리인가'라는 실효성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의 판단은 이렇다.

총량 규제는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에는 유효한 도구일 수 있으나, 실수요와 투기수요를 구분하는 정밀도가 담보되지 않으면 서민 사다리를 먼저 끊는 무딘 칼이 된다.

정책 당국은 총량이라는 거시 목표와 별개로, 생애최초·무주택 실수요에 대해서는 한도·LTV·보증의 예외 트랙을 더 두텁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감축의 속도를 데이터로 상시 점검하고, MBS 잔액·디딤돌 실행액 같은 선행 지표가 급락할 때는 미세조정에 나서는 '조정 밸브'를 명시적으로 두는 편이 바람직하다.

자금줄은 한 번 마르면 다시 채우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26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정책모기지 총량 25% 감축과 디딤돌 한도 축소는 2025년 6월 27일 발표·6월 28일 시행된 6·27 대책에, LTV 80→70% 조정과 생애최초 보증 관련 사항이 근거한다.

보금자리론 MBS 지급보증 잔액 17조2291억원(11.7%) 감소, 연도별 공급액(2023년 43조9000억원→2024년 약 19조원→2025년 1~5월 약 11조원), 2026년 정책대출 비중 30%→20% 단계 축소 방침, 2026년 8월 13일 결혼 페널티 완화 및 청년미래보금자리론 신설은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국토교통부·주택도시보증공사 공지, 한국주택금융공사 자료 및 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통계, 국내 경제지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국제 비교는 미국 GSE 제도, 일본 JHF 플랫35, 영국 헬프투바이 종료(2023년) 사실에 기초했다.

수치는 발표 시점과 집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최신 발표치를 우선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