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CDMO 규제지원 특별법 하위법령 제정안이 이번 겨울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서의 문장을 바꿔 놓을 조항으로 떠올랐다. 본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과 국내외 위탁생산 품질계약 관행을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하위법령의 핵심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품질책임을 제약사에서 CDMO로 넘기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수출제조업이라는 새로운 등록 범주와 적합인증·원료물질 인증을 신설해 수탁기업의 책임을 제도의 표면 위로 끌어올리되, 위탁자의 최종 책임은 그대로 남겨 두는 이중 구조에 가깝다. 시장에서 도는 다섯 갈래의 주장을 하나씩 뜯어보면 그 결이 분명해진다.
먼저 사실관계다.
식약처는 2026년 7월 24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하위법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의견 제출 기한은 그해 9월 4일까지였다.
특별법 본법은 2026년 12월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시 말해 이 기사가 다루는 시점은 하위법령이 아직 확정 공포되기 직전, 제출된 의견을 반영해 문구가 다듬어지는 구간이다.
그래서 계약 실무자들이 지금 알아야 할 것은 '확정된 규칙'이 아니라 '확정을 앞둔 규칙의 방향'이다.
규모의 배경부터 짚자.
한국바이오협회 추계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은 2024년 약 205억달러에서 연평균 8.8% 안팎으로 커져 2030년 341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일부 업계 추산은 인접 시장을 넓게 잡아 2026년 300조원대를 거론하기도 하는데, 이는 측정 범위가 다른 추정치이므로 같은 잣대로 비교하긴 어렵다.
확실한 건 성장의 방향이다.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논의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정 국가 CDMO 의존을 줄이려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한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78만4000리터급 생산능력과 99%대 배치 성공률, 2025년 10월 기준 규제기관 제조승인 누적 394건 같은 지표를 앞세워 반사이익 구간에 들어섰다.
이번 특별법은 그 물살에 제도의 노를 얹는 성격이 짙다.
CDMO 규제지원 특별법 하위법령 제정안, 무엇이 바뀌나
하위법령의 뼈대는 크게 넷이다.
첫째, 국내 생산분을 국내 허가 없이 수출용으로 만드는 '바이오의약품 수출제조업'을 신설하고 등록·시설기준을 뒀다.
둘째, 위탁개발생산 및 품질관리기준 적합인증 제도를 도입해 인증 기준과 절차를 규정했다.
셋째, 세포주·벡터 같은 핵심 출발물질을 겨냥한 원료물질 제조·품질 인증을 신설했다.
넷째, 위탁생산에 쓰는 원료의약품과 원료물질을 빠르게 들여올 수 있도록 수입 절차 특례를 뒀다.
여기에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 과태료 부과기준, 사전검토 등 규제지원 절차가 붙는다.
첫 번째 주장부터 검증한다.
"특별법 하위법령은 2026년 12월 시행에 맞춰 7월 입법예고됐고 의견 수렴은 9월 초 마감됐다"는 말은 사실이다.
식약처 발표와 관보 예고 일정이 일치한다.
다만 '시행됐다'와 '입법예고됐다'를 뒤섞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9월 25일 현재는 제정안이 예고를 마치고 확정을 준비하는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계약서에 "특별법 시행에 따라"라는 문구를 벌써 못 박아 두면 시점 오류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주장이 이번 기사의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적합인증제가 생기면서 품질책임이 위탁자(제약사)에서 수탁자(CDMO)로 넘어간다"고 정리한다.
본지 분석으로는 이 주장은 오해를 부른다.
적합인증은 CDMO의 품질체계·제조기록·밸리데이션 자료를 국가가 확인해 주는 제도이지, 완제의약품에 대한 허가권자의 최종 책임을 면제하는 장치가 아니다.
국제 관행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16~2017년 위탁제조 품질계약 가이던스에서 "계약은 규제 책임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못 박았고, 유럽연합 GMP 제7장 역시 위탁자와 수탁자가 각자 독립적으로 책임을 진다고 본다.
즉 적합인증은 수탁자 책임을 '가시화'할 뿐, 위탁자 책임을 '소멸'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실무에서 달라지는 지점은 따로 있다.
인증을 받은 CDMO일수록 계약상 품질합의서(Quality Agreement)에서 협상력이 커지고, 위탁자는 인증 사실에 기대 실사 범위를 조정하려 들 것이다.
책임의 총량이 옮겨가는 게 아니라, 책임을 나누는 협상의 출발선이 이동하는 것이다.

위탁생산 품질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세 번째 주장은 시설기준을 둘러싼 오해다.
"수출제조업은 국내 약사법 GMP만 맞추면 된다"는 말인데, 절반만 맞다.
제정안은 작업소·시험검사실·보관소 등 시설기준을 약사법령에 준용하도록 하면서도, 수입국 규정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 뒀다.
수출용 제품은 결국 도착지 규제당국의 실사를 통과해야 하므로, 국내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미국 FDA나 유럽 EMA의 요구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 실무에서는 "어느 나라 기준을 최종 적용할 것인가"를 품질합의서에 명시하는 조항이 더 중요해진다.
국내 기준 통과를 '글로벌 통과'로 등치하는 순간 분쟁의 씨앗이 된다.
네 번째 주장, "세포주·벡터 같은 출발물질까지 별도 품질인증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제정안은 원료물질 제조·품질 인증에 품질경영 원칙과 공정·설비 관리 기준을 담았다.
그동안 출발물질의 품질은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사적 계약과 실사에 크게 의존했는데, 국가 인증이라는 공적 기준선이 생기는 셈이다.
이는 특히 소규모 원료·세포주 공급사에 이중적이다.
인증을 획득하면 대형 CDMO의 공급망에 편입될 문이 넓어지지만, 인증 준비에 드는 문서화·밸리데이션 비용은 영세 업체엔 만만치 않다.
제도가 상위 기업의 공급망을 정돈해 주는 대신, 취약한 소규모 공급사에는 진입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섯 번째 주장은 가장 과장된 축에 속한다.
"특별법으로 원료의약품 수입이 무검사·무신고로 자유화된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제정안이 도입한 것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를 통한 '표준통관예정보고'로 수입 절차를 신속화하는 특례일 뿐, 검사나 신고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니다.
신속화와 자유화는 다르다.
통관 대기시간을 줄여 생산 일정을 지키게 하려는 장치이지, 품질 게이트를 허무는 조항이 아니라는 점을 계약서에서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해외 CDMO 규제와 비교하면
국제 비교는 이번 제도의 좌표를 잡아 준다.
미국은 별도의 CDMO 특별법 대신 FDA의 품질계약 가이던스와 21 CFR 체계로 위탁-수탁 책임을 규율한다.
핵심은 '계약이 규제 책임을 옮기지 않는다'는 원칙이며, 최근에는 생물보안법 논의로 공급망 재편이라는 산업정책적 변수가 겹쳤다.
유럽연합은 EudraLex 제7장에서 위탁 제조·시험 계약과 품질합의서를 사실상 의무화하고, 품질책임자(QP)의 출하 승인 권한을 통해 최종 책임 소재를 또렷하게 못 박는다.
일본은 PMDA를 축으로 마스터파일 제도와 GMP 적합성 조사로 원료·공정 정보를 관리해 왔다.
반면 싱가포르·아일랜드는 규제 자체보다 세제·입지·인허가 신속성으로 CDMO 허브 지위를 다졌다.
한국의 이번 특별법은 이 스펙트럼에서 '규제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국가 인증으로 신뢰를 보증하는' 절충형에 가깝다.
인허가 특례와 시설규제 완화로 속도를 주되, 적합인증·원료물질 인증으로 품질 신뢰를 국가가 뒷받침하겠다는 설계다.
여기서 본지의 명제를 세운다.
첫째, 이번 하위법령은 '규제 완화 법'인 동시에 '책임 명문화 법'이다.
시설·수입 문턱은 낮추되 인증이라는 새 관문을 세운 만큼, 계약 실무의 무게중심은 '허가 획득'에서 '인증 유지와 책임 배분'으로 옮겨간다.
둘째, 품질책임의 총량은 이전되지 않는다.
위탁자와 수탁자가 각자 책임을 지는 국제 원칙은 이번 법으로도 흔들리지 않으며, 달라지는 것은 협상의 출발선과 실사의 강도다.
셋째, 제도의 수혜는 균등하지 않다.
인증 대응 역량을 갖춘 대형 CDMO에는 순풍이지만, 문서화·밸리데이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규모 원료·세포주 공급사에는 진입장벽이 될 소지가 크다.

함의는 분명하다.
CDMO와 제약사는 지금 쓰고 있는 품질합의서를 재점검해야 한다.
적합인증·원료물질 인증의 취득·유지 책임을 누가 지는지, 인증 결격이 발생했을 때 배치 폐기와 손해의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 수출 대상국 기준과 국내 기준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을 우선할지를 조항으로 미리 정해야 분쟁을 줄인다.
특히 표준통관예정보고 특례를 계약서에 반영할 때는 '신속화'를 '검사 면제'로 오독하지 않도록 문구를 다듬어야 한다.
정책 당국에는 두 가지를 권한다.
하나는 소규모 공급사를 위한 인증 컨설팅·비용 지원을 병행해 진입장벽 효과를 완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 인증과 수입국 규제당국 실사 간 상호인정 협의를 서둘러 '이중 실사'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규제를 풀어 속도를 얻되, 그 속도가 품질 신뢰를 갉아먹지 않도록 하는 균형이 이 제도의 성패를 가른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25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확인한 1차·주요 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CDMO 규제지원 특별법'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 입법예고(2026년 7월 24일, 의견제출 마감 9월 4일), 한국바이오협회의 글로벌 CDMO 시장 추계(2024년 205억달러→2030년 341억달러, 연평균 8.8%), 미국 FDA의 위탁제조 품질계약 가이던스(2016~2017), 유럽연합 EudraLex 제7장 규정, 국내외 업계·전문지 보도다.
다섯 가지 주장에 대한 판정은 다음과 같다. ①시행·입법예고 일정 주장은 TRUE. ②품질책임이 CDMO로 이전된다는 주장은 MISLEADING(책임의 가시화이지 이전이 아님). ③국내 GMP만 맞추면 된다는 주장은 HALF-TRUE(수입국 규정 반영 여지). ④출발물질 인증 신설은 TRUE. ⑤원료 수입 무검사 자유화 주장은 FALSE(신속화 특례이지 검사 면제 아님).
시장 규모는 추계 기관·범위에 따라 편차가 있어 범위·출처와 함께 표기했으며, 하위법령은 확정 공포 전 단계이므로 최종 문구는 변경될 수 있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