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모두의 AI' 공공조달 국산모델 수요는 지금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같은 사업을 두고 출처마다 숫자가 어긋나는 이유부터 풀어야 한다.
본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 공고와 사업자 선정 발표,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 그리고 사업 참여 기업 관련 보도 여러 건을 교차 분석한 결과, '전 국민 무료 AI'라는 하나의 정책이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 매출과 레퍼런스에 만들어내는 조달발 수요는 무엇을 잣대로 삼느냐에 따라 512라는 물량으로도, 수백억 원이라는 금액으로도, 조 단위 예산으로도 읽힌다.
숫자가 여러 개인 게 아니라, 재는 자가 여러 개다.
사업의 뼈대부터 정리하자.
'모두의 AI'는 국민 누구나 국산 AI 서비스를 무료로 쓰도록 하겠다는 국정 과제로, 2026년 7월 공모가 시작됐고 8월 28일 사업자가 확정됐다.
여섯 곳이 뛰어든 경쟁에서 SK텔레콤·카카오·KT 세 컨소시엄이 선정됐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와 정책브리핑의 공식 발표다.
정부는 올해 첨단 GPU인 B200을 최대 512장 현물로 나눠 주고, 이를 바탕으로 범용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도록 했다.
서비스는 연내, 이르면 12월 정식 출시가 목표이며, 이듬해부터는 이른바 '1인 1 AI 에이전트'로 고도화한다는 그림이다.
핵심 조건은 국산 모델 활용 의무다.
선정 기업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기준을 충족하는 자사 국산 모델을 50% 이상 쓰고, 여기에 더해 다른 국내 기업의 국산 모델도 30% 이상 함께 얹어야 한다.
바로 이 두 개의 숫자가 첫 번째 격차를 만든다.
'50%'만 떼어 읽으면 국산 비중이 절반에 그치는 것처럼 보이고, '외산을 최대 20%까지 허용한다'는 오해로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과의 설명은 분명하다.
자사 50%에 타사 국산 30%를 더하면 국산 비중은 최소 80% 이상이며, 외산 모델은 정부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국산모델 수요'라는 지표가 제도의 표기 방식 하나로 50%와 80% 사이를 오간다.
'모두의 AI' 공공조달 국산모델 수요, 왜 출처마다 다르게 읽히나
두 번째 격차는 '지원의 형태'에서 나온다. 2026년 정부가 세 사업자에게 준 것은 현금이 아니라 GPU 512장이라는 현물이다.
반면 실제 돈이 오가는 것은 이듬해부터다.
본지가 확인한 보도에 따르면 2027년 예산은 연 2,500억 원 규모로, 이 가운데 GPU 임차비용이 1,700억 원, 컨소시엄별 운영비가 각 100억 원씩 3사 합계 약 300억 원으로 짜여 있다.
그러니 '조달이 국산 모델에 얼마를 태웠나'라는 같은 물음에도, 현물을 세면 512장이고 운영 현금을 세면 300억 원이며 GPU 대여까지 합치면 2,000억 원에 이른다.
어느 것도 틀린 수치가 아니다.
다만 물량·운영비·임차료라는 서로 다른 모수를 뒤섞으면 사업 규모는 실제보다 크게도, 작게도 비친다.
세 번째 격차는 '어떤 예산 바구니에 담느냐'다.
과기정통부의 2027년 예산안을 보면 부처 전체 약 29조 6천억 원 가운데 'AI 대전환' 항목이 약 9조 4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84%가량 늘었다.
여기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2026년 92개 사업에 3조 원 넘게 투입한다는 별도 집계가 겹친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국산 AI 반도체 육성, 범용 AI 개발 등 굵직한 사업이 각기 다른 통계로 잡히다 보니, '국산 모델을 떠받치는 정부 돈'은 인용하는 바구니에 따라 3조 원도, 9조 원도 된다.
'모두의 AI'는 그 큰 그림의 한 조각일 뿐인데, 종종 전체 AI 예산과 뒤섞여 규모가 부풀려 인용된다.

GPU 배분을 둘러싼 숫자도 한 꺼풀 들춰볼 필요가 있다. 512장이라는 총량은 공식 수치지만, 세 컨소시엄이 얼마씩 가져갔는지는 정부가 평가 점수와 순위를 공개하지 않아 '풀이'와 '추정'으로 떠돈다.
여러 보도는 평가 1순위로 알려진 카카오 컨소시엄이 256장, SK텔레콤과 KT가 각각 128장씩을 배정받은 것으로 본다.
본지는 이 배분을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업계 추정으로 본다.
총량은 공개돼 있으나 배분의 근거가 닫혀 있어, 어느 국산 모델에 조달 수요가 실제로 얼마나 쏠렸는지를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투명성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산모델 50%·B200 512장, 조달발 수요는 얼마나 지속될까
여기서부터는 본지의 판단이다.
첫째, '모두의 AI'가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에 안겨 준 것은 매출보다 레퍼런스라는 점이 본지의 결론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는 네이버클라우드·업스테이지·SK텔레콤·NC AI·LG AI연구원 등이 참여해 왔는데, 이들에게 절실했던 것은 '전 국민이 매일 쓴다'는 대규모 실사용 실적이다.
조달이 만든 수요의 진짜 값어치는 300억 원이라는 운영비 숫자가 아니라, 실사용 데이터와 국가 단위 도입 사례라는 무형의 자산에 있다.
둘째, 조달발 수요의 최대 수혜 구간은 자사 모델 50%가 아니라 타사 국산 30% 의무에 있다는 것이 본지 분석이다.
자체 서비스가 없는 중소·전문 모델 기업으로서는 대형 컨소시엄에 얹혀 들어가는 이 30%가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진입로다.
절대 금액은 작아 보여도, 레퍼런스 확보라는 관점에서 30%의 한계효용은 50%보다 크다.
다만 그 배분이 얼마나 공정하게, 얼마나 다양한 국산 모델에 돌아가는지는 아직 검증 장치가 부족하다.
셋째, 지속성은 숫자가 아니라 비용 곡선에 달렸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2,500억 원가량을 배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액수 자체는 예측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서비스가 단순 챗봇에서 AI 에이전트로 고도화될수록 한 번의 응답에 드는 연산량은 급격히 불어난다.
전 국민이 매일 에이전트를 부린다면 고정된 연 2,500억 원 안에서 무료 원칙을 지키기가 갈수록 빠듯해진다.
정부가 고도화 기능의 부분 유료화를 열어 둔 것도 이 압력을 의식한 대목으로 읽힌다.
조달 수요의 지속성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이용량 곡선이 예산 곡선을 언제 추월하느냐의 문제다.

국제적으로 견주면 이 사업의 성격은 더 또렷해진다.
유럽연합은 자체 대형 모델과 공용 컴퓨팅 인프라를 공공이 떠받치는 방식으로 미국·중국 사이에서 '주권 AI'를 세우려 하고,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도 국가 지원 모델과 공공 데이터 연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민관이 함께 키운 자국 모델을 행정과 산업에 접목하며 유럽식 대안의 간판으로 삼았고, 대만·싱가포르 등은 자국어·자국 문화에 특화한 모델을 정부 주도로 개발해 공공 서비스에 심는 전략을 택했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어느 나라도 '무료로 뿌리는 소비자 서비스' 자체를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대개는 모델·인프라·데이터라는 공급 기반을 국가가 대는 쪽에 무게를 둔다.
전 국민 무료 서비스라는 수요 측면에 국가가 이만큼 직접 개입하는 한국의 실험은 그만큼 이례적이며, 성패의 잣대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목표와 현실의 간극도 짚어야 한다.
정부는 이듬해 세계 10위권 독자 모델을 내놓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2026년 9월 기준 국내 최고 모델의 국제 평가 순위는 30위권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조달로 만든 수요가 이 격차를 얼마나 좁혀 줄지가 사업의 진짜 시험대다.
실사용 데이터가 모델 성능으로 환류되고, 그 성능이 다시 민간·해외 수요를 끌어오는 선순환이 돌아야 조달 수요는 '한철 특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요로 굳는다.
반대로 조달 물량에만 기대는 구조라면, 정부 예산의 향방 하나에 국산 모델 생태계 전체가 출렁이는 취약성을 안게 된다.
정책 제언은 두 가지로 좁힌다.
하나는 투명성이다.
평가 배점과 GPU 배분 근거를 사후에라도 공개해야 '국산모델 수요'가 특정 대형 사업자에 쏠렸는지, 다양한 모델로 퍼졌는지를 시장이 검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수요의 자립화다.
조달이 마중물이라면, 정부는 공공 조달 물량 자체를 늘리기보다 국산 모델이 민간 시장과 해외로 나아갈 판로를 함께 열어 조달 의존도를 낮추는 출구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2030년 이후 예산이 어떻게 조정되든 국산 모델의 수요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모두의 AI'가 만든 국산모델 수요를 정직하게 보려면, 512장·300억 원·2,500억 원·9조 원이라는 숫자를 한 줄에 세우지 말고 각각이 무엇을 재는 자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물량과 금액과 예산 바구니를 뒤섞는 순간, 사업은 실제보다 커 보이거나 작아 보인다.
조달이 뿌린 씨앗이 얼마나 큰 나무가 될지는, 지금의 숫자 크기가 아니라 그 수요가 민간으로 옮겨 붙는 속도가 결정할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23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두의 AI' 공모 공고와 사업자 선정 발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의 선정 결과, 국회 제출 2027년 예산안 관련 보도, 그리고 컨소시엄 운영비·GPU 배분·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 기업에 관한 복수 매체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GPU 512장의 컨소시엄별 배분(카카오 256장, SK텔레콤·KT 각 128장)은 정부가 평가 순위를 공개하지 않아 업계 추정치이며, 본문에 그 성격을 명시했다.
세계 순위·예산 규모 등 일부 수치는 발표 시점과 집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기준'·'약'·'추정'으로 표기했다.
상충하는 수치는 1차 자료를 우선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