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토큰증권(STO) 전자증권법 하위법규 입법예고가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그동안 부동산·음원·미술품 조각투자에 머물던 규율 대상이 주식·채권·펀드 같은 정형증권으로 단숨에 넓어진다.
본지가 금융위원회가 지난 4일 내놓은 「토큰증권 정책방향」과 올해 초 공포된 개정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그리고 국내외 로펌·연구기관 분석을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하위법규안의 진짜 승부처는 무엇을 토큰화하느냐가 아니라 발행과 유통을 어떻게 갈라놓고 여러 기초자산을 어디까지 묶도록 허용하느냐에 있었다.
증권사와 조각투자업체의 상품설계 지도가 통째로 다시 그려지는 국면이다.
흐름을 시간축으로 되짚어 보면 방향은 뚜렷하다.
금융위는 2023년 2월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으로 분산원장에 올린 권리도 증권이면 자본시장법으로 규율한다는 원칙을 처음 못 박았다.
이 원칙이 법률 문장으로 바뀌기까지는 3년 가까이 걸렸다. 21대 국회에서 한 차례 폐기됐던 법안은 올해 1월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월 3일 공포됐다.
개정 전자증권법은 공포 1년 뒤인 2027년 2월 4일 시행된다.
남은 1년 반, 제도의 세부 살을 채우는 작업이 바로 이번 하위법규 입법예고다.
토큰증권 하위법규 입법예고,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가장 큰 변화는 규율 대상의 확장이다.
종전 논의는 사실상 조각투자, 즉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에 갇혀 있었다.
뮤직카우의 음원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카사·비브릭의 부동산 수익증권처럼 기존 증권의 틀 밖에 있던 새로운 권리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1차 목표였다.
그런데 9월 4일 정책방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주식·채권·펀드 같은 정형증권도 발행인의 선택에 따라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우고, 정부가 처음으로 시행 시점과 대상 상품을 특정한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로드맵은 세 단계로 짜였다. 1단계는 개정법 시행일인 2027년 2월 4일에 맞춰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일반 사모사채를 우선 토큰화한다.
위험 통제가 상대적으로 쉬운 기관 대상 상품부터 문을 여는 셈이다.
비상장주식은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주식을 예탁결제원이나 신탁업자에 맡기고 이를 기초로 '비상장주식 신탁수익증권'을 찍는 우회 방식이 먼저 도입된다.
공모 조각투자증권은 시행과 동시에 토큰화가 허용된다. 2단계에서는 1단계의 안정성을 검증한 뒤 공모 증권 전반으로 토큰화를 넓히고, 3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등 결제수단과 연계한 온체인 결제까지 내다본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 단계 구분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기관·사모에서 개인·공모로, 다시 결제까지 위험의 반경을 조금씩 넓히며 시장의 학습을 기다리겠다는 설계다.

발행·유통 분리란 무엇이고 증권사 상품설계에 왜 중요한가
이번 하위법규안에서 실무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이 발행과 유통의 분리다.
골자는 이렇다.
토큰증권을 다루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인가를 따로 만들지 않고, 지금 갖고 있는 인가의 범위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긴다.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조각투자 토큰증권의 공모와 주선을 할 수 있고, 장외거래소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그 토큰증권의 유통을 지원한다.
발행을 돕는 자와 사고파는 판을 까는 자를 원칙적으로 갈라 이해상충을 막겠다는 취지다.
투자중개업과 투자매매업을 함께 하려면 각각 별도 인가를 받아야 하고, 발행인과 투자중개업자는 기초자산을 사고파는 과정과 수익증권을 모집·매출하는 과정에서 이해상충을 막을 내부통제·준법감시 체계를 갖춰야 한다.
겉으로는 겸영을 대놓고 금지하지 않지만, 실질은 만만치 않은 제약이다.
부실자산을 유동화에 밀어 넣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산보유자는 발행 뒤 신탁이 끝날 때까지 발행 수익증권의 5% 이상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
발행 설계 단계에서부터 장기 보유 계획을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장외거래소는 토큰증권 거래를 지원하기 전에 금융감독원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므로, 발행사는 거래 구조와 불공정거래 감시체계를 미리 구체화해 둘 수밖에 없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발행·유통 분리는 규제의 벽이자 동시에 증권사에는 기회다.
이미 중개·매매·신탁 인가를 두루 갖춘 대형 증권사는 계열 안에서 발행·수탁·유통을 조립할 여지가 크지만, 인가 한 종만 가진 조각투자업체는 파트너를 붙여야 그림이 완성된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요건도 상품설계의 숨은 변수다.
개정 전자증권법은 금융회사가 아닌 발행인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계좌관리기관이 될 수 있게 열어뒀다.
자기자본 40억원, 계좌관리·내부통제·전산 전문인력, 전산·보안사고 예방설비가 그 요건이다.
조각투자 스몰라이센스로 발행하는 사업자는 별도 등록이 필요 없지만 예탁결제원과의 시스템 연계는 따로 해야 하므로, 구축 비용과 일정을 사업계획에 미리 넣어야 한다.
장외거래소 쪽에서는 기존 비상장주식·비금전신탁 수익증권 인가 단위에 더해 채무증권 전용 인가 단위가 새로 만들어진다.
기초자산 집합화 허용, 조각투자 상품은 얼마나 다양해지나
상품설계의 자유도를 가장 크게 넓히는 카드는 기초자산 집합화(풀링) 허용이다.
지금까지는 원칙적으로 기초자산 하나에 상품 하나였다.
건물 한 채, 음원 한 곡 식이다.
앞으로는 요건만 맞추면 여러 기초자산을 하나로 묶어 단일 조각투자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같은 종류의 자산이어야 하고, 집합화의 목적과 기준이 명확해야 하며, 부실자산을 끼워 넣어서는 안 되고, 개별 자산별로 구분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가까운 장래에 생길 매출채권처럼 불확정 사건과 연계된 자산도 조건부로 기초자산으로 인정받을 길이 열린다.
본지가 정책방향과 로펌 분석을 대조한 결과, 집합화 허용은 조각투자의 체질을 바꿀 변수다.
단일 자산 상품은 그 자산 하나가 흔들리면 투자자가 고스란히 위험을 떠안는다.
여러 자산을 묶으면 분산 효과로 위험이 완만해지고, 소액으로도 포트폴리오형 상품에 ��근할 수 있다.
리츠(REITs)나 펀드가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토큰증권이 더 잘게, 더 빠르게 구현하는 그림이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집합투자(펀드) 규제와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데 있다.
여러 자산을 모아 운용하고 그 성과를 나눠 주는 구조는 자칫 무인가 집합투자로 읽힐 수 있다.
하위법규가 집합화의 요건을 촘촘히 못 박은 이유이자, 발행사가 상품 구조를 짤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회색지대다.

해외는 발행·유통을 어떻게 다루나
토큰증권 규율의 국제 흐름을 보면 한국의 선택이 어느 좌표에 있는지 또렷해진다.
일본은 2019년 금융상품거래법을 고쳐 2020년 5월부터 분산원장 기반 권리를 '전자기록이전권리'로 규정하고, 유통성이 높은 제1항 유가증권에 준하는 강한 공시·판매 규제를 씌웠다.
일본STO협회라는 자율규제기구가 발행·유통 실무 기준을 관리하는 구조여서, 발행과 유통을 뚜렷이 나눠 보는 한국의 노선과 결이 비슷하다.
미국도 별도의 토큰증권 법을 만들지 않고 기존 증권법을 그대로 적용한다.
사모 면제(Reg D)나 소액공모(Reg A+)로 발행하고, 대체거래시스템(ATS) 인가를 받은 곳에서 유통시키는 식으로 발행과 유통의 인가를 분리해 놓았다.
반대편에는 통합 실험 노선이 있다.
스위스는 2021년 이른바 DLT법을 시행해 '원장기반증권'이라는 새 범주를 민법·증권법에 직접 심었다.
별도의 중개 없이 원장 위에서 권리의 발행과 이전이 법적으로 완결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3월부터 DLT 파일럿 체제를 가동해, 한시적 규제 유예 아래 발행·거래·결제를 하나의 인프라에서 처리하는 실험을 허용하고 있다.
결제형 가상자산을 아우르는 미카(MiCA) 규정은 증권형 토큰을 대상에서 빼, 이 영역은 기존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 II)이 맡는다.
본지 분석으로는 한국은 일본·미국형 '분리·단계' 노선에 가깝다.
스위스·EU가 원장 위 통합을 실험하는 사이, 한국은 검증된 인가체계를 토큰증권에 얹고 위험이 낮은 상품부터 순차 개방하는 보수적 설계를 택했다.
안전하지만 그만큼 초기 상품 혁신의 속도는 눌릴 수 있다.
남은 쟁점과 시장에 던지는 함의
시장의 기대와 규모 전망은 뜨겁다.
삼성SDS 등이 인용한 추정에 따르면 국내 토큰증권 시가총액은 2024년 34조원(GDP의 1.5% 수준)에서 2030년 367조원(14.5%)까지 커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있고, 회계·컨설팅 업계에서는 조각투자를 포함한 광의의 시장이 2030년 3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다만 이 수치들은 어디까지나 성장 시나리오에 기반한 전망치이며, 제도 시행 초기의 실제 발행 규모는 훨씬 보수적일 공산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둔다.
본지의 결론을 세 갈래로 정리한다.
첫째, 이번 하위법규는 조각투자업체에 축복이자 시험이다.
집합화로 상품의 폭은 넓어지지만, 발행·유통 분리와 이해상충 통제, 5% 의무보유가 겹치면서 자본과 시스템이 얕은 소형 업체에는 진입 문턱이 오히려 높아진다.
둘째, 진짜 수혜는 인가를 두루 쥔 대형 증권사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발행 주선, 신탁, 장외 유통을 계열 안에서 엮을 수 있어서다.
셋째, 규제 차익을 노린 집합화·불확정자산 상품은 무인가 집합투자 논란이라는 지뢰를 밟기 쉽다.
요건 해석이 초기 감독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다.
실무 권고는 명료하다.
발행을 준비하는 쪽은 상품이 지분·채무·수익·투자계약증권 가운데 무엇으로 분류되는지부터 확정하고, 필요한 인가와 파트너를 지금 확보해야 한다.
장외거래소 상장을 염두에 뒀다면 금융감독원 사전 협의 일정을 사업계획에 미리 반영하고, 예탁결제원 시스템 연계 비용을 조기에 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달 말 입법예고되는 하위법규안의 요건 문구를 축조 단위로 뜯어보는 일이 시급하다. 60일 안팎의 의견수렴 기간이 상품 구조를 바로잡을 사실상 마지막 창구이기 때문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23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금융위원회가 2026년 9월 4일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에서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방향」, 2026년 1월 1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월 3일 공포된 개정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그리고 복수 로펌의 정책방향 해설과 회계·IT 업계의 시장 추계를 교차 확인했다.
하위법규 개정안은 이달 말 입법예고 예정으로, 세부 요건은 확정 고시 시점에 달라질 수 있다.
시가총액 34조→367조원 등 전망치는 추정 시나리오이므로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명시한다.
발행·유통 분리, 기초자산 집합화 요건, 계좌관리기관 등록요건(자기자본 40억원), 투자한도(청약 3,000만원·발행금액 5% 중 작은 금액, 장외 연간 순매수 1억원)는 1차 정책자료 및 로펌 해설로 교차 검증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