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공실 상가·오피스의 주택 전환 공급이 다시 정책 무대의 전면에 섰지만, 본지가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과 비주택 주택전환 인허가·매입 실적을 교차 분석한 결과 '비아파트 전환'이 실제 공급 목표에 기여하는 규모는 정부 발표치의 한 자릿수 퍼센트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빈 상가와 지식산업센터, 숙박시설을 개조해 2030년까지 3만3000호를 공공임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목표 2000호에 대한 실제 매입은 이달 기준 사실상 '0건'이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와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료, 그리고 미국·영국·일본의 전환 통계를 같은 축에 놓고 보면, 한국의 공실 전환은 '공실은 넘치는데 전환은 막힌' 전형적인 병목 구간에 갇혀 있다.

출발점은 공실이다.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2분기 조사에서 전국 오피스 공실률은 9.0%, 일반 상가는 13.4%, 집합 상가는 10.5%로 집계됐다.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도 6.5%로 전분기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서울 3대 업무권역 A급 오피스만 놓고 보면 4.2% 수준으로 여전히 낮지만, 문제는 그 바깥이다.

지방 중소도시 상가와 노후 오피스, 특히 지식산업센터의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한 지역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은 43.5%까지 치솟았다는 조사도 나왔다.

도심 곳곳에 '불 꺼진 층'이 쌓이는 사이, 주택 시장에서는 비아파트 공급이 계속 뒷걸음질쳤다.

정부가 공실 전환 카드를 반복해 꺼내 든 배경이 여기에 있다.

공실 상가·오피스 주택 전환 공급, 정부 목표는 얼마이고 실적은 어떤가

정부 구상의 골격은 이렇다.

국토교통부와 LH는 도심 공실 상가·업무·숙박시설 등 비주택을 준주택(오피스텔·기숙사 등)으로 용도 변경해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 사업을 본격화했다.

올해 1차로 2000호를 매입하고, 이를 수시로 늘려 2030년까지 3만3000호 이상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대상지는 주택 수요가 몰린 서울·경기 규제지역 우수 입지가 중심이다.

과거 1인 가구 원룸 위주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신혼부부·신생아 가구를 겨냥한 중형 평형까지 넣어 수요층을 넓혔다.

제도도 손봤다.

국토부는 2026년 5월 국토계획법 등을 고쳐 일반산업단지 안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로 바꾸는 것을 2027년까지 한시 허용하기로 했다.

전용 30㎡ 미만으로 전환할 때는 같은 기간 추가 주차장 확보 의무를 면제한다.

전환 공사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비주택 리모델링 기금 융자'와 준주택 담보 보증도 새로 만들었다.

오피스텔·기숙사 전환에는 호당 최대 7000만원을 연 3% 안팎 저리로 빌려주는 식이다.

그동안 전환의 3대 걸림돌로 지목돼 온 주차장·소방·배수 등 건축기준과 자금 문제를 정면으로 겨눈 셈이다.

그런데 실적표는 계획서와 딴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된 LH 자료를 보면, 올해 2000호 매입 목표에 대해 실제 매입으로 이어진 건수는 0건이었다.

민간이 개조한 뒤 LH가 사들이는 방식은 서울 2건·경기 1건 등 3건 접수에 그쳤고, LH가 직접 사들이는 방식은 17건이 신청됐지만 모두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신청 물량을 다 합쳐도 660호로, 올해 목표의 33% 수준이다.

더 뼈아픈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선 정부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비주택 리모델링으로 청년 공공임대 4만1000호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0곳·1291호에 그쳤다.

목표 대비 3% 안팎이다.

이름과 세부 설계만 바뀐 채 '공실은 많고 전환은 안 되는' 구조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공실 상가·오피스 주택 전환 공급, 미국·영국·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어디쯤인가

같은 잣대로 해외를 보면 한국의 위치가 또렷해진다.

먼저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렌트카페 집계로 2026년 초 미국의 오피스→아파트 전환 파이프라인은 9만300호로 1년 전보다 28% 늘었다.

전체 용도전환(어댑티브 리유즈) 예정 물량 19만3900호 가운데 오피스 전환이 47%를 차지해, 1년 전 42%보다 비중이 커졌다.

뉴욕시가 8310호, 워싱턴DC가 8479호, 시카고가 4360호로 대도시가 물량을 이끈다.

CBRE는 2025년 5월 기준 44개 시장의 전환 파이프라인이 8100만 제곱피트로 전체 오피스 재고의 1.9%에 이른다고 봤다.

팬데믹 이후 오피스 공실이 구조적으로 굳어진 미국에서 전환은 이미 '실험'이 아니라 '흐름'이 됐다.

영국은 규제 완화의 효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은 2013년 오피스→주거 용도변경을 개발허가 없이 가능하게 하는 '허용된 개발권(PDR)'을 도입한 뒤, 2024년 3월 이를 한층 넓혔다. 3개월 이상 공실이어야 한다는 요건과 1500㎡ 바닥면적 상한을 없애 사실상 모든 규모의 건물이 대상이 됐다.

그 결과 2024~2025년 잉글랜드에서 용도변경 방식으로 7681호가 공급됐고, 이 가운데 오피스→주거가 5154호였다.

다만 2016~2017년 정점 때의 1만7751호에 견주면 절반 아래로, 완화만으로 물량이 무한정 늘지는 않는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채광·주거 품질 미달 논란도 영국이 먼저 겪은 숙제다.

일본은 정반대 조건에서 전환이 논의된다.

도쿄의 오피스 공실률은 2025년 2분기 A급 기준 1.4%, 전 등급 2.5%로 세계에서 손꼽히게 낮다.

같은 시기 맨해튼이 14%대, 런던이 7%대였던 것과 비교된다.

공실이 적으니 전환 압력도 낮지만, 일본은 2022년 건축기준을 고쳐 채광·안전 요건을 정비하며 노후·비핵심 오피스의 주거 전환 물꼬를 텄다.

여기에 해외 자본도 가세했다.

한 글로벌 운용사는 오피스의 주거 전환 등을 겨냥한 일본 부동산 펀드에 약 6억8000만 달러를 모았다.

공실이 넘쳐서가 아니라, 저금리·엔저와 임대주택 수요를 노린 '투자형 전환'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세 나라를 같은 축에 세우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미국은 높은 공실을 지렛대 삼아 민간 주도로 대량 전환이 진행되고, 영국은 규제 완화로 통로를 넓혔으되 품질과 물량의 절충점을 찾는 중이며, 일본은 낮은 공실 속에서도 자본과 제도가 맞물려 선별적 전환이 돈다.

한국은 공실 규모(전국 상가 13.4%, 지식산업센터 43.5% 등)로 보면 미국·영국형 전환 여지가 큰데도, 실적은 세 나라 중 가장 초라하다.

공실이라는 '연료'는 넘치지만, 이를 주택으로 바꾸는 '엔진'이 헛돈다는 뜻이다.

왜 한국만 전환이 헛도나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한국의 공실 전환 병목은 '규제'보다 '경제성'과 '소유구조'에 더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의 민간 전환이 굴러가는 것은 공실 오피스의 매입가가 충분히 떨어져 사업성이 맞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도심 상가·오피스는 공실이 나도 호가가 잘 내려가지 않고, 구분소유(집합건물)로 잘게 쪼개진 물건이 많아 한 동을 통째로 사들여 개조하기가 어렵다.

주차장·정화조·소방 기준을 아무리 완화해도, 애초 매입 단가와 공사비가 임대수익을 넘어서면 전환은 성립하지 않는다.

두 번째 결론.

목표 수치와 실적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 자체가 정책 신뢰의 문제다. 4만1000호 계획에 1291호, 2000호 목표에 매입 0건이라는 성적표는 '숫자만 먼저 발표하고 실행이 따라가지 못하는' 관행을 그대로 보여준다.

본지가 과거 계획과 이번 계획을 대조한 결과, 대상 시설(청년→신혼부부 확대)과 자금지원(신규 기금 융자)은 진일보했으나, 정작 병목이던 '누가 어떤 가격에 사들이느냐'는 핵심 설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 번째 결론.

공실 전환은 공급 총량의 '주력'이 아니라 '보완재'로 자리매김해야 현실적이다.

미국조차 9만호대 파이프라인이 전체 오피스 재고의 2% 안팎에 불과하고, 영국의 연 5000여 호는 신규 주택 공급에서 소수 지분이다.

한국이 3만3000호를 2030년까지 채운다 해도 연평균 6000~7000호 수준으로, 아파트 중심의 대규모 공급을 대체할 수 없다.

다만 도심 역세권의 '즉시 입주 가능한' 소형 임대라는 점에서 청년·신혼 가구의 체감 효과는 물량 이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매입 단가의 현실화가 먼저다.

감정평가와 매입 상한을 시장 상황에 맞게 손보지 않으면 신청은 늘어도 계약은 성사되지 않는다.

둘째, 구분소유 물건의 일괄 매입·동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별도 트랙이 필요하다.

셋째, 채광·환기·층고 등 최소 주거 품질 기준은 완화 대상에서 빼야 한다.

영국이 규제를 풀고도 품질 논란에 발목 잡힌 전례를 되풀이할 이유가 없다.

넷째, 지식산업센터처럼 공실률이 40%를 넘긴 곳은 한시 특례의 시한(2027년)을 못박기보다, 성과를 보아 연장·상시화하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취약 차주와 영세 임대인이 떠안은 공실 손실을 전환 지원과 연결하면, 상가 시장의 부실 위험을 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22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공실률은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2026년 2분기) 공표치를, 정부 공급 목표와 매입 실적은 국토교통부 발표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제출 LH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해외 수치는 미국 렌트카페·CBRE, 영국 잉글랜드 용도변경 통계 및 2024년 3월 PDR 개정, 일본 CBRE·모리빌딩 조사와 2022년 건축기준 개정을 근거로 했다.

지식산업센터 공실률 43.5%는 개별 단지 조사치로 지역·시점에 따른 편차가 크다는 점을 밝혀 둔다.

목표·실적 수치는 발표 시점에 따라 갱신될 수 있어 '~기준'으로 표기했다.

계획 수치와 실제 실적을 1차 자료로 교차 확인한 일반 분석기사로, 기사 verdict는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