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 개정 고시와 이를 뒷받침하는 관리 지침 개정이 잇따르면서, 지난해 수출 114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찍은 K뷰티의 성장 엔진인 인디·중소 브랜드가 정작 광고 리스크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본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행정처분 통계와 국회 국정감사 자료, 관세청 수출 실적을 교차 분석한 결과, 광고 적발 건수의 증가 속도가 수출 증가율을 앞지르는 '규제-성장 역전'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는 강화되는데 대응 여력이 가장 약한 쪽이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는 것이 본지 진단의 출발점이다.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 규정 개정 고시, 무엇이 달라졌나
실증 규정의 뼈대는 화장품법 제14조와 시행규칙 제23조다.
광고에서 사실을 주장하면 그 사실을 증명할 자료, 즉 인체 적용시험·인체 외 시험 등 실증자료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식약처가 요구하면 정해진 기간 안에 내야 한다.
못 내면 광고 중지 명령이 떨어진다.
이 큰 틀은 오래됐지만, 최근 1~2년 사이 '무엇을 실증으로 인정하고 무엇을 아예 금지하느냐'의 선이 눈에 띄게 촘촘해졌다.
변화의 핵심은 두 갈래다.
첫째, 실증 인정의 문턱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무(無) OO' 광고를 하면서 제조 과정에서 특정 성분을 넣지 않았다는 제조관리기록서나 원료 시험자료만 제출해도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개정 고시는 이런 자료만으로는 실증을 인정하지 않고, 완제품에 그 성분이 실제로 들어 있지 않다는 시험자료를 요구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넣지 않았다'가 아니라 '검출되지 않는다'를 증명하라는 것이다.
둘째, 금지표현 목록이 늘었다.
식약처는 2025년 1월 관리 지침(민원인 안내서)을 개정해 최근 적발 사례에서 실제로 쓰인 문구들을 금지표현으로 추가했다.
새로 명시된 금지 표현은 품목·소구점별로 갈린다.
병원용·의약전문가 추천을 표방하는 표현, 인체에서 유래한 줄기세포가 든 것처럼 오인시키는 '엑소좀'·'리포좀'류 표현, 화장품의 범위를 벗어난 사용법을 암시하는 '마이크로니들'·'미세침'·'MTS', 외음부세정제의 '이너케어'·'질 내 사용', 그리고 '피부나이 n세 감소' 같은 수치 소구가 대표적이다.
다만 인체유래가 아닌 식물·우유 엑소좀 표현은 허용되고, '피부노화지수 감소'처럼 실증자료나 기능성화장품 심사자료로 뒷받침되는 표현은 길이 열려 있다.
규제가 표현 자체를 일률적으로 막는 게 아니라, '증명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갈래를 나눈 셈이다.
여기에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2026년 3월 공포돼 같은 해 4월과 10월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가면서, 표시·광고 관리의 법적 근거도 함께 정비됐다.

인디·중소 K뷰티 수출기업이 왜 더 위험한가
규제 강화 자체는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 규제의 무게가 업계에 고르게 실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지금의 화장품 광고 리스크는 '수출 주역'과 '규제 취약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구조다.
먼저 성장의 그림을 보자.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 달러로 전년(102억 달러)보다 11.8%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무역수지 흑자는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 101억 달러에 이르렀다.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에 올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2억 달러로 최대 시장이 됐고 중국 20억 달러, 일본 11억 달러가 뒤를 이었다.
이 성장을 끌어올린 것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인디 브랜드다.
이들의 수출 비중은 2025년 68.3%에서 2026년 상반기 71.2%(약 39억4,000만 달러)로 더 높아졌다.
수출의 3분의 2 이상이 인디·중소기업의 몫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행정처분 통계를 겹쳐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5년 9월까지 화장품 부당광고 적발은 1만2,617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하는 광고가 약 70%를 차지했다.
최근 1년치 행정처분을 따로 뜯어보면 427건 중 76%가 거짓·과장 광고였다는 집계도 있다. 2026년 상반기만 놓고 봐도 화장품 관련 행정처분은 145개 업체·152건으로, 처분 사유가 '광고'에 몰려 있었다.
처분의 성격이 제조·품질에서 광고·표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왜 인디·중소기업이 더 노출되는가.
첫째, 이들의 판매·홍보 무대가 SNS와 온라인 플랫폼, 인플루언서 협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실증 규정상 광고 매체에는 인터넷과 영상, 인쇄물이 모두 포함되고, 콘텐츠 제목까지 부당광고 검토 대상이 된다.
짧은 후킹 문구로 승부하는 채널의 특성상 '병원급'·'재생'·'주름 개선' 같은 표현이 무심코 튀어나오기 쉽다.
둘째, 이들은 사내에 전담 약무·규제(RA) 인력이나 법률 검토 라인을 두기 어렵다.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가 만든 제품을 브랜드가 마케팅만 얹는 구조가 흔한데, 정작 광고 문구의 법적 책임은 표시·광고 주체인 브랜드가 진다.
셋째, 수출 기업일수록 미국·유럽·중국 등 나라마다 다른 광고 규제를 동시에 맞춰야 해, 국내 금지표현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따라가기가 벅차다.
실제로 2026년 9월 식약처는 추석을 앞두고 온라인 부당광고 등 308건을 무더기로 적발했는데, 상당수가 온라인 채널에 걸린 소형 브랜드의 표현이었다.
본지의 결론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지금의 규제 강화는 '표현의 금지'가 아니라 '증명책임의 이전'으로 읽어야 한다.
못 쓰게 하는 표현이 늘어난 게 아니라, 쓰려면 완제품 기준의 실증을 갖추라는 요구가 강해진 것이다.
둘째, 리스크는 품목이 아니라 '소구점×채널'의 조합에서 폭발한다.
같은 앰플이라도 '엑소좀'을 SNS 영상 제목에 넣는 순간 위험도가 급등한다.
셋째, 수출 호황과 처분 급증이 같은 집단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어, 규제 대응 역량이 곧 브랜드의 생존 변수로 바뀌고 있다.

인디·중소 수출기업이 지금 해야 할 세 가지
진단이 이렇다면 처방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본지는 세 갈래의 실행 순서를 제안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사 광고 문구의 '재고 조사'다.
판매 중인 전 채널—자사몰, 오픈마켓 상세페이지, SNS 게시물, 인플루언서 협업 콘텐츠, 심지어 영상 썸네일 제목까지—에서 쓰이는 소구 표현을 한데 모아, 개정 금지표현 목록과 하나씩 대조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병원'·'의료'·'재생'·'엑소좀'·'니들'·'피부나이' 같은 최근 추가된 키워드는 우선 점검 대상이다.
표현을 지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남길 표현에는 완제품 기준 실증자료가 붙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음은 실증 체계를 '사후 방어'에서 '사전 확보'로 바꾸는 일이다.
지금까지 많은 소형 브랜드는 식약처가 자료를 요구하면 그때서야 시험을 찾았다.
하지만 실증자료를 정해진 기간 안에 내지 못하면 곧바로 광고 중지 명령으로 이어진다.
신제품을 낼 때 마케팅 문구와 시험 설계를 동시에 잡고, 인체 적용시험·인체 외 시험 성적서를 광고 개시 전에 확보해 두는 순서로 바꿔야 한다.
비용이 부담이라면 업종 협회나 지방자치단체·중소벤처기업부의 수출 바우처, 공용 시험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할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수출 시장별 규제를 국내 기준과 함께 관리하는 '이중 체크'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유럽·중국은 각각 화장품과 의약품·의약외품을 가르는 선과 허용 표현이 다르다.
국내에서 통과된 문구가 수출국에서 막히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잦다.
예컨대 미국은 의약품에 준하는 효능을 표방하면 식품의약국 규제 대상이 되고, 유럽연합은 근거 없는 효능 소구를 공통 기준으로 촘촘히 걸러낸다.
중국은 기능성 효능을 주장하려면 별도 등록·시험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문턱을 높여 왔다.
세 시장의 결이 제각각이라, 국내 금지표현만 피했다고 안심할 수 없는 구조다.
규모가 작을수록 외부 규제 자문을 상시 계약하기보다, 핵심 시장 두세 곳의 금지표현 체크리스트를 사내에 표준화해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규제는 앞으로도 완화보다 강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실증을 감당할 수 있는 브랜드만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시대가 됐고, 그 준비의 격차가 곧 K뷰티 내부의 새로운 양극화 축이 될 것이라는 게 본지의 전망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20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식약처 고시)과 화장품법 제14조·시행규칙 제23조, 2025년 1월 개정된 화장품 표시·광고 관리 지침(민원인 안내서), 2026년 3월 공포된 시행규칙 개정안을 국가법령정보센터와 식약처 발표로 교차 확인했다.
수출 통계는 관세청·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인용 보도한 자료를, 행정처분·부당광고 적발 수치는 식약처 발표 및 국회 국정감사 제출 자료를 근거로 삼았다.
개별 기업의 위반 여부를 특정하지 않았으며, 금지표현의 허용·불허 경계는 실증 가능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