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지분율 기준이 20%로 일원화되면서, 총수일가의 그림자에 가려 있던 계열사들이 대거 사정권으로 들어왔다.

본지가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자료와 법 개정 당시 규제영향 추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규제 대상 회사는 개정 직전 기준 231개사에서 약 607개사로 세 배 가까이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어떤 지분·출자 구조를 가진 그룹이 새로 규제의 문턱을 넘느냐가 이번 개정의 실제 무게를 결정한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새로 편입되는 계열사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총수일가 지분이 20~30% 구간에 걸쳐 있던 상장사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거느린 자회사다.

규제의 칼날이 상장사 껍데기에서 그 아래 손자회사까지 내려간 셈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건설·물류·시스템통합 계열을 다층으로 쌓아 온 그룹들이 집중적으로 걸린다.

사익편취 규제 지분율 20% 일원화란 무엇인가

변경 전 규정부터 짚어야 한다.

종전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상장사는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으로 나눠 적용했다.

상장과 비상장 사이에 10%포인트의 틈이 있었고, 총수일가는 상장 계열사 지분을 29%대에서 정교하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 틈을 활용해 왔다.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이 오랫동안 29.99%라는 수치를 유지했던 것이 대표적 장면이다.

지분을 1%포인트만 낮추면 규제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사실상 제도가 만든 사각지대였다.

변경 후 규정은 이 틈을 메웠다. 2021년 12월 30일 시행된 전면 개정 공정거래법은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특수관계인 지분 20% 이상인 회사를 일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 더해 그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망에 포섭했다.

지분 기준을 낮춘 것과 자회사를 새로 끌어들인 것,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규제 대상이 급팽창한 것이다.

다만 오해는 경계해야 한다.

사익편취 규제는 계열사 간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 내부거래는 허용하되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는 거래만 사후에 문제 삼는 제도다.

규제 대상에 들었다고 지분을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규제대상 231→607개, 어느 그룹이 새로 걸리나

입법 당시 공정위 추계로는 개정 직전 231개사에 상장사 27개, 50% 초과 자회사 349개를 합해 376개가 더해지면서 607개사로 늘어나는 그림이었다.

이 추계는 어디까지나 법 통과 시점의 예측치다.

실제로 개정법이 굴러가기 시작한 뒤 공정위가 매년 실측한 숫자는 이보다 컸다.

시행 첫해인 2021년 265개였던 규제 대상 회사는 2022년 835개로 1년 만에 세 배 넘게 뛰었고, 이후 900개 안팎에서 움직였다.

지정 집단 수와 계열사 편입·분리에 따라 해마다 총량이 출렁이지만, 추세는 분명하다.

사각지대가 좁혀지면서 규제망이 촘촘해졌다.

본지가 그룹별 증가 폭을 뜯어보니 특정 업종에 쏠림이 뚜렷했다.

GS는 규제 대상이 12개에서 38개로, 효성은 15개에서 35개로, 호반건설은 6개에서 26개로 불었다.

대방건설과 일진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중견그룹의 증가 폭이 대기업 못지않게 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유는 단순하다.

건설·부동산 개발을 축으로 성장한 그룹일수록 시행사·시공사·자재·분양대행을 별도 법인으로 잘게 쪼개 총수일가나 2세가 직접 지분을 쥔 다층 출자구조를 갖고 있어서다.

상장 대기업의 간판 계열사보다, 이런 비상장 다층 구조가 이번 일원화의 실질적 타깃이 됐다.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상위 대기업집단에서 새로 추가된 계열사가 두어 곳에 그친 반면, 건설 기반 중견그룹에서 스무 곳 넘게 늘어난 대비가 이를 웅변한다.

규제 대상 확대의 체감 강도가 그룹 규모가 아니라 출자구조의 복잡성에 비례한다는 뜻이다.

본지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이번 개정의 본질은 대기업 상장사 규제 강화가 아니라 '비상장 손자회사의 양성화'에 가깝다.

새로 추가된 607개 구도의 무게중심이 상장사 27개가 아니라 자회사 349개에 실려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규제의 실효성은 간판 상장사가 아니라 그 아래 잘 보이지 않던 법인에서 판가름 난다.

본지의 두 번째 결론은 지분율과 내부거래의 상관관계에 관한 것이다.

공정위가 최근 공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2025년 지정 92개 집단의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2.3%, 금액으로는 281조 원에 이른다.

내부거래액이 가장 큰 집단은 현대자동차였고, 업종으로는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의 내부거래가 가장 컸다.

주목할 대목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5년 넘게 이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총수일가 전체보다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서 내부거래 쏠림이 더 뚜렷했다.

지분과 거래가 함께 움직인다는 이 경향이야말로 지분율 기준을 낮춘 규제 설계의 논리적 근거다.

본지의 세 번째 결론은 규제의 사각지대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20% 일원화와 자회사 포섭에도 불구하고, 지분을 19%대로 낮추거나 손자회사 지분을 50% 이하로 조정하는 방식의 회피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규제 대상 문턱 바로 아래에 지분을 맞춰 놓는 '문턱 관리'가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규제 대상 회사 수가 늘어난 것과 실제 부당 내부거래가 줄어든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해외는 일감몰아주기를 어떻게 규제하나

총수일가로의 사익 이전, 이른바 터널링(tunneling)을 다루는 방식은 나라마다 결이 다르다.

미국은 지분율을 잣대로 삼지 않는다.

대신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규정과 회사법상 이사의 신인의무, 이해관계자 거래에 대한 독립 이사·감사위원회의 승인 절차로 통제한다.

문제가 된 거래는 주주대표소송으로 사후 정산되는 구조여서, 규제의 무게가 '사전 지분 기준'이 아니라 '사후 책임'에 실려 있다.

한국의 지분율 기준 규제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일본은 회사법상 이익상반거래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의무화하고, 대규모 거래는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한다.

별도의 '일감몰아주기' 조항을 두기보다 일반 회사지배구조 절차 안에서 걸러 내는 방식이다.

유럽연합은 주주권리지침 개정을 통해 상장사의 중요 이해관계자 거래에 대한 공시와 이사회·주주 승인을 요구한다.

규모가 일정 기준을 넘는 거래를 공표하고 독립적 판단을 거치게 하는, 절차 중심 접근이다.

이스라엘은 재벌의 피라미드 출자와 터널링 문제가 심각해지자 계열 분리와 지배구조 개혁을 법으로 밀어붙인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소수 가문이 피라미드 정점에서 적은 지분으로 광범위한 계열을 지배하던 구조를 겨냥해, 출자 단계를 제한하고 지주 성격의 회사를 정리하도록 강제한 것이 골자다.

지분율 규제와 절차 규제를 넘어 아예 소유 구조 자체에 손을 댄 강수였다는 점에서 한국 논의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비교에서 한국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한국은 지분율이라는 명확한 수치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선긋는 거의 유일한 축에 가깝다.

기준이 명확해 예측 가능성이 높은 반면, 바로 그 명확함 때문에 '문턱 아래 지분 관리'라는 회피 유인을 만든다.

절차 중심의 미국·유럽·일본이 거래의 내용과 독립성을 따진다면, 한국은 회사의 지분 구조를 따진다.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지분 기준만으로는 잡히지 않는 회피 거래를 절차 규율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을 각 주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다층 비상장 계열을 거느린 중견그룹이라면 이제 손자회사 단위까지 내부거래의 정상가격과 거래 필요성을 문서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상장 계열사 지분을 20%대에 맞춰 온 총수일가는 문턱 관리라는 낡은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협력업체와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규제 대상 확대가 곧 공시 정보의 확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감시의 무기가 늘어난 셈이다.

규제 당국에는 숙제가 남는다.

대상 회사 수를 늘리는 양적 확대에서, 부당성 판단의 정교함을 높이는 질적 전환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대상이 세 배로 늘어도 조사 역량이 그대로라면 규제의 밀도는 오히려 옅어진다.

결국 이번 20% 일원화는 오랜 사각지대를 좁힌 진전이면서도, 규제의 성패를 지분 숫자가 아니라 거래의 실질을 가려내는 집행력에 다시 넘긴 출발점이다.

늘어난 규제 대상 명단이 곧바로 공정한 시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명단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18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2025년) 및 주식소유 현황 자료, 전면 개정 공정거래법(2021년 12월 30일 시행)의 사익편취 규율 대상 확대 조항, 법 개정 당시 규제 대상 231→607개사 추계와 시행 후 265→835개사 실측치를 교차 확인했다.

지분 기준의 변경 전(상장 30%·비상장 20%)과 변경 후(20% 일원화 및 50% 초과 자회사 포섭)를 구분해 서술했으며, 그룹별 증가 폭은 공정위 발표를 인용한 언론 보도를 대조해 정리했다.

규제 대상 총량은 지정 집단·계열사 변동에 따라 연도별로 달라질 수 있어 시점을 명시했다.

Faxtr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