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민간 주택 인허가·착공 실적 급감은 지금 당장 체감되는 문제가 아니라, 2~3년의 시차를 두고 입주 물량으로 되돌아오는 예약된 미래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와 부동산 정보업체의 입주 예정 물량,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금리·건설경기 분석을 시계열로 교차 분석한 결과, 2022년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한 공급 선행지표는 2025년에도 회복 궤도로 올라서지 못했다.
인허가는 다시 뒷걸음쳤고, 착공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이 숫자들이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늘의 착공 부진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듯 3년 뒤 입주 물량으로 확정되어 돌아온다.
먼저 흐름부터 짚자.
전국 주택 인허가는 2022년 약 50만6000가구에서 2023년 42만6000가구로 내려앉았다. 2024년 43만5234가구로 잠시 반등하는 듯했으나, 2025년에는 37만9834가구로 다시 12.7% 줄었다.
이 반등이 착시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더 심각한 지표는 착공이다. 2023년 착공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다.
국토부 통계와 업계 집계를 종합하면 그해 착공 물량은 과거 10년 평균치보다 약 49% 적었고, 2024년에도 예년보다 32% 부족했다. 2025년 착공은 27만2685가구로 전년보다 10.2% 더 줄어, 사실상 3년 연속 바닥을 다지는 모양새다.
준공 물량 역시 2025년 34만2399가구로 17.8% 감소하며 뒤따라 무너지기 시작했다.
민간 주택 인허가·착공 실적, 얼마나 급감했나
수치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서울이다.
서울 주택 인허가는 2022년 4만2724가구에서 2023년 2만5567가구로 40.2% 줄었고, 같은 기간 착공은 6만2585가구에서 2만576가구로 무려 67.1% 급감했다.
최근 집계에서도 서울 착공은 과거 10년 평균 대비 56%가량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전국 평균보다 서울의 위축이 더 가파르다는 점은 그 자체로 경고음이다.
정작 수요가 가장 두꺼운 지역에서 공급 파이프라인이 먼저 말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은 다른 방식으로 앓는다. 2025년 지방 착공은 14만178가구에서 10만5862가구로 24.5% 줄어든 반면, 수도권 착공은 소폭(2.2%) 늘었다.
전국이 똑같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은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물량이 이동하고 지방은 통째로 얼어붙는 비대칭 구조가 자리 잡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하나가 아니라 겹쳐 있다.
출발점은 2022년 하반기의 금리 급등이었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주택 수요와 매수 심리가 동시에 식었고, 분양을 미루는 사업장이 속출했다.
여기에 2021~2022년을 거치며 급등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공사비를 밀어 올렸다.
건설원가가 뛰자 시행사는 분양가 책정 자체를 주저했고, 조합과 시공사 사이 공사비 증액 갈등이 곳곳에서 사업을 멈춰 세웠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되면서 브리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현장이 쌓인 것도 착공을 늦춘 결정적 요인이다.
여기에 미분양이 겹쳤다.
다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은 12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팔리지 않으니 새로 짓기를 꺼리고, 짓지 않으니 몇 년 뒤 공급이 비는 악순환이다.

인허가·착공 급감이 왜 2~3년 뒤 공급절벽이 되나
여기서 이 기사의 핵심 논점으로 들어간다.
인허가와 착공은 주택 공급의 대표적 선행지표다.
통상 인허가 이후 1~2년 안에 착공에 들어가고, 착공 이후 준공·입주까지 다시 3년 안팎이 걸린다.
즉 오늘 착공한 아파트가 시장에 실제 물량으로 풀리는 시점은 2~3년 뒤다.
이 시차 구조가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주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금리와 심리에 출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허가·착공·준공이라는 공급 사이클의 산수(算數)에 지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 산수의 분자, 곧 미래 입주 물량의 씨앗이 이미 크게 줄어 있는 장면이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첫째, 2023~2025년의 착공 공백은 2027년 하반기부터 2029년 사이의 입주 물량으로 고스란히 전이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집계를 보면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2027년 약 22만7000가구 수준을 정점으로, 2028년 상반기에는 9만7686가구로 뚝 떨어진다.
착공이 바닥을 친 시기가 준공 시점으로 밀려오면서 2028~2029년 입주 공백이 통계로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 공백은 서울에서 가장 날카롭게 나타난다.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2027년 2만2428가구에서 2028년 상반기 8246가구로 급감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수요가 가장 두꺼운 지역의 신규 공급이 반년 새 3분의 1 토막 나는 셈이다.
셋째, 지금의 공급 대책은 대부분 '착공 이후'가 아니라 '인허가·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어, 2028~2029년의 물리적 입주 공백을 되돌리기에는 시간이 이미 촉박하다는 점이다.
콘크리트는 정책 발표로 굳지 않는다.
착공에서 입주까지의 3년은 어떤 대책으로도 압축하기 어려운 물리적 시간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의 급감은 어떤 수준인가
이 위축이 한국만의 현상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방향은 세계적으로 비슷하되 원인과 강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은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주택 착공이 71만1171가구로 전년보다 12.9% 줄었고, 2026년 들어서는 월간 기준 두 자릿수 감소가 이어져 3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9.3%나 빠졌다.
일본의 위축은 고금리라는 경기 요인에 더해 인구 감소·고령화라는 구조적 수요 축소가 겹친 것이 특징이다.
반면 미국은 결이 다르다. 2025년 전체 착공은 약 136만호로 전년 대비 0.6% 감소에 그쳤지만, 실수요와 직결되는 단독주택 착공은 6.9% 줄었다. 2026년 8월 착공은 연율 127만5000호로 근 1년 만의 최저치로 내려왔는데, 배경은 주로 모기지 금리 상승과 구매력 저하였다.
요약하면 미국은 '수요 위축형 완만한 감소', 일본은 '인구 구조가 얹힌 구조적 감소', 한국은 '공사비·PF·미분양이 얽힌 공급측 병목형 급감'에 가깝다.
이 비교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위축이 상대적으로 되돌릴 여지가 있는 '공급측 문제'라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이미 줄어드는 일본과 달리, 한국 수도권은 여전히 가구 분화와 대체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즉 수요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지을 유인과 자금이 막혀서 못 짓고 있는 국면에 가깝다.
이는 정책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뜻인 동시에, 그 개입��� 늦으면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만 빈 최악의 수급 불일치가 2~3년 뒤 현실화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 등 주요 지구의 착공 시점을 1~2년 앞당기고, 공공택지 발표 후 최단 37개월 내 착공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8·13 대책에서는 수도권에 '23만 호+α'를 추가 공급하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호 착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얼어붙은 자금줄을 풀기 위해 부동산 PF 보증·자금 지원 규모를 26조3000억 원에서 47조8000억 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방향은 옳다.
다만 이들 대책의 상당수가 준공이 아니라 착공·인허가 단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되짚을 필요가 있다.
지금 착공을 되살려도 그 물량이 입주로 이어지는 것은 다시 3년 뒤다. 2028~2029년으로 예고된 공백 자체를 지우기는 어렵고, 잘해야 그 뒤의 골을 메우는 성격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봐야 하나.
본지의 결론은 세 가지다.
우선 시장 참여자와 정책 당국 모두 '가격'이 아니라 '착공 건수'를 선행지표로 삼아 분기마다 점검해야 한다.
인허가는 계획일 뿐이고, 실제 삽을 뜬 착공이 3년 뒤 입주의 가장 정확한 예고편이다.
다음으로, 공사비 안정과 PF 정상화가 없으면 어떤 공급 목표도 종이 위 숫자에 그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착공을 막는 병목은 부지나 인허가가 아니라 원가와 자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실수요자와 임차 가구, 특히 자금 여력이 얇은 청년·신혼 가구는 2027~2029년 전세·매매 시장의 물량 공백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공급이 비는 구간에서는 전셋값이 먼저 흔들리고, 그 부담은 대개 가장 취약한 계층에 먼저 전가된다.
지방의 경우는 반대로 미분양 적체가 길어질 위험이 있어, 수도권과 지방을 하나의 지표로 뭉뚱그리는 판단은 위험하다.
결국 인허가·착공 급감이라는 오늘의 숫자는 2028~2029년 주택시장의 밑그림을 이미 그려 놓았다.
그 밑그림을 바꿀 시간은 많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 사이클의 시차를 정확히 읽고, 뒤늦게 오는 청구서에 대비하는 냉정함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18일 기준으로 작성했다.
인허가·착공·준공·분양의 연도별 물량과 지역별 증감은 국토교통부 주택통계(2025년 12월 기준 발표치)와 국토교통 통계누리 자료를 1차로 확인했다.
서울의 2023년 인허가·착공 급감 폭, 과거 10년 평균 대비 감소율은 국토부 통계를 인용한 언론 보도와 KB의 부동산 분석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2026년 하반기~2028년 상반기 입주 예정 물량은 부동산 정보업체의 입주 물량 집계를 근거로 했으며, 시점이 미래인 만큼 '예정·전망치'임을 밝힌다.
일본·미국의 착공 통계는 각국 국토·통계기관 발표치와 이를 정리한 국제 경제지표 서비스를 참고했다.
착공-입주 3년 시차 구조는 KDI의 건설경기 분석과 공급 데이터 자료로 확인했다.
일부 언론에서 2025년 인허가 감소폭을 35% 안팎으로 표기한 사례가 있으나, 국토부 연간 집계(37만9834가구, 전년 대비 12.7% 감소)를 기준으로 바로잡았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