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서울 동일 자치구 내 단지별 초양극화가 이제 '강남 대 강북'이라는 오래된 구도를 넘어섰다. 같은 구, 심지어 한 정거장 거리의 두 단지가 전혀 다른 계단을 밟고 있다. 본지가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5분위 배율과 자치구별 매매가격지수, KB부동산 시세, 그리고 개별 단지 실거래가 흐름을 교차 분석한 결과, 구 단위 평균 상승률이라는 숫자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단지 간 변동률 격차를 오히려 가려 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단지·역세권·신축은 두 자릿수로 뛰는 사이, 같은 구의 구축 소규모·나홀로 단지는 제자리걸음이거나 뒷걸음쳤다. 평균은 그 중간 어디쯤에서 '완만한 상승'처럼 보일 뿐이다.
숫자부터 보자.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2025년 12월 14.45로,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위 20% 평균을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값이다.
전국 5분위 가격은 13억4296만원, 1분위는 9292만원이었다.
서울만 떼어 보면 5분위 29억3126만원, 1분위 3억9717만원으로 배율은 7.38이다.
KB부동산 기준으로도 전국 12.8, 서울 6.9 수준으로 격차는 사상 최대 구간에 들어와 있다.
여기까지는 '서울과 지방', '고가와 저가'의 이야기다.
문제는 이 격차가 자치구 경계 안쪽으로 파고들었다는 데 있다.
서울 동일 자치구 내 단지별 초양극화란 무엇인가
초양극화는 통상 지역 간 격차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결이 다르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서울 자치구 간 평균 아파트값 격차는 2015년 3.5배에서 2025년 4.9배로 벌어졌다.
여기까지도 익숙한 그림이다.
하지만 본지가 자치구 내부를 들여다보니, 같은 구 안에서 상위 단지와 하위 단지의 3.3㎡당 시세 격차가 자치구 간 격차보다 더 빠르게 벌어진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됐다.
대표적인 것이 서초구 반포동이다.
한강변 두 대단지의 3.3㎡당 시세 격차는 2016년 868만원에서 2025년 3588만원으로 4.1배 확대됐다.
같은 동, 같은 한강 조망권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첫째는 연식이다.
두 단지는 준공 시점이 7년 차이인데, 공급이 조이는 국면에서 신축 프리미엄은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둘째는 규모의 희소성이다.
세대수와 커뮤니티, 조경, 지하주차 여건이 단지 값의 하한을 떠받친다.
셋째는 조망과 동 배치 같은 미시적 입지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한강이 보이는 동과 그렇지 않은 동의 값이 갈린다.
결국 '구'라는 행정 단위는 이제 시세를 설명하는 변수로서 힘을 잃었다.
값을 가르는 진짜 축은 연식×규모×역세권×조망이라는 네 가지 조건의 조합이다.
같은 구 안에서 왜 단지별로 운명이 갈렸나
본지는 이 구조를 산업의 전략 분기처럼 읽었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를 단지 유형으로 놓고 보면 선택지가 갈린다.
첫 번째 유형은 신축 대단지·역세권이다.
이들은 규제와 대출 조임 속에서도 실수요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빨아들이며 값을 끌어올렸다.
송파구가 상징적이다.
부동산원 변동률에서 송파구는 2024년 7.54%에서 2025년 20.92%로 상승 폭이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반대편 유형이 있다.
같은 서울인데 중랑구는 2.85%에서 0.79%로 오히려 상승세가 식었다.
자치구 평균끼리 비교해도 이만큼 벌어지는데, 단지 단위로 내려가면 격차는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두 번째 유형은 재건축·정비사업 기대를 안은 구축이다.
역설적이게도 최근 이들의 반등이 두드러졌다.
수도권에서 준공 20년 초과 단지의 상승률(6.59%)이 5년 이하 신축(3.64%)을 앞질렀다는 집계가 나왔다.
정비사업 기대감과 공급 부족, 규제 완화 신호가 맞물리면서 '오래됐지만 사업성 있는' 구축이 신축을 추월한 것이다.
다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같은 구축이라도 사업성이 확인된 대지지분 좋은 저층 단지와, 재건축이 요원한 중층·고밀 구축의 운명은 정반대다.
전자는 미래가치를 당겨오고, 후자는 신축도 재건축도 아닌 '낀 단지'로 소외된다.
세 번째 유형이 바로 그 소외된 쪽, 구축 소규모·나홀로 단지다.
세대수가 적어 커뮤니티도 관리 규모의 이점도 없고, 역과도 애매하게 떨어져 있으며, 정비사업 추진 동력도 약하다.
신축·구축 가격 격차는 서울에서 10억252만원까지 벌어졌다.
이 숫자는 단지 유형 간 자산 격차가 곧 계층 격차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네 번째로는 신흥 업무지구를 낀 단지가 있다.
강서구 마곡은 대단지 신축과 고소득 일자리가 결합하며 2026년 20억 선을 찍고 서울 상위 급지 문턱까지 올라섰다.
일자리가 들어오는 지점이 그 구의 가격 지도를 다시 그린 것이다.

여기서 2025년 이후 정책 변수를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2025년 6·27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묶고, 집값 구간별로 한도를 차등했다. 15억원 이하는 6억, 15억 초과 25억 이하는 4억, 25억 초과는 2억으로 조였다.
다주택자의 수도권 추가 주담대는 사실상 전면 금지됐다.
이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허가구역에선 2년 실거주 요건이 붙어 갭투자가 막혔다.
규제의 취지는 과열 진화였지만, 결과적으로 대출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현금 부자와 '똘똘한 한 채' 실수요가 최상급지 신축으로 더 몰리는 쏠림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가 오히려 초양극화의 가속 페달이 됐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대도시와 비교하면
도시 내부의 단지·지역 초양극화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 도쿄는 저금리와 도심 회귀가 겹치며 중심 3구의 신축 타워맨션 값이 역대 최고 구간을 이어가는 반면, 같은 도쿄권이라도 교외 노후 맨션은 인구 감소와 노후화로 가격이 정체·하락하는 이중 구조가 굳어졌다.
신축과 구축, 도심과 교외의 격차가 한국의 단지별 격차와 판박이다.
영국 런던은 프라임 센트럴이라 불리는 도심 최상급지와 외곽 자치구의 격차가 만성적이다.
다만 최근 몇 년은 고가 구간에 부과되는 세제와 외국인 수요 위축으로 최상단이 눌리고 중저가가 상대적으로 버티는, 한국과는 다른 방향의 조정도 관찰된다.
미국 뉴욕은 맨해튼 고급 콘도와 외곽 버러의 격차가 크지만, 재택근무 확산 이후 도심 쏠림이 한때 약화됐다가 다시 회복되는 등 흐름의 진폭이 컸다.
세 도시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어느 나라든 '평균 집값'이라는 지표는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단지·구역 단위 격차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만 차이도 있다.
런던·뉴욕은 고가 구간에 대한 보유·거래 세제가 상단을 누르는 안전판으로 작동해 온 반면, 한국은 최근 규제가 대출 총량을 조이는 방식에 집중되면서 현금 동원력이 있는 상단 실수요의 쏠림을 오히려 부추긴 측면이 있다.
국제 비교가 주는 교훈은 초양극화 자체를 없앨 수는 없어도, 정책 설계에 따라 격차의 기울기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구 평균이 감추는 것 — 취약 단지의 그늘
본지의 결론은 세 가지다.
첫째, 구 평균 상승률은 이제 정책 판단의 근거로 부적합하다.
송파구가 20% 넘게 올랐다는 문장은 그 구의 소규모 구축 소유자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자치구 평균이 아니라 단지 유형별 변동률을 나눠 봐야 시장의 실제 온도가 잡힌다.
둘째, 격차의 원인은 투기가 아니라 구조다.
연식·규모·역세권·조망·정비사업 사업성이라는 조건의 조합이 값을 가른다.
이 조건들은 단기 대책으로 뒤집히지 않으며, 오히려 공급이 조일수록 조건 좋은 단지의 희소가치는 커진다.
셋째, 규제는 격차의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대출을 총량으로 조이면 현금 여력이 없는 실수요가 먼저 배제되고, 상단의 쏠림은 남는다.
규제 설계가 '누구를 배제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하는 이유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대목이 취약 소유자다.
구축 소규모·나홀로 단지의 상당수는 은퇴를 앞둔 고령 1주택자나, 무리하지 않고 실거주를 택한 중저소득 가구가 보유한다.
이들의 자산은 구 평균이 오르는 동안 사실상 정체했고, 상급지로 갈아탈 사다리는 대출 규제로 더 좁아졌다.
자산 격차가 세대와 계층을 따라 고착되는 국면이다.
반대로 최상급지 신축 소유자는 규제 속에서도 희소가치를 누렸다.
같은 '서울 아파트 소유자'라는 외피 안에서 경험이 정반대로 갈리는 것, 이것이 초양극화의 사회적 얼굴이다.

무엇을 봐야 하나 — 시장과 정책에 주는 함의
실수요자에게 주는 함의는 단순하다.
'어느 구를 사느냐'보다 '그 구 안에서 어떤 조건의 단지를 사느냐'가 향후 자산 궤적을 가른다.
구 평균 상승률에 기대어 소외 단지를 '저평가 우량주'로 오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비사업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은 중층 구축, 세대수 적은 나홀로 단지는 상승장에서도 소외되기 쉽다.
반대로 조건을 갖춘 단지는 하락장에서 방어력이, 상승장에서 탄력이 크다.
결국 봐야 할 것은 구가 아니라 단지의 네 가지 조건과 정비사업 진척도다.
정책 당국에는 통계와 설계 양쪽의 전환이 필요하다.
통계는 자치구 평균을 넘어 단지 유형별·연식별 변동률을 상시 공표해 시장의 실제 분포를 드러내야 한다.
설계는 대출 총량 규제가 취약 실수요를 먼저 밀어내는 역진성을 보정해야 한다.
생애최초·실거주 실수요에 대한 사다리를 별도로 열어 두지 않으면, 규제가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넓히는 역설이 반복된다.
국제 사례가 보여주듯 상단을 누르는 세제와 하단을 받치는 사다리가 함께 갈 때만 격차의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초양극화는 없앨 수 없는 흐름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속도와 기울기는 명백히 정책의 선택에 달려 있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09-17 기준으로 작성됐다.
핵심 수치는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5분위 배율 14.45, 2025년 12월)과 자치구별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송파·중랑 등), KB부동산 5분위 배율, 국회 제출 자치구 격차 자료(3.5→4.9배), 언론이 확인한 반포동 개별 단지 3.3㎡당 시세 비교(868만→3588만원), 신축·구축 격차(서울 10억252만원) 등 복수의 1차·공개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정책 부분은 2025년 6·27 대책과 10·15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내용을 정부 발표 기준으로 반영했다.
개별 단지 시세와 변동률은 발표 시점과 집계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기준'으로 표기했으며, 국제 비교는 각국 시장의 방향성을 요약한 것으로 세부 수치 인용은 배제했다.
본지 자체 분석은 공개 통계의 재구성에 근거한 해석이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