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전력특례가 결국 반쪽으로 출발하게 됐다. 본지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의 조문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후에너지부의 협의 경과, 그리고 한국전력거래소·에너지경제연구원·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데이터센터 전력조달의 핵심 열쇠로 꼽히던 액화천연가스(LNG)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특례가 최종안에서 빠지면서 사업자들이 실제로 기댈 수 있는 조달 수단과 그 원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례가 살아 있을 때와 사라진 지금, 데이터센터 한 곳이 감당해야 할 전기 조달 단가는 시나리오에 따라 킬로와트시(kWh)당 50원대에서 250원대까지 다섯 배 가까이 벌어진다는 것이 본지 분석의 요지다.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전력특례, 왜 빠졌나

특별법은 지난 5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이튿날인 7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포 뒤 9개월이 지나면 시행된다.

입법 과정 내내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데이터센터가 LNG 발전소와 직접 전력을 사고팔 수 있게 해 주는 이른바 LNG PPA 특례였다.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발전원과 수요처를 직접 잇겠다는 발상인데, 기후에너지부가 제동을 걸었다.

특정 데이터센터에 발전기를 직접 물리는 방식이 국가 전력망 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논리였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도 정면으로 부딪쳤다.

결국 과기정통부는 조항을 접었다.

법 통과가 지연되느니 특례를 빼고서라도 본법을 살리는 쪽을 택한 것이다.

두 부처는 지금의 수급 여건으로도 2030년까지는 공급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고, 전력 문제는 별도 업무협약으로 풀기로 했다.

대신 살아남은 것은 재생에너지 기반 PPA를 일부 반영하는 조항과, 사업 인허가를 과기정통부가 한 창구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절차, 그리고 비수도권 일부 데이터센터에 대한 계통영향평가 면제 같은 절차적 지원이다.

전력을 '싸게 확보하는' 특례는 사라지고, 전력을 '빨리 짓게 하는' 특례만 남은 셈이다.

문제는 이 둘이 전혀 다른 차원의 지원이라는 데 있다.

부지와 인허가가 빨라져도, 정작 그 안에서 돌아갈 서버를 먹일 전기의 값과 조달원을 사업자가 스스로 시장에서 구해야 하는 구조는 그대로다.

전력특례 시나리오별 조달원가, 얼마나 벌어지나

본지가 한국전력거래소 정산단가와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를 토대로 조달 경로별 단가를 정리하면 격차는 뚜렷하다.

원자력은 kWh당 50~60원 안팎으로 가장 싸다.

LNG 발전 단가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반면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직거래 공급가는 kWh당 250원 안팎, 해상풍력은 300원을 넘기도 한다.

전력도매가격(SMP)에 신재생 공급인증서(REC)를 더한 시세가 190원대인 것과 비교해도 재생에너지 PPA는 비싸다.

산업용 전기요금 자체도 kWh당 172.99원으로 최근 4년 사이 35%가량 올랐다.

여기서 특례의 무게가 드러난다.

만약 LNG 직거래 특례가 남아 있었다면, 사업자는 계통 혼잡과 별개로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가스 연동 단가로 대규모 전력을 확보할 여지가 있었다.

특례가 사라진 지금 남은 현실적 선택지는 크게 셋이다.

첫째, 한전을 통한 계통 전기를 산업용 요금으로 쓰는 길.

이때 단가는 170원대지만 대형 부하일수록 계통 접속과 증설 비용 부담이 커진다.

둘째, 재생에너지 PPA를 직접 맺는 길.

탄소 감축 명분은 서지만 250원대 단가를 감내해야 한다.

셋째, 원전 연계를 노리는 길인데 50원대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특정 수요처에 원전 전력을 직접 배정하는 제도적 통로가 아직 없다.

결국 값싼 전기는 제도가 막고, 제도가 허용하는 전기는 비싸다는 모순이 규제 공백의 핵심이다.

데이터센터 전력조달,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같은 고민을 먼저 겪은 나라들의 해법은 제각각이다.

세 갈래로 갈린다.

미국은 요금을 무기로 삼았다.

버지니아주 규제당국은 데이터센터에 별도 요금등급을 신설해 최소 14년간 전력사용 계약을 유지하도록 하고, 실제 사용량이 예상에 못 미쳐도 송·배전 비용의 최소 85%를 부담시키는 안전장치를 걸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대형 전력 사용자를 겨냥한 대형부하 요금제가 잇따라 승인됐다.

지난해 승인 건수만 29건으로, 2018년부터 몇 해 치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비용을 일반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않도록 대형 부하가 스스로 원가를 책임지게 하는 방향이다.

다만 버지니아 북부의 경우 전력망 연결에만 평균 7년이 걸린다는 점은 미국식 모델의 그늘이다.

아일랜드는 정반대로 문을 걸어 잠갔다.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증가율이 다른 수요처를 압도하자 더블린 일대는 전력망 포화를 이유로 2028년까지 신규 접속 신청을 사실상 받지 않고 있다.

그린에너지 의무 비율을 접속 허가 조건으로 내건 것도 특징이다.

급기야 27년 만에 원전 도입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형편이다.

싱가포르 역시 재생에너지 확보를 접속 조건에 포함시켜 무분별한 증설을 통제한다.

일본은 또 다른 길을 갔다.

탈탄소 전력을 쓰는 데이터센터에 설비투자비의 절반을 보조하는 유인책으로, 규제보다 당근을 앞세웠다.

뉴욕주처럼 아예 신규 건설을 멈춰 세운 사례까지 나왔다는 점은, 전력조달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 유치 자체가 정치적 저항에 부딪힌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세 유형을 한국에 겹쳐 보면 위치가 선명해진다.

미국이 '전용 요금+장기계약'으로 원가 전가를 막고, 아일랜드·싱가포르가 '그린 의무+접속 통제'로 총량을 조인다면, 일본은 '보조금'으로 방향을 유도한다.

한국은 어느 쪽도 아니다.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 체계도, 명시적 인센티브도 없이 산업용 요금과 값비싼 재생에너지 PPA 사이에 사업자를 방치한 형국이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24년 기준 약 180TWh로 2015년 이후 연평균 12% 안팎씩 불어난 것과 견주면, 한국의 준비는 제도의 밑그림부터 비어 있다.

규제 공백이 남긴 것

본지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이번 특별법은 '짓는 속도'의 병목은 풀었지만 '먹이는 전기'의 병목은 그대로 남겼다.

계통영향평가 면제와 원스톱 인허가는 착공을 앞당기지만, 완공된 데이터센터가 어떤 전기를 얼마에 살지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다.

둘째, 조달원가의 다섯 배 격차는 사업자에게 사실상 두 갈래의 나쁜 선택만 남긴다.

싼 원전 전력은 제도가 배정하지 못하고, 제도가 허용하는 재생에너지는 원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국내 AI 연산 원가가 미국·중국 대비 40% 이상 뒤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에 이 전력 문제가 있다.

전기는 데이터센터 운영비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만큼, 조달 단가가 두세 배 벌어지면 그 격차는 고스란히 AI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으로 옮겨 간다.

특례 하나가 빠진 결과가 개별 사업자의 손익을 넘어 국가 산업의 원가 체력으로 번지는 구조인 셈이다.

셋째, 시점의 문제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올해 8.2TWh에서 2030년 18TWh로 두 배 넘게, 2038년 30TWh로 네 배 가까이 불어날 전망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 목표수요를 129.3GW로 잡으면서 데이터센터 확대를 반영했지만, 늘어난 전력을 '누가 어떤 값에 조달하느냐'의 설계는 계획 밖의 숙제로 남아 있다.

두 부처가 2030년까지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것도 총량 기준의 판단일 뿐, 개별 사업자의 조달원가와 입지별 계통 여건까지 보장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책 권고는 분명하다.

특례를 뺀 자리를 방치하지 말고, 시행령과 업무협약 단계에서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 설계, 원전·재생 혼합 조달을 위한 장기계약 통로, 그리고 미국식 원가 책임 원칙을 함께 담아야 한다.

값싼 전기를 특정 사업자에게 몰아주는 특혜가 아니라, 대형 부하가 자기 원가를 투명하게 지게 하되 조달 경로는 넓혀 주는 균형이 필요하다.

전기를 빨리 짓게 하는 법은 통과됐다.

이제 전기를 '지속 가능하게 조달하게 하는' 설계가 남았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16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의 국회 통과 경과와 LNG PPA 특례 제외 사실은 국회 의안정보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후에너지부의 협의 발표를 교차 확인했다.

조달원가 수치는 한국전력거래소(EPSIS) 정산단가,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재생에너지 PPA·원전·LNG 단가는 발표 시점과 변동성을 고려해 '안팎'·범위로 표기했다.

미국·아일랜드·일본·싱가포르의 정책은 각국 규제당국 조치와 국내외 보도를 대조했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치(8.2→30TWh)는 추정치로, 계획 개정 시 달라질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

원본 데이터

본 기사 수치의 근거 데이터입니다. 출처를 표기하면 인용·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목수치비고
데이터센터 전기 조달 단가 범위kWh당 50원대~250원대시나리오별, 다섯 배 가까이 격차
특별법 법사위 통과일5월 6일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특별법 본회의 통과일5월 7일본회의
시행 시점공포 뒤 9개월경과 후 시행
공급 가능 시한2030년까지현 수급 여건 기준 두 부처 합의
원자력 단가kWh당 50~60원가장 저렴, LNG의 약 4분의 1 수준
재생에너지 직거래 공급가kWh당 250원 안팎태양광 포함
해상풍력 단가300원 넘기도kWh당
SMP+REC 시세190원대전력도매가격+신재생 공급인증서
산업용 전기요금kWh당 172.99원최근 4년 사이 35%가량 상승
한전 계통 산업용 단가170원대대형 부하일수록 접속·증설 비용 부담
버지니아주 최소 계약기간최소 14년데이터센터 별도 요금등급
버지니아주 송·배전 비용 부담최소 85%사용량 미달 시에도
노스캐롤라이나 대형부하 요금제 승인 건수29건지난해, 2018년부터 몇 해 치 합산보다 많음
버지니아 북부 전력망 연결 소요평균 7년미국식 모델의 그늘
아일랜드 신규 접속 제한2028년까지더블린 일대 전력망 포화
아일랜드 원전 도입 검토27년 만에
일본 설비투자비 보조절반탈탄소 전력 사용 데이터센터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소비약 180TWh2024년 기준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증가율연평균 12% 안팎2015년 이후
국내 AI 연산 원가 격차40% 이상미국·중국 대비 뒤짐

출처: 한국전력거래소, 에너지경제연구원,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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