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실질 기준금리 마이너스라는 표현이 다시 시장의 화두로 올라섰다.

명목 기준금리가 연 3.00%로 올라섰는데도, 물가를 빼고 나면 손에 남는 실질금리가 사실상 제로 언저리거나 마이너스라는 계산 때문이다.

본지가 한국은행의 8월 소비자물가 동향과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금융통화위원회의 최근 두 차례 인상 결정을 교차 분석한 결과, 8월 근원물가 상승률 3.4%를 기준선으로 삼으면 현재 기준금리 3.00%에서 실질 기준금리는 약 마이너스 0.4%포인트로 떨어진다.

헤드라인 물가 3.1%를 대입해도 실질금리는 겨우 마이너스 0.1%포인트, 어느 잣대로 재든 '조이는 돈값'과는 거리가 멀다.

두 번 연속 금리를 올리고도 통화 여건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역설, 여기에 추가 인상 압력의 진짜 근거가 숨어 있다.

이 격차는 하루아침에 벌어진 게 아니다.

시간축을 되짚어야 지금의 긴장이 읽힌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은행은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을 이유로 완만한 인하 사이클을 이어갔고, 2025년 5월 마지막 인하를 끝으로 기준금리를 연 2.50%에 묶어 두었다.

그 뒤로 열네 달, 금통위는 동결로 버텼다.

물가가 목표치 2%를 향해 내려앉는 듯 보였고, 부동산과 가계부채는 눌려 있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국면이 뒤집힌 것은 2026년 여름이다.

실질 기준금리 마이너스란 무엇인가

먼저 개념부터 짚자.

실질 기준금리 마이너스란, 중앙은행이 정한 명목 기준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값이 0보다 작은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해 돈을 빌리는 비용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르는 국면이다.

이때는 저축의 실질 가치가 갉아먹히고, 빚을 내 자산을 사는 쪽이 유리해진다.

통화정책 교과서에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돈이 여전히 싸다'는 신호, 즉 긴축이 아니라 완화 상태라는 뜻으로 읽힌다.

명목금리 숫자만 보고 "금리를 두 번이나 올렸으니 이제 조이는 국면"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어떤 물가를 대입하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에너지를 포함한 헤드라인 물가를 쓸 것인지,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를 쓸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쓸 것인지에 따라 실질금리는 널을 뛴다.

2026년 7월 16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열네 달 동결을 깨고 긴축으로 방향을 튼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한 달여 만인 8월, 금통위는 다시 3.00%로 0.25%포인트를 추가로 끌어올렸다.

두 번 연속 인상은 예상보다 강한 성장 흐름과 목표를 웃도는 물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이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8월 회의에서 금통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찬성했고, 한 명은 2.75% 유지 의견을 내며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다.

속도전에 대한 내부의 이견이 표결에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물가는 왜 다시 3%대로 튀었나

수치를 촘촘히 보면 한국은행이 왜 마음이 급해졌는지 드러난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0.0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두 달 연속 3%대다.

앞서 6월 물가도 3.2%로 약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더 뼈아픈 대목은 근원물가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 상승률이 8월 3.4%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다.

헤드라인은 유가와 농산물처럼 일시적 요인에 흔들리지만, 근원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곳곳에 뿌리내렸다는 신호다.

한국은행 스스로도 기저효과를 걷어낸 추세 물가를 2.5% 안팎으로 추정하지만, 어느 쪽이든 목표 2%를 웃돈다.

여기에 자산시장 불씨가 겹쳤다. 8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4조원 늘었고, 잔액은 952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금리를 올려도 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는다는 것은, 차주들이 체감하는 실질 조달비용이 아직 낮다는 방증이다.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권에 머무는 한,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자산을 늘리려는 유인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을 대폭 올린 것도 배경이다. 9월 10일 발표한 수정 전망에서 2026년 성장률은 3.3%로 5월 대비 0.7%포인트 상향됐고, 2027년은 2.9%로 제시됐다.

경기가 탄탄하다면 물가를 잡을 여력도 그만큼 커진다.

본지가 이 지표들을 종합해 내린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지금 한국은행이 싸우는 상대는 '숫자로서의 명목금리'가 아니라 '체감으로서의 실질금리'다.

명목 3.00%는 겉보기에 긴축처럼 보이지만, 근원물가 3.4%를 감안한 실질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0.4%포인트다.

두 번의 인상은 완화의 강도를 조금 줄였을 뿐, 아직 브레이크를 밟은 국면이 아니라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두 번째 결론은 인상의 명분이 '물가 수준'보다 '물가와 금리의 격차'에 있다는 점이다.

흔히 금리 인상 여부를 물가가 3%냐 2%냐로 따지지만, 정책 판단의 핵심은 실질금리가 얼마나 완화적인가에 있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실질 기준금리가 플러스 영역으로 확실히 올라서기 전까지 한국은행은 인상 카드를 손에서 놓기 어렵다.

시장이 6개월 뒤 기준금리를 3.25%(다수)에서 최대 3.50%로 보는 것도 이 격차 논리와 맞닿아 있다.

실질 기준금리 마이너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다만 나라마다 사정은 제각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6년 7월 정책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고 있는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2025년 12월 3.0%에서 2026년 5월 3.4%로 재가속했다.

명목금리가 높은 만큼 미국의 실질 정책금리는 한국보다는 다소 위쪽, 대략 제로에서 소폭 플러스 사이로 계산된다.

물가가 다시 오르며 실질금리 완충 폭이 줄었다는 점은 한국과 판박이다.

같은 물가 재가속 국면이라도, 명목금리를 높게 유지해 둔 미국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셈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결이 다르다.

물가를 목표치 2% 부근까지 되돌려 놓고 성장도 완만하게 유지하는, 이른바 '좋은 자리'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물가가 잡힌 만큼 유로존의 실질금리는 뚜렷한 플러스 영역에 있고, 추가 인상 압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물가를 먼저 제압한 중앙은행과 아직 씨름 중인 중앙은행의 처지가 실질금리 부호 하나로 갈린다.

한국은 후자에 가깝다.

여기에 신흥국 사례를 더하면 대비는 더 선명해진다.

일부 신흥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실질금리를 큰 폭의 플러스로 끌어올린 뒤에야 인하로 돌아섰는데, 실질금리를 충분히 조이지 않은 채 방심하면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든다는 교훈을 남겼다.

본지가 세 지역을 교차 비교한 결과, 실질 기준금리 마이너스는 곧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공통의 신호로 읽힌다.

세 번째 결론은 국제 비교에서 나온다.

실질금리로 줄을 세우면 한국은 '완화적'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축에 속한다.

원화 가치와 자본 흐름을 감안하면, 주요국 대비 실질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상황은 환율과 자본유출 측면에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질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한국은행의 선택지는 좁아진다는 것이 본지의 시각이다.

실질 기준금리 마이너스 전망은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전망은 두 갈래로 갈린다.

한쪽은 물가가 기저효과와 유가 안정으로 하반기에 다시 내려앉으면, 굳이 실질금리를 플러스로 밀어 올리지 않아도 격차가 자연스레 좁혀진다고 본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연간 소비자물가를 올해 2.7%, 내년 2.3%로 내다본다.

이 경로가 맞다면 명목금리를 크게 더 올리지 않아도 시간이 실질금리를 정상화한다.

반대쪽은 근원물가의 끈적함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근거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무는 동안 자산가격과 가계부채가 더 부풀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경우 한국은행은 예방적 차원에서 한두 차례 더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시장 컨센서스가 6개월 뒤 3.25%로 기울면서도 3.50%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은 이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간과하기 쉬운 그늘도 있다.

실질금리 논쟁의 이면에는 취약 차주가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 해도, 변동금리 대출을 짊어진 가계와 자영업자가 매달 갚는 이자는 명목금리를 따라 또박또박 늘어난다.

'실질적으로는 완화'라는 거시 진단과, 당장 상환 부담이 커지는 미시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두 번의 인상만으로도 한계 차주의 연체 위험은 이미 커졌다.

통화당국이 물가와 금리의 격차만 보고 속도를 높이면, 격차가 좁혀지기도 전에 취약 고리부터 끊어질 수 있다.

본지의 네 번째 결론은 여기에 있다.

실질금리 정상화는 필요하지만, 그 속도는 취약 차주의 상환 능력이라는 또 다른 축과 저울질돼야 한다.

정책 함의는 분명하다.

첫째, 한국은행은 실질 기준금리가 플러스로 확실히 돌아설 때까지 긴축 편향을 유지하되, 그 경로를 시장에 투명하게 소통해 불필요한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둘째, 물가와 금리의 격차라는 거시 지표와 별개로, 변동금리 취약 차주를 겨냥한 미시적 안전판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셋째, 투자자와 차주 입장에서는 명목금리 3.00%라는 숫자보다, 실질금리가 언제 플러스로 전환되느냐를 기준으로 대출과 자산 전략을 다시 짜는 편이 합리적이다. 10월 22일로 예정된 다음 금통위가 이 격차를 얼마나 좁힐지가, 2026년 하반기 금리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13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기준금리 3.00%와 7·8월 연속 인상, 금통위 6대 1 표결, 8월 소비자물가 3.1%·근원물가 3.4%, 주택담보대출 8월 증가액 4조원과 잔액 952조5000억원, 2026년 성장률 전망 3.3%, 다음 회의 10월 22일 등은 한국은행 9월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와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 관련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미국 연준의 3.50~3.75% 금리 유지와 근원 PCE 3.4% 재가속, 유럽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국면은 각 중앙은행 발표와 해외 분석자료로 대조했다.

실질 기준금리 수치는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단순 계산값으로, 어떤 물가 지표를 쓰느냐에 따라 마이너스 0.1~0.4%포인트 범위에서 달라진다는 점을 함께 밝힌다.

전망 관련 서술은 본지 추정과 시장 컨센서스이며 확정된 정책 결정이 아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