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AI 반도체 장비·소재 국산화율은 2026년 9월 현재도 장비 20% 안팎, 소재 30%대에 머물러 있다.
본지가 반도체산업 통계와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정책 자료, 글로벌 장비시장 조사기관의 최근 발표를 교차 분석한 결과, 한 해 1,430억 달러를 넘어선 장비 슈퍼사이클의 과실은 대부분 해외 빅5 장비사와 소수의 첨단 소재 기업에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실적은 역대급인데 정작 산업의 뿌리인 소부장의 밸류체인 침투율은 그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속 빈 슈퍼사이클'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글은 그 간극을 독자 유형별로 쪼개 본다.
전공정 장비에 베팅한 투자자와 후공정·검사 장비를 보는 투자자, 첨단 소재주를 담은 사람과 정책·조달 담당자, 그리고 대기업 뒤에 선 소부장 협력사가 마주한 현실은 서로 다르다.
같은 '국산화율'이라는 단어를 놓고도 누구에게는 기회이고 누구에게는 함정이다.
어디에 무엇이 맞는지를 데이터로 따져보자는 것이 이번 분석의 목적이다.
AI 반도체 장비·소재 국산화율은 지금 몇 %인가
먼저 시장의 크기부터 짚자.
반도체 장비 시장은 지금 유례없는 팽창기에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이 전년보다 15% 늘어난 1,351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집계했고, 장비 공급업체 전체 매출 기준으로는 1,430억 달러를 넘어 12%가량 성장했다는 조사기관 분석도 나왔다.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수요가 이 성장을 밀어올렸다.
특히 성능 검증 부담이 커지면서 테스트 장비 매출이 한 해 55% 급증한 것이 이번 사이클의 상징적 장면이다.
SEMI는 이 흐름이 2027년 1,56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다시 쓸 것으로 내다봤고, 일각에서는 2028년 2,200억 달러대 전망까지 제시한다.
문제는 이 거대한 파이에서 한국 장비·소재가 실제로 차지하는 몫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여전히 20% 안팎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80% 상당은 네덜란드 ASML(노광),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램리서치·KLA(증착·식각·검사계측),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이른바 빅5의 몫이다.
이들 다섯 곳이 세계 장비시장의 80% 이상을 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비 투자를 늘릴수록 그 돈의 상당 부분이 곧바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인 셈이다.
노광은 사실상 ASML 독점이고, 식각은 램리서치가 압도적이다.
소재 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소재의 국산화율은 30%를 밑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잡은 눈높이는 2030년까지 소부장 국산화율 50% 달성이다. 2022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에서 처음 제시된 이 목표는 2025년 10월 발표된 제2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 기본계획과 특화단지 종합계획(2026~2030)으로 이어졌다. 15개 안팎의 '슈퍼갭' 프로젝트와 AI 기반 신소재 개발 과제, 특화단지 추가 지정이 골자다.
다만 목표선이 50%라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지금이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자기고백이기도 하다.

AI 반도체 장비·소재 국산화율, 일본·미국·중국과 비교하면
국산화율을 논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질문은 "우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디쯤인가"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재 쪽은 대일 의존을 상당히 덜어냈지만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여전히 취약하고, 장비 쪽은 대미 의존이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
대일 의존도의 변화가 가장 극적이다. 2019년 일본이 불화수소·EUV 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 3대 품목의 수출을 조인 직후, 소부장 100대 핵심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31.4%에 달했다.
그러나 규제 2년 차인 2021년에는 24.9%까지 내려앉았다.
솔브레인이 12N급 고순도 불산액 설비를 두 배로 키웠고, SK 계열이 5N급 고순도 불산 양산에 들어갔으며, 불화폴리이미드는 국내 양산 체제를 갖춰 오히려 수출하는 품목이 됐다.
미국계 소재기업의 EUV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국내에 유치한 것도 이 시기의 성과다.
'땡큐 수출규제'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절반의 성공'이다.
EUV용 포토레지스트, 건식 식각용 고순도 불화수소, 그리고 무엇보다 첨단 노광·검사 장비는 국산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소재의 부피는 국산으로 채웠어도, 수율을 좌우하는 최첨단 미세공정용 핵심 소재와 장비는 여전히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 사와야 한다.
부피의 국산화와 기술의 국산화 사이에 낀 격차가 지금 한국 소부장의 실제 좌표다.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반도체 국산화 50%'를 사실상 강제하며 자국 장비·소재 기업을 키우고 있다.
이는 한국 소부장에 두 방향으로 작용한다.
하나는 세계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 시장이 국내산으로 대체되며 우리 장비사의 판로가 좁아진다는 위협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램리서치 등에 대중국 선적 중단을 명령하는 등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대만·인도 등으로 활로를 뚫어야 하는 압박이다.
실제로 국내 장비사들이 대만 파운드리 생태계에서 생존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산화율이라는 국내 지표가, 사실은 미·중·일이 짜놓은 판 위에서 결정되는 종속변수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누구에게 어떤 국산화 노출이 맞나
이제 독자 유형별로 좌표를 찍어보자. 본지 분석의 첫 번째 명제는 이렇다. 전공정 장비, 특히 노광과 검사계측에 걸린 국산화 기대는 당분간 실현되기 어렵다. 이 영역은 진입장벽이 극단적으로 높고 빅5의 특허·서비스망이 촘촘하다. 이곳에 '국산화 임박' 서사로 접근하는 투자자라면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반면 식각·증착의 부품·소모품, 세정 공정 일부는 국내 기업의 침투 여지가 상대적으로 넓다. 장비 자체가 아니라 장비를 떠받치는 부품·소재 층위에서 기회를 찾는 편이 현실적이다.
두 번째 명제. 이번 슈퍼사이클의 실질 수혜는 전공정보다 후공정, 특히 HBM용 검사·본딩·테스트 장비에 몰려 있다. 테스트 장비 매출이 한 해 55% 뛴 것은 우연이 아니다. HBM 적층이 고도화될수록 검사와 패키징 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이 영역은 국내 후공정 장비사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몇 안 되는 전장이다. 국산화율이 낮은 전공정에 집착하기보다, 이미 국산 비중이 높고 성장률도 가파른 후공정을 보는 것이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세 번째 명제. 소재주는 '범용 국산화 완료'와 '첨단 미완성'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고순도 불산이나 일부 전구체처럼 이미 국산화가 진전된 범용 소재는 성장의 레버리지가 제한적이다. 오히려 EUV 포토레지스트, 극자외선 공정용 특수가스, 첨단 패키징 소재처럼 아직 수입에 의존하는 고부가 영역이 국산화 정책 자금과 실제 매출 성장이 겹치는 구간이다. 같은 '소재 국산화 수혜주'라도 어느 층위에 서 있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네 번째 명제. 정책·조달 담당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국산화율이라는 총량 지표가 아니라 '공정 단계별 취약점 지도'다. 30%대라는 평균값은 범용에서의 성공과 첨단에서의 실패를 뭉뚱그려 착시를 만든다. 어느 공정, 어느 소재, 어느 장비가 단일 해외 공급처에 묶여 있는지를 정밀하게 그려야 공급망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총량 50%를 채우는 것보다 첨단 공정의 이중·삼중 공급망을 확보하는 편이 경제안보 관점에서 훨씬 급하다.
함의와 남은 과제
본지의 결론은 분명하다. 1,430억 달러 슈퍼사이클은 한국 소부장에 자동으로 배당되는 낙수(落水)가 아니다.
장비 국산화율 20%, 소재 30%대라는 숫자는, 사이클이 커질수록 해외 장비사로의 자본 유출도 함께 커진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일은 아니다.
대일 의존도를 31.4%에서 24.9%로 끌어내린 경험은, 국가적 위기의식과 수요기업의 구매 보증, 정부의 집중 투자가 맞물릴 때 국산화가 실제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관건은 그 성공 방정식을 '부피의 국산화'에서 '기술의 국산화'로 옮겨 실을 수 있느냐다.
특화단지와 슈퍼갭 프로젝트가 첨단 노광 주변부, HBM 후공정, 극자외선 소재 같은 고난도 영역에 자원을 몰아넣을 수 있다면 2030년 50% 목표는 숫자놀음을 넘어설 수 있다.
반대로 성과 내기 쉬운 범용 품목에 자금이 흩어진다면, 국산화율은 오르는데 정작 위기 때 필요한 첨단 품목은 여전히 남의 손에 있는 공허한 통계로 남을 것이다.
취약한 축은 소부장 중소 협력사들이다.
대기업 투자가 해외 장비로 쏠릴수록 이들이 밸류체인에 올라탈 사다리는 줄어든다.
국산화 정책의 진짜 성적표는 총량이 아니라, 이 사다리가 얼마나 넓어졌는지에서 매겨져야 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9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장비시장 규모(2025년 1,351억~1,430억 달러, 테스트 장비 55% 증가, 2027년 1,560억 달러 전망)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발표와 글로벌 조사기관 집계를, 국산화율(장비 약 20%, 소재 30% 미만, 소부장 자립화율 30%대)과 2030년 50% 목표는 산업통상 부처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 기본계획 및 특화단지 종합계획(2026~2030)과 국내 산업 통계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대일 의존도 수치(2019년 31.4%→2021년 24.9%)는 정부 정책브리핑 자료를 근거로 했다.
첨단 공정 소재·장비의 잔존 수입 의존과 미국의 대중국 장비 수출통제, 중국의 국산화 정책 관련 서술은 복수의 산업 매체 보도를 대조했다.
개별 기업의 미래 실적·주가에 대한 단정은 배제했으며, 시점이 오래되었거나 추정이 개입된 대목은 '추정'·범위로 명시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및 복수 출처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