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재생원료 사용의무제EPR 완구 확대가 2026년 나란히 시행되면서, 페트병을 쓰는 음료 대기업부터 조립블럭을 파는 완구사까지 소비재 제조 현장의 비용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본지가 기후에너지환경부(옛 환경부) 고시와 자원재활용법·자원재활용촉진법 시행령 개정 내용, 국내외 재생원료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2026년 1월 1일 출고분부터 무색 페트병에 재생원료 10%를 의무적으로 섞어야 하는 대상은 연 5,000톤 이상 페트를 쓰는 먹는샘물·비알코올 음료 제조사로 좁혀졌고, 여기에 플라스틱 완구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대상으로 새로 편입되며 두 제도가 같은 해에 맞물렸다. 핵심은 의무의 무게가 품목마다, 기업마다 다르게 얹힌다는 점이다.

제도의 밑그림부터 짚어야 한다.

과거 재생원료 사용의무는 페트 원료(수지)를 만드는 원료생산자에게 목표율 형태로 부과됐다.

그 이용목표율은 3%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2025년 시행령·고시 개정으로 의무의 주체가 원료생산자에서 '최종 제품을 만드는 음료 제조사'로 옮겨갔다.

바뀐 뒤의 그림은 이렇다.

연간 5,000톤 이상 페트병을 포장재로 쓰는 먹는샘물·기타 비알코올 음료 제조자가 재생원료 사용의무자로 지정됐고, 2026년 사용의무율은 10%로 확정됐다.

원료생산자에게 남겨진 이용목표율도 3%에서 10%로 함께 올랐다.

변경 전에는 '원료를 만드는 소수 화학사'가 상징적 목표를 졌다면, 변경 후에는 '병에 물과 음료를 담아 파는 소비재 기업'이 실질적 의무를 지게 된 셈이다.

이 차이가 뒤에서 살펴볼 기업별 전략 분기의 출발점이다.

재생원료 사용의무제 2026 시행,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정부 로드맵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본지가 확인한 개정 내용에 따르면 10% 의무율은 2027년 이후 15%로 상향되고, 대상도 넓어져 11개 안팎의 음료 업체가 규제망에 들어온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투명 페트병 재생원료 사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가 제시돼 있다.

다시 말해 10%는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올해 10%를 맞추는 문제가 아니라, 4년 뒤 30%를 감당할 공급망을 지금 짜야 하는 문제로 성격이 바뀐다.

재생페트(r-PET)의 안정적 조달, 식품 접촉이 가능한 고품질 재생원료(식품용 재생원료) 확보, 그리고 그 원료의 가격 변동성이 한꺼번에 경영 변수로 떠올랐다.

같은 해 완구 쪽에서는 성격이 다른 규제가 발효됐다.

그동안 플라스틱 완구는 정부가 폐기물부담금을 매기는 대상이었다. 2026년부터는 조립블럭·플라스틱 모델 등 플라스틱 완구가 EPR 대상으로 편입돼, 제조·수입자가 제품의 사용 이후 단계까지 회수·재활용 책임을 지게 된다.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폐기물부담금이 '버려질 것을 전제로 사후에 물리는 세금'에 가까웠다면, EPR 분담금은 '회수·재활용 실적으로 이행하는 의무'다.

제도 전환에 따라 기존 폐기물부담금은 면제되고, 대신 공제조합에 내는 재활용분담금과 의무 미이행 시의 재활용부과금으로 갈음된다.

다만 안전확인대상 어린이제품 중 '완구'로 지정된 품목이 대상이며, 파티완구와 봉제인형은 빠졌다.

연 매출 10억원 미만이거나 출고량 10톤 미만 제조사, 수입액 3억원 미만이거나 수입량 3톤 미만 수입사는 의무에서 면제된다.

영세 사업자를 걸러내되, 시장 상위 사업자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는 설계다.

롯데칠성·코카콜라·완구사, 기업별 전략은 어떻게 갈리나

본지 분석에 따르면 같은 의무라도 기업이 놓인 자리에 따라 대응 전략이 뚜렷하게 갈린다.

첫째 갈래는 물량이 큰 종합 음료사다.

국내 최대 페트 사용처인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아이시스·새로 등 주력 제품군에 재생원료 페트를 확대 적용하며 의무율 자체를 내부 표준으로 흡수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

물량이 크다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재생원료를 대량·장기 계약으로 싸게 조달할 협상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규모가 곧 방패가 되는 구조다.

둘째 갈래는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생산 주체다.

코카콜라 계열은 코카콜라·환타 등 세계 본사 차원의 재생원료 로드맵을 이미 갖고 있어, 한국의 10% 의무율은 글로벌 목표의 하위 집합으로 흡수되는 성격이 강하다.

이들에게 관건은 의무율 달성 여부보다, 국내에서 식품용 재생원료를 제때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다.

셋째 갈래는 먹는샘물 전문·중견 음료사다.

브랜드 파워보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생수 시장에서 재생원료 단가 상승은 곧바로 원가 압박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5,000톤이라는 문턱을 사이에 두고 의무 대상과 비대상으로 갈리며, 문턱 바로 위 기업일수록 부담이 상대적으로 무겁게 느껴지는 역설이 나타난다.

넷째 갈래는 완구업계다.

여기서는 다시 국내 제조사와 수입사로 나뉜다.

손오공·영실업 같은 국내 완구사는 출고량 기준으로 의무 여부가 갈리고, 레고 등 수입 브랜드는 수입량 기준으로 판정된다.

완구는 음료와 달리 재질이 복합적이고(플라스틱에 전자부품·금속이 섞인 제품이 많다) 회수 경로가 확립돼 있지 않아, 의무 이행의 실무 난도가 오히려 더 높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재생원료 의무제가 '원료의 품질과 가격'을 시험한다면, 완구 EPR은 '회수·선별 인프라의 부재'를 시험한다.

두 제도가 겨냥하는 병목이 서로 다르다.

여기서 본지의 두 번째 명제를 제시한다.

이번 두 제도의 실질적 부담은 '의무율 숫자'가 아니라 '문턱 설계'에서 결정된다.

페트병 5,000톤, 완구 매출 10억원·출고 10톤이라는 경계선이 사업자를 규제 안팎으로 가른다.

문턱을 살짝 넘는 중견 사업자에게는 대기업이 누리는 규모의 경제도, 영세 사업자가 받는 면제 혜택도 없다.

제도의 가장 예민한 부담은 바로 이 경계 지대에 몰린다.

셋째 명제는 시차에 관한 것이다. 10%에서 15%로, 다시 30%로 올라가는 계단이 예고돼 있는 만큼, 지금의 여유는 착시일 수 있다.

재생원료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의무율 상향은 곧 원료 쟁탈전으로 번진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의 10%는 어디쯤인가

국제 비교는 한국의 위치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유럽연합(EU)은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UP)에 따라 2025년부터 페트 음료병에 재생원료 25%를 의무화했고, 2030년에는 모든 플라스틱 음료병으로 대상을 넓혀 30%를 요구한다.

여기에 포장재·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겹치며 규제 강도는 더 촘촘해지는 추세다.

영국은 2022년부터 재생원료 30% 미만 플라스틱 포장재에 톤당 200파운드 안팎의 플라스틱 포장세를 물려 왔고, 세율은 물가에 연동해 매년 오르는 구조다(2025~2026년 기준 톤당 220파운드 안팎으로 추정).

즉 영국은 '의무율'이 아니라 '세금'으로 같은 목표를 밀어붙인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단일 의무 대신 캘리포니아 등 주 단위로 재생원료 비율을 법제화하는 방식을 택해, 주별로 목표율과 시점이 제각각이다.

이 세 갈래를 한국과 겹쳐 보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EU가 '높은 의무율'로, 영국이 '가격 신호'로, 미국이 '분권형 규제'로 접근하는 사이, 한국은 2026년 10%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출발선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점진형'을 택했다.

출발선이 낮다는 것은 초기 충격이 작다는 장점이자, 이미 25~30%를 요구하는 시장에 수출하는 기업에는 별도의 이중 대응이 필요하다는 부담이기도 하다.

본지의 넷째 명제는 여기서 나온다.

한국의 10%는 국제 기준으로 보면 완만한 편이지만, 국내 재생원료 공급 여건을 고려하면 결코 낮지 않은 목표다.

투명 페트 분리배출이 자리 잡은 지 몇 해 되지 않았고, 식품에 접촉해도 안전한 고품질 재생원료를 만들 국내 설비가 아직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만 보면 EU의 절반이하지만, 인프라 대비 체감 난도는 그 격차만큼 작지 않다.

반론도 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재생원료 가격이 신재(버진) 플라스틱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이어지는 한, 의무율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제 유가가 낮을 때 신재 플라스틱 가격이 떨어지면 재생원료의 가격 경쟁력은 더 나빠진다.

반대로 환경 단체들은 10%라는 출발선이 지나치게 관대하며, 2027년 15% 상향과 2030년 30% 목표가 지켜질지 감시가 필요하다고 본다.

두 주장은 상충하는 듯하지만 공통의 전제를 공유한다.

재생원료 시장이 자생적으로 굴러가려면 안정적 수요와 품질 표준, 그리고 회수 인프라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의 함의는 분명하다.

첫째, 정부는 의무율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식품용 재생원료의 국내 생산 기반을 키우는 데 재정과 인허가를 집중해야 한다.

원료가 없으면 의무는 수입 재생원료 의존이나 미이행 부과금으로 귀결될 뿐이다.

둘째, 완구 EPR은 회수 경로 설계가 성패를 가른다.

음료 페트처럼 별도 배출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폐완구를 어떻게 모아 선별할지, 공제조합과 지방자치단체·유통사가 함께 답을 내야 한다.

셋째, 문턱 바로 위의 중견 사업자를 위한 완충 장치—단계적 의무 적용이나 공동 조달 지원—가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를 못 누리는 이들이 가장 먼저 백기를 들 수 있어서다.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신호도 짚어야 한다.

재활용분담금과 의무율 비용은 결국 병값과 장난감값에 얇게 스며든다.

다만 그 대가로 버려지던 페트병과 폐완구가 다시 원료로 순환하는 고리가 만들어진다면, 지불의 명분은 선다.

관건은 그 순환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아니면 서류상 의무 이행에 그치는지다. 2026년은 그 갈림길의 첫해다.

두 제도가 얹은 부담이 비용으로만 남을지, 아니면 국내 순환경제의 마중물이 될지는 앞으로 몇 해의 이행 데이터가 말해줄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8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옛 환경부)의 무색 페트병 재생원료 의무 사용 시행(2026년 1월) 보도자료,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의무 고시(2026년 의무율 10%),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완구류 EPR 편입) 입법예고,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의 음료 페트병 재생원료 사용 브리핑, 그리고 EU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UP)·영국 플라스틱 포장세 관련 공개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기업별 대응은 각 사의 공개 발표와 언론 보도를 종합했으며, 2027년 15%·2030년 30% 목표와 대상 11개 업체는 정부 로드맵 발표치를 따랐다.

해외 세율·의무율 중 일부는 연도별 변동이 있어 '기준·추정'으로 표기했다.

사실관계는 1차 자료로 교차 확인됐다.

기사 verdict: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