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비대면진료 정식 제도화가 15년 논쟁 끝에 현실이 됐다.
재진·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진료가 오는 12월 정식 제도로 전환되면서, 이제 관심은 '허용이냐 금지냐'라는 낡은 물음에서 '어떤 하위법령으로, 누구의 이해를 어떻게 규율하느냐'로 옮겨갔다.
본지가 보건복지부 시범사업 발표 자료와 국회 통과 법안, 그리고 일본·독일·미국의 원격의료 규율 체계를 같은 축에서 교차 분석한 결과, 한국은 '제도화의 문턱'은 넘었지만 정작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플랫폼 규율에서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뒤늦게, 그러나 가장 엄격한 방향으로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법 개정안은 202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2월 23일 공포됐고, 공포 1년 뒤인 2026년 12월 정식 시행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한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가 감염병 특례라는 임시 옷을 벗고 상시 제도의 지위를 얻은 셈이다.
신설된 의료법 제34조의2는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으로 못 박고, 원칙적으로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규정했다.
만성질환자나 희귀질환자 등 일부에 한해 초진을 허용하고, 수술 후 경과 관찰처럼 병원급의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문을 열어 두는 구조다.
비대면진료 정식 제도화란 무엇이고, 무엇이 바뀌었나
변화의 핵심은 '근거의 격상'이다.
그동안 비대면진료는 감염병예방법에 기댄 한시 조치와, 그 뒤를 이은 시범사업 지침이라는 행정적 토대 위에서만 굴러왔다.
법률이 아닌 지침이었던 탓에 초진 허용 범위나 약 배송 여부는 정부 공고 한 장으로 넓어졌다 좁아졌다를 반복했다.
이번 개정으로 비대면진료는 처음으로 모법(母法)에 자기 조문을 갖게 됐다.
바꿔 말하면, 이제부터의 승부처는 법률이 위임한 빈칸을 채울 시행령·시행규칙, 즉 하위법령이다.
초진 허용 질환의 구체적 목록, 처방 제한 의약품의 범위, 그리고 무엇보다 진료를 중개하는 디지털헬스 플랫폼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가 모두 이 하위법령에서 결판난다.
규모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복지부가 2025년 8월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에서 공개한 청구자료 분석을 보면, 2020년 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비대면진료를 한 번이라도 시행한 의료기관은 약 2만3000곳, 이를 이용한 국민은 492만 명에 이른다.
규제를 상대적으로 완화한 2024년 2월 이후 1년 동안에도 약 7300개 기관이 참여했다.
다만 절대적 비중은 여전히 얇다.
본지가 이 자료를 뜯어본 결과, 최근 비대면진료 건수는 전체 외래진료의 0.2~0.3% 수준인 월평균 20만 건가량이고, 플랫폼 보고 등으로 추정한 비급여 진료 약 5만 건을 더해도 월 25만 건 안팎이다.
이용 경험자는 넓게 퍼졌지만, 일상적 진료의 주된 통로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뜻이다.

비대면진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은 어디쯤인가
제도의 성숙도를 가늠하려면 이웃과 견줘 보는 편이 정확하다.
본지가 일본·독일·미국을 같은 잣대로 놓고 살핀 결과, 세 나라는 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다.
먼저 일본은 한국과 가장 닮은 출발선을 가졌다.
의사법 제20조가 '무진찰 치료'를 금지해 오랫동안 대면 원칙을 고수했으나, 2020년 특례로 초진 온라인진료를 열었고 2022년 1월 '온라인 진료의 적절한 실시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면서 이른바 '단골의사(주치의) 원칙'을 유지하되 폭넓은 예외로 초진까지 허용하는 절충안을 정착시켰다.
주치의가 아닌 의사가 초진을 볼 때는 사전 상담과 대면진료 연계 체제 등 다섯 가지 요건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한시 특례였던 전화 진료 보수 가산은 2023년 7월 종료됐다.
원칙과 예외를 촘촘히 나눠 관리하는, 한국이 지금 그리려는 그림과 가장 비슷한 모델이다.
독일은 결이 다르다.
원격의료 자체보다 '디지털 치료'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앞서 있다.
디지털 헬스 앱을 정식 급여 목록에 올리는 이른바 DiGA 경로를 세계 최초로 법제화해, 의사가 앱을 처방하고 공보험이 비용을 부담하는 체계를 갖췄다.
다만 실제 이용은 아직 더디다.
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독일의 디지털 치료 침투율은 2024년 18.1% 수준으로, 제도는 앞서갔으나 국민 체감은 뒤따라오는 형국이다.
반면 미국은 채택률에서 압도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의 디지털 치료 침투율은 2024년 41.58%로 독일의 두 배를 웃돌았고, 2029년 65%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주(州) 면허와 민간보험이라는 분권적 토양 위에서 시장이 먼저 달리고 규제가 뒤를 따라가는, 한국·일본과는 정반대의 순서다.
이 비교가 드러내는 한국의 좌표는 분명하다.
제도의 형식은 일본형 절충 모델에 가장 근접해 있고, 이용 규모나 채택률은 독일보다도 낮은 초기 단계다.
그럼에도 한국이 유독 두드러지는 지점이 하나 있다.
진료의 관문에 선 '플랫폼'을 겨냥한 규율의 강도다.
일본이 플랫폼에 보안·인증 요건을 부과하는 데 무게를 둔다면, 한국은 플랫폼의 사업 구조 자체에 칼을 대려 하고 있다.
약사법 정비와 플랫폼 도매상 겸영, 왜 쟁점이 됐나
바로 여기서 약사법 정비가 전면에 등장한다.
발의된 개정안은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상을 겸영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플랫폼과 약국 사이의 부적절한 거래를 '불법 리베이트'로 규정해 양쪽을 함께 처벌하는 이른바 쌍벌제 도입을 담고 있다.
정부 논리의 핵심은 '리베이트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구조 자체가 이해충돌'이라는 데 있다.
진료를 중개하며 어느 병원·약국으로 환자를 보낼지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자가, 동시에 그 약국에 약을 공급하는 도매까지 쥐면, 의사나 약사가 도매상을 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해충돌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에 직간접적으로 발을 들이면서 '시장 교란' 논란이 불거졌고, 이 논란이 약사법 손질을 앞당긴 방아쇠가 됐다.
플랫폼 업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환자에게 약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닿게 하려는 물류 효율화를, 겸영 금지라는 일률적 잣대로 묶으면 서비스 자체가 위축된다는 주장이다.
동네의원과 약국의 이해도 엇갈린다.
개원가는 대형 플랫폼이 환자 흐름을 장악해 '문 앞의 통행세'를 매기는 상황을 경계하고, 약국가는 특정 플랫폼과 연계된 이른바 '단골 약국' 쏠림이 동네 약국 ���태계를 흔들까 우려한다.
재진·의원급 중심이라는 큰 원칙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그 아래에서 벌어지는 이해충돌의 지도는 이렇게 복잡하다.

본지 분석의 결론은 세 가지로 모인다.
첫째, 한국의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허용의 승리'가 아니라 '규율의 시작'이다.
법률이 뼈대만 세운 만큼, 초진 허용 질환·처방 제한 품목·플랫폼 겸영 범위를 정할 하위법령이 실질적 제도의 8할을 좌우한다.
둘째, 한국은 형식에서 일본을 닮되 플랫폼 규율에서는 주요국보다 앞서 강한 선을 긋고 있다.
이는 유통 질서를 지키려는 선제적 방어인 동시에, 산업 성장을 억제할 양날의 칼이다.
셋째, 채택률이 여전히 외래의 0.3% 안팎에 머무는 현실은, 제도화가 곧 확산을 뜻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제도의 문은 열렸으나, 국민이 그 문으로 걸어 들어올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책적 함의는 명료하다.
하위법령은 '금지의 목록'을 늘리기보다 '이해충돌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를 설계하는 데 방점을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플랫폼의 도매 겸영을 원천 봉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자금 흐름과 알선 구조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리베이트 쌍벌제로 사후 제재를 촘촘히 하는 조합이 산업과 안전을 함께 지키는 길일 수 있다.
특히 만성질환 재진 환자, 도서·산간 거주자,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처럼 비대면진료의 편익이 큰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초진 예외와 약 배송 기준을 별도로 두텁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제도는 평균을 위해 만들지만, 그 성패는 늘 가장자리에 선 이용자에게서 갈린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20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공포 시점과 조문 내용은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및 국회 입법 자료를, 시범사업 이용 규모(의료기관 약 2.3만 곳·이용자 492만 명·월평균 20만~25만 건)는 2025년 8월 복지부 시범사업 자문단 발표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플랫폼 도매상 겸영 금지·리베이트 쌍벌제 관련 쟁점은 복지부의 국회 심사 관련 입장과 발의된 약사법 개정안 보도를 대조했다.
일본의 온라인진료 지침 개정(2022년)과 특례 종료(2023년), 독일 DiGA 및 디지털 치료 침투율(2024년 18.1%), 미국 침투율(2024년 41.58%)은 각국 제도 안내 자료와 시장조사 통계를 확인했다.
침투율 등 일부 수치는 조사기관 추정치이므로 '추정·전망'으로 표기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