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토큰증권(STO)의 제도권 편입이 마침내 법률의 언어로 확정되면서, 분산원장을 법정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하는 개정 전자증권법과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사 유통을 허용하는 개정 자본시장법이 실제 시장의 판을 어떻게 재편할지가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본지가 금융위원회 발표자료와 국회 의안정보, 복수 법무법인의 개정법 해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개정의 핵심은 단순한 '블록체인 허용'이 아니라 발행·유통·계좌관리라는 세 갈래 라이선스가 서로 다른 속도로, 서로 다른 사업자에게 순차적으로 열린다는 데 있다.
누가 먼저 문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2024년 34조원 규모로 추정되던 시장이 2030년 367조원(업계 추정)까지 확대되는 국면의 주도권이 갈린다.
개정법의 뼈대는 두 축이다.
하나는 전자증권법이 '분산원장'과 '분산원장등록주식 등', 그리고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개념을 새로 정의하고, 블록체인 원장을 기존 증권 계좌부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한 것이다.
종전에는 조각투자 상품이 신탁 수익증권이나 비금전신탁 구조를 빌려 우회적으로만 발행됐다면, 이제는 토큰 그 자체가 권리 추정력을 가진 증권으로 등록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자본시장법이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의 장외거래중개업을 새 인가 단위로 신설하고, 증권사가 이들 증권을 유통할 수 있도록 길을 튼 것이다.
규제의 무게중심이 '발행은 되지만 팔 곳이 없던' 상태에서 '발행과 유통이 한 체계 안에서 맞물리는' 구조로 옮겨간 셈이다.
토큰증권 제도권 편입,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변화의 방향을 이해하려면 '변경 전'을 먼저 짚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내놓으며 가이드라인 수준의 정책을 먼저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근거 법률이 없어, 조각투자 사업자들은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라는 한시적 특례에 기대야 했다.
뮤직카우, 카사 같은 초기 플랫폼이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나 부동산 수익증권을 쪼개 팔 수 있었던 것도 이 특례 덕분이었다.
문제는 특례가 개별 건별로, 그것도 기한을 정해 부여된다는 점이었다.
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낮고, 유통은 발행사 자체 플랫폼 안에 갇혀 있었다.
이번 개정은 그 임시 구조를 상시 제도로 끌어올렸다.
본지가 확인한 개정 경과를 보면,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정무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6년 2월 초 공포됐다.
다만 실제 발효 시점은 시차가 있다.
법조계 해설을 종합하면 개정 전자증권법은 공포 후 약 1년의 준비기간을 두고 2027년 초부터 시행되며, 자본시장법의 일부 조항은 공포 직후, 나머지는 전자증권법과 보조를 맞춰 시행되는 것으로 정리된다.
정관·시행령·감독규정 등 하위 법령이 그 사이에 채워진다.
즉 '법은 통과됐으나 세부 규칙과 라이선스 심사는 아직 진행형'인 국면이 당분간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 시차 자체가 사업자들의 전략을 가르는 첫 변수다.

토큰증권 발행·유통 라이선스, 어떤 순서로 열리나
본지 분석의 첫 번째 명제는 이렇다.
이번 제도 개방은 '발행'과 '유통'이 동시에 열리는 것이 아니라, 발행 인프라(계좌관리기관) → 발행 상품(투자계약증권·수익증권) → 유통 인가(장외거래중개업)의 순으로 시차를 두고 열린다는 것이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과 전문인력, 전산·보안 요건을 갖춘 발행사가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 분산원장에 증권을 등록할 수 있는 지위다.
공적 장부를 다루는 만큼 신뢰성·안정성 심사가 까다롭게 설계될 전망이라, 대형 발행사와 중소 조각투자 플랫폼 사이에 '직접 발행이냐, 증권사 위탁이냐'의 선택이 갈린다.
유통은 또 다른 관문이다.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의 장외거래중개업 인가가 신설되면서, 토큰증권만 전문으로 사고파는 별도의 유통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겸영 규제가 결정적으로 작동한다.
개정 체계는 원칙적으로 발행·인수·자기매매·중개 기능이 한 사업자에게 몰리는 것을 제한하되, 증권의 성격상 별도 유통시장이 반드시 필요하거나 겸영을 통해서만 혁신 서비스가 가능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짜였다.
이해상충을 막으려는 칸막이와, 신생 시장의 규모의 경제를 살리려는 예외가 팽팽히 맞서는 지점이다.
어느 쪽 문이 먼저, 얼마나 넓게 열리느냐가 곧 사업 모델의 사활을 가른다.
조각투자 플랫폼·증권사·발행사, 전략을 비교하면
본지가 사업자들의 공개된 행보를 매핑한 결과, 전략은 크게 네 갈래로 갈린다.
첫째는 '중립적 유통 인프라'를 노리는 진영이다.
한국거래소가 주도하는 KDX 컨소시엄이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증권·KB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한화투자증권 등 20여 개 증권사가 참여해 사실상 업계 표준 장외거래소를 지향한다.
둘째는 대체거래소(ATS) 인가를 이미 받은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으로, 주식 대체거래 인프라 위에 토큰증권 유통을 얹으려는 구도다.
셋째는 루센트블록처럼 조각투자 사업 경험을 무기로 유통 인가에 도전하는 핀테크 진영이다.
금융당국은 예비인가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압축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 선별전의 결과가 초기 시장 구도를 사실상 확정한다.
넷째 갈래는 증권사와 대형 발행사의 '수직계열화' 전략이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일부 대형사는 자체 STO 발행 플랫폼을 구축하며 원장 관리부터 청약·유통까지 한 우산 아래 두려 하고 있다.
여기에 증권 인프라 기업 코스콤이 다수 증권사의 원장 시스템을 자사 토큰증권 플랫폼에 연결하는 공동 인프라를 깔면서, '자체 구축이냐, 공동 플랫폼 참여냐'라는 두 번째 분기가 생겼다.
자체 구축은 통제권과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비용과 리스크가 크고, 공동 플랫폼은 초기 진입 비용을 낮추는 대신 차별화가 어렵다.
본지 분석의 두 번째 명제는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판은 '누가 좋은 상품을 발행하느냐'보다 '누가 유통 표준과 원장 인프라를 선점하느냐'의 싸움으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토큰증권 해외 사례, 독일·일본·스위스와 비교하면
한국의 설계가 얼마나 앞서 있는지, 혹은 뒤처졌는지는 국제 비교에서 드러난다.
독일은 2021년 전자증권법(eWpG)을 도입해 발행인이 중앙예탁기관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에 직접 증권을 등록하는 이른바 '1단계(단일층) 분산원장' 구조를 허용했다. 2023년 지멘스가 퍼블릭 체인에서 6천만 유로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사례가 상징적이다.
발행 주체에게 폭넓은 자율을 준 모델로, 한국의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개념과 문제의식이 닮았다.
일본은 2020년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으로 전자기록이전권리(이른바 '세큐리티 토큰')를 제도화하고, 신탁형 수익증권을 중심으로 시장을 키웠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등 대형 금융그룹이 발행을 주도하고, 별도 자율규제기구가 유통 질서를 잡는 '금융권 주도형'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스위스는 2021년 이른바 DLT법을 통해 분산원장 기반 '등록유가증권'을 민법·상법 차원에서 인정하고, DLT 거래시설이라는 새 인가 범주를 만들어 발행과 유통을 한 틀에서 규율했다.
세 나라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분산원장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방향성이지만, 한국은 여기에 조각투자라는 실물자산 기반 소액투자 수요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에서 출발선이 다르다.
부동산·미술품·저작권·한우처럼 쪼갤 대상이 풍부하고 개인투자자 저변이 넓다는 것은 강점이자, 동시에 불완전판매·유동성 착시 같은 소비자 보호 과제를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본지의 결론과 남은 변수
본지 분석의 세 번째 명제는 소비자 위험에 관한 것이다.
제도권 편입은 '안전해졌다'는 신호로 읽히기 쉽지만, 토큰증권의 상당수는 여전히 투자계약증권, 즉 기초자산의 수익성과 발행사 신뢰도에 크게 의존하는 상품이다.
상장주식처럼 두꺼운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장외 유통시장에서의 가격은 얇은 호가에 출렁일 수 있다.
특히 자본이 얇은 조각투자 플랫폼이 무리하게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지위나 유통 인가를 좇을 경우, 원장 오류·전산 사고·발행사 부실이 곧바로 투자자 손실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
취약한 개인투자자일수록 '토큰=첨단=안전'이라는 착시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을 감독당국과 플랫폼 모두 경계해야 한다.
종합하면, 이번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이 실물자산 토큰화라는 세계적 흐름에 법적 기반을 갖고 올라탄 분기점이다.
다만 승부는 하위 법령에 담길 자기자본·겸영·이해상충 규칙의 구체적 수위, 그리고 예비인가·최종선정 심사에서 갈린다.
정책당국에는 발행과 유통 사이의 이해상충 칸막이를 명확히 하되, 신생 시장의 규모의 경제를 질식시키지 않는 '조율된 개방'이 요구된다.
사업자에게는 무리한 라이선스 확장보다 자기 자본력과 원장 안정성에 맞는 포지션을 고르는 절제가, 투자자에게는 '제도권'이라는 라벨과 '원금보장'을 혼동하지 않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문은 순서대로 열린다.
먼저 들어간 자가 아니라, 오래 버티는 자가 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17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2023년)과 개정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관련 국회 의안 및 공포 자료, 복수 법무법인(김·장 등)의 개정법 해설, 자본시장연구원의 토큰증권 제도 도입 관련 보고서, 국내외 언론의 예비인가·시장규모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시장 규모(2024년 34조원→2030년 367조원)와 사업자 참여 현황은 업계·기관의 추정 및 공개 보도에 근거한 것으로, 확정 수치가 아니라 전망·추정치임을 밝힌다.
시행 시점(개정 전자증권법 2027년 초 등)은 공포 자료와 법조계 해설을 종합한 것으로, 하위 법령 제정 경과에 따라 세부가 조정될 수 있다. 1차 자료 교차 확인 결과 기사 verdict는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