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한국 AI 두뇌유출 수지는 지금 한국 과학기술 정책에서 가장 설명하기 껄끄러운 숫자다.

인공지능(AI) 특허는 인구 대비 세계 1위, 세계가 주목한 AI 모델 배출 수는 3위인 나라가, 정작 그 모델을 만들 사람은 밖으로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6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재 추계, 그리고 국내외 박사후연구원(포닥) 처우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한국의 AI 인재 이동은 2021년 순유입에서 2022년 이후 순유출로 방향을 튼 뒤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유출 규모'가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한다는 데 있다.

AI 인덱스 2026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미국·중국·인도에 이어 종합 4위 국가다.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가 14.31건으로 2년 연속 세계 1위이고, 룩셈부르크(12.25건)·중국(6.95건)·미국(4.68건)을 크게 앞선다.

세계가 주목한 AI 모델도 한 해 8건 안팎을 배출해 미국·중국 다음 자리를 지켰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만 보면 인재 강국의 그림이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의 다른 페이지, 인재 이동 항목으로 넘어가면 부호가 뒤집힌다.

한국은 AI 인재가 들어오는 나라가 아니라 빠져나가는 나라, 그것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순유출국으로 분류된다.

한국 AI 두뇌유출 수지란 무엇인가

먼저 '두뇌유출 수지'라는 말부터 정리하자.

국제 통계에서 이 개념은 대체로 인재 이동지수(talent migration index)로 잡힌다.

특정 국가로 들어온 전문인력에서 빠져나간 전문인력을 뺀 순이동을, 인구나 표본 규모로 나눠 표준화한 값이다.

값이 양수면 순유입, 음수면 순유출이다.

AI 인덱스가 쓰는 지표는 세계 최대 직업 네트워크의 프로필 이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원 1만 명당 몇 명이 순유출·순유입됐는지를 계산한다.

즉 절대 인원이 아니라 '비율'이다.

이 대목이 뒤에서 설명할 숫자 혼선의 씨앗이 된다.

본지가 확인한 수치를 시계열로 늘어놓으면 방향은 분명하다.

한국의 AI 인재 이동지수는 2021년 플러스(순유입)에서 2022년 0 부근으로 내려앉은 뒤,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음수 영역에 자리를 잡았다.

AI 인덱스 계열 자료는 2024년 값을 대략 -0.36으로, 과기정통부가 정책 자료에서 인용한 추계는 2024년 -0.4로 제시한다.

두 숫자는 소수점 아래에서 갈리지만, '4년 연속 순유출'이라는 결론은 흔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국내 언론이 별도로 집계한 최상위 AI 인재 유출은 13년에 걸쳐 매달 평균 11명꼴로, 누적 수천 명 규모다.

문제는 이 세 숫자가 같은 현상을 가리키는데도 서로 잘 맞물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AI 두뇌유출 수지, 왜 출처마다 숫자가 다를까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두뇌유출 수지'라는 하나의 표현 아래 최소 세 가지 서로 다른 측정이 뒤섞여 있고, 그 격차를 구분하지 않으면 정책 진단이 어긋난다.

첫째 층위는 이동지수다.

이는 표본(직업 네트워크 가입자)에 잡힌 사람들의 상대적 순이동률이므로, 분모가 특정 플랫폼 이용자다.

국내 연구자 중 해당 플랫폼을 쓰지 않는 이들은 애초에 계산에서 빠진다.

둘째 층위는 정부·기관의 행정 추계다.

학위 취득자, 비자 발급, 귀국·출국 신고 같은 행정 데이터에 기반하므로 표본이 다르고, 그래서 같은 해에도 -0.36과 -0.4처럼 값이 어긋난다.

셋째 층위는 절대 인원 집계다.

'월 11명, 13년'처럼 머릿수를 세는 방식은 규모를 실감시키지만 인구·분야 규모로 나누지 않아 국제 순위와는 직접 비교되지 않는다.

본지가 세 층위를 나란히 놓고 본 결과, 이들은 모순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이동지수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새는가'를, 행정 추계는 '제도권에서 실제로 몇 명이 오갔는가'를, 절대 인원은 '최상위층에서 누적으로 얼마가 빠졌는가'를 말한다.

순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이 인도·이스라엘에 이어 유출 3위라는 서술은 비율 기준 순위이지, 절대 인원 순위가 아니다.

인구가 큰 나라와 작은 나라를 같은 잣대에 올리면 순위는 언제든 요동친다.

그런데 정책 현장에서는 이 세 숫자가 종종 한 문장 안에 뒤섞여, '특허 1위인데 유출 3위'라는 자극적 대비만 남고 원인 진단은 증발한다.

더 근본적인 왜곡은 방향 전환의 시점에 있다.

여러 자료를 겹쳐 보면 한국은 2020~2021년만 해도 순유입 혹은 균형에 가까웠다.

그러던 것이 팬데믹 이후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력 흡수가 본격화하면서 음수로 돌아섰다.

즉 한국의 유출은 '원래 못하던 나라의 만성질환'이 아니라 '잘하다가 최근 악화된 급성 증상'에 가깝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만성이라면 교육 체계를 갈아엎어야 하지만, 급성이라면 처우와 정착 조건이라는 급소 몇 개를 손보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그리고 원인은

국제 비교로 넘어가 보자.

미국은 여전히 세계 AI 인재의 종착지다.

다만 AI 인덱스 2026은 미국으로 이주하는 AI 인재 수가 2017년 이후 약 89% 줄었다는 지표를 함께 실었다.

이는 미국의 흡인력이 약해졌다기보다, 각국이 자국 인재를 붙잡으려 처우와 비자를 손보면서 '미국행 급류'가 완만해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중국은 반대 방향의 사례다.

국가 주도로 연구 인건비를 끌어올려, 국내 이공계 포닥 월 급여가 한국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까지 형성됐다.

본지가 확인한 자료에서 한국 이공계 포닥의 월 급여는 대략 250만 원 언저리인 반면, 중국은 650만 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작아 이동지수 순위는 높지만, 방위·보안 분야를 축으로 한 고밀도 창업 생태계가 두뇌의 '회전문'을 만들어 나갔다 돌아오는 순환을 상대적으로 잘 굴린다.

세 나라를 겹쳐 보면 한국의 위치가 또렷해진다.

배출 능력, 즉 특허와 모델을 찍어내는 힘은 미국·중국과 겨룰 만하다.

그러나 그 인재를 '눌러앉힐' 조건, 특히 초기 경력 연구자의 처우에서 격차가 크다.

본지 분석의 두 번째 결론은 여기서 나온다.

한국의 두뇌유출 수지는 교육·연구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처우·정착의 문제다.

특허 1위와 유출 3위가 한 나라에서 공존하는 역설은, 잘 키운 인재를 국내 노동시장이 제값에 흡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처우 데이터는 이 진단을 뒷받침한다.

국내 대학 연구실 포닥 ��봉은 통상 4000만~5000만 원 선인데, 미국 주요 대학은 최소 연봉을 훨씬 높게 못 박아 둔다.

MIT는 포닥 최소 연봉을 약 7만1000달러(원화 약 1억400만 원), 하버드대는 약 6만7600달러(약 9860만 원)로 보장한다.

국내 일반 포닥 처우가 미국 상위권 대학 '하한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여기에 성과 중심의 짧은 평가 주기, 대형 연산 인프라 접근의 제약, 국제 공동연구 기회의 부족이 겹치면, 학위를 갓 마친 우수 인력이 국내에 남을 유인은 급격히 줄어든다.

본지 분석의 세 번째 결론이다.

유출은 연봉 한 줄로 환원되지 않으며, '낮은 처우 × 불안정한 경로 × 좁은 연구 자원'이 곱해진 결과다.

K-STAR와 포닥 처우 개선, 두뇌유출 수지 전망은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해외 고급 인재를 겨냥한 이른바 K-STAR형 비자·유치 트랙은 첫 운영 시기에 1200건 안팎의 비자를 발급했고, 대상자에게 초기 5년간 19%의 고정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파격을 담았다.

발급자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AI 또는 인접 분야 종사자로 파악된다.

처우 쪽에서는 국내 박사후연구원 평균의 1.8배 수준인 연 9000만 원가량을 보장하는 AI 포닥 프로그램이 가동돼, 해외에서 활동하던 AI 박사 159명이 국내 복귀를 택했다는 집계도 나왔다.

AI 인재 양성 사업 역시 2025~2030년에 걸쳐 신규 과제마다 연 2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다만 본지 분석의 네 번째 결론은 신중론에 가깝다.

이들 정책은 '수지'를 흑자로 돌리기엔 규모가 작다. 159명이라는 복귀 인원은 상징적이지만, 13년간 매달 두 자릿수로 빠져나간 최상위층 누적 규모에 견주면 한 해 유출분을 겨우 메우는 수준이다. 19% 세율이나 1.8배 연봉 같은 카드는 이미 나간 사람을 부르는 '역유치'에는 효과적이나,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국내 신진 연구자 전체의 처우를 끌어올리진 못한다.

오히려 유치 대상자와 국내 잔류자 사이에 처우 이중구조가 생기면, 정착해 있던 인력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워 새로운 유출을 부를 위험도 있다.

취약한 고리는 언제나 화려한 유치 대상이 아니라, 조명받지 못한 채 국내에 남은 다수의 초기 경력 연구자다.

그렇다면 전망은 어떤가.

방향 전환이 급성 증상이었다는 앞의 진단을 받아들이면, 회복 경로도 보인다.

첫째, 유치 홍보용 숫자와 실제 처우 개선을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

몇 명을 데려왔는지보다, 국내 포닥 처우의 '하한선'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가 수지를 좌우한다.

둘째, 두뇌유출 수지를 하나의 지표가 아니라 이동지수·행정 추계·절대 인원 세 트랙으로 병기해 공표해야 한다.

그래야 '특허 1위인데 유출 3위'라는 대비가 감정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어느 층위에서 새고 있는지를 짚어낼 수 있다.

셋째, 나갔다 돌아오는 순환을 막지 말고 제도화하는 편이 낫다.

유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스라엘형 회전문처럼 해외 경험 인력이 다시 국내로 흘러들 통로를 넓히는 쪽이 현실적이다.

결국 한국의 과제는 인재를 '가두는' 데 있지 않고, 세계를 돌아 결국 한국을 택하게 만드는 조건을 쌓는 데 있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10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핵심 수치는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6(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14.31건 세계 1위, 주목 AI 모델 배출 3위, AI 인재 이동지수 및 순유출 순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인재 정책·추계 자료(2024년 이동지수 약 -0.4, 순유출 추세), 국내외 포닥 처우 비교 자료(한국 월 250만 원·중국 650만 원, MIT·하버드 최소 연봉, AI 포닥 9000만 원 및 복귀 인원 159명), 해외 인재 유치 트랙(K-STAR형 비자 1200건·19% 고정세율)을 교차 확인했다. 동일한 '두뇌유출' 지표라도 표본과 분모가 달라 출처별로 값이 어긋난다는 점을 본문에서 구분해 표기했으며, 일부 수치는 발표 시점·집계 방식에 따라 범위·추정치로 명시했다. 기사 verdict는 1차 자료 교차 확인에 근거해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