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2026 세제개편안)은 지난 8월 3일 발표된 이번 세법 개정의 최대 승부수다.
기획재정부가 태양광발전·풍력발전·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로봇부품 6대 분야를 묶어 '국내에서 만든 만큼' 세금을 깎아주는 새 제도를 2027년부터 2036년까지 10년 한시로 도입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설비 '투자액'에 붙던 세제 지원의 무게중심이 실제 '생산량'으로 옮겨가게 됐다.
본지가 이번 개편안 상세본과 정부 발표자료, 미국·일본·유럽의 유사 제도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 제도는 단순한 감세가 아니라 기업의 공장 입지와 생산 물량, 그리고 국내 지출 구조를 통째로 흔드는 '리쇼어링 유인 설계'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핵심은 계산식이다.
정부안은 내국인이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고 직접 판매한 물량에 품목별 '기준공제액'을 곱하고, 여기에 생산지역별 계수를 적용해 공제 규모를 정한다.
그동안 우리 세제의 간판이던 통합투자세액공제가 '얼마를 투자했느냐'를 물었다면, 이번 제도는 '얼마를 만들어 팔았느냐'를 묻는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45X)를 벤치마킹한 이른바 '한국판 IRA'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이자, 통상 마찰이라는 뇌관을 함께 안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생산세액공제란 무엇인가 — '투자'가 아니라 '생산량'을 본다
제도의 뼈대부터 보자.
대상은 녹색전환과 경제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은 크지만 국내 생산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6대 분야다.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부품,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그리고 새로 이름을 올린 AI로봇부품이 여기 들어간다.
이들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면, 생산량에 정부가 정한 기준공제액을 곱한 금액을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빼준다.
생산이 곧 세액공제로 직결되는 '생산 연동형' 구조라는 점이 종전 제도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여기에 정부는 지역계수라는 장치를 더했다.
같은 물량을 만들어도 어디서 만드느냐에 따라 공제액이 달라진다.
수도권은 1.0, 비수도권 광역시 등은 1.1, 그 밖의 비수도권은 1.3, 인구감소지역 같은 우대지역은 1.5까지 적용된다.
지방 주도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국가균형발전 논리를 세제에 직접 심은 셈이다.
수도권 공장과 지방 공장이 똑같이 100을 만들어도, 지방 공장은 최대 1.5배의 공제를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계수 하나가 실제 투자 입지 결정을 흔들 만큼 세다.
적용 요건은 두 겹의 문턱으로 짜였다.
우선 핵심 공정을 국내에서 수행해야 하고, 적격 생산비용 가운데 국내에서 지출한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이름만 국내 생산이고 실제로는 해외에서 대부분 만들어 들여오는 '무늬만 리쇼어링'을 걸러내겠다는 장치다.
다만 그 '일정 수준'이 몇 %인지, 품목별 기준공제액이 배터리 kWh당 얼마인지 같은 핵심 숫자는 아직 비어 있다.
정부는 국회 논의와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업종별 협·단체와 협의해 대상 품목과 요건, 기준공제액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설계도의 골조만 나온 상태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통합투자세액공제와의 중복 적용 배제다.
기업은 투자 단계의 통합투자공제와 생산 단계의 국내생산공제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대규모 신규 설비를 막 지은 기업에는 투자공제가, 이미 라인을 깔아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업에는 생산공제가 유리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제도 일몰이 다가오는 마지막 3년에는 공제액이 2034년 75%, 2035년 50%, 2036년 25%로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뒤늦게 올라탄 기업일수록 받을 수 있는 파이가 작아지는 구조다.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 6대 분야, 누구에게 유리한가 — 기업 유형별 셈법
본지 분석의 첫 번째 명제는 이렇다.
이 제도의 최대 수혜는 '비수도권에서 대량 생산하는 기업'에 집중된다.
공제가 생산량에 비례하고 지역계수가 곱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물량이 크고 입지가 지방일수록 절대 공제액이 기하급수로 불어난다.
이미 충청·호남·경북 등지에 대규모 라인을 깔아둔 이차전지·태양광 업체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수도권에 팹이 몰린 반도체 대기업은 생산량은 압도적이어도 지역계수 1.0에 묶여, 통합투자세액공제와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정밀하게 저울질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두 번째 명제는 중소·중견 소재부품 기업의 '실속' 가능성이다.
핵심소재 분야는 원료·중간재를 국내에서 조달·가공하는 비중이 애초에 높아, 국내 지출 비중 요건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생산량 규모는 대기업에 못 미쳐도, 요건 충족이 쉬운 만큼 안정적으로 공제를 받아 갈 여지가 있다는 게 본지의 판단이다.
문제는 반대편이다.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는 AI로봇부품 스타트업이나 초기 적자 기업은 생산 물량 자체가 적고, 애초에 낼 세금이 없으면 세액공제도 '그림의 떡'이 된다.
이 지점에서 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급이나 공제액 이월·양도를 허용할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세 번째 명제는 리쇼어링을 저울질하는 기업의 '시간표' 문제다.
해외 생산 비중이 큰 기업이 이 공제를 노리고 국내로 라인을 되돌리려면, 2036년 일몰과 마지막 3년의 점감 구조를 역산해야 한다.
지금 착공해 양산까지 수년이 걸린다고 보면, 온전한 100% 공제를 누릴 수 있는 창(窓)은 생각보다 좁다.
회수 기간이 촉박한 대형 신규 투자일수록, 세액공제만으로 리쇼어링을 결정하기엔 유인이 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누구에게 무엇이 맞나'는 생산 규모·입지·국내지출 비중·투자공제와의 택일·일몰 리스크라는 다섯 축의 조합으로 갈린다.
미국 IRA·일본·유럽과 비교하면 — '한국판 IRA'의 실제 위치
이 제도의 성격은 국제 비교 속에서 선명해진다.
원본 격인 미국 IRA의 45X 조항은 배터리 셀 kWh당 35달러, 모듈 kWh당 10달러처럼 품목별 단가를 못 박아 생산량에 곱해주는 방식이다.
태양광·풍력 부품, 배터리 부품, 인버터, 핵심광물 등 5대 품목군이 대상이며, 2023년부터 2032년까지 적용하되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인다. 3690억 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패키지 안에서 미국은 이미 '생산 보조'의 효과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있다.
한국의 설계는 이 틀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되, 지역계수라는 균형발전 요소를 얹은 점이 다르다.
일본은 또 다른 참고점이다.
일본은 산업경쟁력강화법에 근거해 전략 분야의 생산·판매량에 비례해 10년간 법인세를 일정 한도에서 깎아주는 '국내생산 촉진세제'를 이미 가동하고 있다.
설비투자 지원에 더해 생산 단계까지 세제 혜택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한국안과 문제의식이 닮았다.
실제로 최근 2년 사이 대만 반도체 기업 여러 곳이 일본에 공장을 세우거나 사업을 확장하며 리쇼어링·니어쇼어링 흐름에 올라탔다.
생산 연동 세제가 실물 투자를 끌어당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럽은 결이 조금 다르다.
EU는 넷제로산업법(NZIA)을 통해 2030년까지 역내 전략기술 제조역량을 연간 수요의 최소 4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미국·일본식의 대규모 현금성 생산세액공제보다는 인허가 간소화와 공공조달·경매 요건 같은 제도적 유인에 무게를 실었다.
재정 여력과 국가보조금 규율이라는 EU 특유의 제약이 반영된 결과다.
세 지역을 겹쳐 놓고 보면, 한국의 국내생산세액공제는 미국의 계산 방식과 일본의 생산 연동 철학을 결합하고 여기에 지역 균형이라는 국내 정치 변수를 더한 '혼합형'이라는 게 본지의 평가다.

통상 마찰과 세수, 남은 쟁점은 — 국내생산세액공제 전망
네 번째 명제는 이 제도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바깥'에 있다는 것이다.
생산 연동 세제는 자국 내 생산을 직접 장려하는 성격이 짙어, 수입품에 대한 차별적 조치나 보조금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특히 지원이 6개 분야로 한정돼 있는 만큼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상계조치(SCM) 협정상 '특정성'을 가진 보조금으로 인정될지가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산 제품 사용을 조건으로 건 일부 IRA 세액공제를 두고 협정 위배 판단이 나온 전례가 있어, 교역 상대국이 상계관세로 맞대응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지출 비중 요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통상 리스크의 크기를 좌우할 핵심 변수인 셈이다.
다섯 번째 명제는 재정 쪽 부담이다.
생산량에 연동해 공제가 나가는 구조는 호황기엔 세수 감소폭이 커지고, 경기 침체기엔 다시 그 폭이 요동치며 국세 수입의 경기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
세수 감소분이 커지면 그 부담이 결국 다른 계층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기준공제액이 확정되지 않아 총 조세지출 규모를 정확히 추계하긴 이르지만, 10년에 걸친 대규모 감세라는 점에서 재정 당국으로선 공제 단가를 어디에 맞출지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분수령이 된다.
정책적 함의는 분명하다.
이 제도의 성패는 결국 '디테일'에 달려 있다.
첫째, 기준공제액을 실제 투자 결정을 움직일 만큼 두껍게 매기되 재정과 통상 규율의 한계 안에 담아야 한다.
둘째, 국내 지출 비중 요건은 '무늬만 리쇼어링'을 걸러내면서도 상계관세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셋째, 적자·초기 기업이 소외되지 않도록 이월·환급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되 재정 누수와 도덕적 해이는 경계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통합투자세액공제와의 택일, 입지에 따른 지역계수, 일몰 시점의 점감 구조를 한 판에 놓고 자사에 맞는 최적 조합을 지금부터 시뮬레이션할 필요가 있다.
정부안은 8월 4일부터 2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지나 9월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어서, 세부 수치를 둘러싼 국회 심의가 실질적인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10일 기준으로 작성했다.
제도 골격과 6대 분야, 지역계수(수도권 1.0·비수도권 광역시 1.1·기타 비수도권 1.3·우대지역 1.5), 적용기한(2027~2036)과 마지막 3년 점감(75·50·25%), 통합투자세액공제 중복 배제, 향후 입법 일정은 기획재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 발표자료와 정책브리핑, 국회 제출용 상세본을 1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미국 45X(배터리 셀 kWh당 35달러·모듈 10달러, 2023~2032년 적용), 일본 산업경쟁력강화법상 생산·판매량 연동 감세, EU 넷제로산업법의 2030년 40% 목표는 각국 정부·의회 및 산업계 공개 자료로 대조했다.
품목별 기준공제액과 국내지출 비중 요건 등 일부 세부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 미확정 상태로, 본문에서 '미확정' 또는 범위·추정으로 명시했다.
실제 공제 규모와 통상·재정 영향은 시행령 확정 및 국회 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