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생활인구 대 주민등록 격차가 지방소멸 논의의 판을 바꾸고 있다. 본지가 행정안전부·통계청의 인구감소지역 89곳 생활인구 산정 결과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분기별로 교차 분석한 결과, 이들 지역의 주민등록(등록)인구는 490만 명 안팎에 머무는 반면 통근·관광·체류를 포함한 생활인구는 2025년 여름 한때 월 3,200만 명을 넘어섰다. 등록 장부상으로는 소멸을 향해 가지만, 실제 그 땅을 밟고 소비하는 사람의 규모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동안 지방소멸을 판정해 온 소멸위험지수가 놓쳐 온 '실질 활동인구'를, 이제 정부 스스로 만든 새 통계가 드러내기 시작했다.
생활인구 대 주민등록 격차란 무엇인가
먼저 개념을 정리해야 혼선이 없다.
우리가 흔히 '인구'라고 부르는 것은 주민등록인구, 곧 그 지역에 주소를 둔 사람의 수다.
반면 생활인구는 여기에 등록외국인을 더한 '등록인구'와, 해당 지역에 주소를 두지 않았지만 월 1회 이상, 하루 3시간 넘게 머문 '체류인구'를 합한 개념이다.
출퇴근하는 직장인, 주말마다 찾는 관광객, 학교와 병원을 오가는 인접 지역 주민이 모두 여기에 잡힌다.
통계청은 통신 이동량, 대중교통 이용, 카드 소비, 사업체·건물 데이터 같은 빅데이터를 결합해 이 숫자를 뽑아낸다.
왜 굳이 새 지표가 필요했을까.
기존의 지방소멸을 가늠하던 잣대는 이른바 소멸위험지수였다.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이 2014년 이른바 '마스다 보고서'에서 제시해 국내에 널리 퍼졌다.
이 지수가 0.5 아래로 내려가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 계산이 오직 주민등록 장부만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낮 동안 수만 명이 드나드는 도시라도 밤에 등록 주민이 적으면 '소멸'로 찍힌다.
실제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인구의 흐름은 통째로 사라져 버린다.
본지가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학계 지적도 여기에 모인다.
마스다식 지수와 그 한국판인 K-지방소멸지수는 자연적인 인구 감소 추세는 어느 정도 설명하지만, 정작 그 지역에서 벌어지는 실제 활동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2014년부터 2026년까지
이 격차가 통계로 잡히기까지는 1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출발점은 2014년 일본의 마스다 보고서였다. 2040년까지 일본 기초지자체의 절반가량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한국 사회에도 충격을 줬고, 소멸위험지수는 이후 지방 정책의 사실상 표준 지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지표만으로는 대응 방향을 잡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곧 뒤따랐다.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행정안전부가 처음으로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하면서 지방소멸 대응이 법·제도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어 2023년 1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며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법에 명시됐다.
같은 해 상반기에는 인구감소지역 7곳을 골라 시범 산정을 진행했고, 2024년부터 89곳 전체를 대상으로 분기마다 생활인구를 뽑아 공표하는 체계가 갖춰졌다. 2024년 첫 산정에서 이미 결론은 선명했다.
등록인구 490만여 명의 인구감소지역에서 생활인구가 2,500만 명 안팎으로 집계된 것이다.
장부상 인구의 다섯 배가 넘는 사람이 실제로는 이 지역들을 오가고 있었다.

제도가 통계에 그치지 않고 돈의 문제로 넘어간 순간이 또 하나의 분기점이다.
정부는 2024년 12월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을 고쳐, 지자체에 나눠 주는 보통교부세 산정 기준에 생활인구를 반영하기로 했다.
보통교부세는 2025년 산정분부터, 부동산교부세는 지자체 사정을 고려해 2026년 산정분부터 이 기준을 적용한다.
등록 주민 수만으로 재정을 나누던 방식에, 실제로 사람이 얼마나 머무는지를 처음으로 끼워 넣은 것이다.
지표가 예산 배분의 열쇠가 되면서 생활인구는 단순한 참고 통계에서 지방 재정의 실권을 쥔 숫자로 격상됐다.
생활인구 대 주민등록 격차, 얼마나 벌어졌나
최근 수치는 격차의 크기를 한층 또렷하게 보여준다.
통계청·행정안전부의 2025년 3분기 산정을 보면 인구감소지역 89곳의 생활인구는 7월 약 2,721만 명, 8월 약 3,217만 명, 9월 약 2,514만 명이었다.
휴가철인 8월에 정점을 찍고 다시 내려앉는 뚜렷한 계절 곡선이다.
개별 지역으로 좁히면 편차는 더 극적이다.
강원 양양은 등록인구 대비 체류인구가 한때 최대 27배에 이르렀다.
전북 김제, 전남 화순·영암을 비롯한 11개 지역에서는 재방문율이 50%를 넘었다.
한 번 왔다 가는 뜨내기가 아니라, 반복해서 찾아오는 '느슨한 단골'이 지역을 떠받치고 있다는 신호다.
체류인구의 분기 평균 카드 사용액은 1인당 12만 2,000원으로 집계됐다.
이어진 2025년 4분기 산정은 격차가 특정 계절의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확인해 줬다. 89곳의 월평균 생활인구는 약 2,803만 명이었다.
특히 가을 단풍철과 연휴가 겹친 10월에는 생활인구가 약 3,483만 명까지 치솟았는데, 이 가운데 등록인구는 486만 명에 불과했고 체류인구가 2,997만 명에 달했다.
등록인구의 약 6.2배가 외부에서 유입돼 함께 지역을 채운 셈이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약 2,775만 명, 약 2,152만 명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시군구별로도 양양이 10월 기준 등록인구의 17.7배로 가장 높았다.
평균 체류일수는 3.2일, 하루 평균 체류시간은 11.8시간, 평균 숙박일수는 3.5일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방문이 아니라 며칠씩 눌러앉아 먹고 자고 쓰는, 실질적인 생활에 가까운 체류라는 뜻이다.
같은 기간 주민등록 장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전국 주민등록인구는 최근 여러 해 연속 감소세를 이어 왔고, 2026년 6월 기준으로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141곳, 전체의 61.5%에 이른다.
장부상으로는 절반이 훌쩍 넘는 지역이 위험 신호를 켜고 있지만, 생활인구로 다시 재면 그 가운데 상당수가 낮과 주말, 계절마다 사람으로 북적이는 곳이라는 역설이 성립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 일본 관계인구, 미국 주간인구
이 문제는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인구가 특정 지역에 '등록'되는 것과 실제로 '활동'하는 것 사이의 간극은 여러 나라가 오래전부터 씨름해 온 주제다.
국제 통계기준에서도 인구는 상주인구(de jure)와 현재인구(de facto)로 나뉜다.
유엔의 인구주택총조사 권고는 이 둘을 함께 파악하도록 권한다.
한국의 주민등록인구가 전형적인 상주인구라면, 생활인구는 현재인구 개념을 빅데이터로 되살린 시도에 가깝다.
일본은 가장 앞선 사례로 꼽힌다.
소멸위험지수의 원조인 일본은 정작 그 지수의 한계를 먼저 절감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국세조사에서 낮 시간 유동을 반영하는 주간인구(昼間人口) 개념을 오래 활용해 왔고, 최근에는 총무성이 '관계인구(関係人口)'라는 개념을 정책의 중심에 놓았다.
관계인구는 그 지역에 눌러사는 정주인구와 잠시 스치는 교류인구 사이에 있는, 지속적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는 사람을 가리킨다.
두 번째 고향을 가진 도시민, 부업으로 지역 일을 돕는 사람, 고향납세로 연을 잇는 출향민이 여기에 해당한다.
등록을 옮기라고 강요할 수 없다면, 관계를 촘촘히 만들어 결국 이주와 세수로 이어 가겠다는 발상이다.
미국은 통근 데이터를 활용해 이 격차를 통계로 다뤄 온 나라다.
인구조사국은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의 통근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 '주간인구(daytime population)'를 별도로 추계한다.
대도시 업무지구는 낮에 인구가 몇 배로 부풀고, 밤에는 텅 비는 흐름을 숫자로 잡아내는 방식이다.
유럽도 비슷하다.
프랑스와 영국 등은 상주인구를 기준으로 삼되, 도시계획과 교통·재정 배분에는 통근권과 기능적 생활권 개념을 폭넓게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록 장부 하나로 지역의 실제 무게를 재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은 세계적으로 대체로 일치한다.

본지의 결론 — 소멸지수를 다시 써야 한다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주민등록인구만으로 지방소멸을 판정하는 방식은 이미 현실과 어긋나 있다.
낮과 주말, 계절마다 등록인구의 여섯 배, 많게는 수십 배가 오가는 지역을 '소멸 임박'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정책 자원을 잘못 겨누게 만든다.
소멸위험지수는 폐기가 아니라 보정의 대상이다.
자연적 인구구조를 보는 기존 지표에 생활인구 기반의 실질 활동인구 지표를 나란히 놓아, 두 눈으로 지역을 봐야 한다.
두 번째, 본지의 결론은 격차 그 자체가 새로운 정책의 좌표가 된다는 것이다.
생활인구가 등록인구를 크게 웃도는 지역은 '소멸'보다 '과소 정주·과다 체류'로 진단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런 곳에는 정주 여건을 억지로 늘리는 사업보다, 이미 오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체류를 늘리고 소비를 지역에 남기는 전략이 맞는다.
반대로 등록인구도 생활인구도 함께 얇아지는 지역이야말로 진짜 위기다.
하나의 평균에 묻혀 있던 두 유형을 분리해 내는 것이 급선무다.
세 번째, 본지가 분기별 수치를 이어 붙여 본 결과 생활인구의 계절 진폭 자체가 중요한 정보였다.
여름·가을 정점과 겨울 저점의 낙차가 큰 지역일수록 관광 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반대로 진폭이 작고 재방문율이 높은 지역은 통근·통학 같은 안정적 흐름에 기대고 있어 상대적으로 단단하다.
같은 '생활인구 증가'라도 그 안의 질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남는 과제 — 격차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물론 생활인구를 만능으로 볼 수는 없다.
반론과 한계도 분명하다.
관광객과 통근자가 부풀린 숫자를 그대로 재정 배분의 잣대로 삼으면, 정작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주민을 위한 정주 예산이 관광 인프라로 쏠리는 착시가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체류인구 중심의 접근이 자칫 '사람이 살지 않아도 되는 마을'을 정당화해 정주 기반을 더 허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밤에는 텅 비는 관광지에 교부세가 몰리고, 정작 학교·의료 같은 생활 인프라는 등록 주민 수를 따라 줄어드는 어긋남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물음이다.
취약 지역·취약 계층의 관점에서 보면 격차의 그늘은 더 뚜렷하다.
생활인구가 많아도 그 소비의 상당 부분은 외지 자본의 프랜차이즈나 숙박 플랫폼으로 빠져나가기 쉽다.
지역에 실제로 남는 돈, 즉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 소득으로 이어지는 비중을 함께 봐야 격차의 실익을 판단할 수 있다.
체류인구의 1인당 카드 사용액 같은 지표를 지역 환류율과 나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본지의 권고는 균형에 있다.
생활인구는 지방소멸 담론의 시야를 넓힌 분명한 진전이지만, 등록인구가 지켜 온 '정주'의 가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지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재정 배분에 생활인구를 반영하되 정주 인구를 위한 최소한의 몫을 따로 떼어 두고, 계절 진폭과 재방문율, 지역 환류율을 함께 공개해 숫자의 질을 검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등록 장부와 실제 발자국, 두 지도를 겹쳐 볼 때 비로소 지방의 진짜 얼굴이 보인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9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통계청·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산정 결과(2024년 1분기, 2025년 3·4분기),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과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 사항(2024년 12월), 소멸위험지수 및 K-지방소멸지수 관련 학계 자료, 일본 총무성의 관계인구 정책과 마스다 보고서(2014년), 미국 인구조사국의 주간인구 추계 개념을 교차 확인해 작성했다.
생활인구는 통신·카드·교통 등 빅데이터 기반 추계치로, 등록인구 통계와 성격이 다르며 절대 규모의 단순 비교보다 '배수'와 '추이'로 읽어야 함에 유의했다.
개별 지역 배수(양양 최대 27배 등)와 월별 생활인구는 산정 시점·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발표 원자료의 기준 시점을 함께 명시했다.
국제 비교 중 유럽 사례 일부는 일반적 제도 경향으로 기술했다.
기사 검증 결과: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
원본 데이터
본 기사 수치의 근거 데이터입니다. 출처를 표기하면 인용·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 항목 | 수치 | 비고 |
|---|---|---|
| 인구감소지역 | 89곳 | 2021년 행정안전부 지정 |
| 인구감소지역 주민등록(등록)인구 | 490만 명 안팎 | 본지 교차 분석 |
| 생활인구(2025년 여름 한때) | 월 3,200만 명 넘어섬 | 통근·관광·체류 포함 |
| 소멸위험지수 소멸위험 기준 | 0.5 아래 | 소멸위험 지역 분류 |
| 일본 기초지자체 소멸 전망 | 2040년까지 절반가량 | 2014년 마스다 보고서 |
| 생활인구 시범 산정 대상 | 7곳 | 2023년 상반기 |
| 2024년 첫 산정 생활인구 | 2,500만 명 안팎 | 등록인구 490만여 명, 다섯 배 넘음 |
| 보통교부세 생활인구 반영 | 2025년 산정분부터 | 2024년 12월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 |
| 부동산교부세 생활인구 반영 | 2026년 산정분부터 | 지자체 사정 고려 |
| 2025년 3분기 생활인구 7월 | 약 2,721만 명 | 89곳 |
| 2025년 3분기 생활인구 8월 | 약 3,217만 명 | 휴가철 정점 |
| 2025년 3분기 생활인구 9월 | 약 2,514만 명 | 89곳 |
| 강원 양양 등록인구 대비 체류인구 | 최대 27배 | 한때 기준 |
| 재방문율 50% 넘은 지역 | 11개 지역 | 전북 김제, 전남 화순·영암 등 |
| 체류인구 분기 평균 카드 사용액 | 1인당 12만 2,000원 | |
| 2025년 4분기 월평균 생활인구 | 약 2,803만 명 | 89곳 |
| 2025년 4분기 생활인구 10월 | 약 3,483만 명 | 등록인구 486만 명, 체류인구 2,997만 명, 약 6.2배 |
| 2025년 4분기 생활인구 11월 | 약 2,775만 명 | |
| 2025년 4분기 생활인구 12월 | 약 2,152만 명 | |
| 양양 10월 등록인구 대비 배수 | 17.7배 | 시군구별 최고 |
| 평균 체류일수 | 3.2일 | 2025년 4분기 |
| 하루 평균 체류시간 | 11.8시간 | 2025년 4분기 |
| 평균 숙박일수 | 3.5일 | 2025년 4분기 |
| 전국 기초자치단체 | 229개 | 2026년 6월 기준 |
| 소멸위험지역 | 141곳 | 전체의 61.5%, 2026년 6월 기준 |
출처: 행정안전부·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