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아파트 착공·인허가 반토막은 2027~2028년 서울 입주 절벽의 예고편이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주택건설 실적통계와 서울시 정비사업 자료, 세움터 건축행정 데이터를 교차 분석한 결과, 착공에서 입주까지 통상 2~3년이 걸리는 주택 생산 주기의 특성상 최근 몇 년간 멈춰 선 착공의 청구서가 2027년 이후 입주 물량 급감으로 되돌아오는 흐름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지표는 이미 방향을 정했다.

남은 것은 폭과 시점이다.

숫자부터 보자.

서울에서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18만3천여 가구였지만, 이후 3년 안에 실제 착공으로 이어진 물량은 9만1천여 가구에 그쳤다.

인허가 대비 착공 전환율이 절반 안팎으로 주저앉은 셈이다.

인허가라는 '설계도'는 쌓였지만 삽을 뜨지 못한 사업장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흐름은 올해도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의 2026년 1~5월 누적 착공은 6천여 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넘게 줄었고, 같은 기간 누적 인허가 역시 소폭 감소해 반등의 실마리를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 공급은 2010년대 후반 재건축·재개발 이주와 멸실이 겹치며 순증이 둔화됐고, 2020년 전후 인허가가 반짝 늘었다가 2022년 금리 급등과 공사비 쇼크를 거치며 착공이 얼어붙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인허가 물량이 정점을 찍은 뒤 착공으로 소화되지 못하고 이월된 '적체 재고'가 지금의 반토막 통계 배경이다.

착시도 있다. 2025년 한 해만 떼어놓고 보면 서울 착공은 3만2천여 호로 전년보다 23% 늘었고, 아파트 착공도 2만7천여 호로 24% 증가했다.

준공은 더 극적이어서 5만5천여 호로 40% 가까이 뛰었다.

얼핏 공급이 살아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반등의 성격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5년 준공 물량의 대부분은 수년 전 착공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준공분이 몰린 결과다.

아파트 준공 5만 호 가운데 정비사업이 3만7천 호로 절대다수였다.

지금 입주하는 아파트는 오늘의 시장이 아니라 3년 전 시장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반대로 말하면, 최근의 착공 부진은 3년 뒤 준공 통계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더 근본적인 신호는 인허가에 있다. 2025년 서울 주택 인허가는 전년보다 19% 줄었다.

인허가는 착공의 선행지표이고, 착공은 다시 입주의 선행지표다.

두 단계에 걸친 시차를 감안하면 인허가 위축은 5년, 길게는 10년 뒤 공급까지 갉아먹는다.

착공이 이토록 더딘 이유를 업계는 '겹겹의 장벽'으로 설명한다.

토지 확보 난항, 늘어지는 인허가 절차, 3.3㎡당 공사비가 수년 새 급등한 원가 부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경색, 그리고 대출·세제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사업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한 현장이 늘었다.

정책 지형도 최근 1~2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2025년 6월 27일 정부는 첫 부동산 대책으로 초강도 대출 규제를 내놨다.

소득과 무관하게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사실상 6억 원으로 묶는 등 수요를 강하게 눌렀고, 이어 7월에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돼 가산금리 1.5%포인트가 한도 계산에 더해졌다.

수요를 조인 정부는 9월 7일 방향을 틀어 공급 대책을 꺼냈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새로 짓겠다는 목표로, 최근 3년 평균의 1.7배 수준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관리 기준을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바꾸겠다고 한 점이다.

그동안 인허가만 채우고 준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현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다만 착공·준공까지의 시차를 감안하면 9·7 대책의 물량이 실제 입주로 체감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9~2030년 이후다. 2027~2028년의 빈 곳을 메우기에는 늦다.

아파트 착공·인허가 반토막 속, 건설사들은 어떻게 움직이나

공급의 실핏줄인 건설사들의 선택은 지금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

본지가 대형 건설사들의 2026년 수주 계획과 정비사업 참여 양상을 대조한 결과, 크게 두 축에서 전략이 분기했다.

하나는 '외형을 늘릴 것이냐, 리스크를 관리할 것이냐'이고, 다른 하나는 '강남 핵심부를 지킬 것이냐, 준강남·외곽으로 영토를 넓힐 것이냐'다.

삼성물산은 신규 수주 목표를 크게 올리며 한강변과 이른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동) 요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여의도 대교 시공권을 이미 확보했고 시범 등 후속 대어를 노린다. 대우건설DL이앤씨도 목표치를 상향했다. 두 회사는 강남권 방어에 더해 동작구 흑석·노량진, 양천구 목동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거점을 넓히는 공격적 확장에 나섰다. 반면 현대건설은 목표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며 강남 3구와 용산을 핵심 방어선으로 삼았다. 10조 원대 수주를 넘보면서도 외곽 확장에는 신중하다. 롯데건설 역시 강남 3구와 용산에 집중하며 외곽 확대를 극도로 경계한다. 가장 보수적인 쪽은 GS건설이다. 2026년 신규 수주 목표를 17조 원대로 잡아 전년 실적보다 눈높이를 낮췄고, '원가 통제가 가능한 사업 위주로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전략은 갈렸지만 결론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외형을 늘리든 줄이든, 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채택한 문법은 '선별'이다.

될 사업만 골라 삽을 뜬다는 것.

사업성이 검증된 강남·한강변 핵심지에는 시공사가 몰리지만, 원가와 분양성이 담보되지 않는 외곽·지방 현장은 후순위로 밀린다.

이 선별의 논리가 곧 착공률 반토막의 미시적 실체다.

인허가가 나도 삽을 안 뜨는 게 아니라, 못 뜨거나 안 뜨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현장이 늘어난 것이다.

2027~2028년 서울 입주 절벽, 얼마나 심각한가

그렇다면 절벽의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착공에서 입주까지 아파트는 통상 30~36개월이 걸린다. 2023~2025년 서울 아파트 착공이 바닥권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그 물량이 입주로 전환되는 2026~2028년 입주가 계단식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25년 준공이 정비사업 준공분으로 반짝 늘어난 뒤 그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2027년부터 낙폭이 가팔라질 공산이 크다.

본지 분석으로는 2027년 하반기에서 2028년이 골이 가장 깊은 구간이다.

입주 물량이 줄면 전월세 시장이 먼저 흔들린다.

신규 입주가 뒷받침하던 전세 공급이 마르면서 전셋값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매매가를 떠받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공급 시차의 덫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신규 주택 착공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모기지 금리 부담에 수요가 얼어붙자 주택업체들이 착공을 늦췄고, 완공 물량이 줄며 주거비 상승 압력이 이어졌다.

일본은 결이 다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구조적으로 신설 착공을 끌어내리는 가운데, 빈집(아키야) 문제가 심화하며 '지어도 채울 수요가 없는' 지역과 도심 재개발 수요가 몰리는 지역 간 양극화가 극명해졌다.

캐나다는 정반대다.

이민을 통한 인구 급증 속도를 주택 착공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만성적 공급 부족과 주거비 급등에 시달렸고, 정부가 착공 목표치를 대폭 끌어올렸지만 건설 인력·자재 병목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았다.

세 나라의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공통된 교훈은 분명하다.

착공이라는 선행지표는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반드시 청구서를 보내며, 한 번 벌어진 공급 공백은 단기 대책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본지의 결론을 정리한다.

첫째, 2025년의 착공·준공 반등은 회복이 아니라 과거 정비사업 물량의 '마지막 정산'에 가깝다.

지금의 준공 통계를 근거로 공급이 정상화됐다고 읽으면 오판이다.

둘째, 진짜 위험 신호는 인허가에 있다.

인허가가 두 자릿수로 줄어든 해가 쌓이면 그 대가는 5년 뒤가 아니라 그 이후 10년까지 이어진다.

셋째, 2027~2028년 서울 입주 절벽은 이미 확정된 미래에 가깝다.

지금 착공을 늘려도 그 물량은 2027~2028년이 아니라 2029년 이후에나 도착하기 때문이다.

넷째, 9·7 대책의 방향 전환, 곧 인허가에서 착공으로의 관리 기준 이동은 옳은 진단이지만 시차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지는 못한다.

함의는 무겁다.

공급 정책의 성패는 '인허가 실적'이라는 숫자놀음이 아니라 '착공 전환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렸다.

삽을 뜨게 하려면 원가·PF·인허가 병목을 동시에 풀어야 한다.

공사비 급등분을 분담할 장치,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조정할 제도, PF 재구조화 지원이 한 묶음으로 움직여야 착공이 살아난다.

수요 측면에서도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2027~2028년 입주 급감기에 전월세 불안이 겹치면 실수요자와 청년·신혼 등 취약 차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이 시기를 겨냥한 공공임대·전세 지원의 선제적 확충이 요구된다.

시장 참여자라면 '지금 준공이 늘었으니 안심'이라는 신호를 경계하고, 착공·인허가라는 선행지표의 방향을 우선 읽어야 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6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 실적통계와 서울시 정비사업 자료, 세움터 건축행정시스템 데이터, 6·27 대출규제와 9·7 주택공급 확대방안 정부 발표 자료, 대형 건설사 2026년 수주계획 및 정비사업 참여 현황을 교차 확인했다.

서울 2020~2022년 인허가 대비 착공 전환율(약 50%), 2025년 착공·준공·인허가 증감률, 2026년 1~5월 누적 착공 감소폭은 공개 통계와 언론 보도를 대조해 검증했다.

국제 비교 수치는 각국의 최근 발표·추세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시점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어 추세 중심으로 기술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

원본 데이터

본 기사 수치의 근거 데이터입니다. 출처를 표기하면 인용·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항목수치비고
서울 인허가 (2020~2022)18만3천여 가구3년내 착공 전환은 9만1천여 가구(약 50%)
서울 아파트 착공 (2026년 1~5월 누적)6천여 호전년동기 대비 -25% 이상
서울 착공 (2025년)3만2천여 호 (+23%)아파트 착공 2만7천여 호(+24%)
서울 준공 (2025년)5만5천여 호 (+40%)아파트 준공 5만 중 정비사업 3만7천 호
서울 주택 인허가 (2025년)-19%전년 대비, 착공·입주 선행지표
9·7 공급대책 목표 (수도권)135만 가구 (2030까지)최근 3년 평균의 1.7배

출처: 국토교통부 주택건설 실적통계, 서울시 정비사업 자료, 세움터 건축행정 데이터 (본지 교차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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