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외국인 279만 지방정착이 지방소멸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집계를 보면 2025년 말 국내 체류외국인은 278만3247명으로 1년 새 5.0% 늘었고, 이 가운데 수도권을 벗어나 비수도권에 사는 비율은 2019년 40.6%에서 최근 43.3%까지 올라섰다. 본지가 체류외국인 통계와 각 지자체의 인구 추계, 지난 3월 법무부가 내놓은 장기 이민 로드맵을 겹쳐 교차 분석한 결과, 이민은 이미 상당수 소멸위험 시·군의 인구 하락을 부분적으로 떠받치는 '마지막 완충재'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 방어 효과는 지역마다, 그리고 각 지자체가 어떤 유치 전략을 고르느냐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외국인 279만 지방정착 비율은 왜 오르나

먼저 숫자의 무게부터 보자.

체류외국인 278만 명은 이제 한국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선 규모다.

법무부는 3월 발표한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에서 올해 안에 체류외국인이 300만 명 선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외국인은 수도권과 그 인접 공단에 몰렸다.

서울·경기·인천 세 곳에 열에 여섯이 살았다.

그런데 그 쏠림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비수도권 비중 40.6%에서 43.3%로의 이동은 소수점 몇 자리의 변화처럼 보이지만, 사람 수로 환산하면 수십만 명이 지방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뜻이다.

배경에는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다.

하나는 지방의 절박함이다.

행정안전부 지정 인구감소지역과 각종 소멸위험지수 산정을 종합하면,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 단계로 분류되는 곳이 최근 141곳 안팎, 즉 60%를 넘어섰다.

특히 경북·전남·강원의 농산어촌 군 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소멸고위험' 구간에 들어섰다.

지역 제조업 현장과 농·어가, 조선소 하청, 요양시설은 내국인만으로는 라인을 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다른 하나는 정책의 유도다.

법무부는 2022년 지역특화형 비자를 시범 도입한 뒤, 2025년 운영계획에서 대상을 대폭 넓혔다.

기존 인구감소지역 89곳에 인구감소관심지역 18곳을 더해 107개 지역으로 확대했고, 85개 기초지자체에 지역특화 우수인재(F-2-R) 5072명을 배정했다.

여기에 그동안 대상에서 빠져 있던 비전문취업(E-9)·선원취업(E-10) 인력이 숙련기능인력으로 갈아탈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단순 노동자로 왔던 이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길을 텄다.

정착의 결도 달라지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영주자격(F-5) 소지자는 22만1021명으로 1년 새 8.9% 늘었고, 취업자격 체류자는 59만4047명, 유학생은 30만8838명으로 17.1%나 급증했다.

국적별로는 한국계를 포함한 중국이 35.2%로 여전히 가장 많지만, 베트남(12.1%)·태국·우즈베키스탄 등 동남·중앙아시아 출신의 지방 유입이 두드러진다.

잠깐 머물다 떠나는 체류가 아니라, 가족을 부르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는 '정주형' 이민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특화형 비자·광역비자, 지자체 전략은 어떻게 갈리나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다.

외국인 유치는 이제 지자체들이 인재를 놓고 경쟁하는 하나의 시장이 됐고, 지역마다 손에 쥔 카드가 다르다.

본지가 지역별 산업 구조와 비자 운영 실적, 정착 지원 사업을 대조해 보니, 크게 네 갈래의 전략 분기가 드러났다.

첫째는 '제조·농어업 의존형'이다.

전남 영암, 경북 의성·군위, 충남 서·남부 군 지역이 여기에 속한다.

조선 기자재, 축산, 시설원예처럼 내국인 기피가 심한 업종이 지역 경제의 근간이라, E-9 고용허가제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방어 효과는 즉각적이지만 약점도 뚜렷하다.

E-9는 원칙적으로 체류 기간이 정해진 순환형이라, 사람이 오가도 '주민'으로 남지 않는다.

본지 분석으로는 이 유형의 지역이 통계상 인구 감소를 늦추는 폭이 가장 크되, 그 방어가 가장 얕고 되돌리기 쉬웠다.

둘째는 '유학 연계형'이다.

충북과 전북, 강원 일부가 대표적이다.

지역 대학의 빈 정원을 유학생으로 채우고, 졸업 뒤 지역특화형 비자나 숙련인력 트랙으로 정착까지 잇겠다는 그림이다.

충북은 이미 유학생 유치 목표를 공격적으로 잡아 왔다.

유학은 20대 청년층을 직접 데려온다는 점에서 소멸위험의 핵심 지표인 청년 여성 인구를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졸업 후 이들이 수도권으로 재이탈하는 '유학→서울행' 누수를 막지 못하면, 지역은 4년짜리 임시 인구만 떠안게 된다.

셋째는 '광역 선발형'이다.

경기도가 앞서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을 밀고 있다.

지자체가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춰 직접 대상을 선발·관리하겠다는 발상으로, 중앙정부가 쥐고 있던 비자 권한을 지방으로 일부 넘겨받으려는 시도다.

재정과 행정력이 있는 광역단체에는 유리하지만, 정작 인력이 절실한 쪽은 재정이 약한 소규모 군이라는 역설이 남는다.

넷째는 '정주 설계형'이다.

지역특화형 F-2-R을 축으로, 주택·한국어·자녀 교육·창업 지원을 묶어 '오래 살게' 만드는 데 방점을 찍는 기초지자체들이다.

부산·대구 같은 비수도권 광역시는 E-9·E-10에서 숙련기능인력으로 갈아타는 전환 통로를 활용해, 단순 인력을 지역 중견 기술자로 붙잡아 두는 실험을 하고 있다.

본지의 결론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 이민의 인구 방어 효과는 실재하지만 지역별 편차가 극심하다.

집중거주지역 127곳 중 비수도권이 28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지방 정착이 '고루' 퍼진 게 아니라 몇몇 산업 거점에 다시 쏠렸음을 보여 준다.

둘, 순환형(E-9) 위주 지역일수록 방어의 지속성이 약하다.

통계상 머릿수는 늘어도 세대 재생산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멸 시계는 다시 돌아간다.

셋, 정착의 성패는 비자 발급이 아니라 발급 이후의 '정주 인프라'에서 갈린다.

집과 학교, 병원, 한국어가 받쳐 주지 못하는 곳에서는 어렵게 데려온 인재도 2~3년 안에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다른 나라는 지방 이민을 어떻게 풀었나

한국만의 고민은 아니다.

먼저 일본을 보자.

일본은 2019년 특정기능 비자를 신설해 간병·농업·조선 등 인력난 업종에 외국 인력을 대거 받아들였고, 지방 편중을 막기 위해 대도시 쏠림 방지 조항까지 뒀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도쿄권 재이동이 반복돼, '데려오되 머물게 하지 못하는' 한국과 판박이 고민을 안고 있다.

독일은 2023년 숙련이민법을 대폭 손질��� 이민 문턱을 낮췄지만, 옛 동독 지역의 인구 공동화는 서독권 대도시로의 재집중을 넘어서지 못했다.

제도만으로 지방 정착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반대편에는 캐나다가 있다.

캐나다는 주정부 지명 이민(PNP)을 통해 각 주가 필요한 인재를 직접 지명하고 정착지를 사실상 지정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지역 분산형 이민'의 모범으로 꼽혔다.

한국의 광역형 비자 구상이 참고하는 원형이 바로 이 모델이다.

다만 최근 캐나다는 주거비 폭등과 사회 갈등을 이유로 이민 총량을 확대에서 안정화로 급선회했다.

지역이 원하는 만큼 무한정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앞서간 나라가 먼저 보여 준 셈이다.

세 나라의 경험을 겹쳐 보면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지방 이민은 '얼마나 데려오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눌러앉히느냐'의 문제이며, 그 열쇠는 중앙의 비자 설계와 지방의 생활 인프라가 맞물릴 때 비로소 돌아간다.

반론과 한계, 그리고 남는 과제

물론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3월 로드맵과 함께 공개된 국민 인식조사에서 외국인 이민자 증가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여전히 높게 나타났고, 안전·사회통합 문제를 우선 과제로 꼽는 응답이 많았다.

급격한 유입이 지역 임금과 주거, 학교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지역 사회 내부의 마찰도 보고된다.

본지 역시 이민을 지방소멸의 만능 해법으로 보지 않는다.

이민은 감소 속도를 늦추는 '완충'일 뿐, 저출생이라는 근본 원인을 대체하지 못한다.

통계의 함정도 경계해야 한다.

체류외국인 머릿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정주 인구의 안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순환 인력이 몇 달 단위로 오가는 지역의 '증가'와, 가족 단위가 눌러앉는 지역의 '증가'는 질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본지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비자 발급 목표를 '정착 유지율' 지표로 대체해야 한다.

몇 명을 배정했는지가 아니라, 3년·5년 뒤 그 지역에 몇 퍼센트가 남았는지를 성과로 삼아야 정주 인프라 투자가 뒤따른다.

둘째, 재정이 약한 소규모 군에 정착 지원을 두텁게 배분하는 역차등이 필요하다.

광역형 비자가 재정 강자에게만 유리하게 굴러가면, 정작 소멸 최전선의 군 지역은 인재 경쟁에서 밀려난다.

셋째, 유학·계절근로·고용허가로 흩어진 트랙을 지역 단위에서 하나로 잇는 '정주 로드맵'이 필요하다.

입국과 취업, 정착과 국적 취득이 따로 노는 지금의 칸막이를 지자체가 꿰매지 못하면, 어렵게 온 사람도 결국 서울로 향한다.

외국인 279만 시대, 숫자의 증가는 이미 왔다.

남은 질문은 그들을 어디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것이냐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2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체류외국인 규모와 비수도권 비중, 국적·자격별 통계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를, 지방소멸위험지역 분류는 고용정보원 및 관련 지수 자료를, 지역특화형 비자 운영 규모(85개 지자체·5072명·107개 지역)와 300만 전망은 법무부 2025년 지역특화형 비자 운영계획 및 3월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 발표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40.6%→43.3%의 비중 변화, 집중거주지역 127곳(비수도권 28곳) 수치는 발표 시점이 상이해 연도를 병기했으며, 지자체 전략 유형 분류는 본지가 산업 구조·비자 실적·정착 지원 사업을 종합해 재구성한 것이다. 1차 자료 교차 확인 결과 본 기사의 핵심 사실관계에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Faxtr verdict: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