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청약 가점제 동점 추첨 전환’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본지가 청약홈에 공고된 최근 서울 주요 단지의 당첨가점 분포와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규칙 개정 이력을 교차 분석한 결과, 서울 인기 단지의 당첨 커트라인은 불과 2년 사이 60점대 중반에서 70점대 초반으로 밀려 올라갔고, 만점(84점)에 가까운 초고가점 통장이 한 단지에서 여러 장씩 쏟아지는 이른바 ‘동점 정체’가 구조로 굳어졌다.

동점자를 가르는 규칙이 추첨에서 통장 가입기간 순으로 바뀐 뒤 나타난 변화이자, 신생아 특별공급이 공공과 민영으로 잇달아 신설되면서 커트라인 지형이 통째로 흔들린 결과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지금의 가점제는 ‘동점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 앞에 다시 섰다.

먼저 사실관계를 시점별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최대 32점), 부양가족 수(최대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대 17점)을 더해 84점 만점으로 산정한다. 2007년 도입돼 올해로 19년째 유지되고 있는 뼈대다.

문제는 동점이 났을 때다. 2024년 3월 24일까지는 총점이 같으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렸다.

그런데 국토부는 2024년 3월 25일 시행 개정을 통해 이 추첨을 없애고, 동점일 경우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긴 사람을 우선하도록 규칙을 바꿨다.

무작위였던 마지막 관문이 ‘오래 부은 사람이 이기는’ 결정형 규칙으로 전환된 것이다.

같은 개편에서 배우자의 통장 가입기간을 합산해 점수를 더 인정하는 조항도 함께 들어갔다.

요컨대 최근의 흐름은 ‘추첨 축소’였지, ‘추첨 확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동점 추첨 전환’이 다시 검색어로 떠오른 이유는, 결정형 규칙이 만든 부작용 때문에 추첨을 되살리자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청약 가점제 동점자, 추첨에서 통장 순으로 바뀐 뒤 무엇이 달라졌나

규칙이 바뀌자 커트라인의 성격이 달라졌다.

종전에는 동점이 몇 장 나와도 추첨으로 흡수됐기 때문에 ‘몇 점이면 당첨권’이라는 감각이 비교적 완만했다.

지금은 다르다.

서울 상급지에서는 사실상 만점에 가까운 통장이 줄을 서고, 그 사이에서 통장 가입기간 1~2년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

본지가 청약홈 공고와 최근 보도를 대조한 바로는, 2024년 1분기 서울 아파트의 최저 당첨가점 평균은 65.78점이었다.

그런데 2026년 상반기 서울 인기 단지의 커트라인은 대체로 69~74점 구간으로 올라섰고, 강남 3구는 72점을 넘는 사례가 흔해졌다.

서초구의 한 단지에서는 올해 84점 만점 통장이 등장했고, 반포·신길 등지의 대형 단지에서도 79점대 초고가점이 잇따라 확인됐다. 4인 가구가 채울 수 있는 만점 언저리가 인기 단지의 실질 커트라인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 지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붙었다.

가점제는 구조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이 많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유리하다. 20~30대가 자력으로 서울 인기 단지의 가점제 당첨권에 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기에 동점을 통장 가입기간으로 가르게 되자, 결국 ‘부모가 일찍 만들어 준 통장’이나 오랜 시간 자체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비판이 더해졌다.

최근 유명인의 당첨설을 계기로 이른바 ‘로또 청약’ 논란이 재점화됐고, 정부 안에서도 분양가상한제로 생기는 시세차익 환수와 함께 가점제를 손봐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국토부는 만점 당첨자에 대한 전수조사와 위장전입·부정청약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 수장도 ‘부모 찬스가 통하지 않는 주거정책’을 예고했다.

동점을 다시 추첨으로 돌릴지, 아니면 실태 검증을 강화해 결정형 규칙을 유지할지가 개편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다.

신생아 특별공급 신설 이후 당첨 커트라인은 어떻게 움직였나

커트라인 지각변동의 또 다른 축은 신생아 특별공급 신설이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을 명분으로 출산가구에 청약 물량을 집중 배정하기 시작했다.

공공분양 ‘뉴:홈’에서는 2025년 3월 31일 시행으로 일반공급 물량의 절반을 2세 미만 신생아 가구에 우선 배정하도록 바꿨다.

이 조치만으로 연 1만 호가량이 출산가구 몫으로 추가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특별공급 기회도 생애 1회 원칙에서 벗어나 아이를 낳으면 한 번 더 청약할 수 있도록 했고, 공공임대는 전체 물량의 5%를 신생아 가구에 우선 공급하고 거주 중 태어난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재계약을 허용하는 장치까지 더했다.

민영주택으로도 흐름이 번졌다.

국토부는 2026년 6월 15일 시행으로 민영주택에 신생아 특별공급 10%를 새로 만들었다.

종전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혼인신고 후 7년 이내라는 문턱을 요구했다면, 신생아 특공은 이 혼인 기간 요건과 무관하게 만 2세 미만 자녀를 둔 출산가구라면 문을 열어 준다.

결혼이 늦거나 혼인 기간이 지났더라도 출산이라는 사실만으로 청약 기회를 새로 얻는 길이 생긴 것이다.

신생아 특공의 당첨 우선순위는 소득 기준, 미성년 자녀 수, 해당 지역 거주기간 등을 점수화해 가르는데, 자녀가 많고 거주 요건을 오래 채운 가구일수록 유리하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 두 갈래의 신설은 일반공급 가점제의 커트라인을 역설적으로 더 밀어 올렸다.

전체 물량에서 특별공급으로 빠지는 몫이 커질수록 일반공급 가점제로 겨루는 통장의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신생아·출산가구는 특공으로 이동하고, 자녀가 없거나 이미 자란 무주택 장기 대기자들은 일반공급 좁은 문에 더 몰린다.

결과적으로 ‘특공은 특공대로 경쟁이 세지고, 일반공급 커트라인은 커트라인대로 오르는’ 이중의 압력이 생겼다.

커트라인이 2년 새 몇 점씩 계단식으로 올라선 데에는 분양가상한제 단지의 시세차익 기대, 공급 절벽 우려, 그리고 이 특공 물량 재배분이 함께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의 고민은 특수하지 않다.

싱가포르는 공공주택(HDB) 신규 분양을 기본적으로 추첨(ballot)으로 배정하되, 자녀를 둔 가구에 별도 우선 카테고리와 물량 쿼터를 얹어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을 쓴다. ‘추첨을 기본으로 하되 가족 우대를 병행’하는 구조다.

일본은 도시재생기구(UR)와 공영주택에서 인기 물량을 추첨으로 뽑되, 저소득·다자녀 가구에는 당첨 배율을 우대해 사실상 확률을 몇 배로 높여 준다.

홍콩�� 거주주택(居屋)을 분양할 때 가족 단위와 1인 가구에 각각 쿼터를 나눠 추첨한다.

세 나라 모두 ‘완전한 추첨’도, ‘완전한 점수제’도 아니다.

무작위성과 정책적 우대를 어느 비율로 섞느냐의 문제로 접근한다.

순수 가점제로 동점을 통장 기간까지 갈라 순위를 매기는 한국의 방식이 오히려 예외적이라는 점은, 이번 개편 논의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청약 동점 추첨 전환, 어디로 가야 하나 — 진단과 3단계 해법

진단은 이렇게 요약된다.

첫째, 동점을 통장 기간으로 가르는 결정형 규칙은 초고가점 구간에서 ‘시간과 준비의 격차’를 그대로 당락으로 바꾼다.

둘째, 신생아 특공 신설은 방향이 옳지만, 일반공급 커트라인을 밀어 올리는 풍선효과를 함께 낳았다.

셋째, 만점 통장이 한 단지에 다수 등장하는 현실은 부정청약 유인을 키운다.

본지의 결론은, 지금 필요한 것은 ‘추첨이냐 점수제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두 원리를 정교하게 섞는 재설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 갈래의 처방을 제안한다.

먼저 정책 당국은 초고가점 동점 구간에 한해 제한적 추첨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만점에 가까운 통장이 몰리는 구간에서는 통장 기간 몇 개월 차이로 순위를 매기는 것보다, 일정 점수 이상 동점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추첨이 형평성과 예측가능성 모두에서 낫다.

물론 그 전제는 세대·부양가족 실태와 거주 요건에 대한 검증을 지금보다 훨씬 촘촘히 하는 것이다.

추첨을 되살리려면 부정청약을 걸러 낼 신뢰 장치가 먼저 서야 한다.

다음으로 신생아·출산가구 특별공급은 ‘물량과 검증’을 한 묶음으로 운용해야 한다.

특공 비중을 늘릴수록 일반공급 커트라인이 오르는 만큼, 지역·연도별로 특공과 일반공급의 배분을 미리 공개해 대기자들이 전략을 세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위장전입과 서류 조작을 상시 점검하는 전수조사 체계도 특공에 우선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혜택이 두터워질수록 편법 유인도 커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실수요자에게는 커트라인 재조정에 맞춘 냉정한 자기 진단을 권한다.

서울 상급지 일반공급 가점제는 만점 언저리 경쟁이 굳어진 만큼, 통장 가입기간을 흔들림 없이 이어 가되 무리한 상급지 ‘몰빵’보다 지역과 면적을 분산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출산가구라면 민영 신생아 특공과 공공 뉴:홈 우선공급을 자신의 소득·자녀 수 요건과 대조해 어느 문이 유리한지 먼저 계산해야 한다.

요건이 애매하면 특공과 일반공급을 병행 설계하는 것이 안전하다.

제도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국면에서는, 옛 커트라인 감각에 기대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정리하면, 동점을 가르는 규칙은 지난 2년간 추첨에서 통장 순으로 한 차례 뒤집혔고, 신생아 특공 신설이 커트라인 지형을 다시 흔들었다.

지금의 논의는 그 규칙을 또 한 번 조정할지를 묻고 있다.

방향은 배제가 아니라 배합이다.

무작위의 공정과 준비의 보상을 어느 비율로 섞을지, 그 균형을 다시 잡는 일이 남았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31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동점자 처리 규칙의 변경(2024년 3월 25일 시행, 추첨→청약통장 가입기간 순 우선)과 배우자 통장기간 합산은 국토교통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 내용을, 민영주택 신생아 특별공급 10% 신설(2026년 6월 15일 시행)과 공공분양 뉴:홈 일반공급 50% 신생아 우선공급(2025년 3월 31일 시행)은 국토교통부 발표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자료를 1차로 교차 확인했다.

당첨 커트라인 수치는 청약홈 단지별 공고와 관련 보도(2024년 1분기 평균 65.78점, 2026년 상반기 서울 인기단지 69~74점, 강남 3구 72점 이상, 서초 단지 84점 만점 사례)를 종합한 것으로, 단지·시점별 편차가 크므로 ‘~기준·추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가점제 재편·추첨 재도입 논의는 2026년 현재 진행 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시행안이 아니라 논쟁 단계임을 밝힌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