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위험성평가 의무화와 폭염 작업중지 기준 강화가 맞물리면서, 2026년 여름 건설·제조 현장의 안전보건 관리체계는 지난해와 전혀 다른 규범 위에 서게 됐다.
본지가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규칙 개정 경과와 온열질환 산업재해 통계,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판례를 교차 분석한 결과, 올여름 현장에 실제로 작동하는 규제의 무게중심은 '사고가 난 뒤의 처벌'에서 '사고 이전의 체계 점검'으로 뚜렷하게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의 작업중지 권고와 위험성평가의 완전 의무화가 같은 시기에 겹치면서, 경영책임자가 부담하는 형사·행정 리스크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폭염은 더 이상 예외적 자연현상이 아니라 상시적 산업재해 요인으로 제도 안에 편입됐다.
고용노동부 집계를 보면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사례는 2020년 13건에서 2024년 51건, 2025년 77건으로 5년 새 약 6배로 늘었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산재자 수도 2021년 25명에서 2022년 29명, 2023년 33명으로 완만하게 오르다가 2024년 70명, 2025년 71명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228명 가운데 건설업이 106명으로 46.5%를 차지해 절반에 육박했다.
사망 승인만 놓고 봐도 2022년 5명, 2023년 4명, 2025년 5명으로 매년 인명 피해가 이어졌고, 2026년은 5월까지 접수된 18건 중 12건이 승인되고 그중 사망이 4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연간 사망 승인 건수에 이미 근접했다는 것이 노동 당국의 설명이다.
폭염 작업중지 기준, 2026년 무엇이 달라졌나
제도의 뼈대는 두 차례 개정을 거쳐 세워졌다.
정부는 2024년 10월 산업안전보건법을 고쳐 '폭염·한파에 장시간 노출되는 작업에서 생기는 건강장해'를 사업주가 예방해야 할 보건조치 의무로 명시했다.
이어 2025년 여름 안전보건규칙을 손질해 체감온도 33도 이상의 폭염 작업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하도록 하고, 그늘·냉방·물 제공 같은 구체적 조치를 사업주 의무로 못 박았다.
과거에는 이런 내용이 대부분 권고나 지침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위반 시 과태료를 넘어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강행 규정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2026년 들어 기준은 한 단계 더 촘촘해졌다.
기상청이 일 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을 겨냥한 이른바 '폭염 중대경보'를 신설하자, 노동 당국은 이에 맞춰 단계별 작업중지 조치를 세분화했다.
큰 틀에서 체감온도 33도를 넘으면 주기적 휴식을 의무적으로 주고, 38도를 넘어서면 긴급·필수 작업을 제외한 옥외 작업을 중지하도록 강하게 권고하는 구조다.
여기에 매년 여름 본부와 전국 지방관서에 폭염 특별대책반을 두어 취약 사업장을 집중 감독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다만 38도 작업중지가 법률상 일률적 '강제 중지'가 아니라 강력한 권고와 감독·처벌이 결합된 형태라는 점은 현장에서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험성평가 의무화란 무엇이고, 왜 지금 겹쳐 왔나
여기에 위험성평가의 완전 의무화가 포개졌다.
위험성평가란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스스로 찾아내 위험의 크기를 평가하고, 그에 맞는 개선 대책을 세워 실행하는 일련의 관리 절차를 말한다.
그동안에도 제도는 존재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율에 맡겨진 성격이 강해 실시 여부를 상시로 점검하고 제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2026년 개정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눴다.
위험성평가를 사업주의 명시적 의무로 규정하고, 실시하지 않거나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최대 1,000만 원 수준의 과태료를 직접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평상시 감독만으로도 이행 여부를 확인해 제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사고가 터진 뒤에야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던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
적용 범위와 시점도 넓어졌다.
상시근로자 1인 이상 사업장이 원칙적 대상이며, 사업장 규모에 따라 이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근로자 참여도 의무가 됐다.
근로자 대표가 평가 과정에 반드시 참여하고 결과를 공유받도록 한 조항은, 위험성평가가 서류상 형식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 절차여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여기에 일정 규모 이상 법인에 대한 안전보건 현황 공시 의무가 별도로 도입되면서, 대기업일수록 안전 관리의 투명성 자체가 평가와 감독의 대상이 됐다.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것이다.
위험성평가 의무화와 폭염 작업중지 강화는 별개의 규제가 아니라 하나의 사슬로 작동한다.
폭염이라는 유해요인을 위험성평가서에 명시하고, 체감온도 단계별 휴식·중지 대책을 그 안에 구체적으로 담아 실행·기록하는 것이 곧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조치 의무 이행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험성평가에 폭염 항목이 비어 있다면, 그 자체가 관리체계 부실을 드러내는 정황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결론은 경영책임자 리스크의 성격 변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4년 1월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이 법의 초점은 직함이 아니라 안전 관련 예산·인력·조직에 대한 실질적 최종 결정권에 있다.
온열질환 사망이 중대재해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점은 이미 판례로도 확인됐다. 2022년 여름 대전의 한 신축 공사현장에서 50대 노동자가 폭염 속 열사병으로 숨진 사건에서, 법원은 원청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휴식·그늘·수분 공급 등 예방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염 사망이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니라 '예방 가능했던 관리 실패'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신호다.
다른 나라는 폭염 노동을 어떻게 규제하나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의 방향은 최근 세계적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의 폭염 작업 규칙이 처음으로 추진되고 있다.
제안된 규칙은 열지수 기준 약 80도(화씨) 이상에서 15분 초과 노출을 초기 경보 단계로, 약 90도 이상을 고열 단계로 삼아 물·그늘·휴식과 순응 기간을 요구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다만 연방 규칙은 절차를 밟는 중이라 주별 편차가 여전히 크다.
일본은 습구흑구온도(WBGT)를 축으로 열사병 예방 정보를 운영하고, 최근 노동안전위생 규칙을 개정해 일정 기준 이상에서 사업주의 예방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유럽은 편차가 크다.
스페인처럼 구속력 있는 실내 온도 범위를 둔 나라가 있는가 하면, 프랑스처럼 명시적 상한이 없는 나라도 있어 EU 차원의 강제 상한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이런 비교에서 드러나는 공통 언어가 습구흑구온도, 곧 WBGT다.
단순 기온이 아니라 습도·복사열·바람을 함께 반영해 옥외 작업의 실제 열 부담을 재는 국제 표준 지표다.
한국이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단계를 나누는 방식은 국민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제 비교나 정밀한 작업 강도 보정에서는 WBGT 기반 접근이 더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 분석의 세 번째 결론은, 한국의 제도가 처벌·감독의 강도 면에서는 선도적 수준에 올라섰지만 측정 지표의 정교함과 소규모·외국인 취약 노동자 보호의 실효성 면에서는 아직 보완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각지대는 뚜렷하다.
폭염 산재의 절반가량이 건설업에 몰려 있고, 그 안에서도 하도급 말단과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의 위험이 특히 높다.
언어 장벽 탓에 초기 증상 인지와 신고가 늦어지고, 휴식·중지 결정권이 실질적으로 현장 관리자에게 있어 개인이 스스로 작업을 멈추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규정이 아무리 촘촘해도, 작업중지의 실질적 권한과 그로 인한 공기·비용 부담을 누가 지느냐의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현장의 행동은 바뀌기 어렵다.
이것이 강화된 기준에도 불구하고 사망 사고가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 본지의 진단이다.
경영책임자가 이번 여름 점검해야 할 세 가지
진단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권고를 셋으로 좁힌다.
첫째, 폭염을 위험성평가서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가장 먼저다.
체감온도 33도·38도 단계별로 누가 언제 휴식과 작업중지를 판단하고 실행하는지를 구체적 시나리오로 적고, 그 실행 기록을 사진·일지·근태 자료로 남겨야 한다.
이 기록이 곧 산업안전보건법 보건조치 이행의 증거이자, 만일의 사고 때 경영책임자의 성실 의무 이행을 뒷받침하는 방어선이 된다.
둘째, 작업중지의 실질적 권한을 현장에 명시적으로 위임하고 이를 문서로 보장해야 한다.
폭염 중대경보 단계에서 옥외 작업을 멈추더라도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계약과 사규에 반영하고, 하도급·협력업체까지 같은 기준이 흐르도록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계약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원청의 책임이 현장 말단까지 미치는 만큼, 관리 범위도 그만큼 넓혀야 한다.
셋째, 취약 노동자에 대한 별도 보호 절차를 두는 일이다.
외국인·고령·기저질환 노동자와 신규 투입 인력을 대상으로 다국어 교육과 순응 기간을 마련하고, 온열질환 초기 증상 발생 시 즉시 보고·대응하는 비상 연락 체계를 상시로 점검해야 한다.
위험성평가에 근로자 대표를 실질적으로 참여시키는 것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규제가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의 언어로 이동한 만큼, 경영책임자의 시선도 서류 완비를 넘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안전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 본지의 최종 제언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26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2024년 10월)과 안전보건규칙 개정(2025년), 위험성평가 의무화 및 과태료 규정, 2026년 폭염 단계별 작업중지·특별대책반 운영 방침, 온열질환 산업재해 연도별 통계(2020~2026년 상반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 확대와 폭염 사망 관련 판례, 미국·일본·유럽의 폭염 노동 규제 동향을 정부·법률기관·언론 보도로 교차 확인했다.
체감온도 33도·38도 기준과 통계 수치는 발표 시점에 따라 변동될 수 있어 최신 관보와 노동 당국 공지를 함께 확인할 것을 권한다. 38도 작업중지는 법률상 일률적 강제 중지가 아니라 강력한 권고와 감독·처벌이 결합된 형태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