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인 CEO 3연임 법제한이 7월 22일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은행·금융지주의 회장 승계와 사외이사 운영 실무가 근본부터 다시 짜이게 됐다. 본지가 이번 개편안의 골자와 영국·미국·일본 세 나라의 지배구조 규율 방식을 같은 축에서 교차 분석한 결과, 한국은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상한을 '법률'로 직접 못 박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강한 형태의 하드로(hard law) 규제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된다. 자료는 금융위원회의 이번 발표안,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의 기업지배구조 코드, 미국 도드-프랭크법과 증권거래위원회(SEC) 상장규정, 일본 금융청의 스튜어드십·거버넌스 코드를 종합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안이란 무엇인가

이번 개편안의 뼈대는 단순명료하다.

금융지주 회장이 초임 3년을 지낸 뒤 단 한 차례, 연임 3년만 더 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임기 상한을 최장 6년으로 묶는다.

세 번째 임기, 즉 '3연임'을 법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지주 회장이 3연임·4연임을 거듭하며 10년 안팎 자리를 지켜온 관행에 제도적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두 번째 임기로 넘어갈 때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도록 하는 특별결의 요건을 새로 붙이는 방안이 함께 논의됐다.

연임의 문턱 자체를 높여, CEO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회를 앞세워 자리를 지키는 이른바 '참호 구축'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개편안이 회장 임기 하나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이미 지급한 성과급까지 되돌려받는 보수 환수 제도, 임원 개인의 보수 수준을 주주총회가 들여다보게 하는 보수 심의 절차,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역할 강화가 한 묶음으로 담겼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현직 CEO의 입김을 줄이고, 승계 후보군을 상시로 관리하도록 하는 절차 개선도 포함됐다.

요컨대 '한 사람'의 임기만 손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뽑고 감시하는 이사회의 작동 방식 전체를 재설계하는 그림이다.

이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가 있다.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 관행을 두고 소수가 폐쇄적으로 권력을 쥐는 구조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태스크포스를 꾸려 반년 넘게 안을 다듬어 왔다.

초기엔 연임 절차만 강화하는 연성 규제에 무게가 실렸지만, 논의를 거치며 임기 상한을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강경안으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은 어디쯤인가

본지가 주요국을 같은 잣대로 비교한 결과, 한국식 접근의 이례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비교의 축은 세 가지다.

첫째, CEO나 이사회 의장의 임기를 국가가 '법'으로 제한하는가.

둘째, 그 규율을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강행규정인가, 아니면 '따르거나 설명하라(comply or explain)'는 연성 규범인가.

셋째, 이사회 독립성을 어떤 방식으로 담보하는가.

먼저 영국이다.

영국은 재무보고위원회가 관리하는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통해 지배구조를 규율한다.

이 코드는 사외이사(비상임이사)의 재직 기간을 원칙적으로 9년으로 보고, 그 이상 재직하면 독립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사회 의장과 CEO의 겸직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핵심은 이 모든 것이 법률상 강제가 아니라 '지키지 않으면 그 이유를 시장에 설명하라'는 원칙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형벌이 아니라 투자자와 시장의 감시가 규율의 동력이다.

한국이 임기 상한을 법에 새겨 넣으려는 것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미국은 한층 더 시장 중심적이다.

연방 차원에서 은행 CEO의 임기나 연임 횟수를 직접 제한하는 법은 없다.

대신 2010년 도드-프랭크법이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 자문투표에 부치는 절차를 의무화했고, 상장규정을 통해 회계 부정 등이 드러나면 성과보수를 환수하는 제도가 자리 잡았다.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여부조차 회사와 주주의 자율 판단에 맡긴다.

미국이 겨냥하는 지점은 '누가 얼마나 오래 하느냐'가 아니라 '성과와 보수가 정직하게 연동되느냐'다.

한국 개편안이 함께 담은 보수 환수·보수 심의 장치가 사실상 미국 모델에서 빌려온 도구라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일본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라는 두 축의 연성 규범을 통해 사외이사 확대와 이사회 견제 기능 강화를 유도해 왔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며 정교해졌고, 이것이 일본 증시의 이른바 '밸류업' 흐름을 뒷받침한 제도적 토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여기서도 CEO 임기를 법으로 자르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았다.

규범과 시장 압력으로 행동을 바꾸도록 설계했을 뿐이다.

세 나라를 한 줄에 세워 놓고 보면 결론은 분명하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라는 목표 자체는 세계적으로 공유되지만, 그 수단으로 CEO의 재임 기간을 '법률'에 직접 못 박는 사례는 주요 금융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다수는 코드와 자율규제, 즉 연성 규범으로 같은 목표에 접근한다.

한국은 이 지점에서 홀로 강행규정 쪽으로 한 발 더 내디딘 셈이다.

여기서 본지의 첫 번째 명제.

이번 개편안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규제의 형식'에서 국제 표준과 갈라진다.

목표는 같되 수단이 다르다.

연성 규범이 시장의 감시를 지렛대로 삼는다면, 법제화는 위반에 대한 제재를 지렛대로 삼는다.

후자는 즉효성이 크지만 그만큼 유연성을 잃는다.

본지의 두 번째 명제는 컴플라이언스 부담의 무게중심이 '회장 개인'에서 '이사회 시스템'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임기 상한은 사실 규정만 지키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준수 항목이다.

진짜 부담은 사외이사 독립성 요건, 승계 후보군 상시 관리, 보수 환수·심의 절차를 문서화하고 상시 운영하는 데서 발생한다.

본지가 개편안의 조항 구성을 뜯어본 결과, 실무 인력과 내부통제 비용이 실제로 늘어나는 대목은 임기 조항이 아니라 이사회 운영 조항에 집중돼 있다.

지주마다 사추위·임추위 규정과 지배구조 내부규���을 새로 손질하고, 이사회 평가·독립성 검증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세 번째 명제.

임기 상한의 실효성은 '승계 파이프라인'의 성숙도에 달려 있다.

회장을 6년 만에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면, 그만한 내부 후계자를 상시 길러두지 못한 지주는 오히려 급조된 승계나 외부 영입에 흔들릴 위험이 있다.

규제가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는 대신, 준비되지 않은 승계라는 새로운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규제의 성패는 조문이 아니라 각 지주의 승계 관리 역량에서 판가름 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은 민간 금융회사의 경영 자율성을 국가가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반발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위헌 소지를 제기한다.

금융지주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사내이사인데, 특정 인물의 재임 기간을 법으로 일률 제한하면 주주의 이사 선임권과 의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논리다.

직업 선택의 자유와 재산권 관점에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당국 내부에서도 임기를 법으로 직접 제한하는 방식의 위헌 우려가 제기돼, 보완책을 함께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성과가 뛰어난 경영자를 주주가 재신임하려 해도 법이 이를 막는 것이 온당하냐는 물음은, 입법 과정에서 두고두고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실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우선 지배구조 내부규범과 이사회 규정을 개편안 시행 시점에 맞춰 선제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두 번째 임기 진입 시 주총 특별결의가 요구된다면,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지주일수록 의결권 확보 전략이 관건이 된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45%대에서 79%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곧 회장 연임의 성패가 국내 이사회의 판단만이 아니라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표심에 크게 좌우된다는 의미다.

의결권 자문사와의 소통, 지배구조 공시의 투명성 제고가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진다.

승계 후보군을 최소 수년 전부터 공식 관리하고, 사외이사 풀을 독립성 요건에 맞춰 미리 넓혀두는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결국 이번 개편안은 한국 금융 지배구조를 '사람 중심'에서 '절차 중심'으로 옮기려는 시도다.

방향 자체는 국제 흐름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그 수단으로 택한 법제화라는 강수는, 실효성과 위헌 논란·경영 자율성 훼손이라는 대가를 동시에 안고 있다.

제도의 성패는 조문의 강도가 아니라, 각 지주가 얼마나 촘촘한 승계·독립성 체계를 실제로 갖추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22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금융위원회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2026년 7월 발표) 관련 자료,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국가법령정보센터),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의 기업지배구조 코드, 미국 도드-프랭크법 및 SEC 상장규정, 일본 금융청의 스튜어드십·거버넌스 코드를 1차·2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발표안의 세부 조문과 시행 시점은 입법 절차에서 변동될 수 있어 확정치가 아닌 논의안을 기준으로 기술했으며, 외국인 지분율 등 일부 수치는 보도 시점 기준 추정 범위로 표기했다. 개편안 발표 일정은 당국 조율 과정에서 유동적이었음을 밝혀둔다. 기사 검증 결과: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