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소버린 AI 정예 3팀 중간평가에서 처음으로 팀별 점수가 공개되자, 그동안 '국가대표 AI' 경쟁을 뒤덮고 있던 안개가 걷혔다. 본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발표한 1차 단계평가 채점표와 각 팀의 개발 로드맵, 산업 적용 계획을 교차 분석한 결과, 세 팀의 격차는 흔히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았고 오히려 '어떤 이용자에게 어떤 팀이 맞느냐'가 최종 판세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벤치마크 총점만 보면 순위가 뚜렷했지만, 산업 활용성과 경량화, 데이터 주권이라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졌다.
먼저 사업의 뼈대부터 짚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이른바 소버린 AI, 즉 해외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우리 손으로 만든 기반 모델을 확보하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프로젝트에 직접 배정된 예산은 2,100억 원대 규모이며, 이는 이재명 정부가 내건 'AI 대전환' 투자 흐름 안에 놓여 있다.
목표치는 분명하다.
최근 6개월 이내 공개된 글로벌 최고 수준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국산 기술로 구현한다는 것이다.
선정된 팀에는 한 팀당 최대 1,000개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와 학습 데이터, 인력이 집중 지원된다.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2개 팀은 'K-AI 모델'과 'K-AI 기업'이라는 국가 인증 명칭을 쓰게 된다.
소버린 AI 정예 3팀 중간평가란 무엇인가
중간평가의 좌표를 이해하려면 지난 1년의 선발 과정을 되짚어야 한다. 2025년 여름 공모에는 15개 팀이 몰렸고, 서면평가에서 10개 팀으로, 다시 발표평가를 거쳐 5개 정예팀으로 압축됐다.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이 그 다섯이었다.
그리고 2026년 1월 15일, 첫 번째 실력 검증인 1차 단계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여기서 판이 크게 흔들렸다.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세 팀이 다음 단계로 올라갔고, 유력 후보로 꼽히던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탈락한 것이다.
네이버클라우드의 탈락은 특히 상징적이었다.
성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독자성'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는 게 심사의 판단이었다.
검증된 오픈소스를 활용하더라도 가중치를 초기화한 뒤 처음부터 다시 학습해야 자체 기술로 인정받는데, 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버린 AI 사업의 핵심 철학이 '성능 이전에 주권'임을 못 박은 장면이었다.
이후 정부는 탈락 팀과 신규 기업에 문을 다시 열어 2월 추가 공모로 모티프테크놀로지스를 정예팀에 합류시켰다.
그래서 현재 트랙에는 3팀에 1팀이 더해진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으로 검증 데이터가 쌓인 핵심은 여전히 LG·SK텔레콤·업스테이지 세 팀이다.

소버린 AI 정예 3팀 중간평가 순위, 벤치마크로 보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결국 순위다. 1차 단계평가는 벤치마크 평가 40점, 전문가 평가 35점, 사용자 평가 25점으로 짜였다.
채점표를 뜯어보면 LG AI연구원의 완승이었다.
LG는 벤치마크 33.6점, 전문가 31.6점, 사용자 평가에서는 만점인 25.0점을 받아 세 영역 모두 최고점을 쓸어 담았다.
정예팀 평균이 벤치마크 30.4점, 전문가 28.56점, 사용자 20.76점이었으니, 1위와 나머지 사이의 거리가 결코 좁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부 항목에서도 LG는 글로벌 공통 벤치마크에서 20점 만점에 14.4점, 개별 벤치마크에서 10점 만점을 받으며 안정적인 상위권을 지켰다.
다만 총점의 그늘에 가려진 대목을 본지는 주목한다.
SK텔레콤은 한국정보화진흥원 계열 평가에서 LG와 나란히 10점 만점에 9.2점을 받았다.
특정 실무형 지표에서는 1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얘기다.
업스테이지 역시 개별 벤치마크 항목에서 10점 만점을 확보했다.
즉 '벤치마크 총점 1위=전 영역 압도'라는 통념은 절반만 맞다.
종합 점수에서는 LG가 앞섰지만, 세부 트랙을 쪼개 보면 세 팀은 저마다 다른 지점에서 최고 수준을 찍었다.
이것이 본지가 중간평가를 단순 서열이 아니라 '용도별 지형도'로 읽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여기서 각 팀의 색깔이 드러난다.
LG AI연구원은 오랜 자체 기반 모델 개발 이력과 제조·바이오·금융 계열사를 통한 실전 데이터를 무기로, 안정적이고 범용적인 성능을 낸다.
SK텔레콤은 통신 사업에서 축적한 대규모 이용자 상호작용 데이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무·서비스 지향 지표에서 강했다.
업스테이지는 세 팀 가운데 유일한 전문 스타트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 특정 벤치마크에서 최고점을 뽑아내는 효율과 경량화에 강점을 보였다.
덩치의 LG, 데이터의 SK텔레콤, 효율의 업스테이지라는 삼분 구도다.
독자 유형별로 보면 어느 팀이 맞나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중간평가 성적표는 '누가 이겼나'보다 '누구에게 무엇이 맞나'를 보여주는 지도에 가깝다.
이용자 유형을 넷으로 나눠 보면 판단축이 선명해진다.
첫째, 대규모 공공·행정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정책 담당자에게는 검증된 안정성과 범용 성능이 최우선이다.
종합 최고점과 폭넓은 계열 적용 실적을 갖춘 LG 계열이 무난한 선택지가 된다.
둘째, 이미 방대한 고객 접점을 가진 대기업이 자사 서비스에 곧바로 얹으려 한다면, 실무형 지표와 인프라 연동성이 앞선 SK텔레콤 쪽이 체감 효용이 클 수 있다.
셋째, 비용에 민감한 중견·중소기업이나 온디바이스·특화 영역을 노리는 개발자라면 경량화와 가성비에서 두각을 보인 업스테이지가 현실적인 답이 된다.
넷째, 데이터가 국외로 나가서는 안 되는 국방·의료·금융 규제 산업에서는 세 팀 모두 '독자성 인증'을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핵심 자격 요건이 된다.
본지의 두 번째 결론은 여기서 나온다.
이번 사업의 진짜 성과는 1위 한 팀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국산 기반 모델 세 갈래가 동시에 검증 트랙에 올라섰다는 '포트폴리오 효과'에 있다.

국제 비교를 넣으면 이 구도의 의미가 더 또렷해진다.
소버린 AI는 한국만의 화두가 아니다.
프랑스는 자국 스타트업을 유럽 주권 모델의 간판으로 키우며 정부·EU 차원의 자금과 데이터를 몰아줬고,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 글로벌 상위권 성능을 낸 '효율형'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자국어에 특화된 대규모 모델과 슈퍼컴퓨팅 자원을 결합해 언어·문화 주권을 확보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아랍에미리트는 국부펀드를 앞세워 개방형 대형 모델을 공개하며 중동·이슬람권을 겨냥한 영향력 확대를 노렸다.
세 나라의 경로는 각각 효율, 언어 주권, 자본 동원으로 갈렸다.
한국의 방식은 '경쟁형 다중 트랙'이라는 점에서 이들과 구분된다.
단일 국가대표를 미리 정해 몰아주는 대신, 여러 팀을 끝까지 겨루게 해 최종 2팀을 남기는 토너먼트 구조다.
본지의 세 번째 결론은 이 경쟁 구조의 양면성이다.
다중 트랙은 특정 기업의 실패가 국가 전체의 실패로 번지는 위험을 분산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반면 한정된 예산과 GPU를 여러 팀에 쪼개면서, 개별 팀에 돌아가는 자원이 해외 빅테크의 단일 프로젝트 투자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다.
최고 수준 대비 95%라는 목표 자체가 야심 차지만, 뒤집어 보면 이는 '따라잡기'의 상한선을 스스로 95%로 규정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런티어를 새로 여는 게 아니라 격차를 좁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최종 2팀 선정 전망과 남은 쟁점
앞으로의 일정은 촘촘하다.
LG·SK텔레콤·업스테이지는 지난달 말 독자 모델 개발을 마치고 2026년 7월 초 성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뒤늦게 합류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같은 개발 기간을 보장받아 이달 말 개발을 마치면, 다음 달 4개 팀을 3개 팀으로 줄이는 2차 평가가 열린다.
이어 내년 초 3차 평가에서 최종 2개 팀이 가려진다.
관전 포인트는 평가 잣대의 이동이다. 2차부터는 1차의 벤치마크·전문가·사용자 평가 틀을 유지하되,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쓸모 있는지를 따지는 '활용성'이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본지의 네 번째 결론은 여기에 있다.
활용성 중심으로 저울이 기울면 1차 순위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벤치마크 점수는 실험실 성적이지 현장 성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제조·공공 파이프라인을 깔아 둔 팀, 이용자 접점에서 데이터를 되먹임할 수 있는 팀이 활용성 평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순위표를 고정된 결승선으로 볼 게 아니라, 국면마다 유불리가 갈리는 중간 기록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소버린 AI 정예 3팀 중간평가는 끝이 아니라 절반을 막 지난 지점에 있다.
정책적 함의도 분명하다.
최종 2팀에 들지 못한 팀의 기술과 인력을 어떻게 국가 자산으로 흡수할지, 탈락이 곧 매몰비용이 되지 않도록 하는 출구 설계가 필요하다.
취약한 위치에 있는 쪽은 자원이 얇은 전문 스타트업이다.
대기업 계열은 본업의 현금 흐름으로 장기전을 버틸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이 사업 자체가 생존선일 수 있다.
국가대표를 가리는 경쟁이 유망 기술 기업을 소진시키는 결과로 끝나지 않으려면, 순위와 별개로 검증된 기술을 공공·산업에 연결하는 후속 조달과 판로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세 팀이 저마다 다른 지점에서 최고점을 찍었다는 이번 중간평가의 데이터는, 승자독식보다 강점 분업이 국가 AI 역량을 더 두껍게 만든다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20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2026년 1월 15일 발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평가 결과와 과기정통부의 사업 공모·정예팀 선정 공지, 2차 평가 진행 상황을 다룬 다수 매체의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벤치마크 33.6점, 전문가 31.6점, 사용자 25.0점 등 점수는 발표 자료 및 이를 인용한 보도에 근거했으며, 사업 예산 2,100억 원대·최대 1,000개 GPU 지원·최고 수준 모델 대비 95% 성능 목표는 정부 공모 안내와 관련 보도를 대조해 정리했다.
일부 세부 점수와 향후 일정은 발표 시점 기준 추정·전망으로, 2차 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정 기업의 상용 모델 브랜드는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기사 verdict는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