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가 시행된 지 1년, 갭투자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 빈자리를 세입자의 월세 부담이 채우고 있다.
본지가 6·27 대책 전후의 갭거래·전세·월세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규제는 '빚내서 집 사는' 투기 수요를 확실히 눌렀으나 정작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비를 끌어올리는 예기치 못한 경로를 열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를 잡으려던 칼끝이 임대차 시장을 먼저 벤 셈이다.
지난해 6월 27일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였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아직 등기를 넘겨받지 않은 매수인이 세입자를 먼저 들여 그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방식, 즉 갭투자의 자금줄을 원천 차단한 조치다.
대책 직전인 지난해 6월 한 달 서울 갭투자 거래는 1,369건이었으나, 규제 시행 직후인 7월에는 179건으로 86.9% 급감했다.
숫자만 보면 정책은 목표를 정확히 관통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란 무엇이고 왜 막았나
먼저 용어부터 짚자.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은 집을 사기로 계약은 했지만 아직 소유권 등기를 넘겨받지 못한 사람이, 세입자를 먼저 구해 그 전세금으로 매매 잔금을 치르는 구조를 말한다.
매수인은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집을 손에 넣을 수 있어 전형적인 갭투자 수단으로 쓰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은행 전세자금대출이 사실상 남의 집 매입 잔금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점이다.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 레버리지에 정책금융이 동원되는 구조를, 당국은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자극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래서 6·27 대책은 이 조건부 대출을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면 금지했다.
동시에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고, 다주택자의 대출 문턱을 대폭 높였다.
여기까지는 설계대로였다.
실제로 대출을 끼고 들어오던 매수세는 확연히 위축됐고, 서울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책 이전 38%에서 이후 50%로 커졌다.
대출 한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가격대로 수요가 밀려난 결과다.
갭투자를 걷어내자 실수요 중심으로 거래 구조가 재편되는 긍정적 신호였다.

그러나 통계를 한 겹 더 벗겨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갭투자가 줄어든 만큼 전세 공급도 함께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갭투자는 투기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시장에 전세 물량을 공급하는 통로이기도 했다.
집주인이 전세를 놓아야 갭이 성립하는 구조이니, 갭거래가 끊기자 신규 전세 매물 자체가 사라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2만31건으로 1년 전 2만4,734건보다 19.1%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불과 몇 달 사이 11.6%가 더 빠졌다는 조사도 있다.
공급이 마르면 가격은 오른다.
원리는 단순하다.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이후 전세는 왜 월세로 갔나
더 구조적인 변화는 신축 아파트에서 나타났다.
과거 분양 아파트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조건부 전세대출이 그 통로였다.
이 길이 막히자 집주인들은 잔금을 마련할 다른 방법이 필요해졌고, 상당수가 전세 대신 월세로 방향을 틀었다.
목돈인 전세보증금을 한 번에 받기 어려워지자, 다달이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를 택한 것이다.
본지 분석으로는 이것이 규제가 낳은 가장 직접적인 풍선효과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6·27 규제 이후 서울에 입주한 주요 신축 단지의 월세 계약 비중은 평균 60%까지 치솟았다.
규제 직전 39%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전체 월세 비중도 47%로 올라섰고, 일부 통계에서는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6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67% 올라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초 보증금 5억원대·월세 200만원이던 것이 올해 6월 보증금 9억원·월세 200만원으로 뛰었다.
보증금을 5억원대로 낮추면 월세는 300만원까지 치솟는다.
전세가 사라진 자리를 이렇게 오른 월세가 메우고 있다.
여기서 본지의 두 번째 결론이 나온다.
규제는 매매시장의 투기를 눌렀지만, 그 압력이 임대차 시장으로 전이되며 오히려 세입자를 더 아프게 했다.
전세대출 통계가 줄어든 것을 두고 '가계부채가 잡혔다'고 읽는 건 착시에 가깝다.
전세대출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이 월세 보증금과 생활비를 메우려 신용대출로 옮겨간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부채의 총량이 준 게 아니라, 더 비싸고 더 불안정한 형태로 갈아탄 것에 가깝다.
매매·전세 디커플링, 그리고 다시 붙기 시작한 두 곡선
매매와 전세가 따로 노는 이른바 디커플링도 관찰됐다.
대책 초기에는 대출이 막힌 투자 수요가 빠지며 매매가 주춤한 반면, 전세는 공급 부족으로 홀로 올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두 곡선은 다시 붙기 시작했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가 '차라리 집을 사자'며 매매시장으로 넘어온 것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은 5.10%로, 매매 누적 상승률 5.11%와 사실상 같은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전세를 밀어올린 힘이 결국 매매를 다시 자극하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대책 직전인 지난해 5월 92.56에서 올해 5월 102.71로 11.0% 올랐다.
대책 시행 전 1년 상승률 6.7%보다 오히려 높다.
투기 수요를 걷어냈는데도 집값은 더 가파르게 뛴 것이다.
공급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시장에서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오래된 교훈이, 이번에도 확인됐다.

해외 사례는 이 딜레마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뉴질랜드는 2021년 투자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이자비용 공제 폐지로 투기 수요를 강하게 눌렀지만, 임대주택 공급이 함께 위축되며 임대료가 급등하는 역풍을 맞았고 결국 상당수 규제를 되돌렸다.
캐나다는 외국인 주택 매입을 한시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으나 토론토·밴쿠버의 근본적 공급 부족을 해소하지 못해 임대료 상승세를 잡지 못했다.
반대로 독일 베를린은 임대료 상한제(미텐데켈)를 도입했다가 신규 임대 공급이 급감하는 부작용 끝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고 폐기했다.
수요만 조이고 공급을 방치하면 부담이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공통된 교훈이 세 나라 모두에서 반복됐다.
물론 반론도 있다.
규제 옹호론자들은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가 없었다면 갭투자가 더 기승을 부려 집값이 훨씬 더 뛰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실제로 갭거래 86.9% 감소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전세의 월세 전환에는 조건부 대출 금지뿐 아니라 2025년 초 전세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공시가격 126% 이하'로 강화된 것, 여기에 누적된 입주물량 부족과 금리 환경까지 여러 변수가 겹쳐 있어 규제 하나만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다만 어느 쪽 해석을 취하든, 임대차 시장의 고통이 실재하고 그 부담이 가장 약한 세입자에게 쏠린다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진단을 넘어: 세입자를 지키는 세 갈래 처방
본지의 진단을 종합하면 이렇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는 갭투자 차단이라는 표적은 명중시켰지만, 전세 공급 위축과 월세화라는 부수 피해를 통제하지 못했다.
원인은 명확하다.
수요를 조이는 속도만큼 공급을 채우지 못했고, 갭투자가 겸하던 전세 공급 기능이 사라진 자리에 대비책이 없었다.
문제를 풀려면 처방도 세 갈래로 나뉘어야 한다.
첫째, 규제의 정밀도를 높여야 한다.
지금의 금지는 실거주 목적 세입자에게 전세를 놓으려는 선의의 집주인까지 한꺼번에 묶는다.
갭투자와 정상적 임대 공급을 구분할 장치, 예컨대 실거주 요건이나 보유 기간을 기준으로 한 예외 트랙을 정교하게 설계해 전세 공급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
투기는 막되 임대 공급까지 질식시키지 않는 균형점이 필요하다.
둘째, 월세로 밀려난 세입자를 위한 금융·세제 안전판을 서둘러야 한다.
전세대출에서 밀려난 임차인이 고금리 신용대출로 내몰리지 않도록 월세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고, 청년·신혼·저소득층을 겨냥한 저리 월세보증금 대출과 보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채가 줄어든 게 아니라 더 나쁜 형태로 옮겨간 착시를 방치해선 안 된다.
셋째, 결국 공급이다.
수요 억제책은 시간을 벌어줄 뿐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1년으로 재확인됐다.
수도권 입주물량의 절대 부족을 메울 착공·인허가 확대와 임대주택 공급 로드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매를 누르면 전세가 튀고 전세를 누르면 월세가 튀는 풍선효과의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규제의 성패는 갭거래 건수가 아니라 세입자의 주거비로 최종 채점된다는 점을, 정책 당국이 잊지 말아야 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07-11 기준으로 작성됐다.
갭투자 거래 감소폭(1,369건→179건, 86.9%), 서울 9억원 이하 거래 비중 변화(38%→50%),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92.56→102.71, 11.0%), 신축 단지 월세 비중(평균 60%), 서울 평균 월세(156만6,000원, 전년比 10.67%), 전세 매물 감소율(19.1%), 전세·매매 누적 상승률(5.10%·5.11%) 등은 금융위원회 6·27 대책 보도자료, 국토교통부 실거래·전월세 통계, KB부동산·한국부동산원 시세, 다수 경제지 보도를 교차 확인한 수치다.
일부 월별·단지별 수치는 발표 시점과 집계 기준에 따라 편차가 있어 '~기준'으로 표기했다.
해외 사례(뉴질랜드·캐나다·독일)는 각국 정책 발표 및 시행 결과를 근거로 했다. 1차 자료를 교차 확인한 결과 본 기사의 핵심 사실관계는 신뢰할 수 있다.
Faxtr verdict: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