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산업 디지털전환·AI활용 촉진법이 7월 1일 시행되면서, 제조와 서비스를 가리지 않고 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이 처음으로 '국가 산업전략'의 법적 틀 안으로 들어왔다.

본지가 개정 법률(법률 제21250호, 2025년 12월 30일 공포)과 정부의 산업AI 확산 전략, 그리고 국내 기업 AI 도입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개정의 핵심은 단순한 이름 바꾸기가 아니라 기업이 쥔 데이터의 권리 관계와 정부 지원사업을 받을 자격의 문턱을 동시에 다시 그은 데 있다.

요컨대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가 앞으로 보조금과 실증사업의 당락을 가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존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은 2022년 1월 제정돼 그해 7월 시행됐다.

산업데이터의 생성·활용을 촉진하고 지능정보기술을 산업에 적용한다는 큰 틀은 그때 이미 세워졌다.

달라진 것은 무게중심이다.

옛 법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목표를 앞세웠다면, 이번 개정은 제명 자체에 '인공지능 활용'을 명시하고 종합계획·전문회사·선도사업 전반에 AI를 활용한다는 문구를 못 박았다.

변경 전에는 데이터화가 목적이었다면, 변경 후에는 그 데이터를 AI로 학습시켜 현장에 적용하는 것까지가 법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셈이다.

산업 디지털전환·AI활용 촉진법이란, 무엇이 바뀌었나

이 법의 뼈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산업데이터 사용·수익권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차원의 지원·육성 체계다.

제9조가 규정한 산업데이터 사용·수익권은 흔히 오해받듯 '데이터 소유권'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다.

데이터는 무한 복제되고 여러 주체가 동시에 쓰는 특성이 있어 전통적 소유권 개념을 그대로 붙이기 어렵다.

그래서 법은 소유권 대신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들여 데이터를 생성한 자가 이를 사용하고 수익을 낼 권리'를 인정하고,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하는 방식의 침해를 금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경직된 소유 논쟁을 우회해 활용을 열어두려는 설계다.

이번 개정은 여기에 AI 학습·활용 국면을 명시적으로 얹었다는 점에서 실무적 파장이 크다.

본지가 확인한 정부 통계는 이 법이 왜 지금 나왔는지를 설명한다.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2018년 2.8%에서 2023년 6.4%로 올랐지만 절대 수치는 여전히 낮다.

특히 대기업의 AI 활용률이 약 49%에 이르는 반면 중소기업은 29% 안팎에 머물고, 수도권 40%·비수도권 18%로 지역 격차도 두 배가 넘는다.

중소 제조기업만 떼어 보면 실질 도입률이 1% 안팎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확산 전략은 이 격차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2030년까지 AI 종합 경쟁력 세계 3위, 중소기업 AI 활용률을 28.7% 수준에서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에 13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이 골자다.

장비 제조데이터 표준모델도 2026년 335개까지 확대된다.

수요 측면의 신호도 뚜렷하다.

국내 생성형 AI 이용률은 최근 분기 37.1%로 직전 대비 6.4%포인트 뛰며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도입 성과도 데이터로 잡힌다.

AI를 실제 공정에 적용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이 4%, 부가가치가 7.6% 높다는 분석이 있다.

문제는 이런 과실이 데이터를 정비해 둔 소수 기업에 쏠린다는 점이다.

이번 법은 바로 그 '데이터를 갖추지 못한 다수'를 제도권 지원으로 끌어들이는 통로 역할을 하도록 짜여 있다.

산업 디지털전환·AI활용 촉진법, 내 기업 유형별로 비교하면

여기서부터가 실전이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같은 법이라도 기업 유형에 따라 체감하는 변화가 완전히 다르다.

축은 크게 두 개로 놓아야 한다.

첫째는 데이터 거버넌스 준비도, 즉 자사 데이터의 생성 이력과 계약상 권리를 얼마나 정리해 뒀느냐다.

둘째는 지원사업 활용 우선순위, 즉 실증·보조금에서 무엇을 먼저 노려야 하느냐다.

대기업 제조사에게 이 법은 방패이자 의무다.

협력사·고객사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관계가 촘촘한 만큼, 사용·수익권을 명확히 계약서에 반영해 두지 않으면 향후 공급망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분쟁의 빌미가 된다.

반대로 데이터 계약을 선제적으로 정비하면 협력사 데이터를 AI 학습에 끌어와 공정 최적화에 쓰는 명분이 생긴다.

이들에게 보조금은 부차적이다.

거버넌스 정비가 곧 리스크 관리다.

중견 부품기업은 이 법의 최대 수혜 후보다.

정부의 산업AI 솔루션 실증·확산 지원이 업종별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데이터 진단부터 솔루션 실증까지 비용을 대는 구조라, 자체 데이터는 어느 정도 쌓였지만 AI 역량이 부족한 중견기업이 정확히 그 타깃이다.

다만 컨소시엄 참여 자격을 심사할 때 데이터의 출처와 권리 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중견기업에게 데이터 거버넌스는 이제 총무팀의 서류 정리가 아니라 지원사업 진입 자격 그 자체다.

중소·스타트업은 성격이 갈린다.

AI 솔루션을 파는 공급형 스타트업이라면 산업데이터 사용·수익권 조항이 사업 모델의 법적 근거가 된다.

반면 데이터를 이제 막 모으기 시작한 수요형 중소기업이라면 표준 제조데이터 모델과 스마트제조혁신 3.0의 버티컬 AI 지원을 사다리로 삼는 편이 현실적이다.

소상공인·서비스업은 또 다르다.

정밀한 공정 데이터가 없는 대신, 예약·결제·고객 응대 데이터를 활용한 AI 마케팅·상담 지원이 별도 트랙으로 마련돼 있다.

전주기 지원의 문은 열렸지만, 데이터를 표준화해 제출할 역량이 없으면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해외와 비교하면 한국의 위치는

국제 비교는 이 법의 성격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유럽연합은 데이터법(Data Act)을 통해 사물인터넷 기기가 만든 산업데이터의 접근·공유 권리와 거버넌스를 강제 규정으로 밀어붙였다.

사용자에게 데이터 접근권을 주고 기업 간 공유를 의무화하는, 규제 주도형이다.

일본은 결이 다르다.

경제산업성이 제조업 강국이라는 강점을 살려, 기업이 흩어진 데이터의 형식과 용도를 통일하고 AI가 학습하기 쉬운 상태로 가공하도록 '정비 자체를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규제보다 인프라 조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포괄 산업데이터법 대신 시장과 개별 계약, 부문별 규율에 맡기는 자유방임에 가깝다.

한국의 이번 법은 그 사이 어디쯤 있다.

사용·수익권이라는 권리 개념을 세워 유럽처럼 법적 틀을 갖추되, 침해 금지의 강도는 낮추고 지원·육성이라는 일본식 진흥 수단을 크게 얹었다.

본지 분석으로는 이 절충이 강점이자 ��점이다.

진흥과 규율을 한 법에 담아 활용을 열되, 권리 침해 시 구제의 실효성은 아직 판례로 검증되지 않았다.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계약 없이 학습에 쓰였을 때 실제로 어디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지는 시행 이후 다툼이 쌓여야 윤곽이 잡힐 대목이다.

반론도 짚어야 한다.

법이 아무리 권리를 명문화해도,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데이터를 정비할 인력도 예산도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표준모델이 335개로 늘어난들 자사 설비와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 지원사업이 컨소시엄 중심으로 짜여 정작 영세기업은 배제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 49% 대 중소 29%라는 활용률 격차가 지원 설계의 문턱 때문에 오히려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 법의 성패는 결국 권리 조항이 아니라, 데이터를 못 갖춘 취약 기업을 얼마나 실제로 끌어올리느냐에 달렸다.

기업이 지금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데이터 계약과 생성 이력을 문서로 정리해 사용·수익권의 근거를 확보하라.

둘째, 자사 유형에 맞는 트랙, 즉 대기업은 거버넌스, 중견은 실증 컨소시엄, 중소·소상공인은 표준모델과 전주기 지원을 우선순위에 놓아라.

셋째, 지원사업 공고의 자격 요건에서 '데이터 권리 확인'이 어떻게 요구되는지를 미리 점검하라.

법은 이미 발효됐고,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간극은 이 시점부터 벌어진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9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개정 법률의 시행일(2026년 7월 1일)과 법률번호(제21250호), 산업데이터 사용·수익권 제9조 내용은 국가법령정보센터 공포문으로 확인했다.

AI 도입률(2018년 2.8%→2023년 6.4%), 대기업·중소기업 활용률 격차, 2030년 50%·13조5000억원 투입 목표, 생성형 AI 이용률 37.1%, 도입 기업 매출·부가가치 성과, 표준모델 335개 확대는 정부 정책브리핑·산업통상 소관 부처 발표·연구기관 보고서를 교차 확인했다.

유럽 데이터법과 일본 경제산업성의 데이터 정비 지원은 각국 정책 보도로 대조했다.

일부 수치는 발표 시점이 다른 통계를 병기한 추정치이며, 권리 침해 구제의 실효성은 시행 후 판례로 검증될 사안이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