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수도권-지방 분양 양극화가 통계로 확인 가능한 모든 지표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미분양 통계와 한국부동산원 청약 자료, 주택산업연구원 분양전망지수를 2025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시계열로 교차 분석한 결과, 서울의 청약 열기와 지방의 미분양 적체가 같은 시점에 극단으로 치닫는 이른바 '분양시장 디커플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한 채에 수백 명이 몰리고, 다른 쪽에서는 다 지어놓은 아파트에 불이 꺼진 채로 남는다. 같은 나라 같은 분기의 통계라고 믿기 어려운 격차다.
가장 상징적인 숫자는 청약경쟁률이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2026년 3월 분양 공고 기준 서울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56.3대 1을 기록했다.
서초구의 한 단지는 민간분양 역대 최고 수준인 1천대 1을 넘겼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은 처참했다.
대전 0.2대 1, 부산 0.3대 1, 전남·경북 0.8대 1 등 광역시를 포함한 대부분 지역이 1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광주 0.18대 1, 제주 0.27대 1로 사실상 청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단지가 속출했다.
한쪽이 다른 쪽의 수백 배에 이르는 이 격차는 한두 단지의 특수 사례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수도권-지방 분양 양극화, 미분양 수치로 보면
공급 쪽 지표인 미분양은 방향이 정반대다.
국토부 미분양주택현황에 따르면 2026년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약 6만5천가구 안팎이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1만7천여가구에 그친 반면 비수도권은 4만8천가구에 육박했다.
전체의 4분의 3가량이 지방에 몰려 있는 셈이다.
문제는 물량의 규모보다 그 '질'이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아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은 2026년 들어 14년 만에 처음으로 3만가구 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그 악성 미분양의 85% 안팎이 지방에 집중돼 있다.
대구·경남·부산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부산의 준공후 미분양은 2022년 900여가구에서 2025년 2천6백가구 수준으로 3년 새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 대목에서 짚어야 할 정책 변화가 있다.
과거 미분양 대책이 세제 완화나 대출 규제 조정 같은 '수요 진작' 중심이었다면, 최근 1~2년의 대응은 정부가 직접 물량을 걷어내는 '매입'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정부와 LH는 지방 미분양 매입 목표를 2025년 3천호에서 2026년 5천호로 늘렸고, 매입가 상한선도 감정가의 83%에서 90%로 끌어올렸다.
나아가 2026년에는 준공 예정일이 3개월 남은 '준공 전' 미분양까지 매입 대상에 넣었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조치다.
변경 전에는 다 지어진 뒤에야 매입했지만, 이제는 짓는 도중에 미리 사들여 시행사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그만큼 지방 미분양이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지역 건설 생태계 전반을 흔드는 뇌관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왜 같은 시기에 정반대로 벌어지나
본지 분석의 첫 번째 명제는 이렇다.
지금의 양극화는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입지 선별'의 문제다.
과거 미분양은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나빠지면 전국이 함께 얼어붙었다가 함께 녹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울·과천·성남 등 핵심 입지가 규제 강화에도 아랑곳없이 달아오르는 동안,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외곽 비규제 지역과 지방은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로 2026년 초 경기 외곽과 지방 광역시에서 1순위 대량 미달이 잇따랐다.
수요자가 '지방이냐 수도권이냐'가 아니라 '어느 역세권, 어느 학군, 어느 브랜드냐'를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두 번째 명제는 분양가가 승부처가 됐다는 점이다.
본지가 청약 성패 단지를 교차 분석한 결과, 흥행에 성공한 단지의 공통점은 입지보다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메리트'였다.
서울에서조차 분양가가 인근 시세를 웃돈 단지는 경쟁률이 꺾였고, 지방이라도 시세보다 확연히 낮게 나온 일부 단지는 완판됐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뛰면서 분양가가 오른 것이 지방에서는 치명타가 됐다.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없는 지역에서 비싼 분양가는 곧 미달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명제는 심리지표가 이미 이 균열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분양전망지수를 보면 2026년 6월 서울은 기준선인 100.0을 지킨 반면, 비수도권은 한 달 새 큰 폭으로 떨어져 60대 후반까지 밀렸다.
기준선 100을 넘으면 분양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업자가 많다는 뜻인데, 서울과 지방의 체감 온도차가 지수상으로도 30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이다.
집값 역시 마찬가지다. 2026년 들어 6월 초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누적 약 3.9% 오른 반면 지방은 0.2%에도 못 미쳤다.
청약, 미분양, 심리, 가격이라는 네 축이 한 방향으로 정렬됐다는 점에서 이번 양극화는 일시적 잡음으로 보기 어렵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이런 '수도 쏠림'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진행 속도와 구조는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은 도쿄 도심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이 억엔 단위를 넘나들며 초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 감소로 빈집(아키야)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됐다.
도심 집중과 지방 공동화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앞선 그림자로 자주 인용된다.
다만 일본은 저금리와 해외 자본 유입이 도심 가격을 떠받친 성격이 강해, 규제와 실수요가 얽힌 한국과는 결이 다르다.
영국은 런던과 잉글랜드 북부의 격차가 오래된 과제다.
정부가 '레벨링 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균형발전에 예산을 투입해 왔지만, 주택 가격과 신규 공급의 무게는 여전히 런던과 남동부에 쏠려 있다.
프랑스도 파리와 지방 도시의 격차가 뚜렷하나, 상대적으로 강한 임대차 규제와 공공임대 비중이 민간 분양시장의 충격을 일부 흡수한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요컨대 선진국들도 수도권 집중을 겪지만, 한국처럼 '분양'이라는 단일 창구에서 청약 경쟁률 수백 배와 지방 준공후 미분양 급증이 같은 분기에 동시 관측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분양가상한제·청약가점제 같은 제도가 수요를 특정 시점·특정 단지로 응집시키는 한국 특유의 구조가 격차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물론 반론과 한계도 짚어야 한다.
미분양 통계는 사업자 신고에 의존해 실제보다 축소 집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준공후 미분양이 소폭 줄었다는 최근 수치도, 정부 매입 물량이 통계에서 빠진 결과일 뿐 시장 자체가 살아난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
청약경쟁률 역시 이른바 '가점 낮은 실수요자의 무더기 청약'이나 중복 청약이 포함돼 열기를 부풀린다는 반론이 있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권과 외곽의 온도차가 있어 '서울은 다 뜨겁다'는 단순화는 위험하다.
즉 지표의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절대 수치의 해석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가장 아픈 곳은 취약 지점이다.
지방 미분양은 곧 지역 중소 건설사와 지방 저축은행·상호금융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다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으면 시행사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 부담은 대출을 내준 지역 금융기관으로 번진다.
실수요자 관점에서도 위험은 양쪽에 있다.
서울 청약에 매달리다 전세와 매매 사다리를 놓치는 무주택자, 반대로 지방에서 '완판'을 믿고 분양받았다가 입주 시점에 시세가 분양가를 밑도는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갇히는 계약자다.
양극화의 청구서는 결국 가장 정보가 부족하고 자금 여력이 얇은 쪽으로 돌아간다.
정책 함의는 분명하다.
단기적으로는 지방 미분양 매입과 PF 연착륙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간을 버는 조치다.
본지의 결론은 공급의 '양'이 아니라 '입지'와 '가격'을 겨냥한 정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무차별 신규 인허가보다 기존 미분양 해소가 우선이고, 수도권 핵심지에서는 실수요가 감당할 분양가 관리가 관건이다.
청약제도 역시 특정 단지로 수요를 몰아 경쟁률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요소를 손볼 시점에 왔다.
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 없이 매입만 반복하면, 세금으로 미분양을 사들이는 악순환이 굳어질 수 있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8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보고(2026년 4월 기준), 한국부동산원·국토부 청약경쟁률 집계(2026년 3월 분양공고 기준), 주택산업연구원 분양전망지수(2026년 6월), 그리고 연합·경제지 보도로 확인한 LH 지방 미분양 매입 정책 변경(매입 목표 3천→5천호, 상한 83%→90%, 준공 전 매입 도입)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청약경쟁률·미분양·집값 격차 수치는 발표 시점과 집계 기준에 따라 소폭 달라질 수 있어 '~기준'으로 표기했으며, 준공후 미분양의 최근 감소분은 정부 매입 효과가 포함된 것으로 시장 자율 회복과는 구분해 해석했다.
지방·수도권 청약 및 미분양의 동시 양극화라는 방향성은 복수의 1차 통계에서 일관되게 확인된다.
기사 verdict: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