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소멸위험 기초지자체 지도가 다시 붉게 물들고 있다. 본지가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위험지수 시계열과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정 현황,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2026년 5월 기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141곳으로 전체의 61.5%에 달했다. 3년 전만 해도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열 곳 중 여섯 곳이 소멸의 경고등 안으로 들어왔다. 지도 위의 붉은 점이 농산어촌을 넘어 광역시 한복판까지 번졌다는 점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과거에는 특정 낙후 군을 색칠하던 손끝이 이제는 도심의 원도심과 산업도시의 자치구까지 붉게 칠하고 있다. 지도의 색이 짙어졌다는 말은 곧 문제의 무게 중심이 변방에서 중심으로 옮겨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이다.

일본 마스다 히로야가 고안한 지표를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이 국내에 적용하면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진입,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으로 본다.

쉽게 말해 젊은 여성 한 명당 노인이 두 명을 넘으면 그 지역은 재생산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지표가 가임기 여성에 초점을 맞춘 것은 출생과 직결된 인구가 곧 지역의 미래 세대를 좌우하기 때문인데, 그만큼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가장 예민하게 비추는 거울로 통한다.

사람들이 흔히 '소멸위험 기초지자체 지도 비율'이나 '순위'를 검색하는 이유도 결국 내가 사는 동네가 이 선을 넘었는지 궁금해서다.

학교가 문을 닫고, 소아과가 사라지고, 버스 배차가 뜸해지는 일상의 변화가 결국 이 한 줄의 숫자에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소멸위험 기초지자체 지도, 최근 3년 어떻게 바뀌었나

시간축을 따라가 보면 변화의 속도가 뚜렷하다. 2023년 2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118곳으로 당시 228개 시군구의 약 52% 수준이었다.

이때만 해도 붉은 점의 대부분은 경북·전남·강원의 군 단위였다.

이들 지역은 청년이 학업과 취업을 위해 일찌감치 떠나고 고령 인구만 남은, 전형적인 농산어촌 공동화의 무대였다.

그러나 2024년 여름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지방소멸 2024: 광역대도시로 확산하는 소멸위험' 보고서는 지도의 성격이 달라졌음을 알렸다.

소멸위험지역이 130곳(57.0%)으로 늘었고, 젊은 여성이 노인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소멸 고위험지역이 57곳까지 불어나 전체 시군구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불과 1년 반 사이에 붉은 면적이 눈에 띄게 넓어진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전환점은 부산이었다.

부산은 2024년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 진입 단계에 들어섰다.

당시 부산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3.0%였던 반면 20~39세 여성 인구는 11.3%에 그쳐 소멸위험지수가 0.490까지 내려앉았다.

한때 400만 산업도시였던 제2의 도시가 지방 군 지역과 같은 범주로 묶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조선·신발·항만으로 성장했던 도시가 산업 재편 속에 청년 일자리를 잃고, 떠난 자리를 고령 인구가 채우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여기에 경북 상주·문경, 경남 밀양처럼 '시' 명칭을 단 도시들까지 고위험 구간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행정 구역상 도시로 분류되지만 실질 인구 구조는 농촌에 가까워진 곳들이다.

소멸이 더 이상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신호였다.

그리고 2026년, 지도는 한층 더 붉어졌다. 5월 기준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141곳, 61.5%가 소멸위험 선을 넘었다. 2023년 52%에서 불과 3년 만에 약 10%포인트가 올라간 셈이다.

본지가 연도별 추이를 이어 붙여 보면 소멸위험 진입 지자체는 '118곳(2023)→130곳(2024)→141곳(2026)'으로 계단을 밟듯 상승했다.

한 해 걸러 열 곳 안팎이 새로 붉은 명단에 오르는 흐름이 굳어진 것이다.

주목할 것은 신규 진입 지역이 예전처럼 외딴 군이 아니라, 광역시 자치구와 지방 중소도시라는 점이다.

지도의 붉은 물결이 안쪽으로, 도심으로 역류하고 있다.

변방에서 시작된 파도가 이제 도시의 심장부를 향해 밀려드는 모양새다.

소멸위험 기초지자체 지도가 이렇게 넓어진 이유는

원인은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첫째는 초저출산의 누적이다.

합계출산율이 0.7명대까지 떨어진 상황이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지수의 분자인 20~39세 여성 인구 자체가 구조적으로 줄었다.

태어난 아이가 적으니 20년 뒤 청년도 적을 수밖에 없는, 시차를 둔 붕괴다.

이는 어느 한 해의 정책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이미 태어나지 않은 세대의 공백이라는 점에서 더 무겁다.

둘째는 청년의 수도권 쏠림이다.

지방에서 태어난 젊은이가 대학과 일자리를 좇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남은 지역의 분자는 더 빠르게 증발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지역 노동시장이 제공하는 일자리의 질과 폭이 좁아, 서비스·전문직 기회가 몰린 수도권으로의 이동 유인이 더 크게 작동한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소멸위험지수 악화 속도가 가장 가파른 곳일수록 20대 순유출 폭이 컸다.

셋째는 고령화의 가속이다.

분모인 65세 이상 인구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로 급증하고 있다.

분자는 줄고 분모는 느니, 지수는 양쪽에서 동시에 눌린다.

마치 위아래로 조여드는 집게에 지역의 미래가 끼인 형국이다.

부산이 광역시 처음으로 진입한 것도 청년 유출과 고령화가 겹친 전형적 사례다.

이 세 힘이 맞물리면서, 과거 '지방 군 지역=소멸위험'이라는 등식은 '지방 중소도시와 광역시 원도심까지 소멸위험'으로 확장됐다.

그리고 이 확장은 취약 계층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이동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 고령층과 돌봄이 필요한 주민은 서비스가 하나둘 빠져나간 지역에 남겨져, 병원과 상점, 대중교통이 멀어지는 이중의 불이익을 떠안게 된다.

정책의 궤적도 함께 봐야 한다.

정부는 2021년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처음 지정하고 관심지역 18곳을 더했다.

소멸이라는 추상적 위기를 행정이 다룰 수 있는 구체적 대상으로 못 박은 첫 조치였다. 2022년부터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해 매년 약 1조 원씩, 2031년까지 10년간 10조 원을 투입하는 구조를 짰다.

기금은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을 대상으로 한 기초지원계정(연 7,500억 원)과 서울·세종을 뺀 광역 15곳을 대상으로 한 광역지원계정(연 2,500억 원)으로 나뉜다.

중요한 변화는 최근에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2025년을 지나며 기금 운용 패러다임을 '시설 조성 중심'에서 '실질적 인구 유입 효과 중심'으로 바꿨다.

초기 몇 해 동안 기금이 관광시설이나 공공건물 건립에 쏠리면서, 정작 사람은 늘지 않�� 유지비만 남는다는 지적이 누적된 결과였다. 2026년도 배분에서는 평가 등급 체계를 종전 2단계에서 3~4단계로 다층화하고, 성과가 좋은 지역에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건물만 짓고 사람은 오지 않는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들인 조정이다.

일본·독일·프랑스와 비교하면

국제 비교는 한국의 위치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원조인 일본은 2014년 마스다 보고서가 '2040년까지 896개 지자체 소멸 가능'이라는 경고를 던진 뒤 '지방창생' 정책을 10년 넘게 밀어붙였다.

이주 정착 지원, 도쿄 집중 완화, 관계인구(정주하지 않아도 지역과 관계를 맺는 인구) 확대가 골자였다.

지역 특산품을 매개로 한 고향납세와 청년 창업 지원 등 다양한 실험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도쿄권 초집중은 크게 꺾이지 않았고, 지방 청년 여성 유출이라는 핵심 고리를 끊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소멸 지표를 처음 만든 나라조차 그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국이 지금 겪는 국면과 판박이다.

지표의 발명이 곧 해법의 발명은 아니었던 셈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 옛 동독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었지만, '축소도시'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무리하게 인구를 되돌리기보다 빈집을 정리하고 도시를 압축해 재정과 인프라를 지속 가능하게 재편하는 쪽이다.

줄어드는 인구를 부정하지 않고, 남은 주민의 삶의 질을 지키는 데 자원을 집중한 것이다.

라이프치히 같은 도시는 문화·산업 기반을 되살려 반전에 성공한 반면, 반등하지 못한 소도시는 계획적 축소로 연착륙을 꾀했다.

프랑스는 국토 균형을 국가 책무로 못 박고 지역거점 도시에 대학·의료·행정 기능을 분산 배치해, 농촌이라도 30분~1시간 내 거점 서비스에 닿게 하는 접근을 취했다.

인구가 흩어져 있어도 최소한의 생활 서비스에는 누구나 닿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세 나라의 교훈은 분명하다.

인구 자체를 억지로 늘리는 정책은 대체로 실패했고, '사람이 남을 이유'와 '줄어도 살 만한 구조'를 동시에 설계한 곳이 그나마 버텼다.

반대로 숫자를 되돌리는 데만 매달린 정책은 예산을 쏟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지의 결론은 세 가지다.

첫째, 소멸위험 기초지자체 지도는 이제 '농촌 지도'가 아니라 '전국 지도'다.

광역시 자치구와 지방 중소도시가 새로 편입된 이상, 소멸 대응은 특정 낙후지역 시책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인구 전략으로 격상돼야 한다.

지방의 소멸은 곧 수도권 과밀의 다른 얼굴이며, 두 문제는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이기 때문이다.

둘째, 지수의 분자(청년 여성)를 지키지 못하면 어떤 재정 투입도 밑 빠진 독이 된다.

본지가 지수 악화 상위 지역과 청년 이동 자료를 겹쳐 본 결과, 결국 20~30대 여성이 정주할 일자리·주거·돌봄 환경이 갖춰진 곳만 지수 하락을 늦췄다.

반대로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무너진 곳은 아무리 예산을 투입해도 청년이 발길을 돌렸다.

셋째, 기금 개편의 방향(시설→인구 유입 성과)은 옳지만, 성과 평가가 단기 유입 숫자에만 매달리면 지자체 간 '인구 뺏기' 제로섬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옆 동네 주민을 데려와 자기 숫자를 채우는 경쟁은 전체 인구를 늘리지 못한 채 행정력만 소모시킬 수 있다.

그래서 권고는 이렇게 모인다.

청년 여성의 지역 정주를 실제로 좌우하는 양질의 일자리, 부담 가능한 주거, 안심 돌봄을 묶어 지원하되, 반등이 어려운 지역은 무리한 인구 회복 대신 독일식 계획적 축소와 거점 연계로 생활 서비스 최저선을 지키는 이원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지역을 되살리겠다는 목표보다, 되살릴 곳과 품위 있게 축소할 곳을 구분하는 냉정함이 오히려 주민을 지키는 길일 수 있다.

소멸위험지수는 경고음일 뿐, 그 자체가 운명은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지도의 붉은 면적이 매년 넓어지는 흐름을 방치하면, 3년 뒤 지도는 지금보다 더 어두워질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07-05 기준으로 작성됐다. 소멸위험지수 정의와 임계값(0.5·0.2), 2024년 부산의 광역시 최초 소멸위험 진입(지수 0.490), 소멸위험지역 118곳(2023)·130곳(2024)·141곳(2026, 61.5%) 추이는 한국고용정보원 '지방소멸 2024' 보고서와 소멸위험지수 시계열 자료로 확인했다. 인구감소지역 89곳·관심지역 18곳 지정, 지방소멸대응기금 연 1조 원·10년 10조 원 구조 및 기초/광역계정 배분, 2025~2026년 '시설 중심→인구 유입 성과 중심' 개편과 평가 다층화는 행정안전부 및 정책브리핑 발표로 교차 확인했다. 초저출산·청년 유출·고령화 관련 배경 수치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및 인구동향을 참조했다. 일부 최신 집계는 발표 시점에 따라 소폭 달라질 수 있어 '기준' 시점을 병기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