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연내 시행을 앞둔 외국환거래법 가상자산이전업 등록 의무가 국내 가상자산 업계의 규제 지형을 바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본지가 개정 외국환거래법과 기획재정부 시행령 개정 예고안, 한국은행·자본시장연구원의 관련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조치의 핵심은 단순한 '신고 하나 추가'가 아니라 거래소·커스터디·지갑업체가 사실상 외국환업무취급기관에 준하는 전산·인력·내부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데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코인 이동이 그동안 외환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진단이 규제 도입의 출발점이다.

개정법은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6월 2일 공포됐다.

부칙에 따라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 즉 올해 12월 초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업계에 남은 준비 기간은 반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등록 요건의 알맹이는 대부분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다.

'무엇을, 어디까지 갖춰야 하는가'라는 실무 질문의 답이 지금 정비 중인 시행령·시행규칙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준비를 미룬 업체일수록 시행 직전 병목을 피하기 어렵다.

외국환거래법 가상자산이전업 등록 의무란 무엇인가

새로 신설된 등록 대상은 '가상자산이전업무'다.

개정법은 이를 가상자산사업자가 매매·교환 등의 행위를 통해 대한민국과 외국 사이에서 가상자산을 이전하거나, 그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로 규정한다.

이 업무를 하려는 사업자는 재정경제부장관(현 기획재정부)에게 미리 등록해야 한다.

등록을 마친 사업자는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업무취급기관에 준하는 규제를 받는다.

종전에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만으로 국경 간 코인 이동이 사실상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외환당국의 사전 등록과 상시 보고라는 문턱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규제의 성격이 자금세탁방지 중심에서 외환·거시건전성 관리로 확장됐다는 점이 종전과 달라진 대목이다.

등록의 3대 관문은 명확하다.

첫째,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완료할 것.

둘째, 외국환정보집중기관인 한국은행과 전산망을 연결할 것.

셋째, 가상자산이전업무에 필요한 시설과 전문인력 등 시행령이 정하는 요건을 갖출 것.

앞의 두 가지는 법에 못 박혀 있지만, 세 번째 시설·인력 요건의 구체적 수준은 시행령에 넘겨져 있다.

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요건이 은행 수준으로 높아지면 중소 사업자는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고, 지나치게 낮으면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

제재도 가볍지 않다.

등록하지 않거나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가상자산이전업무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위반행위 목적물 가액의 3배가 3억원을 넘으면 그 3배까지 벌금이 가중된다.

변경신고 의무를 어기면 1억원 이하 과태료가 뒤따른다.

형사처벌이 걸린 만큼, 등록 여부는 '선택'이 아니라 사업 지속의 전제 조건이 된다.

왜 지금 코인 국경 이동에 외환 규제를 씌우나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한 국경 간 자금이동의 급팽창이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을 보면, 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넉 달간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입액과 해외 유출액이 각각 약 35조3000억원 규모로 맞먹었다.

특정 시점에 일방적으로 빠져나갔다기보다 쌍방향으로 대규모 자금이 오간 셈인데, 문제는 이 흐름의 상당 부분이 기존 외환전산망 밖에서 이뤄졌다는 데 있다.

원화를 코인으로 바꿔 해외로 옮기고 다시 현지 통화로 환전하는 경로는 전통적 은행 송금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외환당국으로서는 자본유출입의 사각지대가 통제 불능으로 커지는 상황을 방치하기 어려웠다.

거래 구조를 뜯어보면 규제의 난도가 드러난다.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이전은 거래소를 통한 수탁형 지갑(커스터디) 경로와, 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개인지갑 간(논커스터디) 경로로 갈린다.

거래소를 통한 이동은 이용자 신원과 거래 내역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개인지갑 간 이동은 추적이 훨씬 어렵다.

위기 국면에서 투기적 목적의 자금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순식간에 갈아타 빠져나갈 수 있고, 불법자금 세탁 통로로 악용될 소지도 크다.

이번 등록제가 거래소뿐 아니라 커스터디·지갑업체까지 겨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흐름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이른바 '트래블룰'(권고 16)을 법제화한 나라는 2024년 65개국에서 2025년 85개국으로 늘었다.

FATF는 2025년 보고서에서 온체인 불법거래 대부분이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이뤄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권고 16을 한층 강화했다.

규제 확산의 큰 물결 위에 한국의 이번 개정이 놓여 있는 것이다.

유럽·일본·싱가포르와 비교하면 한국은 어디쯤인가

국제 비교는 한국의 좌표를 선명하게 해준다.

유럽연합(EU)은 가장 촘촘한 체계를 먼저 깔았다.

가상자산시장법(MiCA)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조항은 2024년 6월 30일, 사업자 인가·공시·행위규제를 담은 나머지 조항은 같은 해 12월 30일부터 시행됐다.

여기에 자금이전규정(TFR)이 트래블룰을 코인 이체에 적용하는데, 유럽은행감독청(EBA) 지침에 따라 금액 기준선(임계치) 없이 사업자 간 모든 코인 이전에 정보 동봉 의무를 부과한다.

사실상 예외 없는 전수 규제다.

회원국들은 2025년 말까지 이를 국내법으로 옮기고, 상당수 조항은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한국의 연내 시행은 EU보다 1년 안팎 뒤지지만, 큰 시차 없이 세계 주류 규제와 보조를 맞추는 셈이다.

일본은 트래블룰을 실제 집행하는 대표적 나라로 꼽힌다.

가상자산교환업자(거래소)에 엄격한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차단 의무를 지우고, 등록제와 상시 감독을 결합해 운영해 왔다.

싱가포르 통화청(MAS)도 결제서비스법 아래 가상자산 서비스제공자에게 트래블룰과 라이선스 요건을 부과하며 사전 인가 중심으로 관리한다.

세 나라의 공통점은 '신고 후 사후 점검'이 아니라 '사전 등록·인가 후 상시 보고'라는 틀이다.

한국의 이번 개정 역시 특금법의 신고제 위에 외국환거래법의 등록·보고제를 얹어 이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 한국은행 외환전산망 직접 연결이라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연결 고리를 등록 요건에 넣은 점이 특징이다.

외환당국이 실시간에 가까운 데이터를 쥐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본지 분석의 ���째 명제는 이것이다.

이번 규제의 실질적 무게중심은 '등록 여부'가 아니라 '한은 전산망 연결의 기술 표준'에 있다.

어떤 데이터 항목을, 어떤 주기로, 어떤 포맷으로 보고할지가 시행령·고시로 확정되는 순간, 업체별 개발 부담과 비용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둘째 명제.

논커스터디 지갑의 취급 범위가 규제의 성패를 가른다.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는 행위'라는 문구가 개인지갑 이전까지 얼마나 포섭하느냐에 따라 규제 실효성과 업계 부담이 정반대로 움직인다.

셋째 명제.

형사처벌과 결합된 등록 요건은 중소·신생 업체에 사실상의 진입장벽으로 작동해 시장 집중을 심화할 공산이 크다.

거래소·커스터디·지갑업체가 지금 해야 할 3가지

진단이 이렇다면, 남은 반년을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다.

본지는 세 갈래의 준비를 권고한다.

먼저, 한국은행 전산망 연결을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단순 API 개통이 아니라 국경 간 이전 데이터의 표준화·정합성 확보를 전제로 한다.

내부적으로 어떤 거래가 '국경 간 이전'에 해당하는지 분류 로직을 먼저 세우고, 지갑 주소의 관할·수취인 정보를 자동으로 태깅하는 체계를 갖춰야 보고 오류에 따른 과태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시행령 확정을 기다리기보다, 입법예고안과 한국은행 외환전산망 기존 규격을 토대로 개발 착수 시점을 앞당기는 편이 안전하다.

다음으로, 전문인력과 시설 요건을 정면으로 준비해야 한다.

외환 규정과 자금세탁방지, 트래블룰 실무를 아는 인력은 국내에서 이미 품귀다.

시행령이 요구할 인력 기준을 은행권 외환 준법·보고 업무 경력자 수준으로 가정하고, 채용과 내부 교육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이 현실적이다.

물리적·정보보안 시설 요건도 특금법 신고 당시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재점검과 보고 시스템 이중화를 미리 검토해 둘 필요가 있다.

요건 미달로 등록이 반려되면 시행일 이후 영업 공백이 불가피하다.

끝으로, 사업 구조 자체를 등록 가능성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커스터디·지갑업체는 자사 서비스에서 어디까지가 '가상자산이전업무'에 해당하는지 법률 검토를 서둘러야 한다.

개인지갑 연동 기능이 규제 대상에 포섭될 경우, 해당 기능을 분리하거나 제휴 거래소를 통해 우회하는 등의 구조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등록 요건 충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중소 업체라면, 등록을 마친 사업자와의 제휴·백엔드 위탁을 통해 규제 리스크를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무등록 영업은 형사처벌 대상인 만큼, '일단 시행 이후에 대응하겠다'는 지연 전략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규제당국에도 주문이 필요하다.

핵심 요건이 시행령에 통째로 위임된 상황에서, 하위법령 확정이 늦어질수록 업계의 준비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기술 표준과 인력 기준을 조기에 공개하고, 중소 업체를 위한 유예·단계적 적용 장치를 함께 설계해야 규제가 시장 퇴출이 아니라 질서 있는 정비로 이어질 수 있다.

국경 간 코인 이동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는 정당하지만, 그 부담이 소수 대형 사업자만 살아남는 결과로 귀결된다면 이용자 선택권 축소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5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개정 외국환거래법의 국회 통과일(2026년 5월 7일)과 공포일(6월 2일), 공포 후 6개월 시행 규정, 등록 3대 요건(특금법 신고·한국은행 전산망 연결·시설 및 전문인력), 벌칙(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 벌금, 목적물 가액 3배 가중), 변경신고 위반 시 1억원 이하 과태료는 법률신문에 게재된 법무법인 해설과 기획재정부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국내 유입·해외 유출 각 약 35조3000억원(2024년 11월~2025년 2월) 수치는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을, FATF 트래블룰 도입국 65→85개국 및 EU MiCA·TFR 시행 일정은 FATF와 EU 관련 공개 자료를 근거로 했다.

시설·전문인력 등 세부 요건은 시행령 확정 전 단계로, 본문의 관련 서술은 입법예고안과 업계 관측에 기반한 추정임을 밝힌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