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지방소멸 가속이 더 이상 농산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신호가 숫자로 또렷해졌다.

본지가 한국고용정보원의 소멸위험지수 시계열과 통계청 인구이동·사업체 통계,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지정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2026년 5월 기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41곳(61.5%)이 소멸위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2년 전 '지방소멸 2024' 보고서가 집계한 130곳(시·군·구 228곳 중 57%)에서 다시 한 단계 더 올라선 수치다.

짧은 시차 동안 위험군이 열 곳 넘게 늘었다는 것은 추세가 평탄한 내리막이 아니라 가팔라지는 곡선임을 의미한다.

본지의 결론은 분명하다.

한국의 지방 붕괴 시계는 고령화라는 자연 감소보다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회적 이동에 더 빠르게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방식이 '천천히 늙는' 쪽이 아니라 '빠르게 비는' 쪽이라는 점에서, 같은 소멸이라도 한국의 결은 다른 나라와 갈라진다.

지방소멸 가속,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디쯤일까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다.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0.2 미만이면 소멸고위험으로 분류한다.

출산을 담당할 젊은 여성 인구가 노인 인구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뜻이니, 사실상 지역이 스스로 인구를 재생산할 동력을 잃었다는 신호다.

이 지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머릿수가 아니라 인구의 '구조'를 한 숫자로 압축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노인이 많아 분모가 커지든, 청년 여성이 빠져 분자가 작아지든 결과는 같은 방향으로 악화되지만, 그 안에서 어느 쪽이 더 강하게 작동했는지를 읽어내면 처방이 달라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방소멸 2024'에서 부산이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 단계(0.490)에 진입했다고 밝혔고, 2025년 가을 '지방소멸 2025: 신분류체계와 유형별 정책과제'에서는 위험의 성격을 산업·고용 구조와 연결해 다시 분류했다.

단순히 늙어가는 지역과, 일자리가 빠져나가 비어가는 지역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같은 '위험' 딱지가 붙어도 처방은 정반대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 신분류체계의 출발점이었다.

이 지표를 같은 축에 올려 세 나라를 견줘보면 한국의 위치가 드러난다.

일본은 지방소멸 논의의 원조 격이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이 이끈 보고서는 1,799개 기초지자체 중 896곳이 2040년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일본 사회를 흔들었다.

'마스다 쇼크'라 불린 이 진단은 인구가 곧 지역의 존립 근거임을 정치 의제로 끌어올렸고, 한국의 지방소멸 담론 역시 이 보고서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10년 뒤인 2024년 4월 민간 인구전략회의는 갱신판을 내놨다. 1,729개 지자체 중 744곳이 2050년까지 소멸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었다. 896곳에서 744곳으로 줄어든 배경에는 외국인 주민 유입이 있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청년 여성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속도를, 일본은 이민으로 일부 늦춘 셈이다.

다만 이는 위험이 사라졌다기보다 외부 유입이라는 외생 변수가 시계를 늦췄다는 뜻에 가깝다.

그럼에도 도호쿠 지방은 165곳이 위험군에 묶여 여전히 가장 가팔랐다.

일본에는 주민 절반 이상이 65세를 넘긴 '한계취락(겐카이슈라쿠)'이 2020년 기준 2만372곳, 과소지역 마을의 32%에 달한다.

이는 마을 단위에서 장례·제설·농수로 관리 같은 공동 기능이 멈추는 단계를 가리키는 말로, 행정이 닿기 전에 생활 공동체가 먼저 해체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의 사정은 또 다르다.

이탈리아는 2012년부터 '내부지역 국가전략(SNAI)'을 가동해 병원·학교·교통 같은 필수 서비스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내륙 마을을 따로 묶어 관리해왔다.

접근성을 기준으로 지역을 분류하고,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남부의 인구는 2025년부터 2050년까지 약 15%, 사람 수로 350만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시행 지역과 비시행 지역을 비교한 최근 평가에서는 2017~2019년 지원 대상 지자체에서 인구 유출을 의미 있게 막지 못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막대한 EU 기금을 투입하고도 '떠나는 흐름' 자체를 되돌리지 못했다는 뼈아픈 자기 진단이다.

서비스를 채워 넣는 것만으로는, 일자리와 소득이라는 더 근본적인 이유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탈리아의 10여 년이 보여준 셈이다.

지방소멸 가속의 진짜 원인은 '산업·일자리 부족'

세 나라를 같은 축에 놓고 보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일본은 고령화의 깊이가 가장 깊지만 외국인 유입으로 속도를 늦췄고, 이탈리아는 남북 격차와 필수서비스 공백이 핵심 변수다.

한국은 둘과 결이 다르다.

본지가 통계청과 산업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한국의 지방소멸을 끌고 가는 가장 강한 힘은 노화 그 자체가 아니라 '일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청년'이다.

전체 사업체의 49.1%, 약 301만 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본사·본점급은 55.9%가 수도권에 자리 잡았다.

본사가 한쪽에 쏠린다는 것은 단순히 사무실의 위치 문제가 아니라, 연구개발·기획·관리 같은 고임금 일자리가 그곳에 묶인다는 뜻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한쪽으로 쏠리니 사람도 그쪽으로 쏠린다.

비수도권을 떠나는 청년의 이동 사유 가운데 일자리가 약 75%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거나 교육이 아니라 '일자리'가 압도적 사유라는 점은, 지방이 사람을 붙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군더더기 없이 가리킨다.

흐름은 통계로 확인된다.

통계청 2024년 국내인구이동 통계에서 20대 청년은 수도권으로 3만6,000여 명이 순유입됐다. 2025년 9월 기준 수도권 인구 비중은 51%로 비수도권(49%)을 이미 넘어섰다.

전체 청년(15~39세)의 53.9%가 수도권에 산다.

지방에서 나고 자란 20대가 대학과 첫 직장을 거치며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만큼 지방의 출산 가능 인구가 비는 구조다.

더 뼈아픈 대목은 떠나는 청년 가운데 여성 비중이다.

소멸위험지수의 분자가 20~39세 여성인 만큼, 같은 수가 빠져나가도 여성이 더 많이 떠나는 지역일수록 지수는 더 가파르게 떨어진다.

본지의 첫 번째 명제는 여기서 나온다.

한국의 소멸위험지수 악화는 '늙어서'가 아니라 '비어서' 빨라졌다.

분모인 노인 인구가 느는 속도보다, 분자인 청년 여성 인구가 빠지는 속도가 더 무섭다.

두 번째 명제는 위험의 도시화다.

'지방소멸 2024'가 부산을 광역시 첫 소멸위험 진입으로 기록한 대목은 상징적이다.

한때 인구 350만을 넘봤던 제2도시조차 지수 0.5 선을 밑돌았다는 사실은, 소멸이 인구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의 문제임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소멸은 더 이상 군 단위 농촌의 일이 아니라, 산업 기반이 흔들린 중소 제조도시와 광역대도시 외곽으로 번지고 있다.

조선·철강·자동차 부품 같은 주력 산업이 휘청이면 그 도시의 청년 일자리가 통째로 흔들리고, 소멸위험지수는 한 해 사이에도 급락한다.

공장 한 곳이 문을 닫으면 협력업체와 상권, 학교까지 연쇄로 비는 단일산업 도시일수록 충격은 더 크다.

일본 도호쿠가 그랬듯, 한국도 '산업 도시의 소멸'이라는 새 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본지의 판단이다.

세 번째 명제는 정책 효과의 한계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하고, 2025년에는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원을 광역 15곳·기초 107곳에 배분했다.

그러나 기금이 도로·시설 같은 하드웨어에 분산 투입되는 동안, 정작 청년을 붙들 양질의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길을 닦고 건물을 올려도 그 안에서 일하며 살아갈 사람이 없으면, 새 시설은 머잖아 또 다른 유휴 자산이 된다.

이탈리아 SNAI의 평가 결과가 한국에 주는 교훈이 바로 이 지점이다.

돈을 쓴다고 사람이 머무는 게 아니라, 머물 이유(일자리·소득·정주 여건)가 생겨야 사람이 남는다.

특히 빚을 내 지방에 자리 잡았다가 산업이 무너지면 일자리와 자산 가치를 동시에 잃는 취약 차주와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시설 투자보다 소득의 지속 가능성이 먼저다.

지방소멸 가속 전망과 정책 함의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본지 분석을 종합하면 처방의 무게중심은 '시설'에서 '일자리'로 옮겨가야 한다.

첫째, 분산형 거점 전략이다.

모든 군에 골고루 돈을 뿌리는 방식 대신, 비수도권 거점도시에 기업 본사·연구개발 기능과 정주 인프라를 집중해 청년이 모일 '핵'을 만드는 편이 현실적이다.

한정된 재원을 얇게 펴 바르면 어느 곳도 임계 규모에 이르지 못한 채 소진되기 쉽다.

일본이 외국인 유입으로 속도를 늦춘 점, 거점도시로 사람을 모은 점은 참고할 만하다.

둘째, 청년 여성의 정주 여건이다.

소멸위험지수의 분자가 20~39세 여성인 만큼, 보육·의료·문화 같은 생활 인프라와 성평등한 일자리가 없으면 지수는 회복되지 않는다.

출산을 압박하기 전에 떠나지 않을 이유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며, 이는 일자리의 '양'만이 아니라 '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한계도 짚어야 한다.

소멸위험지수는 미래 인구를 직접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재 인구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0.5라는 경계선이 곧 폐지를 뜻하는 것도 아니며, 지수가 같아도 산업 기반이 다르면 실제 궤적은 갈린다.

외국인·이주민 유입, 산업 재배치, 광역교통망 같은 변수에 따라 실제 궤적은 달라질 수 있다.

일본이 외국인 유입만으로 896곳을 744곳으로 줄인 사례는, 지수가 운명이 아니라 정책의 함수임을 보여준다.

반대로 이탈리아 사례는 자원을 투입해도 방향이 틀리면 효과가 없음을 경고한다.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위기에서도 어디에 돈을 쓰느냐가 10년 뒤 지도를 바꾼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의 61.5%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앞으로 5년 정책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더 빨라질 수도, 더뎌질 수도 있는 가변적 시계다.

결국 지방소멸 가속의 핵심은 인구 문제이기 이전에 일자리와 산업의 문제다.

청년이 떠나지 않을 산업을 비수도권에 어떻게 심느냐가, 이 시계의 속도를 결정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06-28 기준으로 작성됐다. 한국고용정보원 '지방소멸 2024' 및 '지방소멸 2025: 신분류체계와 유형별 정책과제', 통계청 2024년 국내인구이동 통계와 사업체 통계,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지정·지방소멸대응기금 자료, 일본 인구전략회의(2024.4) 갱신 보고서와 2014년 마스다 보고서, 이탈리아 내부지역 국가전략(SNAI) 및 OECD 관련 평가 자료를 1차로 교차 확인했다. 소멸위험지역 61.5%는 2026년 5월 기준 집계치이며, 일부 전망치는 발표 기관의 추계 범위를 따랐다. Faxtr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