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초고령사회 진입과 노동시장 재편이 더는 미래의 의제가 아니라 지금 한국 일자리 지형을 뒤흔드는 현재진행형 변수라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됐다.

본지가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와 2025 고령자통계, 경제활동인구조사, 그리고 OECD 고용지표를 교차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3%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 문턱을 공식적으로 통과했고, 같은 해 65세 이상 고용률은 37.3%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일하는 노인은 늘었지만 그들이 일하는 이유와 일자리의 질은 다른 선진국과 사뭇 달랐다.

본지의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고령 노동은 '활력의 지표'가 아니라 '결핍의 지표'에 가깝다.

숫자가 보여주는 변화의 속도는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유엔 기준상 이 비율이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한국이 2017년 고령사회(14%)에 들어선 뒤 불과 7년여 만에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것인데, 이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장래인구추계는 이 비율이 2036년 30.9%,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인구 둘 중 한 명에 가까운 사람이 노년층이 되는 사회가 불과 한 세대 안쪽으로 다가와 있는 셈이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노동시장 재편,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고령 경제활동 인구의 증가는 노동시장의 구성 자체를 바꾸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60대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8만2,000명 늘어 전 연령대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70대 이상도 15만 명 가까이 늘었고, 70대 고용률은 30.2%에 이르렀다. 70대 열 명 중 셋이 여전히 일터에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중년층 취업자가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층이 노동공급의 빈자리를 메우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왜 일하는가'다.

통계청 조사에서 고령층이 일을 계속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로 54.4%를 차지했다.

'일하는 즐거움'(36.1%)이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4.0%)라는 응답을 압도했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한국 고령 노동의 절반 이상은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 생계에 떠밀린 노동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의 위치를 가늠하려면 비교축이 필요하다.

같은 초고령·고령화 국가라도 노동시장을 떠받치는 제도 설계는 제각각이다.

일본은 2021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기업이 70세까지 일할 기회를 보장하도록 '노력의무'를 부과했다.

법적 강제는 아니지만, 후생노동성 집계상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한 기업이 99.9%, 70세까지 확보 조치를 마련한 기업이 31.9%에 이른다.

일본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25.3%로 한국보다는 낮지만, 정년 이후에도 같은 직장에서 숙련을 이어가는 '계속고용'의 비중이 두텁다는 점이 다르다.

일하는 노인의 절대 비율은 한국이 높아도, 그 일자리가 기존 경력의 연장선인지 아니면 단절 뒤의 저임금 일자리인지에서 두 나라는 갈라진다.

독일은 또 다른 길을 택했다.

독일은 2012년부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있으며, 현재 66세 안팎인 기준 연령을 2031년까지 67세로 맞춘다.

다만 독일에는 우리처럼 일률적인 '강제 정년'이 없다.

노사가 사업장 단위 합의로 근로계약을 연장하거나 조정한다.

은퇴를 늦추는 방식으로 연금 재정 부담을 덜고 숙련 인력을 붙잡는 전략이다.

한국·일본이 '몇 살까지 일하게 할 것인가'를 두고 정년이라는 단일 잣대로 씨름하는 동안, 독일은 연금과 노동시장을 한 묶음으로 설계해 은퇴 시점 자체를 시장에 맡겨둔 셈이다.

세 나라를 같은 축에 올려놓으면 한국의 좌표가 또렷해진다.

고용률은 한국이 가장 높지만, 일자리의 안정성과 소득 보장 수준은 가장 취약하다.

OECD 평균 65세 이상 고용률이 13.6%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37%대는 수치만 놓고 보면 압도적 1위다.

그러나 본지가 빈곤 지표를 겹쳐 보면 그림이 뒤집힌다.

고령자 고용률 OECD 1위가 좋은 신호일까

한국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16년째 OECD 1위를 지키고 있다.

OECD 평균(14.2%)의 약 세 배다.

가장 오래 일하는 노인들이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라는 역설이 한국 통계의 핵심이다.

본지의 결론은 분명하다.

고령 고용률 1위는 노동시장의 건강함이 아니라 노후소득보장 체계의 빈틈을 드러내는 신호다.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무너지기 때문에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지, 일이 좋아 남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의 질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3년 5월 기준 60세 이상 임금근로자의 68.7%가 비정규직이었다.

정년을 채우고 나온 뒤 다시 들어간 자리가 대개 단기·저임금 일자리라는 의미다. 2025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44.4%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일하는 노인과 복지에 기대는 노인이 동시에 늘어나는, 언뜻 모순돼 보이는 두 흐름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노후소득의 1차 방어선인 연금이 얇은 탓이다.

제도는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행 고령자고용법상 법정 정년은 만 60세다.

정부는 2026년 3월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입법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본 기사 작성 시점(2026-06-24)까지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며 시행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즉 법 개정 전까지 법정 정년은 여전히 60세다.

정년을 법으로 일괄 연장하는 방식과, 기업이 재고용·연장·폐지를 선택하는 계속고용 방식 중 무엇을 택할지를 두고 노동계·경영계의 견해가 갈린다.

청년 고용과의 충돌, 임금체계 개편(임금피크제) 부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의 정렬 문제가 한꺼번에 얽혀 있어 합의가 더디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년 연장이 자칫 대기업 정규직 고령자에게만 혜택을 몰아주고, 정작 비정규직·영세사업장 고령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본식 70세 고용 의무화 역시 강제력이 약해 실제 보장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어느 모델도 만능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본지 분석을 종합하면 세 가지다.

첫째, 정년이라는 단일 변수에 매달리기보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현재 만 63세, 2033년 65세)과 은퇴 시점을 정합적으로 설계해 '소득 공백기(크레바스)'를 줄여야 한다.

둘째, 고령 일자리의 양보다 질을 정책 목표로 전환해야 한다.

저임금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는 재정사업식 노인일자리와, 숙련을 이어가는 계속고용은 구분해 후자에 인센티브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가장 취약한 고리인 비정규직·저소득 고령층을 위한 기초연금·주거·돌봄의 안전망을 동시에 두텁게 해야 한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정책 성공이 아니라는 점을, 한국의 빈곤율 통계가 16년째 말해주고 있다.

초고령사회는 이미 도착했고, 노동시장 재편은 선택이 아니라 적응의 문제가 됐다.

관건은 더 오래 일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더 오래 일해도 가난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일본의 계속고용, 독일의 연금연계 은퇴 설계는 그 답의 일부를 보여준다.

한국이 고령 고용률 1위라는 외형적 성적표를 넘어, 노후가 불안하지 않은 사회로 갈 수 있을지가 앞으로 수년의 입법과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06-24 기준으로 작성됐다.

통계청 '2025 고령자통계'와 장래인구추계(65세 이상 20.3%·2036년 30.9%·2050년 40% 초과), 경제활동인구조사(60대 이상·70대 취업자 증가, 70대 고용률 30.2%), OECD 고용·소득지표(65세 이상 고용률 한국 37.3%·일본 25.3%·OECD 평균 13.6%, 노인 상대적 빈곤율 39.8%·OECD 평균 14.2%), 고용노동부 및 고령자고용법 관련 자료(법정 정년 60세, 2026년 3월 65세 단계 연장 입법 추진 공식화·국회 계류), 일본 후생노동성 고령자고용 확보조치 통계(70세 확보 31.9%), 독일 연금 수급연령 67세 단계 상향(2031년 목표)을 1차·공개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일부 고용률·빈곤율 수치는 조사 시점에 따라 36~37%대로 소폭 차이가 있어 가장 최근 발표치를 기준으로 표기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