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코스피 밸류업 정책 1년 성과를 본지가 공시·재무 데이터로 교차 분석한 결과, 외형 지표는 화려했지만 기업의 체질은 여전히 일본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기업은 2026년 들어 코스피 339곳, 코스닥 375곳을 합쳐 714개사로 불었고, 지난해 상장사 자사주 소각액은 21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찍었다.

그럼에도 한국 상장사의 총주주환원율은 32% 안팎에 그쳐, 같은 개혁을 한 해 먼저 시작한 일본의 67%와 견주면 두 배 넘게 벌어졌다.

이 기사는 한국거래소 백서와 자본시장연구원 분석,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통계, 그리고 2026년 3월 시행된 개정 상법을 같은 잣대로 맞춰 본 비교 진단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돈은 풀렸는데, 구조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코스피 밸류업 정책 1년 성과, 숫자로 보면 어디까지 왔나

먼저 외형부터 보자. 2024년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자율공시가 시작된 뒤 2026년 3월까지 590여 개 기업이 본공시를 제출했고, 예고공시까지 합치면 참여 기업은 700곳을 넘어섰다.

정책 시행 초기 수십 곳에 불과하던 공시 기업이 1년 남짓 만에 열 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공시기업과 미공시기업을 갈라 본 분석을 보면, 공시에 참여한 기업의 주가수익률과 자본효율성(ROE),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그렇지 않은 기업을 뚜렷하게 앞섰다. 2026년 1분기 기준 코스피 공시기업의 PBR은 1.9배로, 미공시기업(1.5배)을 웃돌았다.

시장이 '주주를 신경 쓰겠다'고 선언한 기업에 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이다.

주주환원의 절대 규모도 역대 최대다.

코스피 공시기업의 자기주식 취득액은 2021년 2조7000억원에서 2025년 20조7000억원으로 약 7.7배 불어났다.

시장 전체로 넓혀 보면 2025년 한 해 자사주 매입은 20조1000억원, 소각은 21조4000억원에 달했다.

프로그램 시행 전인 2023년의 매입 8조2000억원·소각 4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특히 소각액은 4배 이상으로 뛰었다.

매입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주식을 태워 없애는, 즉 주주가치에 직접 도움이 되는 환원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소각 12조원대와 현금배당을 함께 내놨고, 삼성전자도 수조원대 자사주 매입과 배당 계획을 발표했다.

지수도 화답했다. 2024년 9월 출범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산출 이후 누적 상승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수십 퍼센트포인트 앞섰다. 2025년 말 밸류업 지수는 전년 말 대비 89% 넘게 뛰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1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그리고 2026년 1월 22일 코스피는 역사상 처음 5000을 넘었고, 2월 25일에는 6000마저 돌파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추억의 단어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 배경이다.

일본·대만과 비교하면 한국 밸류업은 몇 점인가

그러나 외형의 숫자만 보고 성적표를 매기면 절반만 읽는 것이다.

본지가 한국·일본·대만 세 시장을 같은 축에 놓고 비교한 결과, 한국이 일본을 벤치마킹해 출발한 만큼 '구조의 격차'가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출발선은 일본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3년 3월 31일 PBR 1배 미만 기업에 개선 계획을 이사회에서 논의해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PBR 개혁'을 내놨다.

한국보다 1년 이상 앞선 시점이다.

효과는 누적으로 쌓였다.

일본 TOPIX 상장사의 2024회계연도 주주환원 총액은 배당 22조엔과 자사주 매입 19조엔을 합쳐 41조엔으로, 전년보다 42% 늘었다.

순이익 대비 환원 규모인 총주주환원율은 과거 5년 평균 55%에서 67%로 올라섰다.

닛케이225 지수의 PBR은 2023년 3월 1.1배에서 2025년 말 1.6배로 높아졌고, 닛케이 지수는 2026년 6월 장중 5만7000엔대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 차이가 보인다.

한국의 총주주환원율은 올해 기준 약 32%로, 일본(6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자사주를 사들이는 비율을 봐도 한국은 9%, 일본은 31%로 22%포인트나 벌어졌다.

절대액으로 21조원을 소각했어도,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로 환산하면 한국 기업은 여전히 곳간을 더 많이 쌓아둔다는 얘기다.

대만과 비교해도 한국의 위치는 겸손해진다.

코스피의 PBR은 1.3~1.6배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대만 가권지수와 MSCI 신흥시장 지수보다 낮고, 글로벌 평균 2.3배와는 여전히 1배 가까운 거리가 남아 있다.

대만은 반도체 중심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이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떠받치는 구조라,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실적이 PBR을 끌어올린 사례에 가깝다.

세 나라를 같은 잣대로 놓고 보면 진단은 분명하다.

일본은 '시간'과 '문화'로 환원율을 끌어올렸고, 대만은 '실적'으로 밸류에이션을 받쳤다.

한국은 정책 드라이브로 외형을 빠르게 키웠지만, 그 동력이 일본식 환원율로도, 대만식 실적으로도 아직 충분히 전환되지 않았다.

본지의 결론 — 외형은 일본을 따라잡았지만 체질은 절반

본지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밸류업 정책 1년 성과는 다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공시와 주가·소각 같은 '눈에 보이는 지표'에서 한국은 단기간에 일본의 외형을 상당 부분 따라잡았다.

공시 기업 714곳, 소각 21조원은 부인할 수 없는 숫자다.

둘째, 그러나 이익 대비 환원 '비율'은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정책이 대기업의 일회성 환원 발표에 쏠려 있을 뿐 기업 일반의 자본배분 원칙으로 내면화되지 못했다.

셋째, 효과는 대형주와 공시 참여 기업에 집중됐고, 중소형주와 미공시 기업은 정책 온기에서 비켜나 있어 시장의 양극화가 오히려 깊어졌다.

넷째, 2026년 3월 시행된 3차 개정 상법이 변곡점이다.

자율에 맡겼던 1년 차와 달리, 이제는 강제와 책임이 정책의 엔진으로 바뀌었다.

특히 세 번째 명제는 가볍게 볼 대목이 아니다.

일본 역시 초기에는 대형주 중심으로 랠리가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르며 중소형주로 개선이 번졌다.

반면 한국은 아직 그 확산이 더디다.

밸류업 지수가 코스피를 앞섰다는 사실의 이면에는,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다수 종목이 정책의 수혜에서 소외돼 있다는 그림자가 있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상위 100곳이 아니라, 그 바깥 수백 곳의 자본배분이 바뀌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 — 자율에서 의무로

정책의 무게중심은 2026년을 기점으로 옮겨갔다. 3차 개정 상법은 2026년 3월 6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돼,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록 의무화했다.

예외로 보유하려면 이사회 결의로 처분계획을 짜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고, 상장사가 이를 어기면 이사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매겨진다.

앞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넓힌 1차 개정, 집중투표제 등을 담은 2차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이른바 '상법 3종 세트'가 완성된 것이다.

자사주를 사두기만 하고 대주주 지배력 방어에 쓰던 오랜 관행에 법이 정면으로 빗장을 건 셈이다.

함의는 두 갈래다.

한편으로 강제 규범은 환원율을 끌어올릴 가장 확실한 지렛대다.

자율공시 1년이 '잘하는 기업'을 칭찬하는 단계였다면, 의무화 이후는 '안 하는 기업'에 비용을 물리는 단계다.

일본이 12개월 넘게 걸려 만든 환원 문화를, 한국은 법으로 압축해 따라잡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른 한편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일률적 소각 의무가 성장 투자에 써야 할 현금까지 강제로 빼낸다면, 재무 여력이 얇은 기업엔 부담이 될 수 있다.

본지는 정책 당국이 환원의 '양'을 넘어 자본배분의 '질'을 평가하는 정교한 잣대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배당과 소각을 늘리는 만큼, 그 재원이 미래 성장과 충돌하지 않는지 들여다보는 일이 다음 1년의 숙제다.

결국 코스피가 5000과 6000을 차례로 넘은 환호의 한복판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간명하다.

지수는 정책이 끌어올렸는가, 실적이 끌어올렸는가.

일본과 대만의 사례가 일러주듯, 정책은 불씨를 댕길 수 있어도 불을 오래 지피는 것은 기업의 이익과 자본배분 원칙이다.

한국 밸류업의 진짜 성적표는, 법이 강제하는 소각이 끝난 뒤에도 기업이 스스로 주주를 향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6월 21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공시 기업 수와 PBR, 자사주 취득·소각 통계는 한국거래소의 2026년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백서와 기업 밸류업 공시현황, 자본시장연구원의 공시기업 성과 비교 분석을 교차 확인했다.

일본 관련 수치(TOPIX 주주환원 41조엔, 총주주환원율 67%, 닛케이225 PBR 추이)는 도쿄증권거래소·일본거래소그룹 자료와 이를 인용한 국내외 보도를 대조했다.

한국과 일본의 총주주환원율(32% 대 67%)·자사주 매입률(9% 대 31%) 격차는 복수 매체의 비교 보도를 기준으로 했으며, 시점과 집계 방식에 따라 소폭 달라질 수 있어 근사치로 표기했다. 3차 개정 상법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이사 충실의무 확대, 2026년 3월 6일 공포·시행 사실은 국회·법무부 발표와 법률 해설 자료로 확인했다.

글로벌·대만 PBR 비교치는 시장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범위로 제시했다.

정책 효과의 인과는 시장 전반의 유동성·금리 환경과 분리하기 어려워, 본문의 평가는 정책과 시장의 복합 작용을 전제로 한다.

Faxtr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