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국민연금 기금은 언제 바닥나는가. 2026년 6월 현재 기준 답은 2064년이다. 2025년 3월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을 반영한 최신 추계로, 1998년 이후 처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손본 이 모수개혁 덕에 직전 추계가 가리켰던 2055년에서 소진 시점이 약 8년 뒤로 밀렸다.

그러나 본지가 개혁 전후 추계와 기금 운용계획을 같은 축에 올려 분석한 결과, 진짜 승부처는 이제 '얼마나 더 잘 굴리느냐'로 넘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무리한 주식 투자'라는 새로운 논쟁이 기다린다.

먼저 개혁의 골자다.

보험료율은 9%에서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 13%에 이르고, 명목소득대체율은 인하를 멈추고 2026년부터 43%로 고정됐다.

이 조합으로 소진 시점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늘었다.

결정적 변수는 그다음이다.

정부 추계는 기금투자수익률을 4.5%에서 5.5%로 1%포인트만 끌어올려도 소진 시점이 2071년까지, 즉 개혁 전 대비 최대 15년 밀린다고 본다.

보험료율 인상이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들어오는 동안, 운용수익률 1%포인트가 그에 맞먹는 7년을 더 벌어 준다는 뜻이다.

그 7년을 잡기 위해 기금은 위험자산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26년 말 기준 목표 자산배분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끌어올렸고, 해외주식 34.7%·대체투자 14.0%를 더해 위험자산 비중을 65% 수준까지 높여 잡았다. 2월 말 기준 국내주식 실제 투자액은 395조원으로 전체 기금의 24.5%에 달해 종전 목표를 9.6%포인트나 웃돌았는데, 목표 자체를 올려 '170조원 매도폭탄'으로 불린 리밸런싱 매도 압력을 덜어낸 측면도 있다.

본지의 결론: 수익률을 좇는 베팅과 그 그림자

여기서 평가가 갈린다.

일각에서는 노후소득의 최후 보루인 공적기금이 수익률을 좇아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은 변동성과 시장 집중 위험을 키운다고 본다.

반대로 기금 측은 인구구조상 보험료 수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장기 수익률 제고가 불가피하며, 목표비중 상향은 오히려 급격한 매도를 피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본지의 판단은 어느 한쪽 손을 드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수익률 1%포인트=소진 7년'이라는 구조가, 기금을 위험자산 쪽으로 떠미는 강한 유인을 만든다는 사실 그 자체다.

추계의 무게중심이 제도(보험료·급여)에서 운용(수익률·자산배분)으로 이동했고, 그만큼 운용 거버넌스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선택은 해외 연기금과 견주면 결이 또 다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철저한 분산 원칙에 따라 자국 주식을 아예 담지 않는다(0%).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의 자국 주식 비중은 9%대에 그치고, 일본 공적연금(GPIF)도 자국 주식 목표가 25% 안팎이다.

한국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를 20.8%로 올린 것은 이들과 견주면 오히려 '국내 집중'에 가깝다.

자산 구성 전체로 봐도 역설이 있다.

국민연금은 채권 비중이 절반 안팎으로 안정 지향이 뚜렷한 반면, 해외 주요 연기금은 채권을 30% 안팎으로 줄이고 주식·대체투자를 그만큼 키워 왔다.

캐나다는 해외 투자 비중이 85%에 이를 만큼 자국 시장 밖으로 위험을 분산한다.

이 비교가 가리키는 바는 분명하다.

'국민연금이 무리하게 주식을 늘린다'는 진단은 절반만 맞다.

위험자산 비중을 65%까지 높이는 방향 자체는 국제 기준으로 보면 과격하다기보다 오히려 뒤늦은 정상화에 가깝다.

진짜 한국적 쟁점은 그 늘어난 주식이 한정된 국내 증시에 쏠릴 때의 변동성과, 거대 기금이 시장을 좌우하는 데서 오는 부담이다.

위험을 해외·대체로 흩뿌려 분산하느냐, 국내에 집중하느냐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운용 성과 자체는 최근 나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강세 등에 힘입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을 크게 불린 해도 있었다.

다만 좋은 해의 성과를 장기 평균으로 일반화하는 순간 추계는 흔들린다.

수익률은 시장 환경에 좌우되는 변수이지, 매년 5.5%를 보장하는 약속이 아니다.

개혁이 '수익률 5.5%면 2071년'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고 해서 그 수익률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이 '적자 전환' 2041년이다.

소진 2064년은 적립금이 0이 되는 시점이지만, 그보다 한참 앞선 2041년부터 보험료 수입만으로는 그해 급여를 감당하지 못해 쌓아둔 기금을 헐기 시작한다.

기금이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대규모 자산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할 수도 있어, 운용 전략과 시장 충격 관리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올려 당장의 매도 압력을 미룬 이번 결정도, 멀리 보면 이 감소 국면을 의식한 포석으로 읽힌다.

인구 쪽 전제는 결이 달라졌다.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로 바닥을 찍은 뒤 2024년 0.75, 2025년 0.80(잠정)으로 2년 연속 반등했다(통계청). 9년 만의 반등은 분명한 청신호지만, 추계가 장기적으로 깔아둔 회복 가정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출산율이 미래의 보험료 납부자 기반을 좌우하는 만큼, 이 반등이 일시 효과인지 추세로 굳는지가 다음 추계를 가른다.

그래서 '2064년'이라는 한 점에 안도하는 것은 이르다.

본지의 결론은 셋이다.

첫째, 같은 '소진 연도'도 개혁 반영 여부, 수익률 가정, 출산율 흐름이라는 전제에 따라 2055년에서 2071년까지 벌어진다.

둘째, 개혁이 벌어 놓은 시간의 상당 부분이 '운용수익률'이라는, 시장에 좌우되는 불확실한 변수에 걸려 있다.

셋째,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1,820조원에 이르는 미적립부채는 미래세대의 청구서로 남는다.

관건은 이 개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2025년 모수개혁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라는 '숫자'를 조정한 1차 단계였고, 인구·경제 여건에 급여와 보험료를 연동시키는 자동조정장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역할 재정립,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 강화 같은 구조개혁은 여전히 후속 과제로 남아 있다.

모수개혁이 벌어 놓은 시간이 구조개혁의 공론화에 쓰이지 않는다면, 늘어난 소진 연도는 다음 추계에서 다시 앞당겨질 수 있다.

시간은 벌었지만,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가 2064년을 지킬지 무너뜨릴지를 가른다.

특히 주목받는 후속 카드가 자동조정장치다.

가입자 수나 기대수명, 물가 같은 지표가 나빠지면 연금액 인상 폭이나 보험료를 미리 정해둔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스웨덴과 일본 등이 이미 도입했다.

정치적 합의가 매번 필요한 모수개혁의 한계를 보완하고 재정을 자동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결국 받는 연금이 깎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공산이 커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와 충돌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개혁이 이 장치를 본격 도입하지 않고 과제로 미뤄둔 것도 그 부담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동조정장치를 둘러싼 논쟁의 본질도 '재정 안정'과 '급여 보장' 사이의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이냐로 모인다.

개혁의 부담을 누가 지느냐도 짚어야 한다. 13%로 오르는 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노사가 절반씩 나눠 근로자 본인 부담이 6.5%까지 늘고, 지역가입자인 자영업자는 인상분을 전액 떠안는다.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1,820조원에 이르는 미적립부채는 결국 미래세대가 더 내거나 덜 받는 형태로 분담하게 된다.

보험료율 인상은 당장 더 내야 하는 세대에게, 소진 연도는 먼 미래에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한 세대에게 각각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2064년'이라는 단일 숫자가 안도의 근거로만 쓰이면, 가정이 바뀌어 그 숫자가 앞당겨질 때 신뢰는 더 크게 흔들린다.

연금은 결국 '낸 만큼 받는다'는 약속에 대한 믿음 위에 선다.

추계의 가정과 그 불확실성,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운용의 선택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 숫자 하나를 방어하는 것보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더 가깝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6월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2025년 3월 국민연금법 개정(보험료율 9%→13%, 소득대체율 43%)과 소진 시점(개혁 전 2055년→개혁 후 2064년, 수익률 5.5% 가정 시 2071년), 미적립부채 잔액 1,820조원은 정부·국회 추계 수치다.

자산배분 목표(국내주식 20.8%·해외주식 34.7%·대체투자 14.0%, 위험자산 약 65%)와 2월 말 국내주식 비중 24.5%(395조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운용본부 발표 기준이며, 해외 연기금의 자국 주식 비중(노르웨이 0%·캐나다 9%대·일본 25% 안팎)과 분산 구조는 국민연금연구원 해외 연기금 운용현황 자료 등을 참고했다.

합계출산율(2023년 0.72→2024년 0.75→2025년 0.80 잠정)은 통계청 출생통계다.

'무리한 주식 투자' 논란은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는 사안으로, 본지는 양측 논거를 함께 제시했다.

Faxtr verdict: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