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한국어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이 2025~2026년 사이 5개 사업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글로벌 1위와의 점수 격차는 여전히 30점 안팎이지만, 한국 진영 내부의 전략은 처음으로 명확하게 갈라지고 있다. 본지는 2026년 1월 발표된 '국가대표 AI' 1차 평가, 12월 Artificial Analysis 지능 지수 v3.0, 5월 업스테이지의 다음 인수까지 — 5개 국내 사업자의 행보를 종합 분석했다.

글로벌 73점 vs 한국 45점 — 좁혀진 격차의 이면

Artificial Analysis가 2025년 12월 공개한 '지능 지수(Intelligence Index) v3.0'에서 글로벌 최상위는 구글의 제미나이 3 프로와 OpenAI 챗GPT 5.0이 각각 73점으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모델 중 최고점은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Motif-2-12.7B'가 45점, 네이버 HyperCLOVA X SEED Think(32B)가 44점, LG 엑사원 4.0이 43점, 업스테이지 솔라 프로2가 38점이었다. 30점 안팎의 격차는 여전하지만, 한국 모델이 글로벌 종합 지표에 동시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미로운 건 점수의 절대값보다 전략의 분기다. 5개 모델은 거의 같은 점수대지만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5개 모델, 5개 전략

LG 엑사원 — '연구·STEM 특화'. K-엑사원은 1차 평가 기준 13개 벤치마크 중 10개에서 1위를 차지했고, MMLU-Pro(영어 추론), AIME25(수학), 라이브코드벤치(코딩) 등에서 고른 고득점을 기록했다. A100급 GPU 환경에서도 구동 가능한 고효율·저비용 모델로 설계됐다. STEM 영역의 정밀 추론력을 무기로 연구 기관·대기업 R&D 시장을 겨냥한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 — '소형·고효율'. 12.7B 파라미터 규모로 LG·네이버 모델보다 훨씬 작지만, Artificial Analysis 평가에서 국내 1위인 45점을 기록했다. 다만 정부의 국가대표 AI 선발전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정부 사업 기반은 약하다. 민간·온디바이스 효율 시장이 핵심 포지션. 

네이버 HyperCLOVA X — '에이전트·옴니모달'. 국내 사업자 중 가장 큰 사용자 접점(검색·쇼핑·뉴스)을 무기로, 추론 점수보다 에이전트 활용 능력과 멀티모달 확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다만 2026년 1월 국가대표 AI 1차 평가에서 비전 인코더를 중국 Qwen에서 차용한 점이 '독자 기술' 요건에 어긋난다는 판정으로 탈락했다. 기존 HyperCLOVA X 서비스도 2026년 4월 9일자로 종료되며 라인업 재정비 국면에 들어갔다.

업스테이지 솔라 — 'B2C 플랫폼 진출'. 2026년 5월 7일 카카오로부터 포털 '다음' 운영사 AXZ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월간 3천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한 다음에 자체 LLM '솔라'를 적용해 차세대 AI 포털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AI 모델 경쟁을 '플랫폼 점유율 경쟁'으로 옮기려는 시도다. 

SKT A.X K1 — '통신·미디어 통합'. 통신사의 인프라와 미디어 자산(SK브로드밴드 등)을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문가 혼합(MoE) 구조와 추론 모드를 탑재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동시에 노리는 설계다. 

"한국 LLM 빅5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는다"

이번 분석에서 도출되는 핵심 명제는 단순하다. 5개 사업자는 외형상 한국어 LLM이라는 같은 카테고리에서 경쟁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시장으로 분기 중이다. LG는 연구·R&D, 모티프는 온디바이스, 네이버는 에이전트, 업스테이지는 B2C 포털, SKT는 통신 결합. 한국 시장 자체가 5개로 분할되는 셈이다.

이 분기 패턴은 두 가지 함의를 갖는다.

첫째, 글로벌 빅테크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는 '국지화' 전략의 정착이다.

글로벌 1위와의 30점 차이가 단기간에 좁혀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점수 경쟁 대신 특정 사용처(use case)에서의 우위를 노리는 방식이다.

둘째, 한국 시장의 분할은 통합 한국어 AI 생태계 구축을 더 어렵게 만든다.

단일 표준 모델이 부상하기보다, 5개 모델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분리 운영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2026년 하반기 변곡점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업스테이지의 다음 인수 효과가 실제 사용자 데이터에서 드러나는 시점.

둘째, HyperCLOVA가 서비스 종료 이후 어떤 새 라인업으로 돌아오는가.

셋째, OpenAI의 챗GPT 광고 파일럿이 한국으로 확대되며 한국 사용자 데이터가 글로벌 모델로 흡수되는 속도. 

전 세계 LLM 시장이 게임의 룰을 새로 쓰는 동안, 한국 빅5는 각자 자기만의 룰을 만들고 있다.

그 룰이 글로벌 룰을 이길지, 글로벌 룰에 흡수될지 — 분기점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