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찬밥을 먹을 것인가.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찬밥을 먹을 것인가.
  • 박창희
  • 승인 2016.03.08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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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야유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남은 밥과 반찬으로 비빔밥을 해서 먹기로 하였는데 뒤늦게 도착한 일행 중 한 사람이 짜장면을 먹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밥을 비벼 이미 먹고 있는 일행들을 앞에 두고 그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뇌 시상하부의 섭식 중추를 무섭게 자극하는 중국 음식의 유혹을 나물에 버무린 식어버린 찬밥과 바꿀 수 없었던 모양이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를 지켜본 일행들의 반응은 제 각각이다. 어차피 비벼 먹는 것이니 그냥 먹어라 부터 연목구어 하고 있네 등, 볼 멘 목소리와 힐난 섞인 아우성이 쏟아졌으나 짜장면 희망자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특정 음식에 대한 욕구가 굳건한 신앙처럼 그의 가슴 속에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은 것이다.

 

불과 한 끼 식사에 불과할 뿐이지만 음식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투처럼 치열하게 쟁취한 여, 남 간의 사랑이 음식메뉴 선택에서 야기된 사소한 다툼으로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 도서관을 찾아 헤맨 기억보다 맛집을 물어 찾아가 본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다. 맛 기행이라면 배고픔을 참고도 몇 백릿길을 달려가는 우리다. 그런 맥락으로 보면 일행과 다른 메뉴를 우물에서 숭늉 찾듯 고집하던 그를 마냥 나무랄 일도 아니다.

 

결국, 그는 회비 몇 푼을 돌려받아 인근 중국집을 찾아 떠났다. 뒤통수에 꽂히는 시선쯤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게 되었다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이다. 자신의 입맛을 제어하지 못한 이 남성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다수의 뜻에 따라 묵묵히 찬밥을 먹던 사람들과 짜장면을 찾아 길을 떠난 그의 차이는 대체 뭘까. 사탕을 사달라고 칭얼거리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말이다.

 

이 궁금증은 오랫동안 필자의 머릿속에 남았다.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유용한 음식을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가리는 시험지에 정답을 기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모범 답안에 적힌 음식만을 철저히 고집하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본인이 결정한 음식을 끝까지 고집한 그 남성은 중독성 맛에 길든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대인 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편식은 정상적 행동으로 보긴 힘들다. 건강에 유익한 음식이라며 권해도 선뜻 수저를 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음식에 대해 겁을 내는, 일명 입맛 겁쟁이가 된 것이다.

 

결국, 즐기는 음식의 종류가 점점 줄면서 특정 음식을 고집하거나,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골라 다니게 된다. 어릴 때 입맛을 잘 잡아주지 않으면 이처럼 “입맛의 궁지”에 몰리는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정되고 입맛은 점점 까다로워진다.

 

몇백 가지 음식이 놓인 뷔페에서 닭튀김이나 피자 조각만 연거푸 가져다 먹는 어린이들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건강하고 다양한 음식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중독되어 길들여진 맛을 벗어날 때 생기는 스트레스와 새로운 맛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편향적 입맛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맛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식으로 대답한다. 살찌는 음식을 선호하는 입맛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유난히 좋아하는 음식과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좋아하는 음식에 집착한 결과는 영양소 결핍과 열량 과잉을 수반한

비만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희로애락 중 식도락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맞다. 우리는 간혹 소식하는 사람들을 동정의 눈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먹고 싶은 것을 참는 사람들이 아니라 맛있는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맛보듯 먹는 사람들이다. 행복의 중심에 맛있는 음식이 있노라 주장할 수 있지만, 입맛이 나를 좌지우지하게 하여선 안된다. 그깟 입맛쯤은 내 의지대로 꺾고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묵묵히 비빔밥을 먹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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